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60)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60화(60/212)
060
부족 연맹 ‘반투’는 공국의 국경까지 내려오더니, 심지어 국경을 일부 넘어오는 등의 행위를 한다.
벨 마이어 공국 입장에선 대단히 위협이 되는 행동이지만, 그것을 전면적인 침공이라 규정할 수 없었다.
그랬다간 공국과 반투족간의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는 의미이므로 대대적인 대응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펜네스 왕국과의 긴장으로 인한 병력 이동, 노스마이어의 전염병 사태 등으로 공국의 군 병력은 좌충우돌 고생 끝에 아직 제대로 된 재정비조차 끝내지 못했기 때문.
하물며 폐쇄적인데다 외부 세력과의 접촉을 꺼리는 유목 민족들은 공식 사절을 보내도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공국이 개별적으로 나서 조사를 하려 해도 반투족의 영역 내에 요인들을 파견할 수 없고, 애당초 들여보내질 않으므로 반투족이 움직이는 이유조차 조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벨 마이어 공국의 여왕님이 모험가에게 부탁하는 거지. 엄밀히 따지면 공국 소속도, 제국 소속도 아닌 모험가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조사해달라면서……. 결국 해결까지 유저가 하게 되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흐름, 반투족이 있는 만년 설산의 ‘던전 지역:스톰패스’를 진행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전제 조건이 바로 반투족의 공국 경계로의 이동이 아닌가.
그런데 그러한 이동 자체가 없다고?
반투족이 아직도 공국의 경계 근처로 내려오질 않았다고?
‘인게임에서는 곧장 연결되는 스토리야. 뭐, 현실이라 다소간의 시간 흐름이 필요하다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상하다.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실제로는 몇 날 며칠이 걸릴지 모른다.
말 그대로 현실을 기준으로 하자면 몇 개월 단위, 몇 년 단위가 걸릴 법한 일도 있다.
그런 일조차 진성 자신이 개입하여 진행할 때에는 순식간에 진행이 된 바가 몇 번이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반투족 관련 사건도 완전히 현실의 시간 흐름에 대입되는 조건은 필요가 없을 터, 결국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차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셈이었다.
‘황금굴이나 다시 들르려 했는데, 쩝, 그게 문제가 아니군.’
진성은 [인벤토리]에 <검은 질병의 흑랑> 세트를 마저 챙겼다.
샤란은 사뭇 진지해진 진성을 보며 걱정의 눈초리를 던졌다.
“괜찮은 거예요? 진성 씨의 능력이 이번에는 제대로 작용하지 않게 된다면-.”
“아뇨, 일어날 겁니다. 다만…… 조금 다를 뿐이지만. 어쨌든 샤란 님께서는 걱정 마세요. 이거, 조금 전 가져온 금덩이들인데 다시 감정 좀 해주시고요.”
“으, 응? 언제- 아니, 설마 조금 전 그 시간에 금을 이만큼 챙겼다고?”
“잘 부탁드립니다! 가볼게요!”
샤란은 금덩이들과 진성을 번갈아 보았으나 진성은 더 이상 샤란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마법사 길드 밖으로 향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진성은 곧장 메가폰을 들고 말했다.
(Ch. 1)진성 : 순수찍기님, 순수라수라님 계신가요? 또는 순수님의 길드원 분들 계시면 확인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방어구라면 아직 <아티 마르피사> 세트가 유효하게 작동할 터, 진성이 구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무기. <로터스의 가시 촉수>보다 더 강한 무기가 필요하다.’
진성의 레벨은 40.
그러나 던전 지역:스톰 패스의 던전들은 최소 레벨이 50부터 시작이다.
‘아니, 애당초 그 던전들을 갈 수 없을 거야. 반투족이 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 어쩌면 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진성이 생각하는 문제 그대로라면, 이번에는 던전의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나가는 게 아니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만약 이번 일이 오염이라면, 어디에, 어떤 식으로 오염이 발생하여 작용하고 있는지 진성은 이미 어렴풋하게 깨달았으니까.
‘반투족이 움직이게 된 원인……만약 그 원인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내가 거기까지 가야 하는 거라면-.’
만년 설산의 가장 험한 봉우리 근처까지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적어도 레벨 55 이상의 구역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염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하여 원래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으로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
‘-그 아이템도…… 충분히 준비해야 할 거야.’
따라서 만년 설산 지역으로 떠나기 전 진성에게는 두 개의 아이템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런 진성을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점.
“저욬ㅋㅋ 어디세요?? 칸나 앞? ㅇㅋㅇㅋ”
접선 장소에 대한 귓속말을 나누자마자 순수는 진성을 찾아왔다.
그리고 진성은 침음을 흘려야 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 몇십 미터 밖에서부터 보일 법한 외형이 진성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진성님! 븜하븜하!”
<8비트 가면>과 <눈사람 바디> 아바타를 장착한 여자 마법사.
‘직업은 엘리멘탈 마스터인가. 하아……. 나도 저 아바타 세트를 입혀놓은 캐릭터가 있지만, 실물로 보니 뭔가, 뭔가-.’
순수의 ‘순수’가 어떠한지 다시 한번 깨닫는 진성이었다.
* * *
순수는 싱글벙글 미소를 머금은 채 모니터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캐릭터도……광부 캐릭터인가보네요.] [ㅋㅋㅋㅋ네 올 ㅋㅋ 눈치 빠르신데~] [옷이……아바타 외형을 보니까 그럴 것 같아서요.]“푸훕.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적응하셨네, 우리 어르신.”
진성의 반응은 언제봐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 유저들이라면, 특히 완전 새로 시작한 게이머가 아니라면 너무나 익숙하고 유명한 아바타라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외형이 아닌가.
순수 자신이 상상하는 어르신들의 반응을 진성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으니 그녀로서는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진성이 보기에는 <8비트 가면 아바타>를 뒤집어쓴 엘리멘탈 마스터가 깔깔거리는 표정으로 바뀌고 있는 기괴한 모습이기에 당황한 것이었으나, 순수가 그것까지 알 리는 없으니까.
[ㅋㅋㅋ븝딱이한테 딱이죸ㅋㅋㅋ] [븝딱…….] [ㅎㅎ 아세요? 븜미보다 좋은 건 더 븜 미!] [아, 네.]게임과 관련된 외부 커뮤니티는 물론 게임 내에서도 사용되는 일종의 밈Meme.
여자 마법사 캐릭터와 관련된, 한때는 비속어였으나 이제는 애칭처럼 사용되는 용어를 남발하며 순수는 키득거렸다.
“으히히힛, 진짜 반응 봐! 미치겠네, 왜 이렇게 어르신의 반응이 귀엽다고 느껴지지? 실제로 이런 말 하면 버릇없다 소리 듣겠지만.”
순수는 재빨리 진성의 [캐릭터 정보]를 여는 동시에 채팅을 쳤다.
[머 하시려고요? ㅋㅋ 경매장은 사람의 온기가 없으니 오늘도 제가 사서 드림? ㅋㅋㅋ] [그렇게 부탁드려도 될까요?]진성이 ‘사람의 온기’라는 표현을 한 적은 없다.
이미 순수의 머릿속에서 그런 식으로 인지가 되고 있을 뿐.
[ㅇㅋㅇㅋ 근데 제가 경매장에서 사드리면]엔터를 탁, 치고 난 순수의 손이 멈췄다.
‘사람의 온기가 있나요’라고 물어보려던 후속 채팅이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게 뭐야? <아티 마르피사> 세트?’
방어구 다섯 부위에 모두 <아티 마르피사>를 장착한 진성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순수로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경매장에서 파는……정도가 아니라. 이게 아직 어디서 나오긴 하나? 이제 못 구하는 템 아닌가?’
게임 내 [백과사전]에 재빨리 검색해보아도 결과물은 없었다.
동그란 안경 속 순수의 눈동자가 재빨리 굴렀다.
[순수님?] [아티 마르피사는 어디서 구하셨음? 드랍 안대지안나]진성의 질문에 그녀는 되레 물어보았다.
역시나 그녀의 모니터로는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게 보이지 않으므로 진성에게는 다행이었다.
[아……예전에 던파 했다던 지인에게서 샀습니다. 제 레벨대에 쓰기 좋은 거라고 해서.]진성이 기껏 생각해 낸 변명은 이것이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라 할 수 있겠으나 순수에게는 아니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처음으로 시작해본, 나이가 많은 어르신.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새로운 취미 생활로 게임을 시작한 사람.
‘아~ 아아! 그럴 수 있겠구나!? 푸핫, 그렇네. 어르신네 회사의 MZ 사원들한테 살 수는 있었겠네! 예전에 던파 접은 부하직원이 상사인 어르신한테 잘 보이려고 막- 키히히힛.’
이미 진성의 인식이 저렇게 고정된 이상, 진성의 답변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자체적으로’ 추가 해석이 되어버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혼자 오해하고 혼자 해결해버린 순수는 순식간에 타이핑을 이어 나갔다.
[ㅋㅋㅋㅋ 그래서 오늘은 머사드려요?] [무기를 바꾸려고 하는데요. 혹시 렙제50까지도 괜찮으니 유니크 무기 좀 봐주시겠어요? 소검이나 광검 중에서 바꾸고 싶은데.] [무기 ㅇㅋㅇㅋ 일단 봄 ㄱㄷ]순수는 타자를 치는 속도만큼이나 눈도 빨랐다.
동그란 안경을 스윽, 치켜올리자마자 탐색을 마친 순수는 말했다.
[렙제50 흑광검 카이너스 잇음 ㅋㅋ] [근데 이거] [스킨용으로 쓰이기도 해서] [비쌈요 매물 하나 밀봉 남은 횟수도 업음]<흑광검 카이너스>, 필요 레벨 50이므로 <패왕의 계약>에 의해 레벨40의 진성이 착용할 수 있는 유니크 광검.
<라이너스의 강철 거푸집> 등을 활용해 무기 형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아이템.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아이템은 대부분 교환불가 상태이지만, 특별히 ‘밀랍초’를 활용하여 ‘밀봉’상태로 되돌림으로써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다만, 그러한 경우라도 밀봉의 횟수는 제한되어 있는데, 현재 순수가 확인한 아이템의 남은 밀봉 횟수가 0회라는 말은 결국 진성이 이번에 구입하여 사용하게 되면 다시 되팔 수는 없다는 의미다.
‘사시려나? 그래도 사시려나? ‘던린이’는 사실 아직 안 바꿔도 될 텐데. 당분간 로터스로 밀어도 되는데 굳이 사려고 한다면…….’
그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진성의 답변을 기다렸다.
진성은 물었다.
[얼만데요?] [888만골드임 ㅋㅋ 근데 지금 이거 필요없을듯] [렙업 더 하고 어차피 나중에]순수는 그에게 조언하려 했으나 진성은 그 말을 끊으며 답했다.
[사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는 게 중요하니까. 돈은 있습니다. 사주시겠어요?]그 또한 순수에게는 ‘물개 박수’를 치게 만드는 말이었다.
[엌ㅋㅋㅋ 역시]‘역시 돈린이야! 던린이는 안사지만! 돈린이는 산다! 파워지갑전사! 이게 바로 어른이다, 이 자식들아! 이런 거겠지? 푸히힛! 클레압 산 것도 그렇고.’
돈 많은 어르신들이 게임을 즐기는 법.
가성비를 따지기보다는 재력을 최대한 활용해 압도적인 강함을 추구하는 방향까지!
레벨 40이 벌써부터 쓸 필요도 없는, 엠블렘 작업까지 전부 끝난 <클론 레어 아바타>를 입고 있는 모습 또한 그녀에게는 우스울 정도가 아닌가.
[역시?] [ㅈㅅㅈㅅ ㅋㅋ]혹시나 순수 자신의 생각을 진성이 눈치챌까, 그녀는 재빨리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물론 진성은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 정신 나간 사람이 또 무슨 생각을 하길래 역시라는 말을 할까’ 정도의 의문만을 가졌을 뿐.
무엇보다 그 성격이 어떻든 순수의 존재는 진성에게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 아닌가.
[순수님, 그리고 하나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구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데.] [넼ㅋㅋㅋ 말씀하셈 ㅋㅋ]진성이 구하고 싶은 또 다른 아이템, 무기 외에 이번 일을 위해 필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필수불가결의 존재라 할 수 있으리라.
순수는 진성이 구해달라는 또 다른 아이템의 명칭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기하네. 이런 아이템은 왜 찾으시는 거지? 클레압도 사고…… 지난번 로터스 형상 판 것보다 골드가 많은 것 보니 아마 세라샵에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파신 것 같은데- 아니지, 경매장을 쓰기 싫다고 하신 분이 세라샵에서 뭘 산다고 한들 골드화 시킬 수 있나?”
진성이 ‘돈 많은 던전앤파이터 초보’, 즉 ‘돈린이’라는 인식이 있음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타닥, 타닥, 타닥, 의문을 가지면서도 그녀의 긴 손가락은 빠르게 키보드 위에서 움직였다.
[오 잇음 ㅋㅋ 가끔 없을 때도 있던데 ㅋㅋ 몇개 사드림?]진성이 원하는 아이템은 다행히 경매장에 등록이 되어있는 상태.
순수는 물었다.
진성은 답했다.
[후우…… 그러면 한 100개 정도 있으면 좋겠는데요.]그리고 그 답변 또한 순수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말이었다.
‘이게 100개씩이나 필요하다고? 혐사용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궁금한 건 못참는 순수는 결국 물어봤으나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ㄹㅇ? 이게 100개나 필요해요? 뭐하시길래?] [그냥……개인적인 용도입니다. 수량 맞으면 구매 부탁드립니다.] [다 털면 78개쯤 대는데 이걸로 ㄱㅊ?] [네, 합산 금액 알려주세요.]굳이 888만 골드를 지불하고 <흑광검 라이너스>를 사는 행동만이 아니다.
별 쓸모 없는 아이템을 78개 전부 구입하겠다는 의지.
거기에 더하여, 조금 전까지는 그냥 웃어 넘겨버렸던 <아티 마르피사> 세트까지.
그녀는 곧장 길드 채팅으로 변경하며 질문했다.
진성이 조금 전 구입했던 아이템을 혹여 자신이 모르는 장소에서 사용할 가능성을 찾기 위해.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뻔했다.
지금의 던전앤파이터에서는 사재기의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다.
하물며 그 어떤 던전이라 해도 이제는 쓰임새가 없는 물건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라면 잔뼈가 굵은 순수의 길드원들 모두 용처와 용법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한 시점에서.
진성은 순수에게 인사를 건네며 몸을 돌렸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언제든 연락 주세요.]순수도 그에게 답했다.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이 어르신……도대체 뭘 하려고…….’
그리고 언제나 인터넷 채팅처럼 타이핑을 하던 순수가 사실상 처음으로 제대로 된 문장으로 답한 것을, 진성 또한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