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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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의 어느 밀실.
백발의 동자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얼굴에는 핏줄이 잔뜩 돋아 있었고 온몸에서 일곱 색채의 빛이 번득였다.
그의 얼굴은 급속도로 노화되었다가 더 이상 늙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서야 다시 젊어지기를 반복했다.
생기와 사기가 교차하는 동안 그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그렇게 고통에 시달린 것도 어언 10년.
“쥐새끼 같은 자식! 이 끔찍한 고통을 언젠가 백배로 갚아주마! 그리고 주인님, 당신은 죽지 않았더라도 매우 허약해진 상태겠지요. 제가 10년 전에 도망칠 수 있었다는 게 그 증거일 테니까요.”
비릿하게 웃던 수도자는 다시 두 눈을 부릅뜨며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두은 일곱 색채의 빛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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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성역을 채운 안개 속에는 12급 흉수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한제가 내뿜은 짙은 살기에 녀석들은 도망치기에 바빴다.
한제는 노파의 안내에 따라 곧장 요종의 전장으로 향했다.
요종은 운해 9급 성역에 속한 종파 중 가장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종파로 그 제자 하나하나는 놀랄 만한 힘을 가졌다고 한다.
또한 오랜 시간 균열에 머물면서 흉수들에 대항해온 덕에 모두 살육에 익숙해져 있었다.
심지어 신종에 대항할 수 있는 존재라는 말까지 돌고 있으나, 이들은 거의 요종을 떠나지 않았다.
요종은 원래 신종에서 분리되어 나온 곳으로 그 뒤부터 신종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
확실히 알려진 바 없는 소문이긴 했으나, 진위 여부를 떠나 요종의 강력함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다.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수만 년간 전장을 지켜온 요종을 존경하면서도 그 힘과 신비로움에 두려워했다.
그들이 보기에 요종 사람들은 수련자라기보다는 군대에 가까웠다.
냉정하고 무정하지만 운해성역을 지키는 존재들.
운해성역 수련자들이 긴 세월 평안한 삶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의 존재 덕분이었다.
이에 전장으로 차출된 운해성역 수련자들은 요종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했다. 만약 복종하지 않거나 명령을 위반할 경우 요종에서는 즉시 처결했다. 요종에게서 인정받은 뛰어난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그렇게 됐다.
이천매는 당시 요종의 인정을 받은 세 사람 중 하나다. 덕분에 그녀는 명령을 위반하고 전장을 떠났음에도 즉결 처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로 무려 10년이나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요종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요종의 위엄에 흠이 생길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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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형태의 대열을 이루고 있는 요종의 수련성 한쪽의 균열과 같은 고랑 너머. 운해성역 곳곳에서 온 수천 명의 걸출한 수련자가 갖가지 신통력을 발휘해 싸우고 있었다.
균열 안에서는 온갖 흉수가 포효하고 균열 밖으로 튀어나가려 발버둥을 쳤으며, 거친 기운을 뿜어댔다. 운해성역 안개 속의 흉수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다.
균열 밖의 수련자들은 이 흉수들을 저지하기 위해 고투 중이었다. 법보가 빛을 번득였고 요란한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그중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여섯 명이 있었다. 이들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흉수들은 곧장 피 안개로 터져나가며 숨을 거두었기에 그들의 반경 수천 척은 텅 비어 있었다.
이들은 네 명의 사내와 두 명의 여인이었다.
남자들 중 세 명은 중년이었고 한 명은 노인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쇄열기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특히 노인은 첫 번째 천쇠의 조짐을 보였다.
네 사람의 공격은 과감하고 매서워, 가끔은 균열 밖으로 튀어나오는 흉수를 일격에 죽여 버리기도 했다.
두 여인 중 한 사람은 중년의 미녀였고 다른 한 명은 스물 중반의 여인이었다. 젊은 여인은 표정이 차가웠고 두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가 없었다.
금색의 가느다란 검을 든 그녀가 공격을 가할 때마다 온몸에서는 수많은 금색 실이 나타났는데 이 실에 닿은 흉수들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흉수의 수가 어찌나 많았던지, 이들이 고군분투를 하고 있음도 수백 명의 수련자가 흉수에 의해 육신이 찢겼고 일부는 원신마져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수천 명의 수련자 뒤편의 허공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파란 안개로 뒤덮여 있어 정확한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기이하게도 하나로 연결된 이 세 사람에게서는 첫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각각이 그 정도 수준에 이른 것이 아니라 파란 안개로 연결되면서 그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이들은 피비린내가 짙게 퍼져나가는 상황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균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들은 요종 사람들이었다. 흉수들과의 전투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러 나온 수련자들은 경외심 어린 눈으로 그 세 사람을 보곤 했다.
한데 그때 흉수들이 돌연 뒤로 물러나더니 이내 매우 강력한 기운이 균열 안에서 폭발하듯 튀어나왔다. 그러자 사방의 흉수들은 더욱 날뛰었다.
“오늘 어째 유독 흉수가 많다 했더니 왕수(王獸)가 나타났군!”
“왕수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나타날 때마다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지.”
“당시 이천매를 비롯한 세 사람이 함께 왕수 한 마리를 죽이고 요종의 인정을 받은 바 있지. 우리에게는 기회야!”
사방의 수련자들은 심상치 않은 기운에 뒤로 물러났다. 심지어 막강한 힘을 보여주던 여섯 수련자도 마찬가지였다.
“왕수? 이천매가 죽일 수 있었다면 나도 죽일 수 있어!”
그중 젊은 여인이 싸늘한 살기를 풍기며 내뱉었다.
왕수의 기운에 모든 수련자가 바짝 긴장했지만 파란 안개로 몸을 두른 세 명의 수련자는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 무렵, 한제와 백의의 노파가 점차 이 전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흉수들이 일제히 길을 비켜서고 곧 한 마리의 거대한 흉수가 균열 안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새카만 용이었다. 진짜 용과는 달리 비늘로 가득 뒤덮여 있었고 머리에는 두 개의 굽은 뿔이 달려 있었다.
몸길이만 수만 척에 달하는 녀석이 흉악하고 잔인한 한 쌍의 눈으로 수련자들을 훑어보았다. 녀석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머문 것은 파란 안개로 몸을 감싼 세 사람이었다.
“캬오오오!”
용은 하늘을 향해 격렬하게 포효했다. 피에 굶주린 듯한 광기가 묻어나는 포효였다.
녀석은 저 파란 안개를 알고 있었다. 기억에 따르면 파란 안개로 몸을 감싼 인간은 그들을 균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는 원수였다.
“뜻밖에도 구유 심연의 어린 용이군. 흉수라고 하기는 부적합한 녀석이지. 13급 황수에 상당하는 힘을 뿜어낼 수 있으니까.”
“저런 용이 모습을 드러낸 건 매우 오랜만이군. 장로님은 저런 녀석들은 인간이 될 수 있는 흉수를 능가한다고 하셨지.”
“소문에 의하면 중천급 도수(道獸) 길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섯 흉수 중 하나라는군. 심각한 사안이니 어서 장로님께 보고하도록 하지!”
신식을 통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안개 속 세 사람 중 하나가 옥패를 통해 이곳의 상황을 알렸다.
“캬아아아!”
그 순간, 용이 다시 포효했다. 대량의 검은 기운이 녀석의 몸을 뒤덮은 비늘에서 분출됐다. 검은 안개는 곧장 셀 수 없이 많은 검은색 두개골이 되더니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콰르릉!
균열 안에서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균열 밖으로 튀어나온 두개골들이 사방의 수련자들에게 매섭게 달려들었다.
뒤이어 균열 안의 흉수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튀어 나왔다. 하지만 용은 균열 밖으로 튀어나오는 대신 냉랭한 눈으로 상황을 응시했다.
균열 밖 수천 명의 수련자들은 이곳에서 적어도 1백 년 이상 싸워온 이들이라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했다. 비록 지금의 상황은 그들에게도 충격적이었지만 이곳은 전장이다. 오로지 싸움만이 허락되는 곳.
검은 두개골들이 달려든 순간 수련자들도 반격에 나섰다.
그중 두각을 드러내던 여섯 수련자가 곧장 균열 안의 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리 여섯이서 힘을 모아 저 용을 죽이고 요종의 사람이 되세!”
한 중년 사내가 외쳤다.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그의 온몸에서 보라색 빛이 번득이더니 엄청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나머지 다섯 사람도 분분히 자신의 가장 강한 신통력을 발휘했다. 중년 미녀가 발산한 하얀 빛은 한 줄기 폭풍이 되어 용을 향해 휘몰아쳤다.
이들 중 가장 수준이 높은 노인도 두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사방에 셀 수 없이 많은 금단이 소환되었다.
이는 세상의 원력을 흡수해 금단을 만들고 이 금단을 무너뜨려 더 강한 위력을 얻어내는, 노인이 창조해낸 신통력의 산물이었다.
이제 그는 두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1만 개 이상의 금단을 소환할 수 있었다.
한편 냉랭한 표정의 젊은 여인은 혀끝을 깨물어 피를 내더니 손에 쥔 가느다란 검에 뿜었다. 그러자 검은 눈부신 금빛을 번득이면서 그대로 녹아내려 한 줄기 금빛 강이 되더니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엄청난 파괴력이 느껴지는 그것은 여인을 따라 앞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사방에서는 수련자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두개골은 어떤 신통력이나 법보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어 수련자의 육신을 무너뜨리고 원신을 흩었다.
게다가 뒤이어 균열에서 튀어나온 흉수들 때문에 수련자들은 금세 열세에 몰리게 됐다.
그 무렵, 여섯 명의 강자가 용 근처에 이르러 신통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순간, 용이 머리를 휘두르며 입을 쩍 벌려 검은 안개를 분출했다.
안개는 뿜어져 나오자마자 1만 척의 거대한 두개골이 되어 여섯 수련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쾅!
거센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동안 여섯 수련자 중 세 명의 중년 사내가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대량의 유백 색 기운이 그들의 칠규에서 흘러나와 검은 두개골의 입으로 흘러들었다. 검은 두개골이 그들의 생기를 삼켜버리는 것만 같았다.
노인은 입가로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나 싸늘한 눈빛을 번득이더니 두 손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만단 폭발!”
그 외침에 그가 소환했던 1만 개가 넘는 금단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엄청난 힘이 거대한 두개골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