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09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수도자는 움찔 멈춰 섰다. 고개를 홱 돌려 허공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져 있었다.
“늙은이, 나를 또 막으려 하느냐! 원고 시대 선역의 대선으로 온몸이 봉인되어 석상이 된 네가? 10만 년 간 그곳에 갇혀 법보로 제련될 운명인 네가? 흡혈마수가 가득한 그곳의 힘을 빌려 겨우 한 목숨 부지하고 있는 네가 불쌍해 가만뒀거늘, 어찌하여 나를 막으려 하느냐?”
수도자는 싸늘하게 웃으며 망설임 없이 오른손을 휘둘렀다.
한데 그때, 전장에 불어닥친 서늘한 바람이 거대한 팔 하나를 형성하더니 허상으로 나타난 법륜을 움켜쥐려 했다.
“노예야, 넌 당시 봉계의 지존에게 조아리는 종에 불과했다. 그런 네가 세 번째 단계에 들어서더니 이제 눈에 뵈는 것이 없나 보구나. 원고 시대의 대선조차 10만 년간 가둬두고 법보로 제련될 운명이라느니 어쩌니 까불다니, 노예인 네놈이 주제를 잊은 게로구나!”
바람으로 이루어진 팔이 거대한 법륜을 움켜쥐더니 확 잡아당겼다. 그러자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도자는 표정이 급변해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정신술!”
그 순간, 바람으로 형성된 팔이 움찔 멈췄다. 하지만 다음 순간, 팔은 정신술의 범위에서 벗어나더니 법륜을 꽉 움켜쥐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린 법륜은 그렇게 흩어져 사라졌다.
동시에 수도자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말도 안 돼! 봉인되어 있는 네가 어찌 내 정신술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이냐! 설마… 태고 외성(外星)의 본원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냐? 외성의 힘을 흡수하고 있는 게로구나!”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크하하!”
노인은 차게 웃으며 바람으로 이루어진 오른손으로 수도자를 잡아채려 했다.
수도자는 곧장 뒤로 물러난 뒤 결인을 그린 두 손으로 가슴을 두드려 수준을 폭발시켰다.
그때, 그의 뒤로 거대한 수련성이 하나 나타났다. 이 수련성의 생기는 5성급 고신의 생기 못지않았다. 또한 이 수련성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와 기이한 힘이 되어 수도자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세 갈래 본원
수도자는 두 눈으로 밝은 빛을 번득이며 크게 외쳤다.
“20억 명의 음양 제자들이여, 나와라!”
수도자는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더니 아래로 빠르게 내리며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팔을 세 번 가리켰다.
그의 손이 한 번 가리킬 때마다 뒤쪽의 거대한 수련성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수련성의 허상이 나타나 거대한 팔을 향해 돌진했다.
“네 본체와 마찬가지로 20억 명의 제자들도 부족한 녀석들뿐이로구나!”
노인의 냉소와 함께 거대한 팔이 그대로 앞으로 밀고 나갔다.
쾅! 쾅! 쾅!
세 번의 거대한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수련성의 허상 세 개가 폭발하면서 형성한 파괴력이 팔을 공격했지만 수많은 문양이 나타나 그 힘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그럼에도 팔에는 큰 상처가 생겨났지만 흩어지지 않은 채 기어코 수도자 앞에까지 이르렀다.
“늙은이, 오지랖도 넓군. 본체로 올 수 없어 분신만 보낸 주제에… 죽어라!”
수도자는 뒤로 뻗었던 오른손을 꽉 움켜쥐어 거대한 수련성을 통제하더니 힘껏 내던졌다.
“나는 수만 년간 무궁무진한 향불을 만들기 위해 20억 명의 제자를 모았다. 오늘은 네 분신을 없애기 위해 그중 5억 명을 멸할 것이다. 그다음에는 풍의 선계로 찾아가 네 본체까지 죽이고야 말겠다!”
수도자가 내던진 수련성은 바람으로 이루어진 팔과 충돌했다.
콰쾅!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련성은 팔과 충돌한 순간 엄청난 힘을 폭발시켰다. 수도문의 제자 5억 명이 죽으면서 발휘한, 세 번째 단계에 속한 힘이었다. 그 힘에 이미 곳곳이 망가져 있던 팔은 무너져 내렸고 노인의 침음성이 들려왔다. 제법 큰 부상을 입은 듯했다.
머지않아 바람으로 이루어진 팔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저 늙은이가 살리려 한 것을 보니 여자호라는 녀석을 꽤 중히 여기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더더욱 죽여주마! 분신마져 사라졌으니 이제 어떻게 나를 막을 텐가!”
그 무렵 칠채정은 수도자의 미간에 박힌 채 계속해서 회전했지만 안쪽으로 더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개골과 칠채정이 맞닿은 부분이 녹아내리기 시작해 수도자는 더욱 괴로웠다.
몸을 홱 튼 수도자는 다섯 손가락을 쫙 펼친 채 강한 살기를 발산하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데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바람으로 이루어진 손가락 하나가 느닷없이 나타나더니 수도자의 미간에 박힌 칠채정을 꾹 누른 것이다.
“헛!”
수도자는 표정이 급변한 채 우뚝 멈춰 섰다. 그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허상들이 그의 체내에서 나타나 중첩되며 눈앞의 존재를 가로막았고 수도자는 그대로 후퇴했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큭!”
수도자는 표정이 급변해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그러나 워낙 갑작스러웠던 데다가 이미 상대의 분신을 파괴한 것으로 여겨 방심하고 있었기에 손가락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와중에도 수많은 허상을 만들어내 손가락을 막으려 했다.
콰쾅!
하지만 허무하게도 괴이한 충돌음과 함께 모든 허상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손가락은 수도자의 미간에 박힌 칠채정을 꾹 눌렀다.
“크아아아!”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힘에 칠채정이 미간 깊숙이 파고들었고 수도자는 절규했다. 7촌 정도 길이의 칠채정은 수도자의 미간으로 5촌이나 파고든 상태였다.
못이 박힌 위치가 미간이라서 더욱 위험했다. 당시 한제가 칠채정의 공격을 받았던 어깨뼈와 달리 미간은 수련자에게 치명적인 곳이었다.
수도자의 창백한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는 칠채신공정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 과거 그의 주인이 94개의 칠채정으로 고정됐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크아아!”
수도자는 최대한의 속도로 물러났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다가오며 칠채정을 밀어 넣고 있었다. 이에 수도자는 체내에서 흘러넘칠 듯 강한 힘을 오른손 손등에 응집시켜 부적을 소환했다.
부적은 금빛으로 번쩍이며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을 밝혔다. 수도자의 미간에 박힌 칠채정을 누르던 손가락도 이 금빛에 뒤덮이자 치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흩어지기 시작했다.
“봉계의 지존… 저 녀석을 노예로 삼는 대가로 목숨을 세 번 구할 수 있는 부적을 주었지. 저자가 너를 배반했을 때, 너는 저 녀석을 죽일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도 놓아주고 대신 부적을 두 번 쓰게 했다. 그 결과 너는 죽었지.
한데 수만 년이 지난 오늘, 그 부적이 세 번째로 저자를 살리는구나. 너는 너를 배반한 노예를 아직도 보호하고 있는 것인가! 네가 평생 쌓아 올린 수준에 감탄했다. 허나 네 도는 인정할 수 없다!”
노인의 목소리가 서서히 흩어져갔다.
그 무렵, 수도자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칠채정으로 인한 고통을 참아내면서도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돌아가신 뒤에도 저를 보호해주시는군요. 당시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 한없이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은 그때 반드시 죽어야만 했습니다!”
수도자는 이미 칠채정 내에서 발산된 광기 어린 기운에 뒤덮였지만 강력한 수준으로 애써 억눌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광기로 인해 그의 성격이 바뀌었다. 좀 전의 독백이 바로 그 결과였다.
“이 못은 미간에 완전히 박히지 않는 이상 천천히 제거하면 된다. 우선은 저 지긋지긋한 녀석을 없애는 게 먼저다.”
수도자는 붉어진 두 눈으로 망설임 없이 한제에게 다가갔다.
줄곧 눈을 부릅뜨고 있던 한제는 죽음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수도자가 달려드는 모습을 당황한 기색도 없이 지켜보았다. 좀 전에 보인 광기에 생기까지 뽑혀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삶과 죽음,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 이 모든 것은 대립적인 존재. 생기(生氣)의 반대편에는 사기(死氣)가 있다. 생기가 담긴 주먹을 휘두른 것처럼 온몸의 사기(死氣) 또한 폭발시킬 수 있지. 또한 고신의 반점을 모두 폭발시켜 최후의 일격으로 바꿀 수도 있다. 아니면 규칙의 반점을 무너뜨려 무궁무진한 원력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지. 와라! 죽더라도 같이 죽겠다!’
그 순간, 한제는 두 눈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빛이 번득였다. 온몸의 사기가 체내에서 폭발해 거대한 회오리를 이루더니 온 세상을 뒤흔들었고 음양을 부수었으며, 윤회를 파괴했다. 그 안에서는 삶과 죽음의 본원의 힘이 어렴풋하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본원.
한제는 일찍이 본원을 얻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戰)자 족자에 의해 뽑혀나갔다.
게다가 그 힘은 비록 본원이라고는 해도 그가 스스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얻은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삶과 죽음의 위기 속에서 한제는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이에 온몸으로 사기를 폭발시킨 순간, 깨달음과 동시에 자신의 본원을 얻게 됐다.
비록 아주 적은 양에 불과했지만 세 번째 단계의 관문이 약간의 틈을 내듯 열렸다는 것이 중요했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수도자는 충격에 사로잡혀 몸을 바르르 떨었다.
‘저 녀석에게 세 번째 단계에 이를 잠재력이 있었다니! 스스로의 본원을 깨달은 저 녀석⋯⋯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면 아마도 1천 년 내에 세 번째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더욱 죽여야만 한다!’
수도자의 눈빛은 한층 싸늘해졌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거대한 수련성이 하나 나타났다. 그것으로 한제를 눌러 죽일 생각이었다.
한편, 한제의 몸에서 폭발한 사기의 회오리가 회전하면서 그 안에 담긴 삶과 죽음의 본원은 점점 커졌다.
미약하지만 분명 실재하는 본원이 사기의 회오리에서 뛰쳐나올 듯 몸부림쳤다.
그때, 한제의 미간에서 왕족 고신의 모든 반점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쇄성(碎星)의 순간, 한제의 몸에서 튀어나온 사기의 회오리 가장자리에 더 큰 회오리가 나타났다.
이 회오리는 형용할 수 없는 고신의 기운을 폭발시켰고 그 안에서 또 하나의 본원이 발산됐다.
원인과 결과를 완전히 깨달은 뒤에 생겨난 본원이었다.
‘반점을 부순 대가로 힘을 얻는 것 자체가 원인과 결과!’
커다란 위기 앞에 두 번째로 얻게 된, 원인과 결과의 본원.
“이, 이게 대체⋯⋯?”
수도자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두 번째 본원까지 얻다니!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 중에도 두 개의 본원을 가진 자는 몇몇 강자들뿐이다. 저자가 만약 세 번째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난 절대로 상대가 되지 못할 터.’
수도자는 평생을 통틀어 두 개의 본원을 가진 사람을 단 두 명밖에 보지 못했다.
바로 장존과 청림으로 이들에 비하면 수도자 자신은 미약한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두 개의 본원을 가진 세 번째 인물을 보았다.
‘태고의 성신 계내와 계외를 통틀어도 저런 녀석은 없을 것이다. 제자로 삼고 싶을 정도로군. 허나 이미 뼛속까지 내게 원한을 가졌을 터! 대신 저런 걸출한 자를 직접 죽이는 것도 즐겁겠군!’
수도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방금 소환한 거대한 수련성을 휘둘렀다.
그때, 한제의 미간에서 경지로 이루어진 규칙의 반점이 무너져 내렸고 동시에 세 번째 회오리가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세 번째 회오리 안에서도 본원이 형성되고 있었다.
진실과 거짓의 경지는 규칙의 반점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던 중이었다. 한데 그 반점이 무너져 내리면서 진실과 거짓의 경지가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