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08
거대한 소리와 함께 5급 성역 전체가 붕괴할 듯 흔들렸다.
한제는 자신의 주먹과 수도자의 오른손이 충돌한 순간 피를 토해내며 뒤로 밀려났지만 또다시 달려들었다.
수도자는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사실 손바닥이 약간 저릿했다. 또한 한제의 주먹을 막기 위해 칠채정에 대항하던 힘 중 상당 부분을 갈라내야 했다.
“생기를 힘으로 바꾸다니, 언 발에 오줌 누기로구나. 게다가 그런 주먹질을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한제가 다시 달려들며 주먹을 날렸다. 이번 주먹질에 그의 생기 중 일부가 흩어졌고 그의 백발은 약간의 회색빛을 띄게 됐다. 미간의 반점도 약간 어두워졌다.
쾅!
두 번째 주먹 또한 간단하게 막히자 한제는 내상을 애써 참으면서도 비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순식간에 열 번째 주먹까지 날렸다.
열 번의 주먹질로 그는 엄청난 생기를 소모했다. 머리카락은 툭툭 떨어져 내렸고 몸에는 주름이 생겨났다.
하지만 두 눈만큼은 여전히 광기와 전의로 붉게 번득였다.
한편, 한제의 모든 주먹을 막아낸 수도자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그는 정확히 여섯 번째부터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안개를 분출해 주먹을 막아냈다.
“네가 고신의 육신을 가졌다 해도 스스로의 생기를 갉아먹는 신통술에는 오래 버티기는 힘들 터! 참으로 우습구나!”
수도자는 냉소하면서도 미간에 박힌 채 일곱 색채로 번득이는 칠채정에 저항했다. 칠채정은 끊임없이 빙글빙글 돌면서도 아직 두개골을 뚫지는 못했지만 대신 수도자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장존의 칠채신공정은 정말로 기이하구나. 저 녀석이 구체적인 사용 방법을 몰라서 다행이야. 허나 만약의 상황에 대비는 해야겠지.’
수도자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온몸의 수준을 폭발시켰다. 순간 그의 미간에 박혀 있던 칠채정도 조금 밀려났다.
1백 번의 주먹질
한편, 체내의 생기 중 절반을 흩어버린 한제는 어느덧 노인처럼 죽음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미간의 반점은 더욱 어두워졌고 온몸은 주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은 더욱 거세져 있었다.
“크아아!”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지르며 한제는 또다시 튀어 나갔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화염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았다.
한데 불에 대한 열망 때문이 아니라 불을 꺼버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뛰어드는 불나방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한제의 주먹이 수도자를 향해 쇄도했다.
콰쾅! 쾅! 쾅!
요란한 소리가 쉼 없이 울려 퍼졌고 어느덧 한제는 열아홉 번째 주먹을 휘둘렀다. 칠규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렀으나 한제는 주먹을 멈추지 않았다.
이 무렵, 수도자의 얼굴에도 약간 놀란 기색이 드리웠다. 그가 뿜어낸 안개는 여전히 건재했고 오히려 한제를 삼키려는 듯 덤벼들었다.
“네가 그런 주먹질을 1백 번 이상 유지할 수 있다면 칠채정에 대항하고 있는 틈을 타 내게 무슨 해라도 입힐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겨우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게다가 네 생기는 이미 거의 사라졌으니 내버려둬도 알아서 죽겠구나! 크흐흐.”
수도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한제는 고막이 터진 터라 듣지 못했다.
한제는 문득 엄청난 피로를 느꼈다. 온몸에 드리운 죽음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죽음이라… 이 잔혹한 수련계와 모든 고통으로부터 멀리멀리 벗어날 수 있는 걸까?’
그의 두 눈에서 번득이던 붉은 빛도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수도자가 뿜어낸 안개가 다가와 그런 한제를 삼키려 했다.
한데 그때, 한제가 맹렬히 고개를 들었다. 어두워져 가던 두 눈이 다시금 밝은 빛을 뿜어냈다.
“수련자가 전투를 두려워해서야 되겠는가! 그래, 이 전투는 전의가 아니라 죽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반항심으로 하는 것이다! 하하하!”
한제는 어째서인지 통쾌하게 웃으며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그리고… 스무 번째 주먹을 날렸다.
입가에서는 검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광기 어린 웃음도 주먹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웃음에는 세상 만물의 규칙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이 어려 있었다.
“이 이한제는 열여섯 살에 수련의 길에 올랐다!”
스물한 번째 주먹이 뻗어 나갔다. 수도자의 안개 또한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대산파에 들어갔고 등력을 죽였다!”
스물두 번째 주먹. 한제를 집어삼키려던 안개가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수마해로 도망쳐 금단(金丹)을 맺었다!”
스물세 번째 주먹! 바르르 진동하는 안개 안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원영기에 이르러서는 등가의 씨를 말려 주작성을 뒤흔들었고 천운자의 제자가 됐지!”
한제는 한 걸음씩 옮겼고 그때마다 혼잣말을 내뱉었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스물여섯 번째 주먹을 휘둘렀을 때, 안개는 30척 정도 밀려나 있었다.
“음양이의를 건너 쇄열삼경에 이를 때까지 쉬지 않고 죽음의 위기를 겪어왔으나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 죽인 자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서른 번째! 안개는 뒤로 계속해서 밀려났고 더욱 격렬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에서는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 가며 2천 년간 수련해온 끝에 지금의 상태에 이르렀다! 그게 나 이한제다!”
한제는 또다시 걸음을 내딛었고 어느덧 서른아홉 번째 주먹이 안개와 충돌했다.
“하늘과 싸우고 땅과 싸운 내가 오늘은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와 마주했으니,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겠구나!”
마흔, 마흔하나, 마흔둘⋯⋯ 쉰세 번째 주먹!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끝끝내 되살리지 못한 것뿐. 허나 그녀와 함께 죽을 수 있다면 괜찮다!”
쉰넷, 쉰다섯, 쉰여섯⋯⋯ 예순네 번째! 뒤로 밀려나던 안개가 쾅 하고 무너져 내려 흩어졌다.
“그러니 내가 가진 모든 생기가 사라진다 해도 무엇이 아쉽겠는가!”
예순다섯, 예순여섯, 예순일곱⋯⋯ 일흔다섯 번째!
한제의 온몸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육신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또한 늙어갔다. 죽음의 기운이 온몸을 뒤덮으며 오장육부를 쇠약하게 했고 생기를 깎아냈다.
사실 스물세 번째 주먹을 날렸을 때부터 그의 생기는 이미 흩어져 사라지고 있었다. 그 후의 주먹은 원신에 녹아든 피 구슬의 힘으로 날린 것이었다.
“싸우다 죽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터!”
한제의 거친 목소리에서는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듯했다. 누구라도 그 목소리를 들으면 심신이 진동할 터였다.
일흔여섯, 일흔일곱, 일흔여덟⋯⋯ 여든 번째!
“생기는 이미 끊어졌으니 어차피 죽을 목숨이다. 허나 이 신통술로 가해지는 주먹질은 끊이지 않는다. 유월의 빛이여, 5천 년을 거슬러 내게 생기를 다오!”
한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길게 웃었다. 그리고 어느덧 여든네 번째 주먹과 함께 또 한 걸음을 나아갔다. 그의 걸음을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무렵, 수도자의 눈빛은 매우 진지해진 상태였다. 처음으로 저 여자호라는 자에게서 비범함을 느끼게 됐다.
그때, 무너져 내리고 있던 허공에 거대한 돌문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문에서 발산된 오래되고 황량한 기운이 한제의 전신을 뒤덮었다.
여든다섯, 여든여섯, 여든일곱⋯⋯ 그리고 드디어 백 번째 주먹이 뻗어 나갔다.
1백 번의 주먹질에는 한제의 무궁무진한 생기가 2천 년간의 수련이, 모든 원력이, 그리고 철검에 묻어 있던 알 수 없는 피의 위력이 어려 있었다. 이는 한제 평생을 통틀어 최고의 공격이었고 필사의 마음으로 날린 극강의 도였다.
한제는 이 수많은 주먹을 날리며 불나방처럼 수도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다만 그저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그 어마어마한 불을 끄기 위해서였다.
수도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자신이 본 것을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한낱 미물 같다 여긴 상대가 스스로 생기를 깎아가면서까지 1백 번의 주먹을 날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보통 주먹질이 아니었다. 모든 정기를 동원하여 날린 공격인 만큼 수도자 입장에서도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 멀쩡한 상태라면 모를까, 칠채정에 저항 중인만큼 불안했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콰쾅! 쾅!
굉음이 끝없는 폭풍이 되어 사방을 휩쓸면서 수도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수도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가슴팍에서 거대한 파도의 회오리가 튀어나오더니 빛을 번득이면서 거대한 입처럼 전방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했다.
“탄허술(呑虛術)!”
수도자가 낮게 외치자 거대한 회오리가 한제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콰르릉!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6급 성역까지 무너지려 했다. 하늘에서는 더 이상 안개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한제의 온몸이 피로 뒤덮였고 미약하게 뛰던 심장이 쾅 하고 갈라졌다. 뒤로 나가떨어진 한제의 두 눈에서는 빛이 꺼졌다.
한편, 하늘과 땅을 뒤흔들 듯한 힘이 담긴 백 번의 주먹질은 앞을 막아서는 모든 생령을 소멸시키기에 충분했다. 천쇠를 겪은 수련자라 해도 그 힘 앞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고리 모양의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운해성역을 휩쓸었다. 모든 안개가 무너져 내렸고 그 안의 흉수들도 죽음을 맞았으며, 수많은 황량한 대륙이 와해됐다. 심지어 6급 성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운해성역에 전체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그 구멍은 안에서 흘러나오는 광풍에 의해 끊임없이 벌어졌다.
수도자의 주위에서도 펑, 펑 소리가 울렸다. 그는 두 손을 쉴 새 없이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파도의 회오리가 나가떨어지더니 그의 체내로 되돌아왔다.
펑!
폭발음과 함께 수도자의 옷이 터져나갔다. 조각이 된 도포가 나풀나풀 흩어졌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몇 걸음을 물러났고 입가에서는 피까지 흘러내렸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부상을 입은 것이다.
“⋯⋯내가 너무 얕잡아봤군.”
부상을 입은 순간, 수도자의 미간에 박힌 칠채정은 일곱 색체의 빛을 번득이면서 3촌 정도를 더 들어가 두개골을 뚫었다.
“크윽!”
밀려드는 끔찍한 고통에 수도자는 피를 토해냈다. 이 피는 수없이 많은 문양이 되어 미간에 떨어지더니 봉인을 시작했다.
“그래, 좋다! 네 녀석이 내게 부상까지 입히다니. 비록 내가 칠채신공정에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고는 해도 분명 놀랄 만한 모습이었다.”
입가의 피를 문질러 닦는 수도자에게서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살기가 드러났다.
그는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고 오른손을 뻗었다. 순간, 하늘을 가릴 듯 거대해진 손이 곧장 한제를 향해 내리 떨어졌다.
“죽여주마! 다시 살아난다면 또 죽여 버리겠다! 윤회도(輪回道)! 난 네 전생과 내생을 백 번이고 반복해 죽일 것이다! 백 번을 더 죽은 뒤에도 또 살아날 수 있을지 보자!”
수도자의 목소리는 음산한 바람처럼 울렸다. 그의 오른손은 윤회의 규칙에 따라 거대한 법륜이 되더니 한제를 향해 내리 떨어졌다. 격중될 경우 1백 번의 죽음을 맞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게 될 터였다.
그 순간, 무너져 내린 전장에서 한 줄기 바람이 휙 불어닥쳤고 뒤이어 어느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예 수도자야, 네가 저자를 죽인다면 내가 네놈을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