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04
펑! 펑!
연이은 폭발음과 함께 염뇌자가 뇌수의 온몸에 칭칭 감아두었던 기이한 장식이 제거되면서 뇌수는 몸을 바르르 떨더니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캬아아아!”
녀석은 하늘을 향해 요란하게 포효하더니 한제를 바라봤다. 녀석은 한제가 지금 생사의 위기 앞에 서 있음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사신차에도 아직 몇 개의 봉인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면 그 봉인을 풀 수 있겠지.”
한제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다시 훅 내뱉었다. 그러자 광풍이 일었고 뇌수가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동시에 뇌수의 체내에서는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두 번째 사신차에 봉인된 모든 힘을 발휘한다!”
한제의 두 눈이 맹렬히 빛났고 한층 거세진 광풍이 사신차에 떨어졌다. 동시에 한제는 피를 한 움큼 뿜어내 그 위에 뿌렸다.
“크아아아!”
뇌수는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질렀고 몸이 급속도로 부풀었다. 동시에 봉인이 순식간에 모두 무너져 내렸다. 사신차가 드디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뇌수는 눈 깜짝할 사이 수만 척에 달할 정도로 커진 후로도 변화가 이어졌다. 하반신은 꿈틀거리면서 거대한 전차가 됐고 상반신은 거대한 창이 됐다. 창과 전차의 연결 부위에서는 천둥번개를 연상케 하는 밝은 빛이 발산됐다.
뒤이어 하늘과 땅을 뒤흔들 법한 기운이 전차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고 한제는 순간 숨을 쉬기 힘들었다. 세 개의 금제로 뒤덮인 황량한 대륙이 크게 진동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었다.
“사신차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자태로군!”
한제가 두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사신차가 그의 왼편에 떡 버티고 섰다. 창에서 발산되는 음산한 빛은 하늘을 꿰뚫을 듯했다.
한제는 이어서 오색나비를 소환했다. 나비는 날개를 팔랑거리며 한제 곁을 맴돌았고 그 주위로 붉은 제비가 나타났다. 가장 강력한 세 번째 사신차였다.
“이 사신차에 걸린 마지막 봉인은 아직 풀 수 없으나, 나머지 봉인들은 풀 수 있지!”
한제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나비에게 피를 뿜었다.
나비가 바르르 떨더니 날갯짓을 멈추었고 이어서 거대한 고치 하나가 나타났다. 생김새는 당시 나비를 품고 있던 고치와 비슷했는데 나타나자마자 무궁무진한 원력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한제 체내의 원력도 급속도로 흡수되어갔다. 그는 끊임없이 원정을 꺼내 원력을 보충했다.
고치는 원력을 흡수할수록 커지더니 1만 척까지 불어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갈수록 날카로워졌다.
또 하루가 지났을 때, 공중에 떠 있던 고치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리더니 강력한 기운의 파도를 퍼뜨렸다. 한제 역시 그 기세에 수만 척을 밀려났으나, 눈빛은 희열로 번득였다.
고치가 무너져 내린 곳에서는 수천 척에 달하는, 일곱 빛깔 광채로 번득이는 전차가 드러났다. 일곱 개의 흉측한 가시가 돋은 전차였다.
원력을 끊임없이 흡수하면서 일곱 개의 가시에서는 일곱 색채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전차는 긴 창이 달린 전차와 대열을 이룬 채 한제의 왼쪽에 섰다.
“이 두 개의 사신차가 나의 네 번째 반격이다.”
한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하루였다. 내일이면 자신을 죽이려 하는 자가 나타날 터였다. 그리고 한제는 남은 시간 동안 마지막 반격을 준비할 생각이었다.
“부러진 철검에 묻어 있던 핏자국을 흡수하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한제는 저물공간에서 부러진 철검을 소환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철검 자체가 아니라 철검에 묻은 핏자국뿐이었다.
“이 핏자국에 대한 실마리는 파악할 수가 없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느껴진다. 고신의 피는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심지어 청룡성황이 말한 천도의 피와도 비슷하지.”
한제는 입을 쩍 벌려 철검을 그대로 집어삼키고는 원신 안에서 제련하기 시작했다.
★ ★ ★
이천매는 굳은 결심과 혼란을 동시에 안고 괴로움에 휩싸인 채 끊임없이 날고 있었다. 두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아랫입술을 꼭 깨문 그녀는 점점 속도를 높였다.
“살다 보면 까닭 없이 집착하게 되는 대상이 있어.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그 무렵, 9급 성역 신종의 안개에 감춰진 한 수련성. 거대한 진 가운데 화려한 궁전이 하나 서 있었다.
그 궁전에서는 모은미가 냉담한 얼굴로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어찌 나를 가둔 것이냐!”
“모 사저, 저 역시 어째서 스승님이 그런 명령을 내리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거역할 수 없어요. 어쩌면 사저가 최대한 빨리 회복하게 하기 위함일 수도⋯⋯.”
궁전 밖에 선 이비선은 고개를 숙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은미는 생각에 잠겼으나 신종의 장로가 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가슴속에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곧 엄청난 일이, 그것도 그녀가 잘 아는 사람에게 일어날 것만 같았다.
물론 그녀는 8급 성역 종파의 시합이 취소됐다는 사실도 이천매가 파천종을 떠났다는 사실도 한제가 평생을 통틀어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만약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녀는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 ★ ★
한제의 원신은 한 덩이 화염이 되어 철검의 혈흔을 끊임없이 제련했다.
그렇게 열 시진이 지났을 때, 철검의 혈흔 중 3할 정도가 암적색 환으로 제련되어 둥실 떠올랐다.
더 이상의 제련은 불가능했다. 시간도 부족했고 그의 수준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이기도 했다.
한제는 검과 은시를 거두고는 가부좌를 튼 채 체내의 기운을 안정시켰다. 심장 박동이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고요함 속에 남은 두 시진이 흘러갔다.
어느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고는 덤덤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이 향한 곳에서 안개가 요동치더니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전해져왔다.
“왔구나!”
한제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가 곧 빠르게 원상태를 회복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하늘을 응시했다.
콰르릉! 꽝!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고 하늘과 땅이 요동쳤다.
5급 성역을 뒤덮은 안개도 순식간에 밀려났고 그 너머로 격렬한 포효가 울렸다. 안개 속의 모든 흉수들이 겁에 질려 비명을 내지르는 것 같았다.
그때, 거대한 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 하나가 한제의 시선이 닿은 하늘 끄트머리에서 나타났다.
회오리는 사방을 휩쓸었고 그 안에서 거대한 팔이 나타나더니 곧장 한제를 향해 뻗어왔다.
아주 오래된 듯 주름이 잔뜩 진 팔이었다. 그 팔 하나에 온 세상이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고 모든 원력이 기이한 힘에 봉인된 듯 밀려났다. 이제 이 성역 안에는 조금의 원력도 남지 않았다.
거대한 손바닥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회오리 안에서 빠져나와 순식간에 머리 위에 이르더니 개미를 잡듯 한제를 꽉 움켜쥐었다. 어떠한 대화나 질문도 없었다.
한제는 칠채계에서의 손바닥이 떠올랐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들은 자기들 눈에 개미 같은 수련자를 눌러 죽이는 걸 어지간히도 좋아하는 모양이군. 직접 모습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는 건가?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개미도 사람을 물고 저항할 수 있지. 게다가 나는 개미가 아니다!’
거대한 팔이 다가온 순간, 한제는 코웃음을 치더니 한 줄기 유성처럼 튀어 올랐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라 해도 나를 굴복시키지는 못한다!”
전의를 불태우는 한제의 미간에서 규칙의 반점이 회전했다. 동시에 손바닥과 같은 높이에 이른 순간, 그는 하늘과 땅을 뒤흔들 듯 요란한 고함을 내질렀다.
“천만 검기!”
한제는 오른손 검지를 맹렬히 휘둘러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검기를 폭발시켰다. 찰나의 순간, 천만 개에서 딱 하나 모자란 검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의 오른손 검지가 마지막 한 갈래가 되어 천만 개를 꽉 채웠다. 이는 쇄열기 수련자를 죽이고 천쇠를 겪은 수련자조차 하얗게 질리게 할 만큼 강력했다.
쿠오오!
천만 개의 검기가 채워진 순간 사슴 두 마리의 허상이 문양으로부터 튀어나와 한제의 오른손 검지를 맴돌다가 그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팔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것이 내가 준비한 첫 번째 반격이다.’
쾅!
거대한 소리가 순간 울려 퍼지면서 사방이 진동했고 하늘 끄트머리의 안개를 무너뜨렸다. 동시에 모든 것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제의 검지가 거대한 손바닥 중앙에 닿은 순간, 그 손가락에 숨겨져 있던 천만 개의 검기가 폭발했다.
콰쾅!
천만 개의 검기가 광기와 저항심을 품은 채 줄기줄기 달려들었다. 또한 두 마리 사슴의 허상 역시 흑백의 기운이 되어 손바닥에 녹아들었다.
엄청난 기세로 내려오던 거대한 손바닥이 그대로 멈췄다. 그 내부에서는 무언가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손바닥의 피부 아래서 천만 개에 달하는 은빛 뱀이 지나가는 듯 선들이 꿈틀댔고 점점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펑!
어느 순간, 손의 피부가 터져나갔다. 하지만 피도 원력도 흐르지 않았다. 대신 엄청난 양의 안개가 흘러나왔다.
“과연 제법 실력이 있구나! 허나 반딧불을 어찌 밝은 달에 비견하랴! 내 앞에서 감히 날아오르려 하다니, 내려가라!”
안개 속에서 늙은 목소리가 퍼져 나와 엄청난 기세로 압박을 해왔다. 쇄열기 수련자의 육신을 그대로 허물어뜨릴 정도의 기세였다.
“크윽!”
한제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마치 수백 개의 수련성과 충돌한 것만 같은 압박감에 체내에서는 무언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렸고 육신은 통제를 잃은 채 추락했다. 저항이 불가능한 힘이었다.
하지만 한제에게는 고신의 육신이 있었다.
“검기, 붕괴!”
진득한 살기를 품은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거대한 팔에 녹아들었던 천만 개의 검기가 바르르 진동하더니 폭발했다. 그 많은 검기가 동시에 폭발하는 광경은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콰르릉! 쾅!
5급 성역 전체를 무너뜨리려는 듯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거대한 손바닥의 피부가 터져나가면서 수많은 검기가 튀어나왔다. 마치 천만 명의 수련자가 비검이 되어 파고들었다가 자폭하는 것만 같았다.
이는 쇄열기 수련자를 죽이고 천쇠에 이른 수련자마저 매섭게 끌어내릴 수 있을 법한 신통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