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27
“지금 네 수준으로는 극의 경지의 힘을 모색할 수 없을 거다. 허나 쇄열기 수준에 이른다면 천벌을 겪는 와중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청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팔괘의 법륜은 점점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표정이 급변한 한제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이를 악물었다.
“덤벼라!”
그는 낮게 외치며 피하지 않고 팔괘의 법륜을 노려보았다. 법륜은 곧장 한제의 몸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무너져 내려 여덟 개의 문양이 됐고 그의 혈액으로 녹아들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세상을 이룬 팔괘는 체내에 녹아들자마자 여덟 갈래의 기운이 되어 한제의 온몸을 무너뜨렸다.
“큭!”
한제가 피를 토해내는 동안 여덟 개의 문양은 구궁과 함께 번득이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의 봉인을 형성했다. 이에 따라 한제의 체내는 순식간에 파괴되어 갔다.
“크아아아!”
고신의 육신은 회복력은 상당해, 한제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포효하는 동안 푸른 핏줄이 돋아나며 빠르게 회복됐다.
허나 팔괘는 변화를 일으키며 64괘로 다시 128괘로 불어나다가 결국 무한하게 늘어났다.
펑! 펑! 펑!
무언가 터져 나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동안 1만 척에 달하는 한제의 몸 구석구석에는 봉인이 하나씩 늘어갔다.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구궁팔괘의 힘으로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더 강한 공격은 없느냐!”
한제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치더니 균열 너머 천벌의 회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천벌의 회오리는 일곱 갈래의 눈부신 빛으로 번득였다. 이는 별빛이었다.
빛은 회오리 밖으로 튀어나와 일곱 개의 수련성으로 변했다. 허나 이는 구궁을 형성했던 운석이 아닌 진짜 수련성이었다.
일곱 개의 수련성은 번쩍거리며 북두칠성 형태로 배열됐다.
구궁 다음에는 팔괘, 다음으로는 북두칠성. 북두칠성은 천추(天樞), 천선(天璇), 천기(天璣), 천권(天權), 옥형(玉衡), 개양(開陽), 요광(搖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칠성(七星)⋯⋯무량⋯⋯.”
흐릿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일곱 개의 별빛이 번득이며 허공과 우주를 관통하여 운해성역으로 퍼져 나갔다.
순간 온 세상의 빛이 모두 일곱 개의 별에 흡수되어 어마어마한 살기로 변한 것만 같았다. 이는 북두칠성의 살기로 봉인이 아닌 무시무시한 공격이었다.
일곱 갈래의 별빛은 일곱 자루의 검처럼 곧장 한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흐릿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육합(六合)⋯⋯무량⋯⋯.”
팔황육합(八荒六合) 중 육합은 상하와 동서남북을 의미하며, 팔황과 나란히 쓰여 우주의 방위를 가리켰다.
육합 아래 퇴로는 없어, 육신만이 아니라 원신도 도주할 수 없었다. 가히 온 하늘을 뒤덮은 진이라 할 만한 육합에 포위되면 맞서 싸워야만 했다.
동, 서, 남, 북, 위, 아래, 여섯 방향에서 여섯 개의 거대한 거북이 등껍질이 나타나 돌진해왔다.
그 와중에 흐릿한 목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졌다.
“오행(五行)⋯⋯ 무량⋯⋯.”
금, 목, 수, 화, 토, 오행의 힘은 팔괘와 중첩되는 부분이 있지만 분명 달랐다.
오행은 세상을 구성하는 일부분으로 세상에 오행의 힘이 없다면 하늘은 무너지고 땅은 갈라지게 되는 셈이다.
허공에서 다섯 갈래의 빛이 나타나 다섯 개의 거대한 손바닥이 됐다. 각 손바닥은 각각 금, 목, 수, 화, 토를 의미했다.
금장(金掌)은 하늘을 가르는 힘이 있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강렬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목장(木掌)을 뒤덮은 생명의 기운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전환되면서 형용할 수 없는 힘을 형성했다.
수장(水掌)과 화장(火掌)은 양극단에 선 존재로 하늘을 뒤덮을 듯 높은 파도와 무궁무진한 화염으로 이루어진 채 다가왔다. 마지막 토장(土掌)은 대지처럼 두꺼운 느낌이었다.
온 우주 모든 대지의 힘을 그러모은 듯한 위엄이 느껴져 감히 건드릴 엄두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칠성, 육합, 오행은 한데 합쳐지면서 세상 모든 것을 파괴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형성했다.
한제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두 눈은 밝게 빛났다. 봉계의 주인이 어째서 천벌은 위기이자 기회라고 했는지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구궁, 팔괘, 칠성, 육합, 오행… 아홉부터 하나씩 줄어들며 공격이 쏘아졌지. 이어질 넷과 셋이 무엇일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분명 음양일 터! 층층이 변화를 거쳐 하나로 합쳐지겠지. 어쩌면 그것이 극의 경계일 수도…’
한제는 심장이 쿵쾅댔다. 허나 확신할 수는 없는 일. 다만 이번에 사력을 다해 덤벼들어 끝까지 저항하지 않는다면 마지막에 드러내는 것이 극의 경계인지 확인할 기회조차 없음은 자명했다.
칠성이 매섭게 달려들던 그때, 먼 곳에서 이를 지켜보던 요종 태상장로의 표정이 급변했다.
종주가 마지막에 했던 말과 저자가 들고 있는 옥패를 통해 둘 사이에는 제법 큰 인연이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태상장로는 곧장 한제를 도우려 했다. 허나 한제가 우렁찬 목소리로 만류했다.
“선배님, 도와주실 필요 없습니다. 이 천벌은 저 혼자 막아낼 겁니다!”
요종의 태상장로는 우뚝 멈춰 섰다. 그 순간 짙은 살기를 품은 칠성의 일곱 갈래 별빛이 곧장 한제의 몸에 떨어져 내렸다.
콰쾅!
한제는 몸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원신이 진동했다.
곧장 뒤로 물러선 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드리웠다.
그는 칠성이 체내로 진입한 순간 이전에 들어와 있던 팔괘와 구궁의 연관성을 느꼈다.
그것들은 서로 뒤얽히며 한제의 온몸을 그대로 무너뜨릴 듯한 힘을 형성했다.
하지만 그 힘 속에서 한제는 어렴풋하게나마 극의 경계의 기운을 느꼈다. 극의 경계와 함께 수백 년을 살아온 그에게는 매우 익숙한 기운이었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중상을 입고 육신이 무너질 위기 앞에서도 그가 미소를 지은 이유였다.
이어서 한제는 두 손을 바깥쪽으로 휘둘렀다. 그러는 사이 사방에서 달려든 여섯 개의 거북이 등껍질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콰쾅!
굉음이 울려 퍼지며 한제의 살을 뭉그러뜨렸다. 허나 한제는 그 와중에도 이천매만큼은 사력을 다해 지켜냈다. 6성급 고신의 육신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고 회복력 또한 비할 바 없이 뛰어났다.
육합으로 형성된 거북이 등껍질은 한제의 체내로 녹아들며 칠성, 팔괘, 구궁과 뒤섞여 폭발했다.
퍼펑!
그 충격에 한제의 원신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이미 체내에 단단히 봉인된 상태라 흩어져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제는 눈빛이 약간 흐려지더니, 재빨리 대량의 단약을 꺼내 삼켰다.
어느새 오행으로 이루어진 손바닥들이 코앞까지 달려들었다. 그 순간, 한제의 두 눈이 밝게 번득였다. 지금이야말로 그가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그는 몸부림을 치듯 앞으로 한 걸음 내딛더니 입을 쩍 벌려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장(火掌)을 삼키려 했다.
“하늘의 불이여, 내 몸에 녹아들어 원신을 만들어라!”
한제는 포효하며 손바닥을 삼켰다. 거대한 화염이 체내에서 강력한 파도를 이루며 무너져 내린 원신을 뒤덮었지만 한제의 원신은 오히려 그 힘을 통해 다시 응집하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화염의 본원까지 나타나 회오리를 형성하며 원신을 감싸고 화장의 힘을 빨아들였다.
그때 금, 목, 수, 토 속성의 손바닥들 또한 달려들었고 한제의 몸에 네 갈래 흔적을 남기고는 곧장 체내로 스며들었다.
“팔괘의 화염과 번개여, 내 육신을 강화하라!”
한제가 낮게 외치자 이전에 그의 체내에 녹아들었던 팔괘가 분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화염과 번개의 괘가 한제의 통제에 따라 육신을 뒤덮고 손바닥의 힘에 저항했다.
자신의 체내에 녹아든 두 개의 괘를 내내 숨겨왔던 한제는 이 순간 그 힘을 폭발시켰고 이는 천벌의 예상을 뛰어넘는 위력이었다.
고신의 놀라운 회복력과 자신의 강력한 수준, 여기에 두 개의 괘와 화염 속성의 손바닥까지 더해져 한제는 오행의 파괴력을 굳건히 버텨냈다. 덕분에 구궁, 팔괘, 칠성, 육합, 오행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을 수 있었다.
“이게 끝인가?”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천벌의 회오리를 바라보던 한제가 소리쳤다.
“사상(四象)⋯⋯ 무량⋯⋯.”
어떤 감정도 묻어나지 않는 흐릿한 목소리가 한제의 질문에 답하듯 울려 퍼졌다. 그러자 천벌의 회오리 안에서 흉수들의 포효가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한 마리 청룡이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붉은 주작이 뜨거운 화염을 이끌며 나타났다. 물론 서늘한 살기를 풍기는 백호와 현무도 있었다.
천벌의 사령(四靈).
“사상이었군! 주작, 돌아와라!”
한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으로 주작을 가리켰다. 그러자 주작이 몸을 바르르 떨더니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키야아아!”
이어서 곧장 한제를 향해 날아들더니 주위를 맴돌았다. 고신의 육신에 새겨진 주작의 문양이 이에 호응하듯 번득였다.
절천법(絶天法)
천벌로 소환된 주작은 그 빛을 따라 한제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이내 하늘을 뒤덮을 듯 강한 화염이 타올랐다.
팔괘의 불, 오행의 화(火), 그리고 사상의 주작을 흡수한 한제의 체내에서 피어오른 화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한제 체내의 주작은 이미 세 번의 각성을 마친 상태였다. 각성을 거칠 때마다 화염의 힘에 대한 깨달음은 크게 증가해, 세 번의 각성을 마쳤을 때는 한제에게 세상 모든 불에 대한 통제권을 부여했다.
심지어 이 화염에서는 본원까지 탄생했으니, 세상 어떤 화염도 한제 앞에서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본원이 생겨난 뒤로 화염에 대한 통제력은 극에 달했지만 사실 그가 통제할 수 있는 화염은 실재(實在)하는 불뿐이었다. 허상의 불은 실재의 불보다 묘연해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로 통제하기 어려웠다.
분노의 화염은 허상의 불이었다. 실재는 아니지만 세상 모든 화염의 위엄을 능가하는 분노의 화염은 일종의 도이자 정신이며 경지였다.
만약 주작이 네 번째 각성을 마친다면 허상의 불의 경계에 이르러 분노의 화염까지 통제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 분노의 화염은 세상 모든 화염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형태가 없기에 볼 수는 없지만 분명 존재하며,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것이 타오를 때 버텨내지 못하면 죽음을 면할 수가 없다.
한제는 천벌로 소환된 여러 종류의 화염을 흡수한 덕에 주작의 네 번째 각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허상의 불도 통제할 수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