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10
한제의 세 번째 본원, 진실과 거짓의 본원이 회오리 안에서 나타났다.
삶과 죽음의 본원, 원인과 결과의 본원, 그리고 진실과 거짓의 본원까지.
세 갈래의 본원이 각각의 회오리에서 튀어 나갔다. 모두 아직은 미약한 상태라 오랜 시간 축적이 필요했다.
언젠가 저 본원들이 성숙하게 되면 한제는 온 세상을 놀라게 할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로 거듭날 터였다.
한편, 수도자는 공격을 가하려던 것도 있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마… 말도 안 돼! 세 개의 본원이라니! 절대 불가능해! 나의 주인님도 세 번째 본원은 절반밖에 깨닫지 못했단 말이다! 그렇다면… 저 녀석이 세 번째 단계에 이르게 된다면… 태고의 성신에서도 저자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혹시… 전설로만 떠돌던 네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가 환생한 것인가?”
수도자는 경악했고 다음 순간에는 바르르 떨었다.
“화를 남기지 않으려면 녀석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이를 악물고는 자신의 모든 힘을 폭발시켜 수련성을 내던졌다.
허나 수도자는 세 갈래의 본원이 한제의 한계가 아니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한제는 생기를 무너뜨려 삶과 죽음의 본원을 깨달았고 고신의 반점을 무너뜨려 원인과 결과의 본원을 깨달았으며, 경지로 이루어진 규칙의 반점을 흩어버리면서 진실과 거짓의 본원을 깨달은 상태였다.
그러나 그의 체내에는 아직 주작의 화염이 흩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주작의 화염은 한제의 체내에서 세 번의 변화를 겪은 바 있다. 그리고 변화를 겪을 때마다 화염의 힘에 대한 깨달음이 월등히 높아졌다. 특히 세 번째 변화를 통해 한제는 온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 통제자가 되었다.
모든 사람은 분노의 화염을 가지고 있다. 형태가 없을 뿐,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분노의 화염이었다. 그러니 한제가 이를 통제하기만 한다면 상대가 누구든 죽음을 피할 수 없을 터였다.
그 위에는 작열화염(灼熱火焰)이 있다. 이는 화염조차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말 그대로 불가사의한 위력의 화염이었다.
그리고 작열화염 위에 도의 화염이 있다. 만약 한제가 이 도의 화염을 일으키는 수준에 이른다면 적의 경지를 불태우는 것도 가능해질 터였다.
이는 법술이나 신통력이 아닌, 무한의 경지에 이른 도술인 셈이다.
이런 화염에 대한 한제의 깨달음은 삶과 죽음,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에 대한 깨달음에 뒤지지 않았다. 그러니 세 가지 경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화염을 통해서도 본원을 끌어낼 수 있었다.
다만 이 본원은 아직 너무도 흐릿해 수도자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수도자가 공령의 경계에 이르렀다면 이 엄청난 위력의 네 번째 본원을 발견했을 터였다.
엄청난 행운의 시작
네 개의 본원. 이런 깨달음은 장존과 청림, 봉계의 지존, 심지어 태고의 성신 계내외 모든 수련자를 능가하는 것으로 하늘과 땅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리라.
만약 장존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는 어떻게든 한제를 제자로 들이려 했을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한제의 한계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체내에는 다섯 번째 본원, 바로 천둥번개의 본원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태고의 뇌룡을 삼켜 원신으로 삼고 태고족의 천둥번개를 흡수해 번개의 변화를 깨달은 한제는 세상 모든 천둥번개를 관장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힘만으로도 천둥번개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그가 세상이 처음 열렸을 때 생성된 아홉 종류의 천둥번개를 삼킬 수만 있다면 천둥번개의 완전한 주인이 되어 더욱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게 될 터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제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 모든 본원은 아직 매우 약했기에 수도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한제는 완전한 죽음을 맞고 다섯 개의 본원 역시 흩어져 사라질 것이다.
“죽어라!”
수도자는 두려움과 흥분을 비롯해 갖가지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거대한 수련성을 휘둘렀다. 그 안에서는 15억 명에 달하는 수도문의 제자들이 세 번째 단계의 엄청난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한제의 눈빛은 덤덤했다. 이미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삶과 죽음도 상관없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이모완에 대한 애정, 사도환과 청수에 대한 우정만이 그에게 남은 감정의 전부였다.
이런 감정들만은 끊어버리고 싶지도 않았고 끊어버릴 수도 없었다. 그럴 바에야 이 모든 것을 끌어안은 채 죽는 편이 낫다고 여겼다. 마음에 둔 사람이 없는 죽음은 한없이 고독하고 차갑지만 이런 감정을 품고 맞는 죽음은 밤하늘의 별처럼 밝게 빛날 터였다.
“나를 죽이려거든⋯⋯ 네 목숨도 걸어야 할 것이다!”
거대한 수련성이 달려든 순간, 한제는 두 팔을 맹렬히 휘둘렀다. 그러자 앞서 회전하고 있던 세 개의 회오리가 체내의 천둥번개와 화염의 본원과 함께 쏘아져 나갔다.
이 일격은 앞선 1백 번의 주먹질과 사신차는 물론 그가 평생을 통틀어 발휘했던 모든 신통력을 능가했다. 이는 본원을 동원해 가하는 최후의 일격이었다.
한제로서는 단 한 번만 가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다섯 개의 본원을 무너뜨림으로써 발휘한 힘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세 번째 단계 공열기 수련자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
쿠르릉.
하늘과 땅이 울리고 안개가 흩어졌다. 5급 성역이 무너져 내렸고 6급 성역에는 다섯 갈래의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 운해를 갈랐다. 심지어 7급 성역조차 균열에 의해 둘로 갈라졌다.
수도자는 심장이 덜컥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죽여야만 했다.
부상을 입어 수천 년간 폐관수련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15억 명의 제자를 모두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저자를 죽여야만 했다. 그러지 못하면 언젠가 저자의 손에 자신이 끔찍한 죽임을 당하리라.
“죽여주마!”
수도자는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에 분노의 빛을 담아 외쳤다.
거대한 수련성과 다섯 개의 본원을 품은 회오리가 충돌했다.
한데 그때,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본원이 폭발하고 한제가 수도자와의 동귀어진을 결심한 순간, 체내 원신에 융합된 뒤 천역주와 함께 사라졌던 유금표의 옥패가 돌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옥패는 무궁무진한 금빛을 발산하며 떠올랐다.
수도자가 격렬하게 떨더니 창백한 얼굴이 두려움과 혼란으로 뒤덮였다. 심지어 그의 신통력으로 소환된 수련성은 허공에 우뚝 멈춰버렸고 그 안의 15억 수도문 제자들이 덜덜 떨었다.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옥패에서 발산되더니 우주 전체를 뒤덮었다.
“이건⋯⋯ 주인님! 주인님의 기운이다! 저건 주인님의 옥패야! 주인님이 원고 시대 선역으로부터 강림했을 때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봉계의 옥!”
주인을 배신한 뒤로 내내 불안함에 시달려 왔던 수도자는 그 옥패를 본 순간 수만 년간 심신 안에 숨겨두었던 본능적인 두려움이 폭발했다.
그 순간, 옥패에서 옥으로 만들어진 손이 소환되더니 금빛에 휩싸인 채 수도자의 미간을 향해 뻗어 갔다.
두려움에 떨던 수도자는 그 엄청난 속도에 감히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허상의 손이 수도자 미간에 박힌 칠채정에 닿았다.
“크악!”
칠채정은 수도자의 미간을 완전히 파고들어 두개골에 완전히 박혔다.
“크아아악! 끄아아!”
수도자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형태 없는 화염이 체내에서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혼백과 원신을 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칠채정은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를 죽이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무기였다.
계외의 운석을 제련하여 만든 것이라 장존조차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한 법보로 세 번째 수준의 수련자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심지어 당시 봉계의 주인조차 아홉 개의 칠채정에 못 박혀 그대로 숨을 거두었을 정도였다.
칠채정은 두개골에 완전히 박힌 순간 머릿속으로 녹아들더니 일곱 색채의 빛으로 수도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칠규에서는 일곱 색채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크아악!”
수도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뒤로 물러났다. 그는 몸부림치며 머릿속의 일곱 빛깔에 저항했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칠채정은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그의 머릿속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심장을 꿰뚫는 듯한 고통에 수도자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포효했다. 눈에 담긴 저항심은 점차 약해져 이제 거의 정신을 잃은 듯했다.
“주인님! 주인님은 제게 부적을 주시며 세 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셨지요. 한데 그 세 번의 기회를 다 쓴 지금,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님이 저를 죽이려 하시다니요. 크흐흐. 그런 것입니까? 애초에…”
수도자는 비척비척 뒷걸음질 치며 비참하게 웃었다.
“허나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이제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지금의 저는 무시 못 할 강자이자 신종의 종주입니다! 주인님의 자리를 차지할 것입니다! 수도문 제자들이여, 자폭하라! 너희의 모든 힘을 내게 바쳐라!”
수도자는 절규하더니 허공을 뚫고 신종이 있는 방향으로 도망쳤다.
수도문의 거대한 수련성이 바짝 붙어 뒤를 따랐다. 이 수련성에서는 15억 명의 수도문 제자들이 동시에 폭발했고 그렇게 생성한 힘이 수도자의 체내로 주입돼 머릿속에서 칠채정의 빛에 저항했다.
그때, 수도자의 몸이 사라졌다.
5급 성역을 채운 요란한 소리가 점점 약해지더니 고요해졌고 이내 싸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한제의 눈이 감겼다. 모든 생기를 써버린 한제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러고도 수도자를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했고 요령의 땅에서보다 훨씬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눈을 감은 순간 한제 근처에 떠 있던 세 갈래 회오리와 다섯 개의 본원이 체내로 들어왔다. 허나 그럼에도 잃어버린 생기를 되찾을 수는 없었다.
한제는 노인의 석상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텅 비어버린 미간에서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다. 그 안에는 천역주가 들어 있었다.
천역주는 그대로 녹아들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어서 유금표의 옥패 역시 미간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저 멀리 삼지창이 무너져 내렸던 곳에서는 한 줄기 빛이 반짝거리더니 한제의 오른손으로 다가와 응집되었다가 사라져갔다.
그보다 더 멀리, 세 번째 사신차가 무너져 내린 곳에서도 거의 꺼져가는 일곱 색채의 빛이 피어났다.
이 빛은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힘겹게 날갯짓을 해 날아오더니 빛으로 부서져 한제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끝이 아니었다. 부서진 흑백의 비수도 기이한 힘에 의해 허상으로 나타나더니 흑백의 사슴으로 변해 한제에게 스며들었다.
그 와중에 한제의 의식은 깊은 어둠으로 침잠되었고 그는 잠이 들었다.
그의 몸은 천역주의 기이한 힘 아래 완연한 석상이 되었고 모든 신통력을 잃은 채 우주 속을 표류했다.
5급 성역은 무너져 내려 곳곳의 균열에서 음산한 바람이 불어닥쳤고 강력한 회오리가 여기저기서 몰아쳤다.
또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하루? 열흘? 어쩌면 한 달이 지났을지도 모른다.
노인의 석상이 된 한제는 5급 성역을 떠다니면서 때로는 회오리를 맞닥뜨려 더 먼 곳으로 나가떨어지기도 했고 때로는 균열로 인해 곳곳이 갈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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