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40)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40화(40/212)
040
게임 던전앤파이터 내에서 장비를 강력하게 만드는 방법은 세 가지다.
강화, 증폭 그리고 재련再鍊.
각 캐릭터별 특성에 맞게끔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데, 보통은 강화와 재련, 증폭과 재련 등 재련과 함께 다른 하나를 함께 한다.
남자 귀검사 직업군 중 ‘아수라’의 경우 재련 수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캐릭터로, 비교적 실속있게 끝내고자 한다면 재련만 마쳐도 된다.
조금 더 대미지에 영향을 주는 수치까지 챙기고 싶다면 재련에 더하여 증폭을 하면 된다.
즉, 일반적으로 아수라 직업 캐릭터를 키우는 유저라면 +10증폭, 8재련의 무기와 +10증폭 방어구를 장착하고 있다면 장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꽤나 훌륭하게 마쳤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11증폭부터는 아이템이 깨져서 사라지니까. 일반적인 효율을 따지자면 저 정도가 베스트다. 11증, 12증부터는 골드가 얼마나 소모될지 알 수 없어. 그래서 보통 증폭 무기를 써야 하는 캐릭터들은 ‘분간지’가 아쉽지. 13강화에 비하면 13증폭은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보통은 하지 않는다. 13증은 하지 않는 게 정상인데…….’
순수는 했다. 심지어 증폭도 아니다.
아수라 직업군의 대미지 상승에 영향도 끼치지 않는 ‘강화’를.
그것도 13강이나!
‘과장 조금 보태면 그냥 쓸데없는 일이잖아! 강화 캐릭터들이 13강 하나 띄우기에도 벌벌 떠는 게 보통인데 재련 캐릭터가 왜 강화를- 그것도 13강까지, 꼴랑 ‘분간지’ 하나를 위해 도대체 얼마를 태운 거냐고!’
강화라고 해도 증폭에 비해 필요 자원이 ‘약간’ 적을 뿐, 손쉽게 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그 이유가 오직 멋을 위해서라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라고 해야 할까.
진성 자신도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함께 한 인생으로서, 말 그대로 그 누구보다 정열적으로 즐겼다고 생각했건만.
‘미쳤어…… 이상하게 집착할 때부터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보다 더 미친 사람-. 아니, 하긴…… 그래서 닉네임이 그런 식인가?’
순수.
어쩌면 광기.
순수와 어떤 의미로 궤를 같이 하는 또 다른 단어가 진성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두 개를 과연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지.
적어도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하늘성에 무사히 입성하기 위해 잠깐 파티를 맺었던 마창사는 초보가 아니었다.
‘아니, 초보가 아닌 정도가 아냐. 이 사람…….’
진성 자신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지언정, 진성 자신과 유사할 정도의 고수.
또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인생을 함께한 수준의 유저.
무엇이 됐든 당장 진성에게 중요한 건 하나다.
그러한 유저라면, 바꿔 말하면.
“로터스 외형까지 하면 분간지가 반짝거리는 게 훨씬 더 멋있을 것 같아요.”
진성 자신의 아이템을 살 재력이 충분한 유저라는 뜻이다.
미쳤든, 미치지 않았든 당장 진성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게 최고니까.
* * *
순수는 커다랗고 동그란 안경을 다시금 바로 썼다.
그녀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ㅋㅋ 템 보려고 온 거긴 한데 ㅋㅋ] [안그래도 무기스킨 바꿀 때가 됐다 싶기도 하고요] [근데 촉수 외형은 별로지 않음??]빠르게 타이핑을 하면서도 웃고 있는 것은 그녀가 하는 말이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창사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겠다는 각오마저 잊어버린 채 그녀가 다른 캐릭터로 접속한 이유는 단 하나, 진성과 만나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것.
[별로라니요. 도가 아니라 <로터스의 거대 촉수>로 대검 무기 형상이면 더 로터스의 느낌이 살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사도 로터스의 강력함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합니다. 상대해 본 경험으로서는 거대 촉수보다 이쪽이 오히려 더 실감 나니까요.]더 구체적으로는 진성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 아닌가!
“우힛, 사도 로터스의 강함이래! 푸히히, 상대해 봤다고? 저렙 때 깨는 그 퀘 말하는 건가, 지금?”
순수는 깔깔거리며 웃으면서도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
진성의 말에서 무언가를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그녀는 이미 [경매장]을 켜놓고 살피는 중이었다.
“근데 대검 형상이 있는 건 어떻게 아셨지? 지금 경매장에 매물도 없고-. 요즘 쓰는 사람 아예 없을 텐데.”
순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최소 5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초보 유저’가 과거의 아이템까지 알고 있다면 그 이유는 결국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님님 근데 대검 무기 형상은 어케 알았어요?]두근거리는 순수의 기대감에 응하기라도 하려는 것일까.
진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 내에 있는 시스템 [백과사전], 당연히 진성은 쓸 수 없기에 오직 기억에만 의존한 것이었으나,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적절한 답변이었다.
“아하하핫! 그럴 줄 알았어! 그치! 요즘 애들이야 위키만 보겠지만 어르신들은 다르지! 그래, 공식적으로 딱 이용할 수 있는 백과사전이 있는데, 푸히힛, 진짜 백과사전이라는 단어도 요즘 안 쓰지 않던가?”
순수의 마음에는 쏙 든다는 점에서 특히나 좋은 답변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웃음소리가 높아질수록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진성의 이미지는 공고해졌다.
순수는 물었다.
[아 그래서 형상은 얼마에 파실거에요?] [가격은 아직 고민 중입니다. 혹시 순수 님께서 생각하는 금액은 어느 정도일까요?]진성의 답변을 들으며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은 일종의 감탄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제시’, ‘선’ 이런 단어만 보다가 이렇게까지 공손한 표현을 보니 어쩐지 내가 안절부절하는 마음이 들 정도라니까. 그리고 게임 시스템 활용 방법이 다를 뿐이니…… 당연히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다거나 하는 걸 하시진 않네. 그래, 오히려 어르신들이 산전수전 다 겪어서 잘 알겠지, 그런 건.’
어리숙한 건 그저 적응을 마치지 못했을 뿐, 바보일 리가 없다.
그 점이 오히려 순수에게는 뿌듯하면서도 인상 깊은 모습이 되는 셈이었다.
[경매장에 안 올리고 팔거면 우리 길드 사람들한테 얘기 좀 해서 오라고 할까요?] [아니다 진성님 걍 우리 길드 가입하쉴? 어린애들이 많기는 한데 그만큼 도움도 많이 될 거임]따라서 그녀는 잠시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었다.
진성에 대한 길드 가입 제안.
[길드]순수라수라 : 지금 부길마 중에 접속 중인 사람? [길드]일단아포씀 : ㅇㅇ 나 있음 [길드]순수라수라 : 포야 저번에 말한 어르신 가입해도 ㄱㅊ? [길드]일단아포씀 : 누나 맘대로지 어차피 누나가 길마잖아 [길드]일단아포씀 : 근데 어르신이 우리 길드 들어오셔서 괜찮으려나? 레이드 [길드]순수라수라 : ㄱㄷ 아직 답변 안하심 가입하신다고하면 설명하면 되고진성과 채팅을 하면서도 삽시간에 길드 채팅까지 물어보는 빠르고 철저한 태도.
물론 그녀의 말을 듣던 진성의 눈동자는 휘둥그레진 상태였다.
* * *
진성에게 처음으로 든 생각은 당연히 하나뿐이었다.
‘이 인간……갑자기 왜 길드 가입을 하라고 하지? 길드원이니까 싸게 달라는 말 하려고?’
지금까지 순수찍기, 순수라수라 두 캐릭터와 무슨 접점이 있었던가.
진성 자신이 아는 척을 한 건 그저 무기 형상을 팔기 위한 루트 중 하나로 활용해보기 위함이었고, 이 유저가 가진 골드가 제법 많을 거라는 추측이 든 순간부터는 직접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발언을 하고 있을 뿐이건만.
갑자기 길드 가입이라니?
‘무엇보다 길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메가폰도, 귓속말도 일단 질러는 볼 수 있었어. 안 되면 그냥 나 혼자만 손해보고 끝나면 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길드는-.’
이야기가 다르다.
첫 번째라면 역시 <캐릭터 모험가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는 규칙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
길드 가입 행위 자체에서 페널티를 받아버리게 된다면 진성으로서는 매우 곤란하게 된다.
‘당장 뭐, 죽이지야 않겠지. 하지만 그때 그 레인저 유저처럼…… 뭔가 디버프 같은 게 걸려도 곤란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진성 자신에게 그런 페널티를 감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물며 실제로 길드에 가입이 되어버리면?
페널티가 없다 해도 그것은 진성에게 썩 달갑지 않은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
‘나 혼자만이 아니니까. 길드원들과의 대화나 소통에서…… 말조심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 그리고 그 사람들한테는 내가 24시간, 일주일 내내 접속한 것처럼 보일 텐데! 피시방에 캐릭터 세워놨다는 거짓말도 하루이틀밖에 안 통할 거라고.’
길드에 가입하여 함께한다는 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진성 자신이 성장했을 때.
“감사한 제안이지만 길드에는 가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모험가>에게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그들과 ‘협력’할 수 있을 때다.
순수의 말투 자체는 전과 같았으나 그 표정은 다소 진지해졌다.
“왜요? ㅋㅋ 우리 길드가 폐쇄적이라는 말이 있긴한데 가입하면 괜찮아요 ㅋㅋ 빡숙이라 좀 까칠하다는 편견이 있지만 실제론 괜찮은뎅”
“아, 길드원 분들에 대한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제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서 그렇습니다. 아직 이른 것 같아서요.”
진심으로 진성 자신을 받으려는 것이었을까.
그 와중에도 호기심이 도는 것은 순수의 발언이었다.
‘길드 사람들끼리 레이드 도는 거야 뭐, 특별한 일도 아니지. 패턴, 기믹을 완전 통달한 고수 유저들, 소위 빡세게 숙련된 유저들끼리 도는 것도, 그런 길드를 찾으라면 몇백 개나 나올 텐데.’
말 자체는 그리 특별하지 않지만, 조금 전 순수의 발언에 포함된 ‘우리 길드가 폐쇄적이라는 말이 있다’라는 표현이라니.
길드에 대해 어떠한 소문이 돈다는 뜻이고, 그 소문을 뭇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이라면 알 정도의 사건이 있었다는 뜻일까?
‘……스읍, 내가 길드는 그냥저냥 길드 주화 때문에만 해서 잘 모르긴 해도-. 유명 길드는 얼추 다 알고 있는데…….’
안타까운 점이라면 진성 자신에게는 ‘순수라수라’라는 닉네임만이 보일 뿐, 모험가도, 길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ㅎㅎㅎ알겠습니다 진성님 뜻이 그러시면 어쩔수없죠 ㅋㅋ 대신 길드 생각나면 다른 곳 가지말고 귓주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라도-.”
“아 그리고 무기 형상은 대충 이정도 어떰?”
커다랗고 하얀 사모예드의 털옷을 입고 있던 순수라수라 캐릭터가 불쑥 주머니를 내밀었다.
그리고 진성은 굳이 그 주머니를 확인하지 않아도 안에 든 금액을 알 수 있었다.
“아, 아뇨! 아뇨! 이건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희귀해도 이런 금액은 좀…….”
자본을 불리겠다는 진성마저 손사레를 치게 만들 정도의 골드.
당연히 이 시점에서 우려가 되는 점은 <캐릭터 모험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규칙에 대한 우려였다.
“ㅋㅋㅋ 어차피 경매장에 매물 하나도 없는데 ㄱㅊ지않음?”
“그래도……이렇게까지 받는 건 아무래도……. 너무 감사하지만 안될 것 같습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지만 비정상적인 금액 거래가 과연 통용될지.
진성은 우선 거절했다.
강아지의 탈을 쓴 순수라수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럼 골드는 이만큼 드리고”
“네, 좋습니다.”
순수라수라의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내민 주머니 속에 있는 액수를 보며 진성은 느린 속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통상적인 무기 형상들의 가격을 보자면, 터무니없을 정도의 금액은 아닐 터.
“감사합-.”
“진성님이 없는 거 얹어드림 ㅋㅋ”
진성이 그 주머니를 낚아채려는 순간, 순수라수라는 또 다른 무언가를 덜컥 내밀었다.
그것은 알이었다.
진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크리쳐?”
“이정도면 ㄱㅊ죠?”
진성에게 있어서 어쩌면 가장 필요한 추가 요소 중 하나를 꼽았을 때 나올 만한 것, 크리쳐!
<로터스의 가시 촉수> 무기 형상을 무사히 판매하고 나면 또 다른 유저들을 통해 경매장을 통해 간접 구입하려 했던 게 어차피 크리쳐가 아니었나!
“괜찮은 정도가 아니죠! 안 그래도 사려고 했는데, 제가 세라샵이나 경매장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순수님!”
“민망하겤ㅋㅋㅋ 그렇게 들을 것도 아닌뎅 ㅋㅋ 써보세요”
그것을 이렇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성은 신이 나 거래를 마쳤다.
을 넘기고 진성이 건네받은 것은?
짤그랑, 던전앤파이터의 화폐, 8,000,000골드.
그 거금에 이은 또 하나, <크리쳐의 알>을 진성은 그 자리에서 바로 부화시켰다.
“……꼬륵.”
알에서 부화한 크리쳐가 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성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어……?“
크리쳐 <쁘띠 로터스(갈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