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06
격렬한 폭음과 함께 한제가 서 있던 마지막 황량한 대륙도 무너져 내렸다. 창백해진 한제는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때, 10만 척 길이의 창이 바르르 떨리면서 둘로 나뉘었다.
허나 수도자 역시 마음을 놓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때, 무너진 창에서 일곱 색채의 빛이 튀어나와 곧장 수도자에게 돌진했다.
“헛!”
이는 세 번째 사신차이자 다보상인이 일평생을 들여 제작한 가장 강력한 법보로 수도자조차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렴풋한 두려움마저 느꼈고 처음으로 세 걸음을 물러나는 한편 오른손을 휘둘렀다.
하늘과 땅을 이은 채 거대한 창을 파괴한 매서운 균열이 무지개를 향해 돌진했다.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절할도의 균열이 일곱 색채의 빛과 충돌한 순간 수축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이럴수가!”
수도자는 대번에 안색이 변해 몇 걸음을 더 물러났고 재빨리 결인을 그렸다. 그러더니 입을 벌려 안개를 뿜어냈다.
“키야아아!”
칠흑처럼 검은 안개에서 온 세상을 뒤흔들 법한 포효와 함께 아홉 개의 거대하고 흉측한 혼의 머리가 튀어나와 일곱 색채의 빛을 삼키려 했다.
각각의 머리는 세 번째 천쇠를 겪은 수련자가 전력을 발휘할 때와 맞먹는 힘이 있었다. 이 안개에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운해성역을 통틀어도 흔치 않을 터였다.
한데 그때, 일곱 색체의 빛이 바르르 진동하더니 순식간에 밝아져 사방을 뒤덮었다. 그러자 아홉 개의 머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나더니 다가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그중 두 개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빛과 충돌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저건 도대체…”
수도자는 잔뜩 무거워진 표정으로 한 번 더 물러났고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또 한 번 신통술을 발휘했다.
반격
한편, 한제는 창백하게 질린 상황에서도 두 눈에는 살기가 번득였다. 그는 오른손을 휘둘러 삼지창을 소환해 움켜쥐고는 몸을 날렸다. 동시에 그의 몸이 불어나 눈 깜짝할 사이 수천 척에 달하는 고신이 되어 수도자를 향해 돌진했다.
돌진하는 와중에도 한제는 결인을 그려 호풍을 발휘했다. 이에 소환된 검은 용들이 강한 바람과 함께 창으로 변해 허공을 갈랐다.
끝이 아니었다. 곧바로 환우가 발휘됐다. 하늘을 뒤덮은 반짝이는 물방울 결정 하나하나가 얼음 칼날이 되어 수도자에게 날아들었다.
살두성병이 빠질 수 없었다. 한제는 봉선인의 수많은 전혼을 동원했고 혼들은 허공자와 천운자의 혼을 따라 수도자에게로 달려들었다.
산붕술도 함께 발휘됐다. 발아래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허상의 화산이 하나하나 나타나더니 온 세상을 파멸시킬 듯한 위력을 일으켰다.
허나 수도자의 신경은 오로지 빠르게 돌진해오는 일곱 색채의 빛에 쏠려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더니 눈을 꼭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번득이는 빛이 두 눈에서 튀어나와 일곱 색채의 빛과 충돌했다.
콰쾅!
온 세상이 진동했다. 동시에 일곱 색채의 빛 중 한 갈래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나머지 여섯 갈래는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수도자는 눈을 감았다가 뜨기를 반복했다.
콰콰쾅!
이 이름 없는 신통술 아래 일곱 색채의 빛이 차례로 무너져 내려 이제 남은 것은 세 갈래뿐이었다. 그 무렵, 수도자와의 거리는 1백 척도 되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수도자가 무언가를 결심한 얼굴로 외쳤다.
“정신술!”
그 순간, 수도자는 하늘을 땅을 규칙을 모든 신통력과 모든 생령을 그대로 붙들어 매게 됐다. 이에 한제가 발휘한 모든 신통술은 물론 그의 육신도 그대로 허공에 멎어 버렸고 심지어 체내의 원력조차 가동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남아 있던 세 갈래의 빛도 수도자로부터 30척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발버둥을 치듯 꿈틀거렸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강한 법보구나! 허나 아직 하나의 봉인은 풀지 못했군. 공열(空涅), 공령(空靈), 공현(空玄), 공겁(空劫). 세 번째 단계의 공겁사경(空劫四境)에서 오직 공령기에 이른 수련자만이 이 법보의 모든 봉인을 풀 수 있을 거다! 그것까지 풀었다면 공열에 이른 나도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겠지.”
수도자는 사신차에 무척 놀란 상태였다. 만약 그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신술 하나를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면 오늘 여자호를 죽이지 못하고 큰 부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로서 그런 치욕감을 견딜 수는 없었으리라.
“네게는 이런 법보를 가질 자격이 없으니 내가 가져가겠다!”
수도자는 소매를 크게 휘두르며 미간에 회오리를 하나 소환했다. 회오리는 거대한 입이 된 듯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튀어나와 일곱 색체의 빛 중 남은 세 갈래를 삼켰다.
한제는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눈에서는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이렇게 당할 수는 없다! 내게는 아직 세 가지 필살기가 남아 있어! 죽더라도 저자 역시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풍의 선계. 끊임없이 바람이 불었고 흡혈마수 무리들이 바람 속을 노닐었다. 그들은 풍의 선계의 유일한 주인이었다.
풍의 선계 가장 깊은 곳에 떠 있는 세 대륙 중 암적색을 띤 대륙의 하늘 위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흡혈마수가 배회했다.
암적색 대륙 위에는 석상이 하나 있었는데 이때 이 석상의 두 눈이 꿈지럭거리면서 뜨였다. 이 석상으로부터 매우 기이한 기운이 발산됐지만 흡혈마수들의 주의는 끌지 못했다. 그들의 눈에는 석상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내가 애써 내려놓은 장기 말을 수도자가 죽이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석상은 두 눈으로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며 냉소했다.
“허나 수도자 덕분에 그 장기 말이 봉계 지존의 환생인지 아닌지, 그가 정말 천역주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게 됐군.”
★ ★ ★
다시 눈을 뜬 수도자의 눈동자에는 붉은색, 노란색, 남색 빛이 맴돌았다. 보기만 해도 심신이 진동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의 정신술은 한제의 정신술과 차원이 달랐다. 이때 세상에서 수도자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멈춘 상태였다.
호풍의 검은 용으로 이루어진 창과 그 위에 어린 적멸의 바람도 환우로 이루어진 얼음 결정의 칼도 살두성병으로 나타난 허공자와 수많은 전혼도 그대로 멎어 있었다.
한제의 발이 닿는 곳마다 모습을 드러냈던 허상의 화산도 거기서 피어오르던 검은 연기도 흘러나오던 용암도 굳어 있었다.
수도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이 상태 그대로 백 년이고 천 년이고 그 상태일 것만 같았다.
한제는 삼지창을 단단히 쥐고 있었다.
‘뇌의 선계 백범은 여러 선술을 남겼지. 만약 여자호 저 녀석이 그중 세 개의 술법을 알고 있다면 죽이기는 쉽지 않을 터. 음월유청술(陰月有晴術)을 배웠다면 더욱 골치가 아팠겠으나 그에 비하면 나머지 술법들은 별것도 아니지.’
수도자는 고개를 휘휘 저으며 허공에 멈춰 있는 한제를 내버려둔 채 뇌수로 형성된 사신차의 곁에 이르렀다.
“이 법보에는 흠이 너무 많아! 내게는 쓸모없으니 파괴해 버리겠다!”
그는 사신차를 한 번 훑어보며 냉소하더니 내리쳤다. 그 순간 사신차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뇌수 역시 붕괴했다.
수도자는 남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 중 자신에게 필요치 않은 것들을 파괴하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세 번째 단계 공열 초기 수준인 수도자에게는 그럴 힘도 있었다.
한편, 뇌수의 사신차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본 한제는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 슬픔이 형태 없는 화염이 되어 그를 불태울 듯했지만 한제는 그것을 체내로 꾹꾹 눌러 담았다. 두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수련 생활 중 절반을 함께 했던 사신차는 그렇게 파괴되어 버렸다.
‘오늘 살아남게 된다면 반드시 저자를 죽이고야 말리라! 반드시! 저자가 끔찍한 고통을 겪어가며 죽게 하지 못한다면 내가 이 맹세를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면 평생 걸어온 이 길을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리라!’
수도자는 한제를 돌아보았다. 그는 누군가가 아끼는 것을 파괴하고 상대의 좌절하는 표정을 보는 것을 즐겼다. 그런 좌절감을 볼 때마다 자신의 강함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자는 저 여자호가 엄청난 저항심을 가진 수련자임을 알아본 상태였기에 상대의 얼굴에 떠오른 절망을 보는 것이 더욱 즐거웠다.
걸음을 옮겨 일곱 빛깔 사신차 앞에 이른 그의 눈이 기이하게 번득였다. 그는 소매를 크게 휘둘러 사신차를 거두려 했다.
하지만 일곱 빛깔 사신차가 번득이더니 한 마리 나비가 나타났고 날개를 팔랑이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려 일곱 색체의 빛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사신차 역시 평범한 전차로 바뀌어 버렸다.
“내게 거두어지느니 차라리 자멸하겠다는 건가!”
수도자는 서늘한 눈빛으로 손을 휘둘렀고 힘을 잃은 사신차는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 네가 대체 얼마만큼의 저항심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겠다!”
수도자는 차게 웃으며 한제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우주가 사라지고 세상에 그와 한제 두 사람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도자의 눈빛이 닿은 순간, 한제는 바르르 떨었다. 온몸이 갈라지고 원신과 혼백마저 관통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모든 비밀이 상대의 눈 아래 낱낱이 드러나는 듯했다.
격렬한 고통에 한제의 얼굴에는 푸른 정맥이 울툭불툭 솟아났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묵묵히 고통을 참았다.
수도자의 눈은 한제의 체내를 꼼꼼히 훑었다. 특히 한제의 원신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살피던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없어? 당시 주인은 천역주가 원신과 융합될 수 있다고 했는데 원신에서 더 찾을 수가 없군. 주인의 환생도 아니고 천역주도 없다니, 설마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수도자는 인상을 팍 쓰더니 몸을 날려 한제의 곁으로 다가와 오른손을 크게 휘둘렀다.
쾅!
격렬한 굉음과 함께 한제의 저물공간이 열렸다.
“저물공간에서도 천역주를 찾을 수 없다면 혼을 뒤질 것이다! 저급한 물건들도 적지 않군. 전부 다 쓰레기야. 붕괴!”
한제의 저물공간을 신식으로 살피던 수도자가 외친 순간, 콰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도자의 눈빛에 닿은 모든 것들이 모두 무너져 내리면서 재가 되어 흩어졌다.
한데 저물공간을 뒤지던 수도자의 눈빛이 어느 순간 굳어졌다. 저물공간 안에 있던 허이국을 발견한 것이다.
“재미있는 검혼이로군! 하지만 이 역시 쓰레기야!”
허이국은 온몸을 덜덜 떨며 지금껏 자신을 수도 없이 살려준 아첨을 떨기로 했다. 허나 입을 열기도 전에 수도자의 신식이 달려들었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수도자는 뭔가를 발견한 듯 몸을 바르르 떨더니 허이국을 놓아주었다. 그의 시선에 까마득한 수의 흡혈마수가 들어왔다.
이 흡혈마수들은 저물공간 안에 연결된 또 다른 공간 안에 있었지만 이 공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수도자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흐, 흡혈마수가⋯⋯ 이렇게 많이!”
수도자는 경악하며 신식으로 그 너머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