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27)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27화(27/212)
027
카곤의 마가타가 착륙하는 지점 근방에는 이미 아이언 울프 기사단이 진을 친 상태였다.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당연히 부단장, 하츠 폰 크루거였다.
“레니, 어떻게 된 거지? 단장은?”
“단장님은-.”
“아직 베히모스 위를 수색 중입니다.”
레니보다 앞서 대답한 건 진성이었다.
하츠는 불만이 있다는 듯 진성을 노려보았으나 진성이라고 꿀릴 리 없었다.
“……단장은 아직 위에 있다는 건가? 그런데 그냥 와?”
“저는 마법사 길드를 대표하여 베히모스와 사도 로터스에 대한 조사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 임무를 달성하였기에 호위로 동행한 레니 씨와 내려온 거고요. 애초에 올라갈 때부터 그러한 조건이었던 건 기억하시리라 믿으니……비켜주시죠. 저는 마법사 길드에 보고하러 가야 하니까.”
“끄응…….”
하츠는 물론 모두가 듣는 상황에서 진성은 자신의 역할과 동선에 대해 미리 언질을 주지 않았던가.
따로 행동할 가능성도 있음을 미리 말해두었기에 하츠로서도 특별히 할 말은 없는 것.
레니는 하츠와 진성을 번갈아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그러한 시선을 느낀 듯 그는 레니에게 명령했다.
“좋아, 어차피 단장에게 연락이 오거든 다시 모두가 움직여야겠지. 레니!”
“예, 옙!”
“이 자와 함께 다녀라. 아이언 울프 기사단이 모두 움직이게 될 때, 이 자도 다시 필요할지 모르니까.”
레니로 하여금 진성을 감시하고 향후 베히모스에 아이언 울프 기사단의 전력이 필요해지면 진성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하츠는 가감 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해서는?
“예, 꼭~ 같이 갈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진성은 웃으며 받아들일 뿐이었다.
‘어차피 베히모스에서 하는 퀘스트는- 사도 로터스와 관련된 퀘스트는 이게 전부가 아니지. 잘됐어. 향후에 또 어떻게 엮어서 베히모스의 등 위로 올라갈지 고민이었는데. 카곤의 마가타를 몰래 타는 것보다 저들 사이에 숨어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 유저의 모니터 화면에서 숨기도 훨씬 편할 테고. 으하핫, 고맙다, 하츠!’
진성 자신이 생각한 방법도 있으나 그보단 아이언 울프 기사단의 일반 기사들 사이에 끼어 움직이면 훨씬 더 수월하지 않겠는가!
“당신, 그런 태도는-.”
“레니 씨, 그럼 바로 갈까요?”
하츠는 얄밉다는 표정으로 진성을 흘겨보았으나 진성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말했다.
“아, 네, 그럼……부단장님! 다녀오겠습니다!”
눈치가 다소 없는 레니만이 하츠에게 경례를 올린 후 진성의 뒤를 후다닥, 따를 뿐이었다.
진성은 빠른 발걸음으로 마법사 길드를 향했다.
자신이 준비하려던 한 가지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어 기쁜 마음은 있었으나 역시 무작정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지, 진성 씨! 마법사 길드에 다녀온 이후에 진성 씨는, 아니, 우리는……뭘 할 거죠?”
레니는 물었다.
그것 또한 진성에게는 고민인 부분이었다.
마법사 길드로 가는 이유? 사실 없다.
애당초 베히모스나 사도 로터스에 대한 조사도 마법사 길드의 의뢰를 받았던 게 아니지 않았나.
‘마가타를 이용한 대가는 치러야 할 테니 이래저래 이야기는 해줄 거지만…… 그보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진성은 재빨리 [내 정보] 창을 확인했다.
현재 레벨은 28.
이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모험가 명성은 변함이 없어도 여자 아처 유저…… 돈많은 부캐릭이었던 뮤즈 전직 유저가 남긴 템을 몇 개 먹었지. 마법 봉인 아이템들이라 그것들도 어떻게 다룰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앞으로의 퀘스트 흐름을 고려하자면, 진성 자신이 준비해야 하는 사항은?
진성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곤 덜컥, 발을 멈추며 뒤를 돌아 레니를 바라보았다.
“일단.”
“일단?”
레니의 붉은 눈이 긴장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의 건방지고 도도한 표정은 찾아볼 수도 없는 그녀의 얼굴을, 진성은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갈까요?”
“……응? 네?”
“하루 정도 푹~ 쉬자는 뜻이죠.”
어쩌면 앞으로를 위해, 진성 자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예감이 드는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갑-자기 무슨? 농담?”
“아뇨? 농담 아닌데요. 가시죠. 돈은 마법사 길드에서 좀 빌리면 되니까.”
“자, 잠깐만요! 진성 씨!”
레니는 황급히 진성의 뒤를 쫓아야만 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 * *
샤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사도 로터스……. 베히모스 위에서-. 미들 오션을 향해 가고 있다고요?”
“네. 로터스는 오직 물속에 있을 때에만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사도입니다. 베히모스의 위에서 건조하게 말라가고 있는 지금은 상당히 약화된 상태지만, 로터스가 베히모스의 정신을 잠식해가며 그를 미들 오션으로 이끌고 있는 도중이죠. 만약 이대로 베히모스가 미들 오션에 들어간다면, 즉, 베히모스의 등에 있는 로터스 또한 미들 오션에 들어가게 되는…….”
진성이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지식을 활용해 샤란에게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드는 플레인:아라드의 세계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지상’, 아라드 대륙을 뜻한다.
아라드에서부터 뻗어올라간 하늘성은 ‘천계’까지 이어지지만, 그곳까지 다다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층이자 완충계가 바로 아라드를 기준으로 ‘하늘 위의 바다’라 할 수 있는 ‘미들 오션’인 것.
즉, 아라드 – 미들 오션 – 천계의 수직 구조가 현시점까지 밝혀진 이곳의 세계 구성인 상황이다.
또한 천계의 실존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아라드의 인물들이라도 아라드의 하늘 위에 바다, 즉, 미들 오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거대한 고래인 베히모스가 바로 그곳에서부터 왔다고 추정하는 게 기본 지식에 가까우니…….
“아라드는 끝장- 아니, 그럼 그걸 알면서! 진성 씨는 그걸 알면서도 내려온 거예요? 겁이 나서 도망쳤나요? 내가 준 마법석의 비상 호출 기능은 그렇게 쓰라고 준 게 아닌데, 아이언 울프 기사단을 도와서라도-.”
“샤란 님, 제가 ‘어떤 능력’이 있는지 미리 말씀드렸죠?”
“-……아.”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샤란마저도 진성의 조사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낄 정도가 되는 것이다.
샤란은 레니의 눈치를 보며 연신 헛기침을 했다.
미래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진성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결국 이 선택이 최선이라는 말과도 같지 않은가. 그것을 닦달해봐야 소용이 없거늘.
“그러면 이제 뭘 할 거죠? 나는 어떻게 해주면 되죠?”
“마가타의 정비…… 언제든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유저가 겪게 되는 베히모스에서의 퀘스트 흐름.
시간과 날짜가 완전히 반영되어 있지 않고 ‘축약된 흐름’이지만, 실제로는 며칠 간의 여유가 있음을 진성은 알고 있다.
하루일지, 이틀일지 모르나 그 기간 중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그때가 언제인지 아는 것은?
“-아이리스 님을……관찰해주세요. 아마 아이리스 님이 모험가를 부를 겁니다. 그 직후 바로 베히모스에 다시 올라가게 될 거예요.”
“그거면 되는 건가요?”
샤란은 진지한 목소리로 진성에게 확인했다.
진성은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다시금 주변을 살폈다.
여기는 마법사 길드의 내부다. 일반 유저들이 NPC 샤란에게 볼 일이 있다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다행이라면 레니는 건물 안쪽의 응접실에 있으므로 일반 유저들에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며, 초반부 퀘스트를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샤란을 찾으러 오는 유저가 드물다는 것일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유저가 없는지 다시 한번 본 후에야 진성은 말했다.
“네. 샤란 님께서는 그 정도만 해주시면 됩니다. 아, 저번에 말씀드렸던 건 준비가 됐나요?”
“……진짜……이거 만드느라 로톤 님도 그렇고 헨돈마이어, 웨스트코스트 연금술사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요.”
들뜬 진성을 보며 샤란은 무언가를 툭, 올려놓았다.
투명한 물이 찰랑거리는 작은 병들이 몇 개.
들떴던 진성의 표정이 조금쯤 평온해졌다.
“이건……가요?”
“네, 뭐 잘못된 거라도?”
“아, 아뇨, 아뇨. 훌륭합니다. 기능만 하면 됐죠.”
“기능만 하면 된다? 기능이야 당연히 되는 거죠. 내가 테스트도 다 해봤고. 우리 길드원들이 고생고생해서 만든 걸-.”
“고맙습니다, 샤란 님. 유용하게 잘 쓸게요. 앞으로도 몇 개나 더 부탁드리게 되겠지만, 헤헤.”
진성은 샤란을 향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게 되는 기대감이 다소 사그라들었던 건 물약의 색깔이 진성 자신의 기억과 달랐기 때문이건만.
샤란이 이미 테스트를 해보았고 제대로 작동했다면 더 이상은 실망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내가 지금 쥐고 있는 마법석처럼…… 게임 내 아이템과는 조금 다른, 나만이 쓸 수 있는 아이템일 수도 있으니까.’
진성은 샤란이 꺼낸 물약을 챙기고 레니에게 다가가려다 멈춰섰다.
“아참, 샤란 님?”
“네?”
“이거 아이템 확인도 부탁드릴게요.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는데 제가 곧장 해제할 수는 없는 것 같고…….”
베히모스에서 획득한, 유저가 습득하지 않고 지나간 장비 아이템의 확인.
‘마법으로 봉인된 장비’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마우스 우클릭 한 번으로 풀어낼 수 있는 거라지만, 지금의 진성은 그런 방식으로 택할 수 없다. 샤란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거야 별거 아니죠. 지금 당장이라도-.”
겸사겸사 진성이 샤란에게 할 말이 생각난 건 또 있었다.
“그리고 돈도 좀 주실래요? 이것저것 살 게 있어서.”
결국 당장 중요한 건 이거였으니까.
라이너스에게서 받았던 여비는 이제 진성 자신의 비상금으로 대략 천여 골드가 남았다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지 않은가!
“돈…….”
“원래 활동비가 많이 드는 법이라고요. 베히모스가서 사도 로터스에 대한 정보까지 알아왔는데 이 정도는 뭐, 누가 더 남는 장사인지 잘 아시죠?”
“그, 그렇죠. 네, 드려야지.”
샤란은 머뭇거렸으나 강하게 나오는 진성의 말에는 곧장 기세를 죽여야만 했다.
실제로 그가 가져온 정보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현시점의 아라드로 보자면 베히모스에서 아직 내려오지도 못한 반, 아간조 그리고 ‘유저’ 정도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정보임을 그녀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찰그랑, 진성은 샤란이 울며 겨자 먹기로 내놓은 골드 주머니를 가벼운 동작으로 챙겼다.
그러곤 마법사 길드 안쪽 응접실에 앉아있는 레니에게 다가갔다.
“레니 씨! 나가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저, 정말 휴식을 하자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
“쉴 땐 쉬어줘야 능률이 오르니까요. 아, 레니 씨는 헨돈마이어 가본 적 있어요?”
레니는 불안해했으나 진성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 진성 때문일까.
팔八자로 처졌던 레니의 눈썹도 곧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다.
“헨돈……공국의 수도 말인가요? 아니요. 단장님과 부단장님은 가보셨지만 저는 아직…….”
“흐흐, 그럼 가보죠. 맛있는 간식 만드는 친구도 있고, 술이랑 먹거리 파는 곳도 있고 괜찮거든요. 그리고……지금 필요한 것도 살 수 있고.”
진정한 목적은 마지막 발언에 있었으나 그것을 레니가 이해할 리는 없었다.
가벼운 미소로 간식이나 술 따위 운운하는 진성에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을 지어보일 뿐.
“네? 헨돈마이어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그 정도의 여유는 없죠! 단장님께서 언제 내려오실 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돌아다닐 수는-.”
말이 되냐는 레니의 말을 끊으며 진성은 무언가를 휙, 꺼내어들었다.
조금 전 샤란에게서 받았던 물약들이었다.
“-이게……뭔데요?”
진성은 레니의 질문에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늘성에서 내려온 직후, 진성이 가장 먼저 준비하고자 했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앞으로 어떤 퀘스트를, 어디서, 언제 처리할지 모른다.
유저들의 움직임 속도를 쫓기에는 이곳이 현실 그 자체인 진성에게 있어 너무나 큰 페널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괴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은?!
“‘텔레포트 포션’이에요. 내가 기억하고 있는 <순간이동 포션>과는 좀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게임 던전앤파이터 내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 <순간이동 포션>을 재현하는 것!
다만, 게임 속 아이템이 노란 약물을 담고 있던 것에 비해 샤란이 만든 게 투명한 물과 같아 다소 당황했으나, 제대로 기능만 해준다면 어차피 아쉬울 건 없었으니.
‘아, 그래서 사용 렙제도 없나? 원래는 60렙 이상부터 쓸 수 있을 텐데. 흐흐, 나한텐 개꿀이지.’
진성은 한 손으로 뚜껑을 딴 채 병을 쥔 후 다른 한 손을 레니에게 내밀었다.
“제 손 잡으세요.”
“아, 그럼…….”
뭐라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레니는 엉거주춤 결국 진성의 손을 맞잡았다.
진성은 레니의 손에서 나오는 온기를 느꼈기에, 표정관리를 해야만 했다.
“갑니다, 쭉 들이키세요!“
─────────────!
이 손이 온기를 간직하고 있을 날이 얼마나 될지.
진성이 레니에게 신경을 쓰는 이유는 호감이나 애정 때문이 아님을, 지금은 그 어떤 NPC도 알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