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64)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64화(6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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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의 시선은 노을진 하늘에서 날뛰는 냉룡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흑구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크크, 알 것 같군. 날아오른 냉룡에, 조금 전 사용했던 광룡의 외침이라. 과거 마계에서 도망쳤던 바칼…… 놈이 만들어 낸 권속들인가.]“음? 알고 있네? 역시. 디레지에가 아니라곤 하지만 디레지에와 같기도 하기 때문이구나. 대단한데.”
긴장한 가운데에서도 진성은 삐쳤던 흑구를 풀어주기 위해 칭찬하듯 말했다.
흑구는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이라는 족속이 모두 바칼 녀석의 핏줄이자 새끼라는 건 마계의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지. 클클클, 그래, 도망쳐서 만든 게 고작 광룡이고, 벌써 인간들에게 제압당했나 보군.]“뭐……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조금 다른데. 큰 틀에서는 틀리지 않았어.”
진성은 잠시 생각하다 말을 얼버무렸다.
설명하기에는 길지만 어쨌든 디레지에의 추측은 정답과 엇비슷했기 때문.
진성이 가져왔던 <광룡의 외침>,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미 세상에 없다.
‘설정상으론 광룡 히스마는 이미 몇 백년 전에 카잔과 오즈마에 의해 토벌된 상태지. 그 외침은 작은 상자에 쪼개어져 봉인되었고.’
구舊 제9사도, 폭룡왕 바칼.
모든 용족의 왕이자 아버지.
흑구의 말처럼 과거 마계에 거주했으나 그곳에서 ‘용의 전쟁’을 일으키고 천계로 도주한 자.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심복이자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세 마리의 거룡巨龍을 창조했다.
사룡 스피라찌.
진성이 펜네스 왕국의 오염된 퀘스트를 바로잡아가고 있을 때 스쳐갔던 존재.
흑요정들에 의해 온몸이 갈기갈기 쪼개졌던 사룡이, 겨우 그 봉인을 풀고 전신을 되찾기만 한 상태였음에도 진성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근원적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약했던데다- 지금은 다시 펜네스 왕국 곳곳으로 쪼개져 봉인되었겠지만……. 어쨌든 과거에는 스피라찌와 버금가는 존재가 둘이나 더 있었다.’
광룡 히스마.
천계에서 아라드 대륙에 가장 먼저 내려왔던 거룡.
진성의 기억처럼 그는 데 로스 제국의 전신인 펠로스 제국 시절, 영웅이었던 카잔과 오즈마 두 사람에 의해 처치된다.
현재의 아라드에서 그 흔적은 카잔과 오즈마가 히스마의 외침을 쪼개어 봉인한 <광룡의 외침> 아이템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난다면…… ‘진짜’ 광룡의 위력도 볼 수 있는 때가 오지만.’
어떤 의미로는 바칼의 광폭함을 가장 빼닮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해야 할까.
진성은 자신이 유저일 시절 상대해보았던 히스마를 떠올리다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지금 중요한 건 스피라찌나 히스마가 아니다.
두 마리의 거룡이 ‘현재의 아라드’에서 제거되거나 봉인되었어도 아직 하나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냉룡 스카사.’
아직 처치되지도, 제압되지도, 봉인되지도 않은 채 아라드에 남아있는 마지막 거룡.
따라서 진성은 <광룡의 외침>을 순수로부터 잔뜩 구입한 것이었다.
“결국 바칼에게서 만들어진 세 마리의 거룡이라 한다면……. 광룡 히스마는 네 형제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누가 내 형제의 외침을 토해내는가!]스카사는 외쳤다.
쩌렁쩌렁 울리는 냉룡의 목소리가 스트루 산맥 전역에 퍼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진성은 물러서지 않았다.
창공에 날아올라 소리의 진원지를 찾고 있는 냉룡과 눈이 마주쳤음에도, 그는 그저 <흑광검 카이너스>를 꼬나쥔 채 자리를 지키고 설 뿐이었다.
[누가 그것으로 나의 잠을 방해하는가!]냉룡은 외쳤다.
진성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역시.”
적어도 이 시점에서 확실해진 셈이었다.
진성은 반투족이 스톰 패스 인근까지 내려오지 않았다고 할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반투족이 스트루 산맥에서 스톰 패스 지역까지 이동하는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은 동면에 들었던 냉룡 스카사가 깨어나 그들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반투족이 스트루 산맥에 남아있다면, 그들이 스톰 패스 지역과 벨 마이어 공국의 경계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도 쳐 자고 있었나, 오염된 드래곤.”
냉룡 스카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진성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흐름이라면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 동면에서 깨어났어야 할 드래곤이 깨어나지 않았다면.
이번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네 형제의 목소리로 내가 깨워주러 왔다. 그리고……”
진성 자신이 깨우면 된다.
물론 깨우기만 해서 끝나는 일은 아니었다.
자다 깨어 짜증이 났다지만 이대로 다시 동면에 들게끔 두어서도 안 될 터.
[누가 나와 나의 형제를 능멸하는가! 누가-.]결국 진성이 궁극적으로 이번 ‘오염된 스카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스카─────사! 일해야지! 바칼이 잠이나 자라고 보낸 게 아니잖아?”
그를 자극해야만 하는 것이다.
‘……검은 악몽. 스카사가 검은 악몽 상태에 빠지게 해야 한다.’
더욱 또렷한 정신으로 만들수록,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게끔 만들수록 진성의 목표는 빠르게 이루어질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잠에서 갓 깨어난 드래곤의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감……히! 네 녀석인가? 나를! 나의 형제를! 무엇보다 나의 주인을 능멸하는 게 하찮은 미물이란 말인가!]“미물인지 아닌지는 두고 봅시다. 후우우우…… 덤벼 봐.”
결국 스카사와 한바탕 싸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진성은 <아이스 참>을 둘렀다.
<흑광검 카이너스>, 이중 구조로 꼬인 흑색의 빛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졌다.
스카사는 진성을 향해 이미 쇄도하는 중이었다.
* * *
[클클…… 진성, 너의 실력으로는 아직 상대하기 벅찰 텐데.]“그렇겠지. 레벨 40따리가 시나리오 퀘의 스카사라면 모를까, 일반 스카사랑 싸우는 건 미친 짓이야.”
진성은 흑구의 말에 순순히 인정했으나 그것이 포기의 의미는 아니었다.
물론 현재의 스카사가 전성기가 지난 시점이라 하더라도, 레벨 40 전후밖에 안되는 진성의 육신이라면 스치는 정도로 즉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카아아아아-!]아라드를 현실로 살아가는 뭇 사람들 또는 게임으로 던전앤파이터를 즐기는 유저라 할지라도 포효하며 날아오는 스카사를 보면 패닉에 빠지기 마련이겠으나 진성은 달랐다.
그는 오히려 스카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하나, 둘-.’
스카사가 어떤 공격을, 어떤 타이밍으로 들어오는지 분석하기 위해서.
어느새 진성을 찢어죽일 기세로 날아온 스카사가 앞발을 들어 진성을 향해 내리찍는 순간.
“<어퍼>, <스핀어택>-.”
진성은 검을 휘둘렀다.
공격과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콤보에서 두 개의 스킬, 스카사의 첫 일격을 멋지게 회피한 듯 싶었으나, 냉룡의 공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노오오오옴-!]다시금 몸을 들어올려 다시금 앞발을 내리찍는 스카사였으나 진성은 알고 있다는 듯 또 다른 콤보에서 스킬을 사용할 뿐.
“-<바운스블로우>, <다크 슬래쉬>!”
다만 이번에는 <바운스 블로우>를 통해 앞발을 회피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다크 슬래쉬>까지 이어진 콤보로 스카사의 앞발 뒷부분을 <흑광검 카이너스>로 긁어버리기까지!
그 공격에 적중하고도 스카사의 얼음과 같은 비늘에는 생채기만 조금 생긴 정도였다.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건방진 인간이여!]무엇보다 진성의 반격에 화만 돋아버린 냉룡은 이제 진성의 몸통보다 큰 얼음뿔로 들이받으려는 것!
세 번 연속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바람을 가르며 작렬했다.
후우우우웅, 매서운 소리가 울렸다.
별다른 추가 효과음 없이 오직 그 소리만이.
“휘유…… 실제로 상대하려니까 3연격도 쉽지가 않네, 보통 스카사 첫 공격 패턴인데도.”
<아티 마르피사> 세트의 추가 효과를 적용받는 <래피드 무브>와 <다크 크래셔> 스킬을 활용해 이미 진성은 박치기 공격의 범위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한기에도 얼어붙지 않는 땀을 스윽, 닦아내는 진성이었으나 스카사는 만만히 볼 게 아니었다.
진성의 도발 아닌 도발에는 반응도 않고, 이미 진성을 향해 후려지고 있는 게 그의 꼬리였으니까.
─────────────!
냉룡의 꼬리가 설산의 눈 덮인 땅을 헤집었다.
그리고 그 헤집어진 땅에서는 기묘한 자세의 진성이 휘둥그레진 눈을 하고 있었다.
“허, 허어, 빠르다. 꼬리치기 연계 패턴까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된 일이지……? 크크, 어째서 냉룡의 공격이 진성 네 몸을 반으로 가르지 않은 거지?]“어째 기대했다는 말툰데? 짤무적이라고 붕산격- 아니다, 넌 몰라도 돼.”
순식간에 접근한 냉룡의 꼬리를 보자마자 진성이 사용한 것은 <홉 스매쉬>.
매우 짧은 시간 일시 무적 판정을 통해 가까스로 냉룡의 공격을 흘려보낼 수 있었던 것!
“<다크 레이브>!”
진성은 스카사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자신의 전방으로 끌어들이는 <다크 레이브>부터 시작하여, 스카사가 끌려들어올 즈음 <다크 소드>로 연계, <다크 소드>의 찌르기 자체는 별거 아닐지언정 폭발 대미지를 입히려는 것이었으나…….
[……내 공격을 마치 알고 피한 것처럼 말하고선 이따위 짓거리를 하는가.]정작 스카사의 목소리만 부들부들 떨리게 만들 뿐이었다.
물론 공포에 질려서가 아니라, 분노에 가득 차 떨리는 음성이었다.
진성은 멋쩍은 웃음과 한숨을 동시에 흘려야 했다.
“그래, 뭐……안 통할 것 같더라고. 역시나 보스 판정으로 들어가는 걸 테니까.”
던전에서 조우한 게 아님에도 보스급 몬스터로 판정이 났다는 의미이며, 그렇다면 진성이 의도한 특수 효과들이 통하지 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성은 곧장 외쳐야 했다.
“스카사, 네 공격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나는 너와 천 번 이상 싸웠다! 할 말이 있어서 왔으니 내 말을 들어봐!”
기왕이면 한 방 먹인 후 시도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 기회는 지금밖에 없을 테니까.
진성은 진심을 다해 외쳤다.
그 진심은 두 존재에게 비슷하게 닿았다.
[헛소리! 감히 나와 대화를 하려는가, 대등한 위치에 오를 수 없는 미물이여!] [클클…… 그런 식으로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균열 속에 있는 내가 억울해서 통곡이라도 하겠군.]냉룡 스카사도, 흑구도, 비웃음 섞인 반응만을 보였다.
진성은 잠시 인상을 찡그리다 다시금 외쳤다.
“네 주인이 왜 너를 아라드로 보냈는지 기억해내라고, 냉룡! 바칼이 이러라고 널 보낸 게 아니잖아!”
지금 진성이 해야 할 일은 냉룡 스카사를 자극하는 일이다.
그가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가게끔 만들기 위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검은 악몽’에 취하게끔 만들면 되는 일이다.
다만, 진성으로서는 현실에서 처음 만나는, 모니터 너머가 아니라 실제로 처음 마주하고 겪는 스카사에 대한 ‘자극의 경계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을까.
[……벌레 주제에 내 주군의 뜻을 이해한다고 말하려는 것인가. 그 더럽고 하찮은 입으로 내 주인의 이름을 담으려는 것인가!]진성은 잠시 움찔했다.
스카사의 목소리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제 저무는 붉은 석양이 얼음 비늘로 뒤덮인 스카사의 얼굴을 정확하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
냉룡의 얼굴은 마치 화가 난 듯 벌겋게 달아올라 보이지 않은가.
“저기 이해한다라기 보다는요. 주군, 그러니까 바칼……님? 바칼 님의 의도에 대해서 우리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는-.”
부우우웅──────…….
스카사는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푸른 얼음과 붉은 석양빛이 완전히 어우러져 보랏빛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한기 속에 영원히 파묻혀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그러나 스카사가 창공에서 진성을 향한 분노를 터뜨리기 시작했을 때, 그의 몸은 다시금 새파란 얼음이 되어가는 중이었다.
지금까지의 공격을 우습게 만들 정도로 냉기를 모아두고 있다는 뜻.
[네 영혼에까지-.]그는 외쳤다.
진성은 스카사의 발언이 어쩐지 익숙하다고 느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곧 알게 되었다.
[사무치는 추위를 느껴라!]스카사가 포효하자 샤르나크 산의 곳곳에서 진성의 몸뚱이보다도 큰 얼음 결정들이 날아오기 시작했으니까.
“……’사무치는 추위’ 패턴?”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바칼 레이드’, 냉룡 스카사를 상대할 때.
패턴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을 사망하게 만드는 주범, ‘사무치는 추위’ 패턴.
패턴의 시작과 동시에 태양은 완전히 떨어졌다.
어두워진 샤르나크 산의 한기는 체감상 몇 배나 강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