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24
그곳에서는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나타나서는 안 될 구름이었다.
구름은 보랏빛을 띤 채 넓게 펼쳐지더니 점차 확산됐다. 이에 따라 위압감도 갈수록 강해졌고 포효 같은 소리가 우주를 진동시켰다.
그 구름에는 다른 세상으로 통할 것 같은 틈이 하나 있었다. 그 안으로는 백옥으로 만든 거대한 누각 하나가 틈의 바깥쪽으로 끊임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한층 격렬해졌다. 구름 안에서는 무궁무진한 천둥번개가 수시로 충돌하며 굉음을 냈다. 우주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마구 뒤흔들렸다. 그러는 동안 구름은 어느새 9급 성역의 절반을 뒤덮었다.
수천 명의 수련자들은 영혼에서 기인하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곧장 뒤로 물러났다. 구름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이었다.
“천벌! 이건 천벌이야!”
날카로운 비명이 수련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정말 천벌이다!”
세 명의 요종 수련자들도 바르르 떨며 급히 뒤로 물러났다.
콰릉!
한 줄기 번개가 구름층 사이에서 떨어져 내리며 온 우주를 흔들었다. 순간 수백 명의 수련자가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크윽!”
천둥소리는 음파가 되어 퍼져나가며 눈 깜짝할 사이 9급 성역 전역을 뒤흔들었다. 이에 9급 성역을 가득 채운 짙은 안개가 무너져 내렸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수많은 흉수들은 겁에 질려 포효했다.
이런 괴사에 폐관수련을 하던 요종의 열여섯 장로는 분분히 정신을 차리고는 표정이 급변해 곧장 우주로 나왔다. 이들은 보랏빛 구름을 보고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천벌이란 말인가!”
“이건 무량 천벌이이야!”
요종의 장로들이 화들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역시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구름층을 형성한 천벌이 신경 쓰였는지 목소리가 무거웠다.
“태상장로를 뵙습니다!”
열여섯 명의 장로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이내 요종에서 한 줄기 하얀 빛이 번쩍 튀어나오더니 도포를 입은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노련하고도 침착했다.
“천벌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 번개의 천벌, 신의 천벌, 위엄의 천벌 등. 그중 가장 위협적인 것은 무량 천벌이야. 그 안의 변화가 막측해, 소문에 의하면 천도와 맞먹는 위력이라고도 하지! 대체 누가 이런 천벌을 야기했을까!”
중년 사내는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으로 저 멀리 확산되고 있는 구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당시 종주께서는 모든 생명이 무량 천벌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한데 정말로 무량 천벌을 마주하는 날이 올 줄이야! 요종 산문의 진을 열어 모든 제자와 각 종파의 수련자들을 안으로 들여라. 그러지 않으면 저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야!”
중년 사내는 구름을 응시한 채 한층 신중해진 얼굴로 말했다.
열여섯 장로는 곧장 신식을 펼쳐 태상장로의 명을 전달했다. 수많은 요종 수련자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가 군대처럼 명령을 수행했고 균열의 전장 근처의 수련자들을 안내 수련성 안으로 들였다.
요종 밖에 남은 수련자들이 없어진 순간, 요종의 진은 다시 활성화되어 콰쾅 하는 소리를 냈다. 이 진은 몰아치는 천벌에 대항하듯 굳건히 버티고 선 채 요종의 수련성을 꼼꼼히 감쌌다.
“저 천벌을 야기한 사람이 우리 중에 있지 않은 이상 진의 위력으로 별다른 위험은 없을 터. 한데 대체 누가 저런 어마어마한 천벌을 불러일으켰단 말인가!”
중년 사내는 허공을 꿰뚫어볼 듯 눈을 번득이며 균열의 전장 쪽을 살폈다.
그 무렵, 구름에 드러난 틈이 활짝 벌어졌다. 그 안에서부터 밀려나던 백옥 누각도 절반 정도는 밖으로 비죽 나온 상태였다.
요종 태상장로의 눈이 바짝 졸아들었다. 그의 시선은 구름 안에서 반 정도 모습을 드러낸 백옥 누각에 가부좌를 튼 조각상에 닿았다. 그 조각상 앞에는 두 자루의 돌로 만든 검이 꽂혀 있었다.
봉계의 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우렁찬 소리가 우주를 격렬하게 뒤흔들고 수많은 황량한 대륙들을 붕괴시켰다. 요종을 감싼 진은 그 위력에 빠르게 깜빡거리며 저항했다.
요종에 모여든 수많은 수련자는 심신이 떨려 감히 누구도 저항하거나 발버둥을 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 천벌은 그들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경험이었다. 심지어 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수준도 지금 상태에서 멈춰 더 성장하지 못할 터였다. 대신 충격에서 벗어난다면 수준은 한층 증폭하리라.
잠시 후, 구름층을 타고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소리는 9급 성역 전역을 넘어 급기야 8급 성역에서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천벌에 응하라⋯⋯ 천벌에 응하라⋯⋯.”
구름 속에서는 보랏빛을 띤 번개들이 질주하다가 요종 밖의 균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수가 너무도 많았고 소리는 격렬했다. 그 앞에서는 세상 무엇도 버텨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균열을 향해 달려든 번개는 그물망을 형성하더니, 다시 폭이 1만 척에 달하는 하나의 거대한 번개로 변했다.
콰콰쾅!
거대한 번개가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할 듯한 힘으로 균열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이 번개를 본 수련자들은 형용할 수 없는 천벌의 위용에 넋을 잃었다.
한데 그 순간, 균열 안에서 붉은 옷을 입은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동시에 지독한 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풍겼다. 바로 한제였다.
번개가 내리친 순간, 한제는 왼손을 뻗었다. 한 사람이, 한손과 냉랭한 두 눈으로 하늘과 천벌을 향해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콰쾅!
천둥과 한제의 손이 충돌한 순간 우렁찬 굉음이 터져 나왔다. 한제 주위의 공간은 쩍쩍 금이 갔고 요종의 균열은 몇 배나 커졌다.
한제의 왼손이 살짝 떨렸다. 하지만 그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주먹을 날렸다.
“천벌의 번개도 내게는 소용없다!”
번개가 바르르 진동했다. 뒤이어 한제의 왼손을 통해 전해진 그의 의지가 천벌에 대항하면서 세상의 번개에 대한 통제권을 두고 맞붙었다.
끝없는 굉음이 이어지던 중 1만 척에 달하는 번개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한제는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천벌에 저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파괴할 생각이었다.
그는 이천매를 등 뒤로 돌려 체내의 원력으로 단단히 연결했다. 그리고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크게 휘둘러 사방으로 천둥번개를 쏘아 보냈다.
“내가 곧 번개다! 내게는 세상 모든 번개를 다룰 수 권리가 있다!”
위엄 있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그때, 사방으로 확산됐던 보라색 번개가 구름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무한한 번개가 한제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튀어나갔다.
이 광경에 모든 수련자는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요종의 태상장로 역시 찬 숨을 들이마셨다.
한제는 두 손으로 상공의 구름을 가리키며 포효했다.
콰쾅!
하늘로 쏘아져 나간 번개들은 끊임없이 응집되어 단숨에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가 됐다. 한제의 의지를 품은 이 번개가 곧장 달려들어 구름과 충돌하면서 강력한 기운이 담긴 소리가 퍼져 나갔다.
★ ★ ★
신종 안, 10년째 감금되어 있던 모은미가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어딘가로 시선을 던졌다. 어두운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곁에 있던 이비선 역시 창백해진 얼굴로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한편, 10년간 밀실에서 미간에 박힌 칠채정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수도자 또한 흠칫 놀랐다.
지금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으로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집중력으로 칠채정을 빼내는 데 집중하던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두워지고 있던 칠채정이 한제의 의지를 품은 번개가 구름과 충돌하며 울려 퍼진 소리에 다시 밝은 빛을 번득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소리에 담긴 한제의 의지에 공명하듯이.
“쿨럭!”
그 순간, 수도자는 왈칵 피를 토해냈다. 이 급작스러운 이변에 그는 하늘을 뒤흔들 듯 요란한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 ★ ★
9급 성역 파천종도 종파를 보호하는 진을 활성화한 상태였다.
파천종 종주는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다가 한참 뒤에야 긴 한숨을 토해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을 열고 요종의 균열을 향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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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성역의 신비로운 종파인 귀종의 수련성 또한 진을 활성화했다. 이 진 위에는 거대한 검은색 허상이 떠 있었다. 높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이 허상의 머리 위에는 기이한 뿔이 하나 달려 있었다.
허상은 탐욕스런 눈으로 구름층을 바라보며 요기를 뿜어냈다. 왼쪽 눈에는 아홉 개의 반점이 회전하고 있었는데 한 번 회전할 때마다 우주를 채운 구름에서 기이한 힘 한 줄기가 허상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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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종의 균열 밖. 이천매를 업은 한제는 하늘을 채운 보라색 구름을 바라보았다. 이번 천벌은 그가 여태 마주했던 천벌 중 가장 강력했다.
그는 당시 연맹성역에서 마주했던 천벌을 통해 본 바 있는 기이한 세계를 떠올렸다. 고신과 고마, 고요의 조각상과 그 위에 가부좌를 튼 한 청년까지!
그의 눈은 구름층 안의 또 다른 세상과 이어지는 통로를 꿰뚫어보듯 번득였다.
“아직 완전히 발휘되지 않았군. 이래서는 봉계의 진을 파괴하기에 부족하겠어!”
그때, 백옥 누각에 가부좌를 튼 조각상 앞에 꽂혀 있던 두 자루 검 중 하나가 바르르 진동하더니 한 줄기의 푸른 기운을 피워 올렸다. 이 기운은 연기처럼 맴돌더니 푸른 검이 되어 엄청난 기세로 구름을 뚫고는 한제에게 돌진해왔다.
검이 달려든 순간, 한제는 신중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려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 끝에서 두 마리 사슴의 허상이 튀어나와 서로 뒤엉키며 1천만 개의 검기가 됐다. 검기들은 끊임없이 응집되어 하나로 합쳐지더니 푸른 검을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