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46)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46화(4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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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시커Grim-Seeker.
겉으로는 포교와 같은 종교 활동을 하며 빈민을 이끌고 있는 단체.
‘종교 단체라고 한다면 종교 단체일 수 있지. 하지만…… 그 진정한 믿음에 대해 감추고 있을 뿐이라고 해야 할까.’
그들의 진정한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활동에 대해, 때로는 협력하고 또 때로는 대립하는 등 향후 유저는 ‘모험가’로서 이들과 얽히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의 시발점이 되는 장소, 그림 시커라는 단체의 존재에 대해 모험가인 유저가 처음으로 인지하는 곳.
그곳이 바로 여기, 노이어페라다.
‘아리송하게 등장해서 헷갈리게 만드는 부분이지, 아직은. 이 단체가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유저인 나한테 득이 되는지, 실이 되는지, 아군인지, 적인지……. 무엇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바 없이, 말 그대로 그림 시커라는 단체와 맨몸으로 부딪치는 파트야.’
따라서 진성은 혹여나 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부분 중 하나로도 꼽은 상태였다.
그림 시커 소속의 인물이 모험가, 즉, 유저에게 해줄 말을 다 해주지 않는다거나.
또는 하지 않아야 할 말까지 다 한다거나.
그런 상황은 향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에 있어 분명한 독이 되므로 진성 자신이 나서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근데……그러지 않았네. 그냥 딱 해줄 말 다 했어.’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 비추어보았을 때에도 진성이 유의해야 할 부분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마법진이 디레지에의 전염병이 더욱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있음을 모르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사도에게 위협이 되는 자를 제거하겠다는, 바꿔 말하면 사도를 지키겠다는 단서도 흘렸다.
그 두 가지 발언이 향후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꿰어나가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오염된 일 자체가 없다고도 볼 수 있는 바!
“꼬륵.”
“그래, 굳이 나설 필요는 없겠어.”
벌써 디레지에의 환영을 제압한 채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남자 프리스트 유저와 흑요정 NPC 미네트를 보면서, 진성은 그저 함께 돌아갈 채비를 갖출 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진성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뭐지? 그냥 이렇게 끝인가? 끝이면 나야 다행이기는 한데.’
하늘성이나 베히모스 때에 비한다면 특별히 고생한 것도 없으니 아직까지는 즐겁기만 하다.
물론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흐름이 전부 끝난 건 아니었다.
‘이후에는 벨 마이어 공국의 어느 지역에 전염병이 번지고~ 디레지에의 환영 따위가 아니라 실제 디레지에가 바로 그곳에 있음을 알게 된 모험가는 여왕의 의뢰를 받고 디레지에를 퇴치하러 가는 거지. 그렇게 따져 보면 아직 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러나 적어도 흑요정들의 나라, 펜네스 왕국에서의 퀘스트는 사실상 모두 종료되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지.
거기다 디레지에의 환영에도 별일이 없었다면 디레지에의 본체 쪽도 비교적 수월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진성에게 들 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혹시 <오염의 원인자>, 이 자식이 뭔가 힘을 잃었다거나? 오염을 만들 수 없게 됐다거나 한 건 아닐라나?’
진성이 그러한 추측을 하게 된 이유도 있었다.
사도 로터스의 건을 겪었으니까.
<오염의 원인자>라고 해서 무한한 힘을 지녔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오염에 비한다면 사도에 대한 오염은 제법 큰 자원을 소모했고 따라서 이번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본다면?
진성은 유저의 뒤를 조심스레 밟으며 언더풋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펜네스 왕국의 수도, 언더풋으로 돌아온 이후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전염병 치료제의 성능을 확인했고, 전염병을 인간이 퍼뜨리지 않았음을 보았다.
안내인 겸 감시자였던 NPC 미네트는 유저와 함께 보았던 디레지에의 환영에 대해 보고했으며, 흑요정들의 원로, 사프론은 그 말을 믿었다.
“디레지에라…… 점술가, 모든 것이 자네의 말대로로군.”
“저는 어디까지나 인간과의 오해를 풀고 다가올 위협에 대한 경고를 위해 온 것입니다. 거짓으로 사프론 님을 속일 이유가 없지요.”
흑요정 원로 사프론에게 언질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아이리스 포춘싱어.
진성 또한 기억하고 있던 부분이었기에,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텔레포트 포션을 꺼내어 들 수 있는 셈이었다.
‘오케이, 아이리스도 흐름대로 잘 찾아왔고~ 이제 흑요정 여왕이 조금 더 위엄있게 원로를 다그치며 인간과의 교류, 협력을 시작하자 제안하겠지. 그 협력의 서신을 유저와 클론터가 들고 벨 마이어 공국의 여왕님께 찾아 갈테니…….’
적어도 이곳에서 진성 자신의 역할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해진 바.
진성은 씨익, 미소 지으며 포션을 들이킬 수 있는 셈이었다.
“흐흐, 어쩌면, 이거, 이거…… 당분간 그냥 개꿀 빨면서 좀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파라락, 파라라락.
타꼬조차도 그게 말도 안된다는 걸 안다는 듯 촉수를 흔드는 중이었다.
* * *
진성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당연히 웨스트코스트의 마법사 길드였다.
“다녀왔습니다~!”
우렁차게 인사를 하며 스윽 들어가 보지만, 마법사 길드 소속원인 진성 자신이 유저일 당시에는 이름조차 알 수 없었고 또 보지 못했던 NPC들이 가벼이 목례만 하며 피해줄 뿐이었다.
진성 자신이 마법사 길드에 발만 들여도 곧장 그 사실을 눈치챘던 샤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샤란 님은……. 아직 펜네스 왕국에 있는 건가? 아니면 알프라이라 주둔지 쪽이라거나- 뭐, 그렇겠지. 아직은 정신없을 테니.’
양국 간의 적대 무드를 해제하고 평화로운 교류로 돌아가려는 와중에 샤란의 역할 또한 적지 않을 터.
심지어 이번 전염병 치료제와 관련해 큰 역할을 해준 그녀가 벌써 돌아와 있을 리는 없는 것이다.
진성은 주변 NPC들의 눈치를 슬그머니 보다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이상현상 비상대책위원],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미묘한 이름의 명패였으나 지금 진성의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흐흐, 자아…… 내 금고, 내 사랑스러운 금고.’
진성 자신이 다음으로 가야 할 곳,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마법사 길드에 가장 먼저 들른 이유는 단 하나!
촤르르르르…….
진성의 금고 안으로 금화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금고 또한 [인벤토리]와 비슷한 기능을 지니고 있는지, 공간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금화들을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좋아, 좋아. 향후 내 든든한 밑천이 되어주렴.’
지금 당장은 백만 골드, 천만 골드면 특별히 부족함은 없을 터.
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을 생각하자면 결국 골드란 많아도 많아도 부족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진성은 금고로 빨려들어가는 금덩이를 보며 생각할 수 있는 셈이었다.
‘이거야말로 나한테 있어선……세라다. 어떤 의미로는 빙의된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이거야말로 현질이라고.’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유저가 현금을 사용해 게임 내 아이템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세라샵. 그리고 그 세라샵에서 사용되는 특수 재화, 세라.
바로 그 세라를 구입하거나 사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라샵 상품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진성에게 있어 난쟁이들이 모아놓은 황금굴의 황금이야말로 구원의 동아줄이나 마찬가지.
‘아니, 세라보다 낫지. 월급의 한계 같은 게 없잖아, 나는!’
더 구체적으로는 구원의 사다리, 구원의 엘리베이터나 마찬가지라는 뜻!
그것을 알고 있기에 진성은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셈이었다.
“흐흐, 보기 좋지, 타꼬?”
“꼬르륵!”
“무슨 말인지 솔직히 못 알아듣겠지만, 동의한다는 뜻은 확실히 이해가 된다니까.”
진성은 스윽, 스윽, 타꼬의 머리 위를 덮은 신전의 형상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근데 이건 타꼬를 쓰다듬는 게 아니지 않나? 일단 즐거워 보이긴 하는데 도대체 무슨 판정인지, 원.’
사도 로터스의 작아진 몸체가 아니라 GBL교 신전의 둥그런 건축물 부분을 쓰다듬는데도 타꼬가 기분 좋다는 듯 눈웃음을 띄고 있으니.
지금은 이런 점 또한 진성에게 그저 즐거움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비번도 잘 맞춰두고…… 흐으읍, 오케이!”
완전히 보관을 마치고서야 진성은 기지개를 켜며 펜네스 왕국에서의 일을 끝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으로 전부는 아니었다.
진성 자신이 이미 생각했고 알고 있듯 제6사도,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와 관련된 일은 이게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은 벨 마이어 공국, 헨돈마이어의 지방 도시 노스마이어다.’
수도 헨돈마이어를 기준으로는 북서부에 있는 상업 도시.
그러나 디레지에가 노스마이어로 전이된 이후, 대부분의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변이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들도 이미 대피하여 완전히 초토화된 무법지대.
‘……아마 노스마이어가 순식간에 망해버렸다는 소식은 여왕의 귀에도 들어갔을 거다. 모험가가 펜네스 왕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허겁지겁 호출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테니까.’
문제는 진성 자신이 그곳에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샤란이 돌아오거든 그녀에게서 전염병 치료제를 잔뜩 얻어갈 예정이나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치료제조차도 디레지에에게 상당히 근접한 시점부터는 제대로 먹히지 않을 정도지. 그렇다면…… 독, 마법 방어와 관련된 수치를 올려놓을 필요가 있어. 이번만큼은 칸나에게서 산 포션 정도로는 회복조차 되지 않을테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진성의 사고가 뻗어나가는 데에는 막힘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곧장 텔레포트 포션을 꺼내어 들었다.
‘재료는 준비됐다. 남은 건…….’
벌컥, 그러곤 곧장 포션을 들이켰다.
그가 이동한 곳은 헨돈마이어에서도 뒷골목, 달빛 주점의 인근인 동시에 노스마이어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한 장소.
그 건물 중 하나의 앞에는 평상이 놓여 있었다.
티 세트를 가져다 놓고 평상에 한가로이 앉아 있던 노년의 인물은 무언가를 느낀 듯 말했다.
“……자네인가.”
명불허전, 그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진성은 씨익, 미소 지으며 그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자가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G.S.D 님.”
진성이 찾은 사람은 하늘성에서 인연을 맺었던 NPC이자, 현시점 아라드에서 최강의 검사로 손꼽히는 사람 중 하나, G.S.D였다.
* * *
제자라 자칭하는 진성의 말이 우습기라도 한듯 G.S.D의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그 제자 놀이는 전부 끝난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해도 한 번 맺은 인연을 그리 쉽게 끊을 수 있나요. 헤헤.”
“꼬륵.”
“……흥미롭군. 그 하늘성에서 헤어진 지가 그리 오래된 것 같지도 않건만…… 귀鬼를 다루는 자네의 기운은 전과 같지 않으니 말이야. 그 곁에 있는 것도 그렇고.”
“노력은 했습니다. 알아봐 주시니 괜히 쑥스럽네요.”
진성은 스윽, 다가가 G.S.D가 앉아있던 평상에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뻔뻔하게 한자리 꿰차며 친한 척을 하는 건 진성 특유의 능글거리는 성격이기도 했으나, 단지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파동으로 모든 것을 파악하는 G.S.D에게 있어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를 보러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가르침을 청할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본론부터 말해보게.”
진성이 찾아온 특별한 이유가 있음을 G.S.D는 알고 있었고 진성은 괜스레 멋쩍은 미소를 짓다가 스윽, 고개를 돌렸다.
G.S.D와 진성이 앉은 평상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건물에서 후끈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면서도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또 다른 노인이 있었으니.
“……신다 님께 용무가 있어서 왔습니다.”
진성이 찾은 자는 NPC 신다 필립.
무기 및 방어구 상점을 운용하는 자였다.
G.S.D는 스윽, 몸을 일으켰다. 신다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G.S.D의 뒷모습을 보며 진성은 다시금 감탄해야만 했다.
‘대단한데. 내 의도를 벌써 다 파악했다는 건가.’
신다에게 용건이 있으면 그냥 그에게 가면 되었다.
“안 갈 텐가.”
그럼에도 G.S.D는 자신의 옆자리에 앉으며 ‘제자’를 자청하는 진성을 보며, G.S.D 자신이 신다에게 무언가 말을 해주어야 함을 파악하고 벌써부터 그를 향해 걷고 있는 셈이었으니.
“갑니다, 네, 가야죠, 흐흐.”
진성 또한 재빨리 일어나 그를 쫓았다.
신다는 다가오는 G.S.D와 진성을 보며 허허, 웃었다.
“어서 오게나.”
“신다, 내 제자가 그대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오.”
“제자? 당신이 제자도 있단 말인가?”
신다는 짐짓 놀란 듯 물었으나 G.S.D는 웃고만 말았다.
더 이상 반응 없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신다는 진성을 보았다.
“평범하진 않은 것 같네만 뛰어난 모험가도 아닌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신다님. 저는 모험가는 아니지요. G.S.D 스승님의 제자로서, 명 대장장이 신다 필립 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면전에서 노골적인 평가를 내리는 신다의 표현에도 진성은 아랑곳없이 말했다.
당당하고 호쾌하게.
“물건 제작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성이 이곳까지 온 이유였으니까.
신다는 코에서부터 삐져나온 털을 스윽, 쓰다듬으며 말했다.
“제작은 못 하네.”
가차 없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진성의 미소는 가시지 않았다.
‘그렇겠지. 어차피 여기까지도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NPC들에게 무언가를 부탁함에 있어 그저 말로만 될 게 아님은 이미 라이너스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
말하자면 대장장이 NPC 신다 필립에 대한 공략은 바로 지금부터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