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53)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53화(53/212)
053
진성은 가볍게 숨을 토해내며 <로터스의 가시 촉수>를 꺼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몬스터를 모를 리 없었다.
‘멜트 나이트 그리고 디볼.’
디레지에의 영향으로 인해 육신이 녹아내린 기사, 멜트 나이트.
검으로 지면을 내리찍어 발생시키는 충격파는 분명 위협적이다.
휩쓸리게 된다면 충격으로 인해 쓰러지는 판정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
거너 등 원거리로 공격하는 직업군이라면 거뜬하게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운 건 아니었다.
“우우우……!”
아직 진성과 제법 거리가 있음에도 멜트 나이트는 부우우웅, 소리가 울릴 정도로 검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발생한 검풍과 같은 충격파가 진성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백스텝>.”
진성은 가볍게 뒤로 몸을 날리며 비틀었다.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검풍의 서늘한 바람이 느껴졌다.
‘과연…… 이런 수준인가. 오히려 이런 게 문제겠어.’
자신의 스킬을 사용해 상쇄시키는 방향을 굳이 택하지 않은 이유라면 물론 있었다.
이곳에 멜트 나이트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
“끼히히힛!”
“꺄아, 꺄아아아-!”
작은 악마 그 자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디볼이 있다.
크기는 기껏해야 진성의 정강이 수준밖에 오지 않는 작은 개체지만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게임이었으면 차라리 나았겠는데-.’
어둡고 황폐한 레쉬폰, 무너져내린 건물의 잔해가 곳곳에 있는 이곳에서, 디볼은 자신의 몸을 은, 엄폐까지 하며 진성을 향해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위치 확인을 잘해야 한다. 근접하면 암흑 상태 이상에 걸리는 가스를 내뿜으니까. 하지만 떨어지면 역시-.’
진성은 <로터스의 가시 촉수>를 쥔 채 그대로 허공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했다.
크기 자체는 진성의 정강이까지밖에 오지 않지만 그 도약력은 어떠한지.
“끼히히힛!”
“그럴 줄 알았다고!”
사람의 키만큼 뛰어오르는 공격, 심지어 그것에 피격되면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도 않은 채 지속 대미지를 가하기까지.
파아아악, 진성은 도약해 쇄도하는 디볼 한 마리를 쳐냈다.
손아귀가 지잉, 하고 울리는 것을 다시금 느꼈을 때 진성은 확신할 수 있었다.
‘레벨 차가 너무 많이 나.’
멜트 나이트의 공격을 상쇄하지 않은 이유이자, 디볼에게 곧장 반격을 가하지 않고 견제만 한 이유!
그것은 바로 몬스터의 레벨과 진성 자신의 레벨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으니까.
‘지금도 렙제 50은 될 거야. 나랑 깡레벨 차이만으로 열다섯 개 이상이다.’
일개 ‘잡몹’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어떤 의미로는 맨몸의 진성 자신보다 높다고 인정해줄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진성이 비교적 여유 있게 분석을 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역시 하나밖에 없었다.
‘으으, 그나마 예전처럼 70, 80 수준이 아닌 걸 고맙게 여길-.’
“우우우……!”
“끼히히!”
어느새 진성의 근처까지 다가온 멜트 나이트가 검을 내리찍으려는 동작을 취했다.
디볼들 또한 도약할 것처럼 다리에 울끈불끈 힘을 주는 순간.
“-리가 있겠냐고!”
진성은 소리쳤다.
──────, ──────!
두 번의 바람이 불었다.
그와 동시에 디볼들은 도약했고, 멜트 나이트의 검은 지면을 내리찍었다.
“꺄아아앗-!”
“우웃!”
쿵, 하며 발생한 충격파는 허공에 떠오른 디볼들마저 움찔거리게 만들 정도의 위력이 있었으나, 디볼들이 당황한 건 그 문제만이 아니었다.
“끼힛?”
“끼이? 끼익?”
분명 그들이 도약하여 붙잡으려 했던 대상, 진성의 모습이 이미 온데간데없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들은 갑작스레 목표를 놓치고 당황했다.
그런 그들보다 ‘한참이나’ 떨어진 뒤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휴우우…….”
“우우……?”
“끼잇?”
그 소리를 들은 몬스터들은 모두 뒤를 돌아보았다.
<로터스의 가시 촉수>를 꼬나쥔 진성의 입에는 이미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티 마르피사 세트가 <맹룡단공참>이랑 <차지 크래쉬>를 올려줬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단 말이지?”
진성은 중얼거렸다.
다크나이트는 남자 귀검사와 같으면서도 다른 캐릭터다.
일부 스킬에 대해서는 ‘이름만 바뀐 채’ 그 성능이 유사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과거 로터스의 공격을 ‘짤무적’으로 막아냈던 다크나이트의 <홉 스매쉬>는 남자 귀검사의 <붕산격>과 같은 것처럼.
따라서 진성은 생각해낸 것이다.
“근데 다크나이트도 남귀검사이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스킬은 있고…… 그렇다면 아티 마르피사 세트를 입었을 때 나한테는 어떻게 적용되느냐.”
분명 자신에게도 먹힐 것이라고.
그것도 아주 뛰어난 효과를 낼 것이라고.
그렇게 가 올려주는 <다크 슬래쉬>의 스킬 증가를 포기하며 획득한 아이템의 세트 효과는 진성에게 적용되었다.
<아티 마르피사 세트>
-5세트 효과
공격속도 +2%
다크나이트
:다크 크래셔 스킬 Lv +1
:래피드 무브 스킬 Lv +1
공중 연속 베기, 에쉔 포크 공격력 20% 증가
그것도 다크나이트 직업에게 있어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게 해주는 이동기 스킬, <래피드 무브>와 <다크 크래셔>의 레벨을 상승시켜주는 형태로.
“끼이이잇-!”
“우우, 우우우……!”
진성을 향해 몬스터들은 다시금 달려오기 시작했다.
멜트 나이트들은 먼 거리에서 검풍을 쏘려는 듯 허우적대었고 디볼 무리는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성을 향해 달려와 도약하려는 순간.
“<래피드 무브>, <다크 크래셔>.”
──────, ──────!
진성은 다시금 스킬을 사용했다.
굳이 콤보로 넣지 않은 채 두 개의 스킬만으로 [이동형 스킬 콤보]를 구성하는 형태로 ‘쿨타임’을 최소화한 상태였으니까.
“끼익?”
“끼잇- 끼잇-.”
디볼 무리는 다시금 시야에서 없어져 버린 진성을 찾으려 노력했으나 몬스터들이 인기척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우우…….”
“우우- 우우우…….”
다크나이트는 기본적으로 ASDFG의 ‘콤보 슬롯’을 사용하지만 그것만이 있는 게 아니다. 여타 직업군의 캐릭터처럼 QWERT의 ‘확장형 슬롯’이 있으며, 이는 굳이 콤보로 운용하지 않아도 되는 스킬이다.
즉, 현재 35가 된 진성이 바로 얼마 전 습득했던 스킬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크 폴>.”
─, ─, ─, ─, ─, ─, ─……!
진성을 중심으로 암속성의 피해를 주는 어둠의 기운들이 땅으로 내리꽂혔다.
무수히 많은 공격 하나하나를, 가뜩이나 속도도 느린 멜트 나이트 따위의 몬스터들이 회피할 수는 없었다.
진성의 육체로 금빛의 광휘가 떨어져내렸다.
“휘유, 역시 35렙제 스킬이 세긴 세? 그치?”
단 한 번의 스킬 일격으로 주변의 멜트 나이트를 몇이나 해치운 것인지.
만족스러운 얼굴의 진성의 뒤에서 타꼬가 혀를 날름거렸다.
“꼬르륵.”
진성은 <쁘띠 로터스(갈퀴)>를 감싸고 있는 조형물을 톡, 건들며 미소 지었다.
새로이 배운 35레벨 스킬은 <다크 폴>하나만이 아니다.
진성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맨몸의 레벨 차이라면 꽤 크겠으나, <패왕의 계약> 덕분에 45레벨제의 아이템을 입고 있는, 심지어 세트 효과까지 적용된 자신을 기준으로 보자면 그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타꼬, 준비됐어?”
“꼬르르륵!”
충분히 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레벨 차이가 나는 만큼 진성에게 있어 압도적인 경험치를 제공할 게 분명했으니까.
“가자, <문어발 갈퀴 공격>.”
슈우우우우욱-!
전방으로 여러 개의 문어발 갈퀴를 내뿜어 후려치는 타꼬의 스킬이 시전되는 사이, 진성은 새로이 배운 35레벨 스킬들을 활용한 콤보를 폭발시켰다.
고통의 마을 레쉬폰, 제6사도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 전이 이후 그저 죽은 자와 죽지 못해 디레지에를 따르는 자, 두 부류밖에 남지 않았던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 * *
펜네스 왕국에서 남자 프리스트 유저의 뒤를 따를 때만 해도 35레벨을 겨우 달성했던 진성이었건만, 이곳에서 멜트 나이트와 디볼 등을 처치함으로써 어느새 레벨은 38에 도달한 상태였다.
‘구울 같은 거 몇 시간씩 잡는 것보다 여기서 잠깐 사냥한 게 훨씬 빠르네. 흐흐, 땡잡았다.’
진성이 즐거워하는 이유는 비단 레벨이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몬스터들을 처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안 맞았어. 노피격, 완전 클리어!’
진성이 뿌듯함을 느끼는 것은 공격 패턴이 더욱 다채로워진 몬스터들의 조합, 근/원거리 모두 상대하기 까다로운 멜트 나이트와 디볼의 조합을 상대하며 ‘단 한 대도’ 맞지 않았기 때문!
‘하늘성에서도, 언더풋 가는 길에서도 한 대씩은 맞았었던 걸 생각하면 역시…….’
레벨 35가 되며 습득한 스킬들을 활용하여 콤보가 더욱 다채로워진 점.
그리고 무엇보다 <아티 마르피사 세트>가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되었다는 점.
‘<다크 크래셔>는 공격까지도 이어지니까. <래피드 무브>로 순식간에 뒤를 잡은 채 <다크 크래셔>를 공격기로 사용하면, 단순 이동기 수준이 아니다. 스킬 두 개만으로 콤보를 구성해서 쿨타임도 6초 전후밖에 안 되고.’
세트 효과로 상승한 스킬 레벨 덕분에 이동기를 그저 이동기로만 쓰지 않고 공격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뭐, 결국 다크나이트 주력기로 잘 쓰는 스킬은 레벨 60 넘어서부터나 배우게 될 테니 그때까진 이렇게 쇼를- 음?’
앞으로의 성장 방향에 대해 생각하던 진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몬스터의 시체였다.
지금까지 보았던 멜트 나이트, 디볼 등과 다른 형태.
땅딸막하고 퉁퉁한 악마와 같은 형상을 진성은 알아보았다.
‘주술사 나잘로. 네임드는 역시 가볍게 처리했군. 그리고 쓰러진 방향으로 보아-.’
네임드 몬스터의 사체로부터 여자 귀검사 유저의 진행 방향을 확인한 후 진성은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끼에에에에엑, 음식들이! 음식들이…….”
그리고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서부터 들려오는 괴성이 있었다.
그것이 ‘흉터’가 사망하며 내는 단말마라는 건 뻔한 일이었다.
주술사 나잘로, 흉터.
이후 탐욕의 둠페리온, 구속의 공작 유리스까지.
이제 네임드 몬스터는 다 처리했다고 해야 할까.
진성의 시야에도 네 사람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자 귀검사 유저와 루이제, 미쉘 그리고 아젤리아 로트.
나아가는 네 사람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그것은 진성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 독기는…….”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의-.”
이제 그 색채마저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검보랏빛 기운이 맹렬한 기세로 공간을 장악해가기 시작했다.
가스와는 또 다른, 기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그러나 눈에는 명백하게 보이는 기운이 누구의 것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왔구나. 힐더의 꼭두각시 놈들아…….”
검보랏빛 기운을 끝없이 내뿜으며, 그보다 더 낮게 내리깔리는 목소리를 내는 존재.
그 육신은 마치 경주견犬의 그것과 같으나 대형견보다도 훨씬 큰 덩치를 지닌 채, 비정상적인 균형의 큰 아가리를 보이며 조용히 걸어오는 야수.
<창신세기>에 새겨진 그의 표현은 ‘더러운 피를 흘리는 자’.
“디레지에…….”
제6사도,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
아젤리아는 완드를 양손으로 잡으며 바짝 긴장했다.
미쉘 또한 마른침을 삼켜야만 했다.
“이 자가……사도 디레지에?”
짐승형의 모습 때문이 아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위협을 느낄 정도의 힘과 그러한 힘을 손쉽게 발휘할 수 있다는 흉포함을 미쉘도 알 수 있었다.
디레지에의 앞에서 그나마 당당한 건 루이제였다.
“잘도…… 뒷골목을……!”
디레지에가 전이된 영향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변이되었을 뿐 아니라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살덩어리가 된 그녀의 동료들.
루이제는 그 분노를 고스란히 쏟아내고자 했으나 디레지에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재미있는 말을 지껄이는군.”
디레지에의 목소리는 폐부를 찔러 들어왔다.
또한 이성을 찔러 들어왔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죽어버린 것을 어째서 날 원망하는 거지?”
디레지에가 무엇을 했는가.
다른 지역으로 움직일 수 있었음에도 그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특정한 대상을 일부러 감염시키려 들지도 않았다.
그는 오직 이곳, 레쉬폰에 얌전히 있었을 뿐이다.
그것을 이곳의 모두는 알고 있다.
따라서 디레지에는 말할 수 있는 것이었다.
“네놈들의 나약함을 나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어리석은 자들아.”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그것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판별하는지.
언젠가 사도 로터스가 했던 말과도 궤를 같이하는 발언에, 잠시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