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58)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58화(58/212)
058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아바타를 입으면 외형이 바뀐다.
자신만의 조합으로 특별한 외형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네오플에서 판매하는 조합을 그대로 구입하여 멋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에 출시된 아바타 세트와 여타 유저가 추천한 아바타 조합, 그리고 향후 판매가 예고된 아바타 세트, 세 가지 모두 유저의 마음에 든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 개의 아바타 세트를 모두 사면야 되겠으나, 아바타는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아바타에 장착하는 <엠블렘>으로 인한 추가 능력의 상승을 꾀해야만 하는데, 해당 <엠블렘>은 한 번 아바타에 삽입하고 나면 빼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매 아바타마다 구입하자니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는 안 하지. 아마 순수 그 인간도 저렇게는 안 할 거야.’
따라서 게임 던전앤파이터에는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클론Clone 레어 아바타다.
말 그대로 다른 아바타의 모습을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의 아바타.
<클론 레어 아바타>에 가장 효율이 좋은 엠블렘들을 삽입하여 장착하기만 한다면.
‘룩은 말 그대로 다른 아바타의 것을 복사해주니까. 다른 이쁜 룩을 가진 것으로 조합해서 쓸 수 있다. 멋은 멋대로 챙기면서도 기능은 클레압의 엠블렘과 세트 효과로 야무지게 챙길 수 있는 방법이지.’
위와 같은 기능 덕분에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른 유저라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목 중 하나가 바로 <클론 레어 아바타 세트>인 것!
샤라락, 진성은 NPC 달비에게서 건네받은 카탈로그를 살피는 중이었다.
그곳에는 유저들이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아바타들의 목록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모니터로 페이지 다운 눌러가면서 보다가, 이렇게 진짜 종이 카탈로그로 보는 느낌이 뭔가 신선하네. 흐흐, 이것도 빙의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인가.’
마치 고급 패션 잡지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일반적인 잡지와 달리 진성이 보는 모든 페이지가 전부 남자 귀검사라는 게 차이일 뿐이다.
‘으음…… 옵션이…… 아냐, 아냐.’
다크나이트는 ‘가장 완벽한 귀검사’라는 표현처럼 남자 귀검사 직업군과 아이템을 공유한다.
즉, 직업별로 나눠진 <클론 레어 아바타>에서 다크나이트인 진성이 구입해야 할 종류는 남자 귀검사의 것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진성은 남자 귀검사들이 착용할 수 있는 ‘클레압’을 살피는 중이었으나 몇 페이지씩 계속 넘길 수밖에 없었다.
‘쩝, 역시 다크나이트는 유저가 적어서 그런가. 매물이 잘 안 보이네.‘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아바타는 각 부위별로 상승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그것을 아바타를 구입하는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레어 아바타>들의 경우 상, 하의에서는 ‘스킬 레벨 증가’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다크나이트인 진성 자신에게 해당하는 옵션의 상품이 없는 상황.
남자 귀검사와 <클론 레어 아바타>를 공유하는 다크나이트의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이런 것이었다.
매물을 공유하더라도 더 유저 수가 많고 인기 좋은 직업군을 위한 ‘스킬 및 엠블렘 세팅’을 마친 아바타 위주로 공급이 이루어진다는 점!
결국 진성의 육신인 다크나이트에 적용되지 않는 불필요한 옵션으로 설정된 물건만 즐비하니, 실질적으로 유효한 매물은 찾기가 힘든 셈이다.
샤락, 샤락, 샤락…….
‘이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이거…… 오, 선택 옵션으로 <차원일치>, 플엠으로 <어둠의 소검 마스터리>? 하의는-. 오케이, 하의도 <어둠의 소검 마스터리> 옵션에 플엠작까지 되어있다.’
그러다 마침내 찾았다.
다크나이트 유저 중 가장 많은 분포를 지닌 옵션 세팅.
아바타의 선택 조건은 물론, 삽입할 수 있는 엠블렘 중 스킬 강화에 해당하는 ‘플레티넘 엠블렘’마저도 가장 인기있는 옵션으로 완성된 물건.
‘나머지 찬작도 나쁘지 않아. 아니, 이 정도면 좋다. 훌륭해!’
힘, 지능 등의 스탯이나 공격 속도, 캐스트 속도 등을 상승시켜주는 ‘찬란한 엠블렘’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이 완료되어 있는 물건!
몇 페이지를 더 넘겨보아도 그 이상의 물건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진성은 결정했다.
‘흐흐, 좋았어. 아직 <차원일치> 스킬은 못 배웠지만 언젠가 쓸모가 있을 거고. 옵션 자체는 다크나이트에 딱 어울리는……데.’
가격이 어울리지 않는다.
고급 패션 잡지에서 물건을 고르는 느낌으로 선택한 <클론 레어 아바타 세트>.
전체 8부위 아바타와 각종 엠블렘 작업까지 되어 있다지만, 그 가격 또한 ‘고급 패션 잡지’나 마찬가지였다.
“180,000,000골드?”
1억 8천만 골드.
황금굴에서 타꼬와 함께 열심히 챙겼던 금덩어리들.
샤란에게 가치 감정을 받아 골드로 환산한 그것들을 더한 진성의 전 재산은 약 2억 8천만 골드.
‘……황금굴 한 번 더 가야겠네.’
그 중 절반 이상이 아이템 한 세트에 날아가는 것을 보며 진성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어야 했다.
* * *
샤란은 진성과 마주치자마자 움찔거렸다.
“뭔가…… 뭔가가…….”
“변하긴 변한 것 같은데 잘 모르시겠죠?”
“새로운 장비를 착용했고 그 여파라는 건 알겠지만 정확히 뭔지는……. 그렇군요. 마법사 길드장인 저조차도 모르겠어요.”
<클론 레어 아바타>를 착용한 진성이 강해졌다는 것은 깨달았으나 외형적으로는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NPC에게 보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진성 자신조차도 거울로 비춰본 모습은 전과 다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외형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여타 아바타의 외형을 복제하는 기능이건만 정작 복제할 외형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그나저나 힐스 씨의…… 그 알 수 없는 곳으로 입장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진성 씨가 바라는 건 그거 하나뿐?”
“음? 아뇨, 아뇨, 그럴 리 없죠. 실제로 돈은 결국 제 사비로 냈는데. 샤란 님께는 앞으로도 부탁드릴 게 많아요.”
“으음, 혹시 어떤……? 나도 대비를 좀 해야-.”
“아벨로 님과는 아는 사이시죠?”
“그렇죠. 메이아 여왕님의 사촌이기도 하고.”
샤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NPC 아벨로, 흑요정.
게임 던전앤파이터에 존재하는 ‘전문직업’인 연금술사, 마법부여가, 인형사, 해체가에 대한 교육 및 해당 전문직업과 관련된 아이템 판매 또한 해체/마법부여에 필요한 튜닝, 합성, 업그레이드를 담당.
“좋아, 좋아…… 그리고 키리 님. 키리 더 레이디 님이 샤란 님의 제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렇죠. 최근에는 배우러 많이 안 나오시지만.”
NPC 키리 더 레이디, 통칭 ‘키리’, 천계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웨스트코스트에 있는 그녀는 그 어떤 NPC보다도 유저들의 원성을 많이 샀다.
‘강화와 증폭, 재련을 담당하니까.’
어느 게임이든 장비의 능력을 상승시키는 시스템을 다루는 NPC가 원망의 대상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진성은 우선 샤란에게 그 정도만 확인하며 텔레포트 포션을 챙길 뿐이었다.
그런 진성을 보며 샤란의 커다란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렸다.
“저기? 진성 씨? 그건 왜 물어요?”
“아뇨, 일단은…… 일단 그걸 알았으면 됐습니다.”
“응? 알아서 어떻게 하려고? 그 두 분에게-.”
“저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어서. 아참, 이제 펜네스 왕국에서 공국의 사람들이 돌아다녀도 상관은 없는 거죠?”
“그……거야, 그렇죠. 사실상의 동맹 체결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물며 진성 씨는 우리 마법사 길드의-. 아니, 아니, 말 돌리지 말고! 잠깐만, 아까 그거 왜 물어본 건데요? 불안하게!”
샤란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진성에게 물었다.
그러나 진성은 알고 있었다.
샤란 정도의 두뇌 회전이 되는 자가 진성 자신의 질문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했을 리 없다는 것.
따라서 진성은 그저 웃었다.
적어도 샤란에게 있어서는 악마의 미소라고 보이는, 바로 그 웃음이었다.
“설마…… 진성 씨. 아니죠? 잠깐만. 특히 키리 님이- 재능이 별로 없어서 애매하게 가르치다 말았단 말이에요! 내가 가서 얘기를 하기에는, 특히 지금 진성 씨가 생각하는 그런 종류의 부탁은 하기가 쉽지 않은데?!”
당연히 샤란은 이해한 상태였다.
진성이 어째서 아벨로와 키리, 특히 키리를 강조했는지.
웨스트코스트에서 유일하게 강화/증폭용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자, 키리가 마법사 길드장의 한때나마 제자였다면.
지금 진성은 마법사 길드장인 샤란 자신에게 어떤 요구를 하려는 것인가!
“쉽지 않으니까 말씀드리는 거죠. 쉬운 일이면 제가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샤란 님도 미리 언질을 좀 해줘야 밑작업을 하실 수 있다고 말씀하셨으면서.”
“밑작업? 무슨 밑작업?!”
“으흐흐, 아시면서.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펜네스 왕국 좀 다녀올게요.”
진성은 샤란의 말을 끊으며 텔레포트 포션의 뚜껑을 땄다.
그러곤 그것을 들이키기 직전,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참, 키리 님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천계 이야기 슬쩍 해보세요. 아마 조만간 천계에서 마가타를 타고 이쪽으로 떨어질 사람이 있을 거거든요?”
그것은 앞으로의 이야기였다.
향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흐름이자, 다음 에피소드의 시작이 되는 파트를 진성은 툭 던지듯 내뱉은 셈이었으니.
샤란의 눈동자가 한층 커졌다.
“네? 응? 뭐예요? 지금 ‘능력’ 이야기를 그렇게 스쳐지나가듯 하는 거예요?”
역시 진성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어렴풋하게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흑요정들의 국가에 전염병이 퍼질 것이다, 같은 ‘미래 예지’, 하물며 지금까지도 이어지지 않고 있던 천계와의 교류.
그 시작이 될 만한 지점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고?
“그런 셈이죠.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이템도 얼른 좀 사용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래봐야 당장은 못 쓰지만.”
“자, 잠깐만, 진성 씨-.”
─────────────!
진성은 텔레포트 포션을 삼키며 사라졌다.
샤란은 한숨만을 푸욱, 내쉬어야 했다.
“장비 강화기나 장비 증폭기를 무료로 쓰게 해주려나……적어도 재료값을 깎아주게끔은 만들어놔야 할 텐데. 그나저나 천계의 비행선이 추락할 거라니, 공국은 물론 제국의 사람도 까무러칠 이야기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진성이 앞으로 부탁할 이야기.
그리고 진성의 ‘미래 예지’처럼 앞으로 흘러갈 이야기.
그 모든 것을 골똘히 생각하던 샤란은 다시금 한숨만을 내쉬었다.
“일단은 눈앞의 일부터 해놔야겠지. 어쩌다 저런 사람이랑 엮여가지고는……. 아니, 내가 데려온 거긴 하지만, 어휴.”
샤란은 투덜거리긴 했으나 그녀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한들 마법사 길드장인 자신을 마구잡이로 부려먹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앞에 진성이 맡긴 <검은 질병의 흑랑> 장비 세트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으니까.
마법사 길드장의 자리에 있으며 수많은 일을 겪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몇 개월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겪은 사건들이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하다는 것도 결코 과장은 아닐 터.
슈우우우우…….
그녀의 손끝으로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봉인된 물건도 아닌 것 같은데 특이하네. 디레지에의 기운이 분명 묻어 있지만, 아직 그 효능은 발휘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에너지를 이끌어내어 제 성능을 내게끔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려나.”
사도의 기운은 과연 다스릴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가능하다면 이것 외에 또 다른 사도들의 힘을 쓸 수 있을까?
“사도들의 힘이라…… 아라드의 생명체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 사도들의 기운을 활용하려면 결국 그 기운의 주인, 사도의 의지에 따라 바뀔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할 텐데.”
슈우우우우우-.
샤란의 손끝에 모여든 마력의 힘은 차츰 강해졌다.
진성이 가져온 아이템의 결과에 따라 향후 아라드에 어떤 영향까지 미칠 수 있을지.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강력한 사도들의 기운을, 그 기운의 주인인 사도의 의지와 관계없이 다스릴 수 있을지.
샤란은 고민했으나 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다.
“……진성…… 참 신기한 사람이란 말이야. 이런 걸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해왔는지……. 후훗, 이걸 또 어떻게 다루려는지.”
이 물건을 가져온 자가 누구이고, 그가 지금까지 어떤 놀라운 일들을 해왔는지, 어떤 의미로 이곳, 아라드에서 가장 잘 아는 자가 바로 마법사 길드장, 샤란 본인이었으니까.
즉, 진성의 힘과 능력을 그 누구보다도 믿고 있었으니까.
───────────……!!!
그렇기에 그녀는 이렇게 <검은 질병의 흑랑> 장비 세트에 마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다.
뿜어져 나온 마력이 다섯 개의 아이템을 휘감아 돌았다.
그러한 반응을 잠시 관찰하던 샤란의 눈동자가 불현듯 커졌다.
“마력이 빨려 들어갔- 아!?”
그녀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러곤 곧장 문을 열고 소리쳤다.
“지, 진성 씨를 호출해요! 빨리! 당장 돌아오라고 전하세요!”
하늘성에서조차 함부로 물러서지 않았던 마법사 길드장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일임은 분명했다.
지금 마법사 길드에 놓인 <검은 질병의 흑랑> 아이템 세트는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장비 생김새와 달랐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무엇보다 장비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검은 기운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불길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이 아이템은 진성이 디레지에와의 거래를 통해 얻은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판금 장비, 진성이 과거 사용했던 일반 장비에 디레지에의 기운을 묻혀서 가공한, ‘게임 시스템’과는 완전히 별개의 방법으로 생성된 것이다.
따라서 그 효과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방식의 결과이며, NPC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사건이라고 해야 할까.
그때, 장비로부터 소리가 울렸다.
단순한 잡음 따위가 아니었다.
[클클클…….]<검은 질병의 흑랑>의 웃음이 음울하게 퍼져 나오는 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