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15
★ ★ ★
6급 성역의 어느 대륙.
이곳의 전송진 가장자리에 10여 명의 수련자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중 한 쌍의 남녀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따금 살짝 웃으며 곁에 앉은 사내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에는 애교가 넘쳤다.
“못 믿겠어요. 여자호라는 수련자가 우리 선음문의 선대 종주와 장로 대사형까지 죽일 만큼 강력했고 무극종이 보호하려 할 정도로 대단한 자였다면 어떻게 벌써 죽었겠어요?”
“사매, 내 말은 진실이네. 소문에 의하면 여자호는 신종의 미움을 받아 죽었다는군.”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여자호는 우리 운해성역이 낳은 천재라 할 수 있지. 허나 지나치게 방자하게 군 탓에 신종의 미움을 샀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야.”
사내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는데 그들이 지키고 있던 전송진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에 사내는 진지한 얼굴로 진을 바라보았다.
“어느 하급 성역에서 전송진을 활성화한 거지?”
그는 선음문의 제자로서 이 전송진의 관리 담당자였다. 하급 성역에서 이곳으로 오기 위해 전송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에게 얼마간의 원정을 주어야 했다. 이는 운해성역의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전송진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순식간에 절정에 이르렀다.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고 구름과 바람의 기세도 변했으며, 끝없는 원력이 응집되어 전송진 안으로 몰려들었다. 이에 급기야 전송진에는 쩌적 소리와 함께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전송진 가장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제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히 이런 속도로 달려들다니, 대담한 녀석이군! 전송진을 망가뜨린다면 그 종파라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터! 대체 어느 종파에서 이리 방자하게 구는 것인냐!”
관리자인 사내는 서늘한 얼굴로 저물대에서 비검을 한 자루 꺼냈다. 비검은 그의 손짓에 따라 전송진으로 돌진했다.
한데 비검이 거의 닿았을 무렵
꽝!
귀가 먹먹할 정도의 폭발음과 함께 전송진이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하늘을 꿰뚫을 듯 솟아오른 빛 속에서 두 개의 인영이 튀어나와 곧장 멀어져갔다.
“감히!”
관리자 사내는 비검을 회수에 그들을 공격하려 했다. 허나 두 사람 중 사내 쪽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그는 경악해 표정이 일그러지며 외쳤다.
“여자호!”
사내는 당시 무극종에서 한제를 봤다. 선음문 종주와 대장로 셋이 순식간에 숨을 거두는 모습은 그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허나 한제는 전송진 주변의 수련자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질주해 사라져갔다.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선음문이야. 선음문에 가면 무극종으로 이어지는 전송진을 이용할 수 있다!”
노파는 한제에게 길안내를 하면서도 점점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미쳤다! 이자는 미쳤어!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전송진이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원력을 끌어들여 단번에 활성화하다니!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공간의 균열 속에서 죽게 될 것이 자명한데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그 누가 이런 방법을 쓰려 하겠는가!’
노파는 가볍게 몸서리를 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제는 말없이 선음문을 향해 돌진했다.
선음문은 6급 성역의 종파로 세 개의 대륙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위에는 강력한 보호진이 드리워져 있었다. 쇄열기 수련자라 하더라도 그 진을 뚫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터였다. 선음문의 쇄열기 수준 수련자가 진을 강화한다면 더욱 공고해질 것은 당연했다.
이 무렵에는 선음문에서도 엄청난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르고 있는 한제의 섬뜩한 기운을 알아차렸다. 이에 신임 종주와 여러 장로는 물론 모든 제자가 튀어나와 긴장한 모습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한제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몇몇 사람의 표정이 급변했다.
“여자호다! 선대 종주와 대장로를 죽인 자야!”
“신종에 의해 피살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무극종에서 한제를 본 적이 있던 선음문 수련자들은 기겁했다. 심신이 격렬하게 진동했고 두 눈에서는 두려움이 드러났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곧장 선음문의 대륙들을 뒤덮은 보호진 밖에 이르더니 한 손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눌렀다. 그리고 손바닥이 진과 닿은 순간, 짧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붕괴!”
콰쾅!
폭발음과 함께 세 개의 대륙이 마구 진동했고 보호진은 격렬하게 번득였다.
쩌적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진 위에는 한제의 손가락을 따라 다섯 갈래의 균열이 일어났다.
균열은 다섯 마리의 용처럼 맹렬하게 퍼져나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 진 전체를 뒤덮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보호진을 무너뜨렸다.
엄청난 충격에 선음문 수련자들은 어찌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깨진 진의 조각들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무극종으로 이어지는 전송진을 열고 가진 원정을 전부 내놓아라!”
한제는 싸늘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다른 말은 없었지만 선음문을 가득 뒤덮은 압박감에 누구도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
신임 종주의 이마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 역시 당시 무극종에서 선대 종주의 사망을 코앞에서 목격한 바 있다.
‘저자의 수준은 당시보다도 무서운 정도에 이르러 있다. 저런 자를 공연히 건드려서는 아니 되지.’
신임 종주는 망설이지 않고 제자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선음문의 힘을 끌어모아 무극종으로 연결된 전송진을 열었다.
10년 전 한제의 명성은 당시 그 상황을 목격한 이들의 입을 통해 운해성역 전체를 뒤흔들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은 수련자들에게는 어제처럼 짧은 시간이라, 지금 눈앞에 나타난 상대의 모습에 선음문 제자들은 충격을 금할 수가 없었다.
선음문 모든 제자가 힘을 모아 진을 열었다. 종주까지 나서서 조금이라도 빨리 전송진을 여는 데 온 힘을 다했다.
선음문의 모든 원정이 든 저물대를 챙긴 한제는 노파와 함께 진 안으로 들어섰다.
사실 한제가 계속해서 원정을 챙기는 것은 전송진을 사용하는 데 상당한 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노파는 그 부분을 걱정했으나 선음문 종주가 지체 없이 모든 원정을 내놓는 모습을 보며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전송진 안으로 들어선 한제와 노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제가 떠난 후에야 선음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종주 또한 그제야 텅 비어버린 전송진과 망가진 보호진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어쨌든 저자가 떠났으니 다행이야.”
★ ★ ★
8급 성역 무극종 어느 수련성 안의 전송진이 빛을 뿜어냈다. 눈부신 빛은 하늘을 꿰뚫을 듯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내 전송진 안에서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무극종 땅을 밟은 한제는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노파가 얼른 따라붙었다.
전송진이 열렸음을 감지한 무극종 제자들이 몰려왔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한제가 그들의 곁을 스쳐 갔다. 그 엄청난 기세에 무극종 제자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한제는 거의 순간이동을 해서 무극종의 거대한 산봉우리에 이르렀다.
“여기로군.”
한제가 이곳을 찾아온 것은 산봉우리로 변했던 고신의 검을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 검이 9성급 고신의 법기일 것이라 여겼다. 그것만 손에 넣는다면 위험한 전장에서도 이천매를 구해낼 수 있을 터였다.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은 없었다. 최대한 그 법기를 빨리 손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산봉우리에 이른 한제는 하늘을 향해 포권을 했다.
“이 산봉우리를 잠시 빌려 가야겠네. 반드시 돌려주고 대가도 치를 터이니 무극종 도우들의 도움을 바라네!”
말을 마친 그는 산봉우리에 착지했다. 이어 고신의 힘을 전력으로 가동하자 산봉우리는 잠에서 깨어난 듯 노련하고도 침착한 기운을 뿜어냈다.
하늘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기운이었다. 지극히 강력한 고신의 힘까지 품은 기운이 산봉우리 위 하늘에 거대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눈 깜짝할 사이 산봉우리 안에서 흘러나오는 고신의 기운은 증폭되었고 이에 산봉우리와 대지가 진동했다. 고신의 기운은 점점 강렬해지면서 두 발을 타고 한제의 체내로 흘러들었다.
순간, 한제의 미간에 고신의 반점이 나타났다. 수도자와의 싸움으로 부서졌으나, 당시 그 안에 들어 있는 고신의 힘까지 다 쏟아내지는 않았다. 이에 석상이 되었을 때 고신의 힘은 그의 체내로 돌아와 있었다.
존중받아 마땅한 강자
산봉우리에서 뿜어낸 고신의 힘을 흡수한 한제의 미간에는 반점이 하나하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펑! 펑!
그의 온몸에서는 우렁찬 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럴수록 산봉우리의 진동은 더욱 격렬해졌다.
세상을 채운 원력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는가 하면 바람과 구름이 밀려나 흩어졌다.
고신이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듯 산봉우리 안에서 몸부림을 치며 포효를 내지르는 것 같았다.
이내 산봉우리에는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갈라진 산봉우리에서 바위가 굴러 떨어졌고 부연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여섯 갈래의 강력한 기운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그중 두 갈래는 산봉우리 위 무극종의 대전에서부터 오는 것이었다.
이 기운 하나하나가 첫 번째 천쇠를 겪은 수련자의 힘과 맞먹었다.
“여자호!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산봉우리에서 두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중 백발에 검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살기 어린 얼굴로 외쳤다. 처음 보는 노인이지만 그 수준으로 미루어 무극종의 태상장로 중 한 명임이 분명했다.
노인은 이를 갈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하늘에 수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나타나 열아홉 개의 번개 공이 되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