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97)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97화(9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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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는 타임러너들과 메카닉 지젤 그리고 진성을 빠르게 번갈아보았다.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나 그녀의 눈은 이미 이변을 읽어낸 상태였다.
“메카닉 지젤 모습이- 시계가, 뭔가, 기어가 늘어났는데요?”
“설마 멀쩡했던 외관이 바뀌는 방식으로 나타날 줄은-.”
“잉? 맞아요? 저거 맞아요? 진상 님은 알아요?”
“히어로즈 난이도- 아니, 지금은 집중하세요. 돌아다니는 타임러너들부터 빨리 잡아야 합니다!”
“아!?”
비비가 물어볼 틈도 없었다.
<벤팅크의 화염분출기>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은 기다란 꼬리를 공중에 남기는 중이었다.
“<래피드 무브>, <다크 크래셔>!”
너무나 빠른 이동형 스킬로 인하여 그 불길이 진성의 뒤로 잔상처럼 늘어졌기 때문.
순식간에 타임러너들과 거리를 좁히며 진성은 검을 휘둘렀다.
‘젠장, 이런 식으로 오염이 나타난다고? 이것도 완전히 처음 보는 방식-. 무엇보다 왜 갑자기? 지젤에게서 나타날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런 방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단 말이다!’
남은 가능성이 지젤뿐이라는 건 진성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유의 깊게 관찰했고 조심했다.
어떤 공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누구의 공격을 어떤 식으로 회피하고 가격해야 할지.
그래서 비비가 패턴을 회피하고 더욱 날카롭게 공격할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해주며 도우려 했던 게 아닌가.
그 순간까지도 오염은 발견되지 않았었건만,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
“시간을 되돌립니다.”
“시간을 되돌립니다.”
처음 겪는 방식의 오염, 이러한 급변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을 진성이 아니었다.
이 오염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게 최우선이다.
“되돌리지 마! <다크 레이브>, <다크 소드>!”
내뻗은 손으로 타임러너 두 기가 스르르르, 빨려 들어오듯 미끄러졌다.
그들을 향해 쏜살같이 <벤팅크의 화염분출기>를 내질러 꽂은 후 이어지는 폭발까지.
타임러너 두 기를 가루로 만들며 진성은 곧장 다음 타임러너들을 향해 움직였다.
“<어퍼>, <스핀 어택>, <트리플 스탭>-.”
어차피 이런 방식으로 오염이 되었다면, 바로잡는 방법은 결국 하나가 아닌가.
“-<그랜드 웨이브>-.”
<어퍼>와 <스핀 어택>으로 일부 이동 거리를 확보하며 가까운 타임러너에게 접근, <트리플 스탭>으로 그것을 파괴하는 동시에 방향을 돌려 <그랜드 웨이브>를 쏘아낸다.
공기와 대지를 가르며 날아간 <그랜드 웨이브>가 또 다른 타임러너에게 날아가는 것을 보자마자 다시금 몸을 돌려 사용하는 스킬까지.
“-<윕 어택>!”
다섯 개의 스킬을 연이어 사용하는 콤보.
통상의 다크나이트라면 다섯 번째 스킬의 공격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발판으로만 썼겠으나 진성은 달랐다.
그 하나하나의 재료용 스킬마저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 오염을 바로잡기 위해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
두 가지 문제를 하나의 답으로 풀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어쨌든 메카닉 지젤을 터뜨리면 되는 거야. 이 던전을 클리어하면 흐름 자체는 똑같아진다. 원인은 나중에 파악해도……충분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전장을 휘젓기 시작한 것이었다.
타임러너들이 베여나가는 와중에도, 메카닉 지젤은 네이팜 탄을 쏘아올렸다.
연료를 태우며 날아드는 포탄의 굉음이 뒤통수에서 섬뜩하게 들리고 있음에도 진성은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메카닉 지젤이 소환한 작은 시계형 로봇, 타임러너들을 처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며.
‘지금까지 다섯 기, 나는 타임러너에만 집중한다. 과거 추격섬멸전의 APC의 능력이 있다면, 어쨌든-.’
또한 진성 자신을 위협할 만한 네이팜 탄을 처리해줄 사람들이 있음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준장은 괜히 준장이 아니다.
추격 섬멸전의 야전 사령관은 허투루 되는 게 아니다.
“요격한다! 화망火網을 만들어! 지금은 ‘저 사람’과 발을 맞춘다!”
니베르의 명령에 황도군은 날아드는 네이팜 탄을 향해 일제 발포를 개시했다.
방아쇠를 당기면서도 비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준장님, 저 사람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아니……. 젤딘 님께 모험가님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만 저 사람은 도대체…….”
고개를 젓는 니베르의 곁에 선 콘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게이볼그 펀치 같은 사람 같군요.”
제 잘난 맛밖에 모르는 NPC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게 현재 진성의 움직임이었다.
안타까운 점이라면 그들이 진성을 돕긴 했으나 정작 중요한 일은 그게 아니라는 것일까.
“타꼬! <문어발 갈퀴 공격>!”
“꼬르르르륵-!”
“진상 님! 일단 셋 잡았어요! 요 작은 놈들이 왜 이렇게 도망을 치는지!”
“좋아요, 그럼 라스트 하나만 더……. 늦었군.”
소리치는 비비의 말을 들으며 진성도 몸을 돌렸다.
진성이 여섯, 비비가 셋.
결국 남은 건 하나.
시간이 되었다.
───────────……!!!!
전장의 전역에 따스한 초록 기운이 감돈다는 느낌을 받은 건 진성만이 아닐 터.
네이팜 탄에 의해 화상을 입거나 지젤의 전기톱에 베어 중상을 입은 황도군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모두가 완벽하게 치유되었으니까.
“진상 님…… 이거……”
비비도 자신의 몸에 난 생채기들이 모두 치료되는 모습을 보며 경악했다.
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게 과거 메카닉 지젤의 ‘히어로즈 난이도’ 패턴 중 하나예요, 타임 리셋. 너무 어려워서 패치로 삭제될 정도였는데……. 후우, 이렇게 또 깨부숴야 할 줄이야.”
이것은 과거 ‘추격 섬멸전-히어로즈 난이도’에서 메카닉 지젤을 사상 최악의 보스로 만들었던 패턴.
적과 아군 모두 체력을 회복하는 ‘타임 리셋’ 패턴의 파훼에 실패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였다.
* * *
메카닉 지젤의 내부 장치와 외피도 완전히 원상복구 되었다.
탑승자인 지젤 또한 알게 모르게 받았을 충격을 모두 회복했을 터.
그뿐 아니라 진성과 비비 심지어 황도군 전원의 건강 상태가 이전으로 돌아갔으니, 일순 좋은 게 아니냐, 라는 착각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다시 때려 부술 수 있습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준장님!”
그러나 사기충천한 황도군 기관사들과 달리 진성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것은 비비도 마찬가지였다.
“……MP는 회복되지 않나 보네요.”
“그게 문제죠. 그리고 우리의 공격 자원인 MP가 이렇다면, 여기 전원의 MP에 해당하는 자원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는 뜻일 테고.”
진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 메카닉 지젤을 맨손으로라도 부수려 했던 황도군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점검하며 인상을 찡그리는 중이었다.
“주, 준장님, 남은 탄환이…….”
“빙결탄이 다 떨어졌어…….”
HP는 완전 복구되지만 그뿐이다.
MP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물며 지금까지 공격을 위해 사용한 소모품 또한 돌아오지 않는다.
“후우. 콘, 게이볼그 펀치는 몇 번이나 더 쓸 수 있지?”
“한 번밖에 못 씁니다.”
그것은 주요 APC인 니베르 준장이나 콘, 비연 등도 마찬가지.
이들이 이미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고 있는 이유라면 이러한 상황을 누가 만들었냐는 점 때문이었다.
이 모든 약점을 알고 있을 당사자는 당연히 대비를 했을 테니까.
“크헬헬헬, 멍청한 놈들! 나의 메카닉 지젤은 사실상 무제한의 보급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마아아아아-! ZX-5 스파키 감마, 스파키 베타!”
결국 공격할 수단을 잃고 건강한 육체만 남은 아군.
모든 공격수단에 더하여 내구력까지 회복한 적.
두 그룹이 이런 형태의 전투를 지속했을 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순식간에 진해진 패색이 전장을 휘감았다.
이미 사기가 꺾여버린 이들을 어떻게 일으켜 세워야 할지 고민하던 진성의 귀에 작은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남은 MP대로라면 1각은 틀렸고……. 계수 상 최대한의 효율을 뽑을 수 있는 스킬 구성은, 그러면, 어…….”
비비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꼽아가는 그녀의 혼잣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 상황에도 그녀는 ‘분석’을 하고 있는 중인가.
“……포기하지 않은 거죠?”
진성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비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되물었다.
“잉? 포기를 왜 해요?”
“우리 남은 스킬도 몇 개 없고, 저쪽 NPC들은 남은 탄환도 얼마 없다는데. 저쪽은 스파키까지 뽑고, 탄 재장전도 끝났고.”
진성은 적을 향해 턱짓했다.
메카닉 지젤의 등에는 벌써 네이팜 탄이 장착되는 중이었다.
그가 소환한 ZX-5 스파키 감마도 4분할로 나누어지기 위해 전기를 내뿜으며 갈라지는 중.
곧 메카닉 지젤의 반격이 시작되리란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비비는 안경을 치켜올리며 푸른 눈동자를 깜빡거릴 뿐이었다.
그녀가 믿고 있는 게 있었으니까.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상관있죠, 비비 씨가 지금까지 쏟아부은 스킬들을-.”
“진상 님이 있는데.”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마치 지나가듯 툭 던진 한마디, 그러곤 다시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며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최유효 조합을 몇 번이고 검토에 열중했다.
[……크크, 떠넘긴다…… 책임회피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발언이지만, 이것은…….]당황한 진성의 머릿속으로 흑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 역시 비비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른다는 뉘앙스에 가까울 터.
결국 진성과 흑구, 비비를 최근 가까이서 봐왔던 두 자아는 동시에 느꼈다는 뜻이다.
그녀는 진성 자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다.
진성 자신을 향한 비비의 무한 신뢰.
그것을 표현할 어휘력이 부족할 뿐.
“풉…… 아니, 그렇게 말을 할 거면 좀 멋있게, 응? 좋은 단어 써가면서 얘기하라고요.”
“잉? 뭐, 뭐가요?”
“믿는다, 라던가……하여튼 뭔가, 좀, 많잖아요. 의지한다, 딱.”
진성은 괜스레 찡한 눈가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비도 쑥스럽다는 듯 시선까지 피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게-. 무슨, 그런 말을, 요즘 친구들은 그런 말, 흠, 흠!”
“MZ세대들은 안 그런다?”
진성은 다시 한번 장난을 쳤다.
그리고 역시나 비비가 어떤 사람인지, 진성은 다시금 깨달았다.
“진상 님은 MZ 아니잖아요?”
안경 너머로 보이는, 악의라고는 하나 없는 똘망똘망한 눈동자라니.
나올 법한 눈물도 쏙 들어가게 만드는 그녀의 발언에 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저번에도 말했는데 나이 별로 많지 않- 아잇, 하여튼! 다들 잘 들으세요!”
그러곤 곧장 니베르 준장을 비롯한 황도군들에게 작전을 전달했다.
지젤의 목소리도 동시에 울렸다.
“낄낄낄, 날고 기어봤자 뭘 할 수 있을 것 같나!? 너희는 이제 끝났어!”
네이팜 탄이 다시금 공중을 향해 발사되었다.
분열을 마친 ZX-5 스파키 감마가 주변의 황도군을 견제하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그 와중에도 메카닉 지젤의 하반신에선 증기가 뿜어져 나오며 ‘급발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
푸샤아아아아───────ㄱ!
압축된 공기를 내뿜으며 메카닉 지젤이 움직이는 순간.
니베르 준장은 외쳤다.
“조금 전 들은 작전대로 움직인다! 전원 공격!”
진성에게 들었던 계획 그대로.
정체 모를 인간의 지시였음에도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정된 공격 자원이다. 이번 공격이 실패하면 지젤을 생포, 구금하기는커녕 메카닉 지젤 단 한 기에게 황도군이 패퇴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움직이는 황도군들의 눈빛은 달랐다.
“네이팜은 주변부까지 광범위하게 터지니까 물러서, 물러서!”
“스, 스파키의 공격은 플라즈마의 연속이라고 했지? 단일 대상으로 공격한댔으니까-.”
“주변의 우리는 괜찮아! 쏴, 쏴! 남은 걸 전부 쏟아부어!”
“비연! 최대한 우리군 기관사들의 안전에 집중하면서 견제해라!”
“알겠습니다, 준장님!”
“그리고 콘!”
“준비 완료.”
무엇보다 콘이나 비연 심지어 니베르까지도 진성을 향해 어느 정도 신뢰를 보내고 있었으니, 일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는 것!
“크헬헬헬, 좋다, 좋아, 이곳 할트산을 모두 너희들의 무덤으로 만들어주마!”
추격 섬멸전 최후이자 최종의 적.
메카닉 지젤과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