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50)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50화(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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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이 신다를 찾아와 아티 마르피사 방어구 세트의 완성을 재촉한 이유는 물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오염된 퀘스트를 진행하는 유저를 확인했으니, 재빨리 그 유저의 뒤를 쫓으며 상황을 파악해야 하겠으나 진성 자신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
‘미쉘만 해도 생각보다 강했어. 타꼬의 기습 공격이 있었으니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짜 괴로웠을 거다.’
물론 미쉘, 데샹, 미아 등 사이퍼 삼인방에게 진성 자신이 제압당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설령 그들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우다 퇴각했다 한들 이미 육체는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을 테니까.
‘미쉘의 채찍만 해도 장난 아니게 아파 보였단 말이지. 미아의 나무뿌리 공격은 또 어떻고…… 만약 데샹이 보낸 날벌레 수백 마리가 내 몸에 다 달라붙는다고 생각, 으어어어.’
진성은 몸을 부르르 떨며 재빨리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어보았다.
고개를 내려 살피는 자신의 외형 상태는 여전히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다크나이트 직업과 같다.
그러나 손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촉.
그리 두껍지 않으나 분명히 딱딱하게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방어구들.
거미 몬스터인 마르피사들의 갑피를 두들겨 만든 아티 마르피사 세트는 확실하게 느껴지는 중이었다.
‘응,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을 거야. 아티 마르피사 방어구는 레벨 40제, 45제쯤은 되니까.’
네메르에게 얻은 어드밴티지 <패왕의 계약> 덕분에 레벨 35인 진성도 아트 마르피사 방어구 5종을 모두 착용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당연하게도 기존 방어구는 착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고.
‘상의를 에서 <아트 마르피사 상의>로 갈아입으면서 <다크 슬래쉬> 스킬 레벨은 줄어들었지만…….’
그 모든 아쉬움을 가뿐하게 메꿔줄 추가 이득도 분명한 상태였다.
5개의 아티 마르피사 방어구를 모두 착용하며 생긴 세트 추가 옵션에서만 공격속도 +2%, 그리고 다크나이트 직업의 스킬 중 <다크 크래셔>와 <래피드 무브>가 각 1레벨씩 상승한 것.
개별 아이템에 붙은 옵션 또한 기존에 장착 중이던 <마법으로 봉인된> 시리즈보다 확연히 뛰어난데다, 신발의 경우 이동속도 추가까지 적용되는 중이니 진성의 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셈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쪼꼼 아쉬운 거라면 아티 마르피사 상의에 붙은 <드로우 소드> 스킬 레벨 추가를 못 써먹는다는 건가. 쩝, 그 스킬은 40 때 배우니……. 뭐, 그래도 35렙 스킬로 콤보를 다시 짠 건 다행이겠지만.’
진성 자신도 당황스러울 정도의 레벨 업이 있지 않았던가.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 외에도 레벨이 오른 적은 있었고, 진성은 그것을 ‘자신에게만 부여된 특이한 방식의 퀘스트’ 정도로 이해했던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의 레벨 업은 또 특이한 경우라고 해석해야 했으니.
‘싸우는 도중 레벨이 덜컥 올라버렸지. 내가 경험치를 먹는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른 건가? 으음, 확실히 현실 그 자체라면…… 말 그대로경험을 하는 것 자체에서 뭘 배우긴 하니-.’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면 어떠하리.
결국 진성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 같은 방향이었으므로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레벨이 올랐고, 신다로부터 아티 마르피사 방어구 세트를 모두 찾아 획득했다는 점.
즉,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꼬르.”
“쉿.”
진성은 다시금 던전 지역:노스마이어로 진입, 여자 귀검사 유저의 뒤를 쫓는 중인 것이다.
* * *
다시금 녹색 도시 그로즈니를 내달린 진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적어도 모험가, 즉 이번 유저인 여자 귀검사는 미쉘을 제대로 제압하는 데 성공했고, 그녀를 향한 마지막 설득 또한 무사히 진행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하는군요. 다시 말하죠, 돌아가세요. 내 힘을 ‘정상인’들을 위해 쓰는 일은 없을 테니.”
이미 제압당한 상태였음에도 미쉘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이번 에피소드 한정으로 유저와 함께 다니는 NPC, ‘독왕’ 루이제를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으으, 미안합니다. 가뜩이나 심했던 인간 불신이 나 때문에 더 악화되어버린 거겠지만…….’
진성은 그런 미쉘을 바라보면서도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부분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 그러니까 사이퍼들을 위해 쓰지 않겠어?”
“무슨 말이죠?”
“거래를 하자는 거야. 언제나 쫓기는 삶을 살았다고 했지? 그래서 여기에 숨어든 거고. 지금의 사태가 끝나면, 네가 뒷골목에 있는 한 ‘사이퍼’는 독왕 루이제와 시궁창 공주 패리스의 이름 아래 보호받게 될 거야.”
뒷골목을 제패한 패거리에서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둘이 될 것이다.
흑요정들의 나라인 펜네스 왕국에서 함께 했던 ‘시궁창 공주’ 패리스.
그리고 지금 유저의 곁에 있는 ‘독왕’ 루이제.
“우린 안하무인이지만, 인의가 없진 않아. 네가 뒷골목을 정상화하는 데 크게 일조한다면 뒷골목의 그 누구도 너흴 차별하지 않겠지.”
뒷골목에서 악명 높다지만, 반대로 제 편을 챙겨왔기 때문에 악명이 높아진 두 사람이 ‘사이퍼즈’들을 보호한다는 제안은 미쉘에게도 달콤하게 느껴질 터.
‘무엇보다 그로즈니에 남아 있는 것 자체에 대해 불안함을 느낄 테니까. 쩝, 그것도 모두 내가…… 어흐, 미쉘! 원래 인게임에서 내가 좋아했던 NPC 중 한 명인데! 나 옛날에 던파 말고 사이퍼즈도 잠깐 해봤는데!’
물론 미쉘이 이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게끔 만든, 어떤 의미에선 오염된 퀘스트를 바로잡기 위해 악역 행세를 해야만 했던 진성에게는 울적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당신을 믿어보겠어요. 어린 사이퍼들은 아직도 자신이 받았던 시선들을 두려워하니까요. 그 아이들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그렇게 미쉘이 루이제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유저와 루이제 그리고 미쉘, 세 사람은 팀이 되어 던전 지역:노스마이어에서 전염병의 근원을 찾고 그 치료제의 단서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 것!
진성은 세 사람의 발자취를 조심스레 따라가며 퀘스트의 오염 여부를 살폈다.
여자 귀검사 유저는 매우 능숙한 스킬 사용으로 순식간에 ‘잡몹’들을 쓸어버리며 던전을 이동하는 중이었다.
‘부캐가 확실하겠지. 크리쳐에 주변 아이템 자동 습득 아티팩트까지 사용하는 사람인 거 보면. 쩝, 이번에도 내가 먹을만한 잡템 같은 건 없을 테고…….’
어차피 그러한 콩고물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딱히 상관없는 수준이 아닌가.
몬스터들의 사체로부터 자신만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진성 자신에게는 현재는 단종되었으나 과거에 자주 사용되었던, 현재 착용 중인 아티 마르피사 방어구 세트처럼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얻는 게 더욱 이득인 것이다.
따라서 진성도 지체 없이 유저의 뒤를 따랐고, 능숙하게 던전을 클리어 하는 유저의 진행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빨랐다.
‘견인 하쿠도, 개장수 묘진까지 순식간에 끝내고 벌써 유혹의 도시 하멜른이다.’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를 추종하는 자, 피터 더 파이퍼가 보스로 자리하고 있는 던전.
그리고 진성처럼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오래 즐겼던 유저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던전.
‘노스마이어 에피소드는 기본적으로 BGM이 쩔었지. 하멜른도 그렇고, 아마 곧 마주하게 될-……. 읏.’
진성의 귀에 피리 소리가 본격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반복적이면서도 리듬감이 느껴지는 시점에서 진성은 소름이 돋았다.
‘……이 멜로디 흐름이 옛날 하멜른 BGM 아닌가? 미친, 근데 반주가 없어서 뭔가- 아니, 템포도 미묘하게 느려서 어쩐지 불길하게 들리는데.’
들려오는 피리 소리가 바로 진성 자신이 기억하는 음의 진행과 같았으니까.
다만, 진성이 들었던 것과 완전히 같은 건 아니었다.
조옮김과 템포 변경 등으로 인해 조금은 경쾌하게 들렸던 기억 속 BGM에 비하면 오히려 기분이 나빠진다고 해야 할까.
“제 보호막으로 소리까지 차단할 순 없어요. 상황을 보건대, 피리 소리에 무언가 힘이 있는 모양이군요. 정신 바짝 차리세요. 언제 피리 소리에 휘둘릴지 모르니까요.”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미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진성도 입술을 질끈 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이템과 관계없이 레벨에 영향을 받는 것인지, 괜스레 몸이 간질간질하게 기분 나쁜 음악을 듣길 어느 정도나 되었을까.
어느 순간 피리 소리가 뚝, 그치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진성 또한 알았다.
‘죽었군.’
피리 소리를 내고 있던 주범, 피터 더 파이프가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여자 귀검사 유저가 확실히 엄청난 속도로 클리어해나가는 중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세 사람은 이제 던전 지역:노스마이어의 북부에 위치한 또 다른 마을을 향하는 중이었다.
구체적으로는 마을이었던 장소에 도달한 셈이었다.
마을이 있어야 하지만 짧은 시간 사이 완전히 황폐해져, 건물의 흔적 일부만이 남은 사막처럼 변해버린 지대.
심지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그곳에 남았던 주민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맥박이 뛰듯 쿵쾅거리던 거대한 고치에서 벌레와 나방들이 튀어나왔다.
그 크기는 사람보다 조금 더 큰 수준이었다.
“꽤…… 처참…… 하잖아…….”
루이제가 가까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과거 복작복작 사람들이 모여살았던 마을은 이제 사막이 되었고, 그 사람들은 모두 벌레가 되어버린 것.
진성도 알고 있었다.
과거 게임 내에서 이 부분의 던전을 드나들 때에도 이유 모를 불안함을 느끼곤 했었으니까.
‘디레지에의 영향이 이토록이나 강하다는 걸 알려주는 부분이지. 더 놀라운 건 디레지에가 직접 나서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다는 거다.’
사도 로터스는 자신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친 것이었다.
그 여파가 베히모스와 GBL교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러나 디레지에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이된 상태 그대로, 디레지에는 단지가만히 틀어박혀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지역 한 군데가 초토화될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사도를 통틀어 가장 위험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들게 하는 것이리라.
여자 귀검사 유저와 루이제 그리고 미쉘은 거대한 나방 또는 벌레로 변해버린 과거의 인간들을 물리치며 나아갔다.
그렇게 던전 지역:노스마이어에 들어와 개별 던전인 ‘녹색 도시 그로즈니’, ‘타락한 도둑’, ‘유혹의 도시 하멜른’을 클리어하고 현재 던전 ‘피나비의 춤’을 정리하는 순간까지, 주요 NPC나 몬스터와 마주치기를 얼마나 했을까.
진성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등장이 늦다. 실제로 오염된 존재이자, 카드를 내뱉을 메인의 등장이 늦어.’
이미 펜네스 왕국에서 겪은 바 있다
남자 프리스트 유저의 퀘스트는 실제로 오염되지 않았으니까.
이번에 노스마이어로 진성이 먼저 들어왔던 이유 또한 그것이 아니었나.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아. 그리고 그렇게 움직인 덕분에 미쉘의 대사가 달라진 점도 먼저 발견한 거지. 확실한 오염의 시그널이다. 저 여귀검 유저의 퀘스트가 오염된 거야.’
이미 생각의 정리도 마친 상태였다.
진성 자신이 미쉘과 조우해서 오염임을 눈치챘을 때.
분명 ‘주변’에는 유저가 없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저 여자 귀검사 유저가 벨 마이어 공국에서 여왕에게 의뢰를 받으며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다면?
이미 저 유저가 [노스마이어 에피소드]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벨 마이어 공국의 여왕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을 시점 즈음부터 ‘오염’이 발동되었고, ‘먼저 움직여버린’ 진성 자신에게 오염의 신호가 잡혔을 것이라 결론을 내리지 않았나.
‘그래, 틀리지 않았어. 그 이상의 가능성은 없다. 근데 아직도 메인의 등장이 아직도 없다는 것은…….’
더 후반부에 나온다는 뜻이다.
던전 지역:노스마이어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최후반부에 다다라야 한다는 의미다.
진성은 자신의 판단을 믿으며 그들을 좇았다.
유저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개별 던전 ‘피나비의 춤’에서 몇 번째 방을 벌써 헤쳐 나간 것인지.
적어도 이번 던전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순간, 진성의 주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누구죠?”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건만 어느새 진성 자신의 주변에 선 사람.
진성은 자신을 부른 인물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젤리아……. 아젤리아 로트!’
진성을 부른 건 ‘그림 시커’의 수장, 아젤리아 로트였으니까.
어쩌면 그림 시커라는 단체보다 더 중요한 개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