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07
잠시 후에는 잠든 여인이 누워 있는 관을 하나 발견했다.
“쓰레기만 있는 건 아니로군! 섬계 선제의 보물인 피천관이 있다니! 피천관은 아주 훌륭한 법보지. 내게도 쓸모가 있을 것이다!”
수도자는 신식을 갈라 피천관으로 뻗었다. 그 안에 누워 있는 여인을 꺼낼 생각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한제의 눈빛에 광기가 들어차더니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그의 역린은 천역주도 고신의 육체도 영혼에 숨긴 그 어떤 비밀도 아닌 그 관 속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허!”
수도자의 신식이 멈칫했다. 한제의 변화를 눈치챈 그의 눈에 비웃음의 빛이 어렸다.
“사랑에 미친 자로구나. 이 여인이 네게 무척이나 중요한 모양이지? 좋아, 원래는 이 여인의 시체를 나중에 꺼낼 생각이었지만 네 앞에서 꺼내주도록 하마. 소문에 의하면 피천관에 들어 있는 생령을 정확한 방법으로 꺼내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흩어져 사라진다던데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봐야겠군!”
신식을 마저 움직여 곧장 피천관을 감싼 수도자는 관의 뚜껑을 열려 했다. 그 와중에도 여러 갈래로 나뉜 신식 중 하나는 천역주를 찾고 있었다.
한데 막 피천관의 뚜껑을 열기 직전의 순간, 다른 곳으로 뻗어 놓았던 신식 한 갈래가 바르르 떨렸다. 저물공간 안 한쪽 구석에 가부좌를 튼 은시를 발견한 것이다.
신식에 닿은 순간, 여인은 두 눈을 번쩍 뜨고 수도자의 신식을 마주 보았다.
“너, 너, 너는⋯⋯?”
엄청난 자제력을 가진 수도자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충격을 금하지 못하고 심신이 어지러워졌다.
수도자의 심신에 혼란이 생긴 순간, 한제의 두 눈에 살기가 번득였다. 동시에 그의 체내에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힘이 폭발했다.
수도자가 피천관의 뚜껑을 열려던 순간, 한제는 수도자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철검의 피 구슬을 망설임 없이 삼켜버렸다.
그 엄청난 힘에 체내에서는 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대한 힘이 터져 나옴에 따라 정신술에 묶여 있던 그의 몸은 움직임을 되찾았다.
“칠채정!”
한제가 크게 외쳤다. 그러자 저물공간 안, 아직 수도자의 신식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일곱 색채의 빛 한 줄기가 튀어나와 곧장 수도자의 신식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폭발음과 함께 수도자의 안색이 급변했다. 칠채정은 신식을 압도하는 엄청난 속도로 저물공간에서 튀어나와 수도자의 미간으로 달려들었다.
칠채정을 본 순간, 수도자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장존의 칠채신공정(七彩神空釘)! 어째서 네놈이 이것을!”
중생(重生)
수도자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그는 장존이 공열 후기에 이르렀을 때 엄청난 신통력으로 제련한, 얼마나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왔을지 상상도 안 가는, 태고 성신의 기이한 운석을 보고 있었다.
이 운석은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장존에 의해 1만 년간 제련된 이 운석은 일곱 빛깔로 반짝이는 총 108개의 못으로 만들어져 칠채신공정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소문에 의하면 이 운석의 내력은 매우 신비로워 장존 역시 시간을 거스르는 술법을 사용해 알아보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공을 눈앞에 둔 순간, 술법은 어떤 신비로운 힘에 끊어져 버렸고 장존은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존은 짧은 순간, 아주 모호하게나마 그것을 보는 데 성공했다.
“세상이 처음 열려 태고의 성신이 된 뒤 둘로 나뉘어 계외와 계내가 됐다. 허나 이 우주에 태고의 성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신비로운 운석은 이 우주 안, 태고의 성신과 위아래를 비교할 수 없고 멀리 떨어져 있는 또 다른 성신에서 온 것이다.”
이는 장존이 운석의 과거를 확인한 뒤 정신을 차리고 처음으로 했던 말이다. 동시에 장존은 이 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널리 퍼뜨렸다.
덕분에 칠채신공정의 명성은 더욱 혁혁해졌고 세 번째 단계의 높은 수준의 수련자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수도자는 장존이 칠채신공정을 이용해 주인과 싸우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 전투에서 원고 시대 선역의 강력한 수련자 몇몇이 수만 년간 공들여 제련해온 악독한 법보를 이용해 기습함으로써 자신의 주인에게 부상을 입혔다.
이후에 태고 성신의 삼존(三尊)이 공격에 나서면서 원고 시대 수련자들과 함께 주인에게 대항했는데 그때 장존이 사용했던 것이 바로 108개의 칠채신공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칠채신공정을 다시 보게 된 수도자는 경악하며 급히 몸을 뒤로 물렸다. 저 못의 엄청난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라도 저 못에 박힐 경우 체내에 엄청난 해를 입게 된다.
장존 역시 칠채정의 위력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저 이 무기가 강한 존재 앞에서는 강해지며 약한 존재 앞에서는 약해진다는 것을 수준이 높은 존재일수록 이 무기 앞에서는 더 크게 다치게 된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 중 이 못의 위력을 피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르면 체내에는 기이한 변화가 일어난다. 본질적으로는 힘을 승화시키는 변화였지만 동시에 매우 이상한 변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조차 칠채정에 의해 제압됐고 수준이 높고 힘이 강할수록 칠채정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설명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한편, 엄청난 수의 흡혈마수를 본 데다가 은시를 본 순간 그 정체를 알아차린 수도자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제가 자신의 정신술로부터 벗어나 칠채정까지 꺼내 들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수도자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그 무렵, 칠채정은 눈부신 일곱 색채의 빛을 번득이며 저물공간 안을 휘저은 수도자의 신식으로 파고들어 순식간에 조각내더니 곧장 튀어나와 수도자의 미간으로 달려들었다.
너무 가까웠던 탓에 수도자가 물러나기도 전에 칠채정이 달려들어 미간에 꽂혔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칠채정은 수도자의 미간을 1촌 정도 파고든 상태였다. 지금도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면서 더 깊이 파고드는 중이었다. 두개골을 뚫고 수도자의 뇌까지 파고들어가려는 듯했다.
창백하게 질린 수도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칠채정에 힘겹게 저항했다.
그 와중에 한제가 살기를 진득하게 퍼뜨렸다.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그였지만 수도자가 이모완을 건드리려는 순간 분노가 폭발했다. 이는 칠채계에서 칠채정에 찔렸을 때와 버금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더 이상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한제에게는 삶과 죽음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철검에 묻은 피가 한제의 원신에 융합됐다. 9성급 고신의 피이자 천도의 피. 그것은 녹아들자마자 한제의 전신을 불타게 했다.
심지어 원신도 영혼도 타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힘이 체내에서 폭발했다.
정신술이 무너져 내렸고 한제는 몸을 날리며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동시에 미간에서 나타난 고신의 반점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경지로 이루어진 규칙의 반점까지 드러났다.
“용서하지 않겠다!”
한제는 삼지창을 쥔 채 수도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붉게 물든 두 눈에서는 수십 척에 이르는 붉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체내에서는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인지 뼈가 부러지는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한제의 체내에서 발산된, 하늘을 뒤덮을 듯한 붉은 빛에 화들짝 놀란 수도자는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한제의 신통력이 아니라 번득이는 살기의 빛이었다.
게다가 그는 지금 온 힘을 다해 미간에 박힌 칠채정에 대항하고 있는 터라 사실 한제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러나 한제는 수도자가 마음대로 도망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는 준비했던 모든 수단과 모든 신통력, 그리고 수많은 법보를 이용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상대가 칠채정에 저항할 길을 알게 된다면 한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한제는 곧장 튀어 나갔다. 철검의 피를 삼키면서 일어난 화염이 뒤로 길게 이어져 불타는 유성과도 같았다.
수도자에게 돌진한 한제는 삼지창을 힘껏 뻗었다. 온몸에서 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삼지창이 그의 모든 힘을 동원하여 소환한 용 한 마리가 포효를 내지르며 수도자에게 달려들었다.
그 무렵, 수도자의 미간에 박힌 칠채정은 눈부신 빛을 번득이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두개골을 깨부수려 했다.
수도자가 전력을 다해 그 기세에 저항하고 있을 때, 삼지창에서 쏘아져 나간 용이 달려들었다.
“칠채신공정이 있다 해도 소용없다! 세 번째 단계 수련자의 힘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마!”
수도자는 서늘한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들어 한 줄기 힘을 응집했다.
“그렇게도 죽고 싶다면 그리 해주마! 절공도(切空道)! 내 앞의 모든 생령을 멸한다!”
이어서 수도자는 결인을 그린 오른손을 매섭게 휘둘렀다.
그 손짓에 사방에서 강력한 기운이 몰려들어 공간을 봉쇄했고 뒤이어 하얀 선이 줄기줄기 나타나 거대한 마름모꼴로 교차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급속도로 수축하는 것이 한제를 단단히 옥죌 생각이었다.
거대한 마름모는 점차 줄어들었고 파멸적인 기운이 다시 폭발하면서 한 번 더 줄어들었다. 그 압박감은 그대로 한제와 삼지창으로 소환한 용에게로 가해졌다.
“절(絶), 멸(滅), 붕(崩)!”
수도자는 몸을 뒤로 물리는 한편 크게 외쳤다.
그 순간, 마름모는 한제를 중심으로 좁아지면서 눈부신 빛을 터뜨렸다. 그 충격은 수십 개의 수련성이 동시에 붕괴할 때의 충격에 비할 만했다.
쾅! 쾅! 쾅!
거대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 퍼지면서 온 성역이 진동했다. 5급, 6급, 7급, 심지어는 8급 성역에서도 이 굉음을 들을 수 있었다.
동시에 한제의 육신도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피와 살이 흩어지고 머리 역시 터져나갔다. 삼지창이 가루가 되면서 비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삼지창의 혼이 죽음을 맞이한 듯했다.
말 그대로 절대적인 힘이자 세 번째 단계 수련자의 대적할 수 없는 위엄이었다. 여태 어떤 두 번째 단계 수련자도 세 번째 단계 수련자를 이긴 적이 없다. 이는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이자 정해진 진리와도 같았다.
한데 바로 그때, 무너져 내리며 터져나갔던 한제의 피와 살에서 순간 요사스러운 붉은 빛이 번득였다.
뒤이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 이 피와 살이 한데 뭉치더니 한제의 육체로 되돌아갔다.
완벽한 재탄생이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수도자가 멍한 얼굴로 외쳤다.
기이한 붉은 빛이 한제의 온몸을 뒤덮었다. 그의 원신에 녹아들었던 피의 빛이었다. 그 특이하고 이상한 피의 힘 아래 붕괴했던 한제의 몸은 순식간에 다시 응집됐다.
한제는 원신에 녹아든 피 구슬의 힘이 무너져 내린 자신의 몸을 다시 구성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똑똑히 느꼈다. 이대로라면 곧 피 구슬의 힘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었다.
하지만 한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새롭게 응집된 몸은 오로지 광기 어린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한제는 수도자를 죽일 듯 노려보며 몸을 날렸고 다음 순간 그는 수천 척에 달하는 고신의 육신을 드러냈다.
미간에서는 여섯 개의 반점에 경지로 이루어진 규칙의 반점까지 나타나 꼭 7성급 고신처럼 보였다.
‘나는 죽을 수 없다. 절대 죽을 수 없어!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생령을 죽여 대가를 치르게 하기 전까지는 죽을 수 없단 말이다!’
“크오오오!”
한제는 태고의 마수처럼 포효하며 주먹을 휘둘렀고 동시에 고신의 언어로 주문까지 외웠다.
고신족의 신통력은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가 수련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위력이 엄청났다.
한제의 저주가 울려 퍼짐에 따라 체내에 존재하는 고신의 흘러넘칠 듯한 생기가 폭발했다. 이 세상의 모든 생령 중 생기로 비교했을 때 고신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고신술, 멸생환령(滅生喚靈)!”
한제는 낮게 외치며 주먹을 날렸다. 그 주먹질에 하늘과 땅이 진동했고 전방의 모든 허공이 무너져 내렸다. 또한 한제는 체내의 생기를 포기하면서까지 한 줄기 놀랄 만한 힘을 담아 수도자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