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 of Arad: Forerunner RAW novel - Chapter (98)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 아라드의 빛 먼저 걷는 자-98화(98/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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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적 차이를 생각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낼 만큼 메카닉 지젤은 뛰어났다.
단순히 그의 공격력이 막강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엔지니어들, 메카닉 지젤을 수리하라!”
지젤의 목소리와 함께 할트산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카르텔 엔지니어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이곳에 있는 카르텔 조직원들은 이미 일망타진되었으며 사실상 지젤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혹시라도 살아남은 카르텔 조직원들이라면 일찌감치 할트산 너머로 후퇴했을 터, 이제 와서 지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원군은 없어야 정상이건만.
“뭐, 뭐야?! 저 망할 카르텔들은 또 어디서 튀어나온 건데?”
“적들이 계속 나타나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황도군 병사들의 안색은 흐려져만 갔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목청을 높이는 건 역시 니베르였다.
“무시해라! 어차피 저들은 중요한 게 아니야!”
“네, 넵, 알겠습니다, 준장님!”
적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니베르의 표정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 역시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 하나 그는 믿고 있었다.
“전달받은 작전대로 움직여! 그러면 된다!”
조금 전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인간’의 계획을.
“몸통을 분리시키고도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메카닉 지젤은 순식간에 니베르를 향해 접근했다.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돌아가던 전기톱의 톱날을 베려는 순간.
“크읏-.”
“<홉 스매쉬>, <팬텀 소드>!”
진성은 ‘짤무적’을 사용하여 니베르의 앞을 가로막았고 역시 ‘무적기’ 스킬을 활용하며 곧장 메카닉 지젤에게 반격을 개시했다!
“이노옴, 네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나!? 천계인도 아닌 것이-. 치잇, 거슬리는군.”
카아아앙, 카아아앙-!
지젤은 화풀이를 하려 했으나 진성에게만 집중할 순 없었다.
<팬텀 소드>의 검들이 메카닉 지젤의 테로톤 합금 외피를 마구잡이로 가격하고 있는 와중인데, 그 한복판에 멀뚱멀뚱 서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후진으로 긴급 회피하는 메카닉 지젤을 향해 날아가는 것은 비연과 콘의 탄환이었다.
그것도 지젤이 탑승하고 있는 탑승부를 향해서만 총알들이 꽂히고 있었다.
“이거 방탄유리라고! 그까짓 총알로 뚫을 수 있을 것 같나, 멍청한 놈들!”
지젤은 경박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당연히 비연과 콘이 모를 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공격을 이어나갔다.
“네이팜 탄을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탄을 메카닉 지젤에게 집중시켜!”
회피에도 집중하지 않은 채 목숨을 건 공격을.
어찌 보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공격을 이어나가는 그들을.
비비는 바라보고 있었다.
한 걸음 뒤에 선 그녀가 느끼는 것은 일종의 전율에 가까운 감탄이었다.
‘대단해…… 진상…… 아니, 진성 님은-.’
그녀 자신이 진성을 믿는 것은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는 일이다.
어찌 되었든 비비는 과거 게임 던전앤파이터 ‘퍼스트 서버’에서 진성과 함께 파티 플레이를 해본 유저니까.
‘내 ‘분석’으로도, 이런 곳에서 허우적거릴 사람은 아니야. 응, 그리고 역시- 나는 플레이해보지 못한 ‘과거 던파’의 기억으로 이 정도는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긴 했었지만…….’
그녀 자신의 이론과 지금까지의 경험칙에 의거, 그녀는 진성을 따라 움직이는 게 가장 생존 및 승리 확률이 높다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그런 판단 이후부터는 진성에 대한 하등 의심조차 없이 따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눈앞의 이들은 어떻게 된 일일까.
‘설마 NPC들까지 저렇게 될 줄이야. 그것도 니베르? 준장? 높은 계급 아닌가?’
이 또한 비비 자신이 겪어온 일이 있기에 당혹스러운 점이었다.
이것은 게임이다. 그러나 게임이 아니다.
‘무조건 주인공 호의적으로 돌아가는 게임이 아니야. 빙의된 나도 그렇지만, 진성 님도 역시 주인공은 아니야. 나는 모험가라고 호칭을 댔음에도 문지기 같은 경비원들조차 제대로 넘어가지 못한 적도 있었는데.’
아라드의 NPC들을 상대하기도 벅찼던 비비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군대와 같은 수직 명령 체계를 지닌 조직을 일순간에 휘어잡은 진성의 능력은 도대체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실력의 증명……. 지젤을 상대로 보여준 솜씨? 분명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비는 잠시 고민하다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다 더 좋은 표현, 더 나은 표현으로 말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
‘-진짜 어휘력의 문제인가?’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도 떠오른 한 가지 단어는 있었다.
메카닉 지젤에 부착된 시계와 태엽에서 전류가 흐르고.
“끼이이잇, 이 녀석들이?!”
자신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지젤이 다시금 화를 낼 때.
그리고 곳곳에서 다시 익숙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시간을 되돌립니다.”
“시간을 되돌립니다.”
타임러너들이 곳곳에서 생성되며 메카닉 지젤의 패턴이 재차 발동했을 때.
“지금부터! 작전대로!”
외치는 진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비비는 깨달았다.
‘……카리스마.’
비단 어휘력의 부족뿐만이 아니라, 카리스마라는 단어 외에 그 어떤 것으로도 이 상황을 이끌어 나가는 진성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 * *
“저분의 말씀에 의하면 총 10기, 한 곳으로 몰아야 한다, 비연!”
“흩어져 있는 녀석들은 체술로 몰아볼게요! <탑 스핀>!”
비연은 곧장 외떨어진 타임러너 한 기를 향해 달려나갔다.
메카닉 지젤의 다리에서는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비연의 앞으로 쇄도하여 전기톱을 휘두르려는 움직임.
“크헬헬, 그냥 둘 줄 알고!? 그렇게는 못 지나-.”
───────────……!!
“-마, 막아라! 비연 님을 지켜!”
“쏴라, 쏴! 준장님의 명령대로 전부 다 쏟아부어야 해!”
그것을 막아낸 건 황도군 기관사들이었다.
떨리는 손, 느릿한 동작, 그러나 그들은 비연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귀찮은 녀석들!”
그렇게 시선을 끌었다간 어떤 일을 당할지 뻔히 알면서, 즉, 지금 자신들을 향해 네이팜 탄이 곧장 날아올 것을 알면서도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었으니까.
“산개!”
“피하세요! 모두!”
화망을 펼쳐 네이팜 탄을 중간에 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말 그대로 이번에는 희생을 각오하면서까지 펼치는 공세, 무엇보다 비연에게 집중이 쏠리지 않도록 막기 위해선 그들 또한 목숨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쪽은 두 기 몰아서 세 기 완료! 그리고 그쪽은-.”
“콘!”
비연은 마치 축구공을 드리블하는 선수처럼 <탑 스핀>과 <니들 소배트> 같은 여자 거너 직업군, 레인저 직업의 체술을 활용하며 타임러너 두 기를 또 다른 한 기 쪽으로 몰았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외치는 니베르의 호명에, 콘은 이미 한 손을 들어 올린 상태였다.
“세 마리, 직선 정렬! 이제 다 썼습니다!”
비연이 몰아놓은 두 기와 직선으로 정렬되어 있는 또 다른 세 기의 타임러너들.
그것들을 일일이 처치하기 위해서라면 제법 돌아다녀야 하겠으나, 콘에게는 기술이 있다.
“<게이볼그 펀치>!”
남은 MP 보유량으로 보아 한 번밖에 쓸 수 없던 스킬, 포탈에서부터 튀어나온 거대한 게이볼그 펀치는 타임러너 한 기를 박살 내고 그 권풍으로 남은 두 기를 밀쳐내었다.
처치된 한 기와 모여 있는 다섯 기.
“-<그랜드 웨이브>, 지금 스킬 모두 쓰세요! 그리고-.”
그 모든 일이 벌어지는 사이, 한 기를 터뜨리고 남은 세 기는 역시 검기로 밀어내며 약속한 지점으로 모아놓은 진성까지.
두 기가 파괴되고 여덟 기가 모인 순간, 진성은 스킬을 사용했다.
모여 있는 여덟 기를 순식간에 가로지르며 베는 기술.
X자로 남은 암속성의 기운이 타임러너 모두를 지나쳤을 때, 진성과 적들 모두 멈췄다.
“-<모멘터리 슬래쉬>.”
보스 몬스터에겐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타임러너들은 보스가 생성해낸 일반 몬스터.
현재의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는 경시되고 있으나, 진성 정도 되는 고인물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홀딩 스킬’의 중요성.
적중된 적들의 움직임을 말 그대로 멈추게 만든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반항도 못하는 적들을 향해, 그다음으로 날아올 기술이란 뻔한 것이었다.
“<메카 드롭>!”
여자 거너 직업군의 메카닉, 비비.
그녀의 <메카 드롭>은 요청한 위치에 실버 버스터를 급속도로 투하, 폭발시키는 것.
“<메카 드롭>! 그리고-.”
남자 거너 직업군의 메카닉, 니베르 준장.
그의 <메카 드롭>은 레드 버스터나 스틸 스매셔 등 작은 로봇들을 지상으로 투하하는 것.
“-<로봇 전폭>!”
떨어진 로봇에게 곧장 내려지는 명령은 역시나 즉각 자폭이었다.
────────────…….
진성을 중심으로 폭음이 울렸다.
그곳으로 타임러너를 몰아넣는 데 일조했던 비연과 콘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마른침을 삼키는 중이었다.
“저 폭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과연-.”
“……게이볼그도 아니고.”
폭발이 피아를 가릴 리 없다.
그럼에도 진성은 말했던 것이다.
[다음 번 타임러너들이 나타나면 최대한 빠르게 한곳으로 몰아주세요. 제가 최소 네 기 이상은 몰아볼 테니까, 나머지 여섯 기를 터뜨리거나 한 곳으로 몰아만 준다면…… 놈들의 발목을 잡겠습니다. 그때를 놓치지 마시고 남은 무기 중 최대한 화력이 날 만한 걸 쓰세요.] [그,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폭발에 휘말리기라도 했다간-.] [네. 괜찮습니다, 니베르 준장님.]진성의 작전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비비가 한 치의 의심도, 의문도 갖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미소였다.
“후우……..”
폭연이 전부 흩날리고 난 자리, <모멘터리 슬래쉬>의 무적 판정을 통해 아군의 폭발마저 모두 집어삼켜버린 진성은 미소와 함께 한숨을 털어내었다.
“……어떻게…… 놈,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도 이상한 기술을 썼겠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지젤은 선글라스를 문질러 닦으며 진성을 보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그러나 동시에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하긴, 크헬헬, 이제부터 내가 하나하나 실험해보면 되겠지. 네 놈은 특별히 붙잡아가야겠군.”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역시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것일까.
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나야말로 타임러너를 어떻게 소환했는지…… 이미 패치되어 삭제된 패턴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묻고 싶거든.’
그러나 게임 외적 이야기를 게임 내의 캐릭터에게 물어봐야 의미도 없을 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과거 메카닉 지젤이 타임러너 패턴을 발동하는 것은 자신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소모되었을 때라는 기준을 이미 알고 있는데, 벌써 황도군 기관사들이 지젤을 향해 공격을 개시한 현재라면?
‘남은 HP는 1/3도 안 될 거다. 몇 줄 안 남았어. 그렇다면-.’
진성은 <벤팅크의 화염분출기>를 들고 내달렸다.
그러곤 새로운 스킬 콤보를 사용했다.
가장 먼저 사용하는 1번 재료 스킬은 <브리프 컷>. 짤막한 거리를 이동한다.
“내 품으로 들어오겠다는 거냐, 특별히 팔 한쪽만 썰어내서 연구해보도록 할까!?”
키이이이이──────ㅇ!
전기톱이 돌아가는 살벌한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진성은 그대로 콤보를 이어나갔다.
<피어스 스트라이크>는 그저 허공을 찌를 뿐이고, <웨이브>로 베어내는 검기 역시 아무것도 없는 할트산의 지면을 할퀼 뿐.
그것은 이어진 <다크 러스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메카닉 지젤급의 보스 몬스터에겐 앞으로 끌어당기는 판정이 먹히지 않음을, 게임 던전앤파이터와 진성 자신이 빙의된 이곳 아라드의 [시스템 판정] 자체는 같음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이것도 견딜 수 있으면 견뎌보거-.”
메카닉 지젤은 거대 전기톱을 치켜들었다.
진성은 지젤보다도 더욱 빠르고, 큰 동작으로 호쾌하게 허공을 베어내며 외쳤다.
“<다크 웨이브 폴>!”
진성이 레벨 60을 달성하며 가장 즐거워한 일 중 하나.
현재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최고 레벨을 찍은 다크나이트 유저들이 사용하는 ‘주력기’에도 반드시 속할 만큼 강력한 스킬!
─────, ─────, ─────!
거대한 팬텀 소드들은 진성이 내리그은 검 끝을 따라 폭격하듯 쏟아져 내렸다.
폭음이 잠잠해질 즈음 남은 것은 걸레짝이 된 메카닉 지젤이었다.
지젤이 만든 최강의 병기는 기계 관절 곳곳이 불타며 완전히 기동 불가가 되어 있었다.
탑승자 지젤 또한 기절한 듯 축 늘어져 혓바닥까지 빼고 있을 정도였으니…….
모두가 경악하여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 가운데, 그러한 화마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나온 진성은 비비를 보며 말했다.
“뭐 해요, 비비 씨?”
“아, 그, 아.”
비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허둥지둥 무기를 들었다.
그다음은 간단했다.
의 8열 총구가 회전한 순간, 메카닉 지젤은 화염과 함께 폭발했으니까.
마침내 카르텔을 황도에서 전부 몰아내었음을 증명하는, 축포와도 같은 화염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