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mit Breaker (Adult) RAW novel - Chapter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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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마경 체험판
고블린.
개체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수준이며, 엘프 같은 뾰족귀와 연녹색 피부를 가지고 사악하게 생긴 휴머노이드계 몬스터다.
수많은 판타지 소설의 단골 몬스터이며, ‘숫자가 많지만 약하다’ 라는 전형적인 공식의 주인공.
이 세계도 저 공식은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미궁도시 밖에서는 일반 성인 남자도 어찌어찌 잡을 수 있는 수준의 약골이며, 툭하면 몬스터 토벌대에게 털리고, 다른 힘있는 몬스터들에게도 아주 유용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어준다.
실제로 미궁도시 카마인으로 몰려온 수많은 용병과 기사들은 1층과 2층의 주 몬스터가 고블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앜ㅋㅋ 고블린이랰ㅋㅋ’ 라고 비웃으며 당당하게 던전으로 내려왔다.
조잡한 고블린들의 함정을 목격한 그들은 ‘그럼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간단하게 함정들을 해제하여 1층 던전을 탐험하였고, 그렇게 대망의 1층 주요몬스터, 고블린들과 조우하게 된다.
아주 간단하게 접근하여 무기를 휘두르는 용병 혹은 기사들.
그리고 그 공격을 통해 알게 된다.
‘이것’은 자신이 알던 그 고블린이 아니라는 것을.
“키캬악!”
카앙!
“크윽!?”
자신만만하게 달려들던 데림은 자신의 검을 빗겨치며 공격을 흘리는 고블린의 반격에 순간적으로 몸이 휘청거렸다.
“캬아!”
데림의 검을 숏소드로 흘린 고블린은 그 틈을 노려 안으로 파고들어 검으로 다리를 베어내려 하였지만, 견습 기사로서 나름 실전을 겪었던 그는 뒤로 한 발짝 후퇴하며 숏소드가 휘둘러지는 방향의 다리를 위로 들었다.
“이 고블린 새끼가!!”
채채챙!
견습 기사로서 나름 정통있는 검술을 배웠던 데림은 계속해서 고블린과 검을 부딪히며 접전을 펼쳤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키이이!”
투캉!
릭터는 자신에게 달라붙은 고블린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냈지만, 방패 너머로 전달되는 힘에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건 자신이 알던 고블린의 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흐읍!”
그는 고블린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고블린은 능숙하게 몸을 움직이며 칼질을 회피하거나 검으로 흘리며 릭터의 빈틈을 노려 위협적인 일격을 가하였다.
“이이익!”
아밀타는 힘으로 손도끼를 크게 휘둘렀지만, 그는 처음부터 힘 하나 믿고 온 건지 민첩성, 기술이 매우 떨어졌다.
“키익!”
푹!
“아악! 아파아악!!”
조잡하지만 철로 창대에서 창날 끝까지 모두 철로 만들어진 창을 가진 고블린은 아밀타의 도끼를 날렵하게 회피, 그의 겨드랑이를 창날로 찔러넣었다.
투웅!
순간, 아밀타의 겨드랑이에 꽂아넣은 창을 더더욱 깊게 파고들려는 순간, 볼트가 고블린의 몸통을 노리며 날아오자 고블린은 재빨리 창을 뒤로 빼며 몸을 날렸다.
“리먼! 아무 마법이든 좋으니까 일단 아밀타를 원호해! 멜리사는 아밀타를 치료하고!”
사격을 통해 아밀타에게 부상을 입힌 고블린을 떨어뜨린 카르웰은 리먼과 멜리사에게 명령을 내리며 아밀타를 도우라 지시를 하였다.
“당신이 뭔데 나한테 명령질……!”
자존심이 강한건지, 아니면 비록 사냥꾼에서 클래스 체인지를 하였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2레벨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것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리먼은 카르웰의 지시에 반박하였다.
“닥치고 하라고, 새끼야!”
하지만, 비록 인간이 아니지만 사람과 비슷한 몬스터를 죽였다는 흥분감 때문인지, 그는 흥분한 얼굴로 리먼을 향해 폭언을 내뱉었다.
지금 그의 심장은 미친듯이 두근거리고 있다.
‘이거야! 이거라고! 서로의 목숨을 건 전투! 내가 원하던 것은 바로 이런 거야!!’
그리고, 그 흥분은 인간의 이성을 벗겨, 본성을 드러내게 만드는 미궁의 공기와 섞이면서 과도하게 흥분하도록 유도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까지 억눌려왔던 욕구가 폭주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자신이 살아남으려면 혼자 날뛰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협동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20번 클리어를 통해 몸으로 각인된 카르웰은 리먼이 불만어린 표정을 짓고 있지만 일단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확인하고선 크로스보우를 재장전하였다.
쉭-! 핏!
그 때, 상처를 입고 무릎을 꿇은 아밀타와 릭터의 사이로, 창을 휘두르던 고블린이 어딘가에 숨겨둔 단검을 카르웰에게 던졌다.
카르웰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머리카락이 몇 가닥 잘려졌지만, 다행히도 상처는 입지 않았다.
만약, 상처를 입었다면 단검에 발라진 인분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서 독 상태 이상 효과를 겪게 되었으리라.
“힐링!”
뒤이어 겁먹은 표정의 멜리사가 아밀타를 향해 손을 뻗으며 신성 주문을 발현하였고, 가죽 갑옷 너머로 상처를 입은 구멍이 치유되었다.
“매직 미사일!”
그 뒤를 따르듯이 리먼이 매직 미사일 주문을 사용, 주문을 외우면서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그려지던 지팡이 끝에서 사람 주먹만한 하얀 빛 덩어리 2개가 고블린을 향해 쏘아져 나갔고, 시전자인 리먼의 의지에 따라 매직 미사일은 양쪽으로 벌려서 피하기 어렵게끔 날아갔다.
밖에서라면 이 매직 미사일로 고블린에게 죽지는 않지만 상당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키익!”
고블린은 허리에 매달아둔 돌멩이를 힘있게 던져 매직 미사일 하나를 맞추며 요격, 자신의 옆구리를 노리며 날아오는 나머지 하나는,
뻐억!!
무릎과 팔꿈치를 모아서 매직 미사일의 타격을 가장 단단한 뼈 부위로 방어하였다.
“키캬아악!”
고블린은 타격을 입어 붉게 물든 무릎과 팔꿈치의 고통에 화가 난 표정으로 캭캭거렸고, 그 모습을 본 리먼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매…매직 미사일을…막아냈어……? 고블린이……?”
2개의 매직 미사일 중 하나를 돌멩이로 요격하고, 다른 하나는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막아낸 고블린의 행동은 그야말로 베테랑 전사들이나 가능한 수준의 움직임이었다.
“으…으아아아!!”
부상이 회복된 아밀타는, 방금전에 창날이 겨드랑이에 꽂힌 고통 때문에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손도끼를 아무렇게나 붕붕 휘두르기 시작했다.
“히익! 히이익!”
순박한 시골 청년 같았던 아밀타는 창이 몸에 꽂히는 고통, 차가운 금속이 몸 안에 파고들어가는 감각이 처음인지 패닉 상태가 되었다.
“어이! 진정해! 진정하라…윽!”
아밀타의 옆에서 고블린과 싸우던 릭터는 아무렇게나 손도끼를 휘두르는 그의 모습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 틈을 노린 고블린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모래 주머니를 릭터의 눈 앞에다 퍼트렸다.
“누…눈이……!”
릭터는 두 눈을 가리며 괴로워하며 뒷걸음질을 쳤고,
“오지마! 오지마아아아!!”
으직!
“크윽!?”
패닉 상태가 되어 아무렇게나 휘두르던 아밀타의 손도끼가 릭터의 미늘 갑옷의 등 부위를 가격하였다.
다행히 가죽을 덧댄 미늘 갑옷 덕분에 도끼날이 피부에 박히진 않았지만, 그래도 충격을 느낀 릭터는 고통에 의해 일순간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칫!”
카르웰은 아밀타를 상대하던 고블린이 아밀타를 무시하고 릭터를 공격하려 하자, 재빨리 그의 목덜미를 붙잡아 뒤쪽으로 당겼다.
투웅! 푹!
“키캭!”
그와 동시에 릭터가 있던 빈 공간으로 재장전한 크로스보우를 대충 조준하며 방아쇠를 당기자, 숏소드를 쥔 고블린의 허벅지에 볼트가 꽂혔다.
허리춤에 맨 볼트통에 탄약이 아직 많이 있었지만, 카르웰은 크로스보우를 허벅지의 활집에다 쑤셔박으며 허리춤의 단검을 잡아 근접전에 대비하였다.
“라인을 뒤로 옮긴다! 데림!”
첫 살인으로 흥분하였으나, 그래도 판단력이 완전하게 사라지진 않은 카르웰이 재정비를 요구하였다.
아밀타는 패닉, 릭터는 모래로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
“웃기지마! 내가! 바튼 가문을 세계에 알릴 이 몸이 고블린 하나를 처리하지 못한다고!? 그런 굴욕을 느낀 채로 도망치란 말이냐!”
그가 말한 것은 라인을 재정비하자는 뜻이었지만, 그것을 ‘후퇴’ 로 알아들은 데림은 자신이 붙잡고 있는 고블린을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키키키!”
“죽어!!”
더더욱 흥분한 데림의 검을 숏소드로 받아낸 고블린은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였다.
“씨발! 병신 같은 새끼들!!”
“키야악!”
“캬캭!”
카르웰은 데림과 아밀타를 욕하면서 혼자 뒤로 물러섰다.
여차하면 자신 혼자만이라도 도망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애초에 이 녀석들을 위해 피를 흘려가며 싸울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버…버닝 핸드!!”
그 때, 릭터와 아밀타가 뚫리면서 고블린들이 다가오자, 잔뜩 겁을 먹었던 리먼은 자신의 손을 중심으로 부채꼴로 화염이 펼쳐지는 마법사들의 호신용 마법을 사용하였다.
“잠……!”
화아아악!!
카르웰이 뭐라 하기도전에 그의 손에서 부채꼴로 뻗어나온 화염은 약 5m까지 영향을 끼쳐, 달려오던 고블린 두마리와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아밀타를 뒤덮었다.
카르웰도 아슬아슬하게 그 영향권에 있었는데, 그는 뒤로 발을 빼면서 피하는데 성공하였다.
“으아아악!”
“키야악!”
“카하악!”
화염에 뒤덮여진 아밀타는 안 그래도 패닉 상태였기에 그대로 몸을 웅크리며 화염이 뻗쳐지는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갔다.
“엄마! 엄마아아아!”
엄마를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아밀타는 ‘ㄱ’ 자로 꺽인 갱도에서 바보처럼 몸을 벽에 부딪히고선 다시 옆으로 도망치며 모습을 감추었다.
아밀타가 도주하였지만, 버닝 핸드의 마법이 끝나자 상체에 검댕이가 묻은 고블린들은 한 눈에도 큰 부상 같은 상처를 입게 되었고, 얼굴쪽으로 온 뜨거운 화염 때문에 얼굴을 쉽게 들지 못하였다.
이것을 기회라 판단한 카르웰은 단검을 던져 허벅지에 볼트가 맞은 고블린의 머리를 처리하였지만, 창을 가진 고블린은 살기를 느끼고 창을 휘둘러 날아오는 단검을 쳐냈다.
“캬아악!”
“큭!”
단검들을 모두 던져서 무방비 상태가 된 카르웰.
그는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눈알을 좌우로 굴렸지만, 리먼은 완전히 굳어서 손으로 던지는 화살의 존재도 잊고 있었고 멜리사는 완전히 겁에 질려서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촤악!
순간, 카르웰의 뒤쪽으로 누군가가 달려나와 창으로 그를 찌르려던 고블린의 목을 베어냈다.
눈물을 흘리며 모래를 어느정도 씻어내린 릭터가 시기적절 하게 기습을 가한 것이다.
푸욱!
“끼에엑!”
뒤이어 고블린과의 승부를 가까스로 승리로 마친 데림은 고블린의 어깻죽지에 검을 꽂아넣으며 고블린을 처리하였다.
“후우…후욱…….”
전투를 끝낸 카르웰은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털썩 주저앉았고, 전투가 끝났다는 것을 확인하자 고블린들의 시체 위로 +60exp 라는 하얀 글씨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 세계에서는 전투가 끝나고 나서야 경험치를 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험치 수치가 시체 위에 떠올랐다는 것은 전투가 끝났다는 뜻이다.
이 세계에 온 첫날.
카르웰은 교습소에서 만나게 된 일행과 함께 4마리의 고블린을 사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