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42)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42화(42/212)
042
알프라이라 임시 주둔지로 향하는 길은 이미 시끌벅적했다.
벨 마이어 공국에서 파견한 방어 병력들이 이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정작 주둔지 쪽은 괜찮겠지. 흑요정 병력은 아직까지 펜네스 왕국의 수도인 ‘언더풋’에 모여 있을 테고…….’
병력들이 부딪힐 정도로 급박한 상황까지는 일어나지 않음을 진성은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표정은 다소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그쪽에서 오염이 터져버리면 골치 아플 거야.’
이번에는 누구의, 어떤 퀘스트의, 어느 부분이 오염되었는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으니까
벨 마이어 공국과 펜네스 왕국의 갈등에서 유저인 ‘모험가’가 처리하는 파트를 큰 부분으로 나누어 보자면 결국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룡 스피라찌. 봉인을 야금야금 풀다가 쨔쟌! 하고 깨어나 버린 놈 때문에 언데드들이 일어나고 난리도 아니지. 요정족 영웅이었던……누구였더라. 유니콘 같은 말 타고 창 든 요정도 깨어나고 그러긴 하는데…….’
진성이 스피라찌와 관련된 부분에서 오염의 개입이 없으리라 이미 예측한 이유는 간단했다.
사룡 스피라찌의 특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뭘 할 필요가 없어. 스피라찌는 깨어났다는 것, 그 자리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향을 끼치니까. 요정족 영웅이 깨어나지 않는다~ 따위의 오염은 벌어질 수가 없겠지. 스피라찌의 봉인이 어느 정도 풀린 시점에서의 영향력만으로도 깨어나 버릴 거다.’
그가 특별히 무언가를 노리거나 획책하는 것도 아니다.
스피라찌는 그 존재만으로도 사룡의 기운을 퍼뜨리기에, 문제가 더 커졌으면 커졌지 결국 축소될 수는 없을 터.
‘그리고 문제가 커질 확률도 낮아. 그 정도로 문제가 커졌으면 흑요정들이 벌써 눈치를 채고 움직였을 테니까. 펜네스 왕국의 흑요정들이 눈치채지는 못하게, 그러나 영향은 끼칠 정도. 딱 그 정도의 균형에서밖에 스피라찌는 운신하지 못하니까…….’
문제가 생길 확률, 즉, ‘오염’되었을 가능성은 적다.
따라서 진성은 처음부터 두 번째 파트만을 노리는 셈이었다.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 정확히는 디레지에의 환영. 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인가. 하지만 그쪽도 당장은 그리 쉽게 문제가 터지진 않을 거야. 그림 시커가 있으니까.’
사룡 스피라찌의 기운에 의해 죽었던 자들이, 시체들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 시체들의 정신은 순식간에 망가지게 된다. 디레지에의 환영이 내뿜는 질병의 기운 때문에.
‘애초에 디레지에한테는 접근하기도 힘들지. 단순히 세균, 바이러스 이런 정도가 아니라…… 정신까지도 갉아먹으며 감염시켜버리는, 어떤 의미로는 루크의 <검은 악몽>이나 오즈마의 <위장자 화化>보다 더 빡세고 위험한 게 디레지에니까. 정작 본 개체의 힘은 약하더라도 주변에 끼치는 악영향으로 따지자면 최강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만으로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게임 내에서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배경 설정 등을 포함한 외부의 이야기까지 알고 있는 진성에게는, 더욱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로터스에게 얻었던 정보를 기반으로 하자면, 디레지에도 <오염의 원인자>는 아닐 확률이 높아. 하지만…….’
오염되어 날뛰기 시작했을 때 가장 위험한 존재임에는 분명하다.
당장 사도 디레지에의 본체가 아니라, 이 모든 원흉을 일으킨 게 고작 디레지에의 ‘환영’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이 경계할 수밖에 없는바.
인간들의 모습이 줄어들고 흑요정들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많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진성은 알 수 있었다.
흑요정 중에서도 유독 뾰족한 귀를 가진 자.
엄숙한 표정으로 인간들을 경계하는 한편, 펜네스 왕국에서 나온 그 어떤 흑요정보다도 인간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온 자.
‘클론터. 그럼 여기가 알프라이라 주둔지군.’
NPC 클론터.
진성은 슬그머니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벨 마이어 공국 마법사 길드 소속에서 파견 나온 진성이라고 합니다. 펜네스 왕국의 클론터 님이시죠?”
“……저를 어찌 아십니까.”
놀라움보다도 다소 경계하는 태도의 클론터에게 진성은 말했다.
“벨 마이어 공국의 마법사 길드장님은 샤란 님이십니다. 샤란 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연기가 아니기에 나올 수 있는 당당함.
마법사 길드 소속 이상현상 비상대책위원으로서 진성은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클론터는 화들짝 놀란 얼굴을 해야만 했다.
“샤란 님?! 공국에서 나이트 로바토와 모험가가 온 지 며칠 되지도 않았건만 어찌 샤란 님께서 벌써 인원을 파견-.”
“그분께서 마법적 재능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안목이 뛰어나다는 건 펜네스 왕국 분이시니 익히 알고 계실 텐데요.”
진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샤란이 펜네스 왕국에 있을 시절부터 이미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알고 있는 자들에게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는 점이리라.
“-그, 그거야 그렇지만……. 그렇군요. 샤란 님께서…….”
중얼거리는 클론터를 보며 진성은 목청을 가다듬었다.
분위기를 잡고 중후한 목소리를 잘 내보지 않았기 때문일까.
“그렇습니다. 크흠, 그래서 여쭙고 싶은데……혹시 나이트 로바토와 모험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으나 클론터는 곧장 어딘가를 가리켰다.
“섈로우 킵입니다. 제 친우 모건이 조사를 하던 중 연락이 끊긴 장소에…… 두 분이 직접 조사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계시지요. 떠난 지 꽤 되셨지만…….”
그러곤 말을 얼버무렸다.
그것만으로도 진성에게는 충분한 단서였다.
던전 지역:알프라이라의 던전 중 하나 섈로우 킵.
그곳의 ‘보스 몬스터’가 되어버린 모건.
아직 이번 시나리오 흐름의 초반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험가, 즉, 유저가 온 지는 ‘현실의 시간’ 기준으로 이미 며칠 된 거고. 으음, 이미 모건은 감염되어서 끝장난 상태일 테고. 그 연구 일지를 가지고 오면서 본격적인 퀘스트가 될 테니…….’
진성은 머릿속에서 모든 계산을 마쳤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간단했으니까.
“저 또한 섈로우 킵으로 가보겠습니다. 로바토 경과 모험가 님에게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으나 마법사 길드의 비대위로서 직접 살펴봐야겠군요.”
진성 자신 또한 섈로우 킵 던전으로 들어가는 것.
“예, 샤란 님께서 파견하신 분이라면……. 부탁드립니다. 흑요정들에게는 이야기해두겠습니다.”
“네.”
펜네스 왕국 소속 흑요정들은 클론터의 지시에 의해 진성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고, 진성은 가뿐하게 던전 지역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물론 유저를 관찰하거나 모건의 근처까지 간다는 뜻은 아니었다.
섈로우 킵에 굳이 들어와 본 이유라면 역시 하나.
진성 자신의 변화를 확연하게 체감해보기 위해서였다.
* * *
거기에 더하여, 한 가지 추가 노림수라면 유저가 습득하지 않고 간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
그러나 유저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다 먹었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서 사라졌거나. 그것도 아니면…….’
애당초 같은 던전 취급이 아니므로 진성 자신이 볼 수 없거나.
무엇이 됐든 먹을 거리가 없다는 점에서 약간 기운이 빠진 진성이었다.
“다른 유저들과 달리 몬스터의 사체에서 직접적으로 뭔가를 얻을 수 있다곤 하지만-.”
유저들은 할 수 없는 일. 오직 아라드에 빙의된 진성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성이 다소 기운이 빠진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쿠구구, 쿠구구구…….
땅이 들썩거리며 군데군데 갈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으며.
“꾸워, 워어.”
“워억구억…….”
“그래, 다 썩어빠진 시체들이 몬스터로 나오는 곳이라 얻을 게 없다는 게 문제라고.”
구울 등의 언데드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 지역이다 보니 진성 자신이 사체에서 획득할 아이템이 매우 제한된다는 점까지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험치를 준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 으랏!’
“구웃-!”
대치 중이던 몬스터 중 ‘스컬 스로워’가 주변에 있던 뼈 하나를 집어 던졌다.
제법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무언가의 두개골을 확인한 후 진성은 자신의 어깨로 그것을 받아보았다.
퍼억, 소리와 함께 제법 강하게 느껴지는 충격량.
진성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으나 그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 확인. 강철 시리즈 방어구로는 이제 안 된다.’
기존에 사용하던 모험가 명성 5 수준의 방어구가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었음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방어구 쪽에 피격당해본 것일 뿐이었으니까.
스컬 스로워의 공격이 통했기 때문일까, 어느새 진성에게 구울 하나가 다가와 팔을 내질렀다.
단순히 썩기만 한 시체가 아니다.
디레지에의 영향으로 인하여 뒤틀리고 변형된 사체에 피격되어 좋을 리는 없을 터.
“구워어-ㅅ!”
“흡!”
진성은 왼팔을 가볍게 들어올리며 구울의 손톱을 막아냈다.
그저 검게만 보이던 진성의 팔목과 구울의 손톱이 부딪치며 팅, 하는 소리를 내었다.
“구워?”
당황한 구울을 보며 진성의 입꼬리는 스르륵, 올라갔다.
진성은 소위 ‘잡몹’이라 불리는 몬스터들을 대상으로 여러 실험을 거듭해보았고, 방어구들을 장착했을 때 일반 유저들처럼 획득할 수 있는 효과 외에도 자신만이 운용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연구했고.
“<마법으로 봉인된 티타늄 암릿>. 실제로는 마법 방어력을 올려주는 효과거든.”
또 다른 방향성을 찾아낸 참이었다.
분명 마법 방어력을 상승시키는악세서리 방어구, 하물며 진성 자신의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변화조차 없다.
팔에 장착한 게 분명하지만, 진성의 눈에조차 티타늄으로 된 팔찌 따위는 손목에 보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역시…… 먹히는 거였어. 눈에 보이지 않을뿐 그 효과는 명백하다. 로터스를 베어냈을 때,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던 가 어쩐지 바람에 날려 ‘펄럭거린다’라는 느낌을 받은 것도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었던 거야.’
운신에 거추장스러움이 없다.
외관상 변화는 없다.
그러나 분명하게 그 아이템은 진성 자신의 몸을 둘러싼 채 존재한다는 것!
“구우우우…….”
“꾸워엇, 꾸웟-.”
그것만으로도 진성은 아이템의 선택 폭이 넓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리 방어는 내 동작을 최대한 활용해서 확보하는 동시에-.’
기본적으로 옵션이 더 좋은, 그리고 진성 자신이 어떻게 피해야 할지 아직까지 당해본 적 없는 ‘마법’ 또는 ‘스킬’ 위주의 방어에 집중하면 되는 게 아닌가.
‘-혹시 모를 피격까지 막아내고 나면!’
던전 지역:베히모스에서 여자 아처 유저가 습득하지 않았던 아이템 중 진성이 <마법으로 봉인된> 스웨이드 바지, 스웨이드 띠, 스웨이드 슬리퍼 등 천으로 된 방어구를 주로 착용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 아니었던가!
“흐랏차, <다크 슬래쉬>!”
파츠츠츠츳-!
암속성의 강력한 베기만으로 진성은 구울과 스컬 스로워 각 한 개체씩을 가볍게 베어냈다.
지금도 입고 있는 상의의 특성으로 인해 스킬 레벨이 두 개 오른 <다크 슬래쉬>는 이제 ‘잡몹’ 따위는 일격만으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해진 상태였다.
“구워어어-!”
그 외에도 <성물 : 영광의 휴트리드의 펜던트> 등 요구 레벨 40 제한의 아이템을 <패왕의 계약>에 의해 10레벨 완화, 착용하고 있으니 이미 진성의 총 HP와 HP 회복량, 스킬 공격력이나 피해 증가 수준은 지난날에 비할 게 아니었다.
‘구체적인 수치로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으로는 명성치만으로도 알 수 있지.‘
하늘성 입성 당시 진성의 모험가 명성은 6이었다.
그때에 비하자면 지금은?
단순 아이템 착용만으로 변한 게 무려 443.
“꼬륵.”
“그래, 거기에 너까지 하면…….”
크리쳐 <쁘띠 로터스(갈퀴)>에 의한 증가치 315.
진성은 귀여운 것 외에는 효과가 별로 없다며 투덜거렸으나, 유저들 사이에서 700만 골드 수준의 가치가 괜히 책정되는 게 아니다.
결국 아이템과 크리쳐의 효과까지 합쳤을 때, 레벨 31 진성의 현재 [모험가 명성]은 무려 758이 되는 것!
“구웟, 구워억!”
“구우우우-!”
아직 살아남아 달려드는 구울들을 보며 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구울들이라 뒤까지는 안 보는구나?”
“구웃?”
현재 진성이 사용하는 무기는 유니크제, <로터스의 가시 촉수>다.
공격력이나 스탯 증가, 스킬 쿨타임에 관련된 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도 효과가 있다.
<로터스의 가시 촉수>
모험가 명성 63
.
.
공격시 2% 확률로 로터스의 다리 소환
진성이 베어낸 몬스터들이 있던 자리에서부터 우뚝 솟아난 것은 꾸물거리는 촉수였다.
불그스름한 그 촉수의 생김새는 되살아난 시체 따위를 가볍게 압도할 정도의 위압감.
슈와아아악───────!
그리고 강력함을 지니고 있었다.
되살아난 시체들이 촉수에게 공격당해 다시 산산조각 나는 순간, 진성의 몸을 향해 금빛의 광휘가 쏟아져 내렸다.
“레벨 32……. 오케이.”
모험가 명성만으로도 이미 열 배 이상 강력해진 진성에게 있어, 섈로우 킵 내의 몬스터 따위는 그저 좋은 경험치 양분이 되어줄 뿐이리라.
‘3레벨만 더 올리면 새로운 스킬들을 배운다.’
일단은 가벼운 목표를 가진 채 진성은 던전을 종횡무진 누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