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26
아홉 개의 별은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점점 줄어들더니 균열을 통해 이 우주로 들어왔고 곧장 봉계의 진이 있는 허무의 공간으로 향하는 한편 회전하면서 한제에게로 달려들었다. 구궁봉선(九宮封仙)이었다.
한제의 몸에 아홉 개의 하얀 반점이 나타났다. 이 반점들은 전신의 혈에 찍힌 채 서로 연결되어 그의 온몸을 꿰뚫었다.
“크윽!”
구궁의 강림에 따라 아홉 개의 혈점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들었다. 아홉 개의 못이 박힌 듯한 고통이었다.
한제는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하늘을 향해 분노의 고함을 내질렀고 구궁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고통은 더욱 심해졌지만 한제의 무릎을 꿇리지는 못했다.
그는 평생을 반항심으로 살아오며 누구에게도 굴복한 적 없는 사람이었다. 세상도 운명도 하다못해 천벌도 그를 굴복시킬 수는 없었다. 거역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하늘, 그리고 운명과의 끝없는 사투는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크아아아!”
격렬하게 포효하는 한제의 온몸에서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의 몸은 급작스럽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는 6성급 고신으로 바뀌었다.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몸 덕분에 원고 시대의 거인 같았다.
한제는 이천매를 숨기고는 주먹과 발로 구궁을 공격했다.
콰콰쾅! 쾅!
몸을 날린 순간, 그의 몸에 자리한 아홉 개의 혈 중 네 개가 무너져 내리면서 피가 솟구쳤다. 동시에 파멸적인 힘이 그의 온몸을 감쌌다.
그때, 구궁 중 네 개가 하얀 빛이 되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한제의 무너진 혈에 떨어졌다.
“크으으…”
한제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또다시 요란한 소리가 그의 체내에서 터져 나오면서 남은 다섯 개의 궁도 무너져 내렸다.
허공을 가르며 강림하고 있던 다섯 개의 별은 빛을 뿌리며 흩어졌고 그 빛은 한제의 무너진 다섯 개의 혈에 찍혔다.
이 구궁의 별은 한제의 체내로 들어온 뒤 무궁무진한 파괴력을 발휘하면서 그의 가슴에 있는 혈점을 향해 응집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한 점으로 모이면 구궁봉인이 완성될 터였다.
구궁의 별은 수련성이 아니라 수만 년 전 천벌의 무기로 제련된 운석이었다.
끔찍한 고통에 하마터면 원신까지 무너져 내릴 뻔했다. 이 극심한 고통에 한제는 이를 갈았고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이 급속도로 회전하는 사이 그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이 아홉 개의 운석이라면 선인을 봉인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난 선인이 아니라 고신이다!”
한제가 광오하게 포효했다. 순간 고신의 힘이 체내로부터 폭발했다. 이어서 아홉 개의 혈이 꿈틀거렸고 그 안의 운석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천벌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보라색 번개, 네 자루의 검, 피안의 소환, 구름산의 압박. 이 모든 것은 천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에 불과했다. 무량의 천벌에는 그 이름처럼 끝이 없었다.
다음은 팔괘(八卦)의 차례였다.
“팔괘⋯⋯ 무량⋯⋯.”
백옥 누각 앞의 조각상이 오른손을 흔들자 뒤편에서 여덟 개의 거대한 문양이 나타났다.
건, 곤, 감, 리, 진, 간, 손, 태!
건은 하늘을 곤은 땅을 감은 물을 리는 불을 진은 번개를 간은 산을 손은 바람을 태는 연못을 의미했다.
팔괘는 회전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세상을 이루었고 그 순간 하늘, 땅, 물, 불, 번개, 산, 바람, 연못의 허상이 나타나 거대한 바퀴를 형성했다. 이 바퀴는 거대한 법륜(法輪)이 되어 백옥 누각을 관통해 균열 밖으로 나와 한제에게로 내리 떨어졌다.
한제는 체내의 원력을 계속해서 이천매에게 주입하는 한편 고신의 힘으로는 구궁을 몰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구궁보다 강력한 팔괘의 접근에 그의 눈동자는 급속도로 졸아들었다.
팔괘로 형성된 법륜은 한 번 회전할 때마다 그 안의 여덟 가지 형태가 순식간에 뒤바뀌어 궤적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속도 역시 매우 빨라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압박해왔다.
위기의 순간, 한제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그는 몇 걸음 물러나 봉계의 진에 찰싹 달라붙었다.
“봉계의 주인이여, 모습을 드러내라!”
당시 한제가 혼백의 상태로 천역주에 들어가 봉계의 주인을 보고 도경으로 들어섰을 때, 봉계의 주인은 자신의 최후 귀결점이 봉계의 진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제가 봉계의 진을 뚫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도 천벌의 힘과 봉계의 주인의 도움까지 받을 수 있을 거라 여겼기 때문이다.
신념을 전달한 순간, 원신 안에서 사라졌던 천역주가 다시 나타났다. 동시에 그 안에서 허상의 옥패가 곧장 한제의 몸을 관통하여 튀어나왔다.
옥패가 나타나자마자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허무의 공간이 바르르 떨렸고 팔괘 역시 경련하듯 흔들렸다.
한편, 요종의 태상장로는 신식을 쭉 뻗어 천벌과 한제를 관찰하던 중 옥패를 목격하고는 흠칫 놀랐다. 믿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것처럼 두 눈은 휘둥그렇게 변했다.
“종주의 옥패! 저자가 어찌 종주의 옥패를! 설마 저자가 종주께서 말씀하신 후계자란 말인가?”
수만 년간 수련을 해온 그가 이렇게까지 놀라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다. 심신이 마구 떨렸고 격앙된 감정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곧장 진을 벗어나 순식간에 봉계의 진이 있는 허무의 공간으로 들어섰다.
그가 다가온 순간 옥패의 빛은 찬란하게 피어나더니 하늘을 떠받칠 듯 거대한 나무의 형상이 떠올랐다.
나무가 나타나자 허무의 공간은 더욱 격렬하게 뒤흔들렸고 팔괘는 기이한 힘에 휩싸여 옴짝달싹 못 했다.
이어서 나무 위로 한 노인의 얼굴이 드러났다.
“종주!”
요종의 태상장로는 감격한 얼굴로 외쳤다.
★ ★ ★
한편, 거대한 나무가 나타난 순간 운해 9급 성역에서도 엄청난 파란이 일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끊임없이 포효하던 신종의 수도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었다.
“주인님!”
★ ★ ★
귀종의 진 밖에 나타나 몰래 천벌의 힘을 흡수하던 9성급 고요는 흠칫 놀라 거대한 나무가 나타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봉계의 주인⋯⋯.”
★ ★ ★
종파를 나와 봉계의 진으로 향하던 파천종 종주도 우뚝 멈춰 서더니 신중한 얼굴로 멀리 떨어진 곳을 바라보았다.
극의 경계의 탄생
거대한 나무 위에 드러난 노인은 그리움이 가득한 눈으로 묵묵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봉계의 진이었다.
한참 뒤에야 그는 긴 한숨을 푹 내쉬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병.”
“여기 있습니다!”
요종의 태상장로는 잔뜩 흥분해 대답했다.
“당시 나의 도기(道器)를 이용해 운해성역을 정리하고 모든 힘을 응집해 수년 뒤 계외에서 발발할 전쟁에 대비하라! 이를 거역하는 자는 죽여라!”
그 말에 화들짝 놀란 태상장로는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결의에 가득 찬 눈으로 대답했다.
“명 받들겠습니다!”
“내 명령에 따라 운해성역을 정리한 뒤 나머지 3대 성역으로 가서 남운자와 홍삼자 전선자를 찾아라. 그리고 그들에게 전하라. 당시의 약속을 지키라고⋯⋯. 서둘러 나머지 3대 성역도 모두 정리해야 한다. 풍, 우, 뇌, 선, 4대 선계를 하나로 모아야 할 테니까. 곧 큰 전쟁이 발발할 게다!”
“명 받들겠습니다!”
요종의 태상장로가 다시 한 번 얼른 대답했다.
거대한 나무 위에 나타난 노인의 얼굴은 먼 곳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노예⋯⋯ 네가 전력을 다해 요종을 돕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그 목소리가 퍼진 순간, 신종 밀실 안의 수도자가 바르르 떨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곧장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쿵쿵 찧었다.
“요존, 넌 당시 계외에서 도망쳐왔지. 난 그런 네게 귀종의 제자들을 넘겨주고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돕게 했다. 지금의 넌 온전한 상태를 회복했고 9급 고요가 되어 있지. 그러니 당시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귀종의 진 밖에 나와 있던 고요의 허상은 말없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 떨어진 봉계의 진을 내다보는 그의 눈에서 서늘한 빛과 원망이 느껴졌다.
봉계의 주인은 한동안 한제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천벌은 위기이자 기회다. 원고 선역의 규칙으로 인해 이 이상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없구나. 스스로를 잘 지키도록 해라. 천벌은 원고 선역의 것이 아니기에 선황이라도 겪을 수밖에 없다. 천벌은 태고 세상이 열린 시절, 죽은 천도로부터 기인했다. 네가 지금 마주한 것은 작은 천벌일 뿐. 모든 생명을 멸하는 극의 천벌도 아니니 말이다.”
말을 마친 그는 두 눈을 감았고 거대한 나무는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흩어져 사라졌다. 뒤이어 옥패는 반짝이는 빛이 되어 봉계의 진에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봉계의 진이 급격하제 진동하면서 번득였고 빛에 저항하듯 기령들이 나타났다.
옥패에 담긴 힘은 수많은 가느다란 푸른색 실이 되어 봉계의 진을 따라 끊임없이 뻗어나가다가 점차 흩어져 사라졌다.
그 순간, 허무의 공간 속에서 멎어 있던 팔괘의 법륜이 다시금 엄청난 기운을 담은 채 돌진해왔다.
‘천벌은 기회이자 위기. 극의 천벌⋯⋯. 극의… 극의 경계!’
한제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는 뭔가를 어렴풋이 깨달았지만 확신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