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30
잠시 후, 탁삼의 기운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한제는 자신의 추측이 옳을 것이라 믿게 됐다.
허나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탁삼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존재다. 누구도 그를 죽이기 쉽지 않을 것이고 만약 죽일 수 있었는데도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 여기에도 이유가 있을 터였다.
‘어쨌든 탁삼은 분명 다시 추격해올 게 분명해.’
시간이 많지 않았다. 우선 최대한 수준을 회복해야만 했다.
한제는 가진 모든 힘을 발휘해 빠르게 움직였다.
‘탁삼을 따돌리기만 하면 이천매를 남몽도존이 있는 곳으로 보낼 수 있어. 아까 수련자들을 흡수하면서 얻은 기억에 따르면 태고 성신 오존(五尊) 중 하나인 남몽도존이 남사종 남산에 있다!’
머지않아 신식을 펼친 한제는 저 멀리 어느 수련성에 수많은 태고 성신 수련자들이 거주하고 있음을 감지해냈다.
‘난 계내에서 나고 자란 수련자다. 곧 있을 계내와의 전쟁을 생각한다면 이곳 수련자를 하나라도 더 죽여 두는 것이 꽤 도움이 되겠지.’
한제는 다시 속도를 높였다.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아까 무너져 내렸던 검은 안개가 다시 체내에서 응집되더니 이내 그의 몸을 감쌌다. 그 상태로 한제는 저 멀리 수련성을 향해 다가갔다.
거리가 줄어들면서 수련성의 새카만 빛과 그 위의 수많은 연못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수련성은 영기가 매우 짙었고 영수도 매우 많았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이곳은 원망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 기운이 어찌나 짙은지 하늘마저 꿰뚫을 듯했다.
그때, 수련성에서 귀가 찢어질 듯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거대한 진이 활성화되려 했다.
‘나의 접근을 알아차린 모양이군. 허나 늦었다!’
그에게는 진이 활성화되는 속도가 너무도 느리게 느껴졌다.
몸을 훌쩍 날린 한제는 진이 완전히 활성화되기 전에 그 안으로 들어섰고 곧장 검은 안개를 사방으로 퍼뜨렸다. 수만 갈래로 나뉜 검은 안개가 수련성을 뒤덮고 퍼져나갔다.
“끄아악!”
“사… 살려줘!”
사방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수많은 수련자의 육신이 검은 안개에 휘말리며 생기와 원신까지 흡수됐다.
“어디에서 온 녀석이 감히 마납성(魔納星)에서 이리 방자하게 구느냐!”
녹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튀어나와 하늘을 뒤덮은 검은 안개를 향해 포효했다. 그의 주위로는 첫 번째 천쇠를 겪은 수련자 특유의 빛 고리가 나타나 있었다.
‘수준 높은 수련자로군!’
검은 안개로 둘러싸인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더니 몸을 훌쩍 날렸다. 순간 한 줄기 극의 경계가 된 그는 붉은 번개의 형태로 안개를 뚫고 노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헛!”
표정이 급변한 노인이 신통술을 발휘하려는 순간, 한제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定)!”
순간 노인의 몸이 우뚝 멈췄고 붉은 번개가 된 한제는 그대로 상대의 체내로 뚫고 들어갔다. 노인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검은 안개로 뒤덮였다.
절천법은 모든 생명을 멸절시켜 그 생명을 취하는 술법.
허나 노인의 온몸은 무너져 내리면서도 살점들은 사방으로 퍼져 흩어지는 대신 빠르게 타오르면서 순식간에 재가 되어 버렸다.
무너져 내린 노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안개가 꾸물거리며 한제가 나타났다. 얼굴이 약간 붉어진 그의 미간에 한 줄기 검은 선이 맴돌고 있었다.
한제는 멈추지 않고 몸을 날렸다. 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수련자들이 검은 안개에 꿰뚫렸고 순식간에 한제에게 흡수됐다.
오래지 않아 마납성의 수련자는 남김없이 사라졌고 한제의 몸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하늘을 뒤덮었다.
한제는 대지를 향해 손을 뻗더니 꽉 움켜쥐었다.
“수련성 혼의 힘 추출!”
쾅!
고막이 터져나갈 듯한 소리와 함께 수련성이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오래된 기운을 뿜어냈다.
이어서 하얀 연기가 줄기줄기 발산돼 한제의 왼손으로 모여들더니 주먹만 한 공으로 응집됐다. 공 안에서는 연기가 맴돌았다.
수련성의 혼이 담긴 공을 쥔 한제는 검은 안개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다시 우주에 녹아들어 질주하면서 눈에 띄는 수련성마다 쳐들어가 수련자를 흡수하고 수련성의 혼을 취했다. 머지않아 그의 주위에는 수련성의 혼주(魂珠) 일곱 개가 떠 있었다.
그 무렵 원신도 거의 회복됐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도끼에 의해 생긴 가슴의 상처뿐이었다.
상처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렀지만 그 외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그 상처마저 계속해서 수련성과 수련자들의 혼을 취함에 따라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끼의 기운을 빼내지 않는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했다.
“그 기운을 빼내려면 보통의 수련자들을 흡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지. 고신의 힘을 흡수해야 한다. 태고의 성신에서 고신의 힘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나도 한 군데 알고 있지! 월노족(月奴族)이 있는 곳!”
한제는 눈을 번득이더니 우주에 녹아들어 사라졌다. 기억을 더듬어 월노족이 자리한 성역으로 향한 것이다.
월노족에는 강자가 매우 많았고 수만 년을 살아온 이들도 있다.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매우 위험한 곳인 셈이다. 허나 한제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월노족을 끌어들여 탁삼과 맞붙게 하겠다!”
흡수한 수련자들의 기억과 칠채계에서 마주쳤던 월노족 사람의 기억을 통해 위치를 알고 있었으나, 월노족이 있는 곳은 아득히 멀었다. 축지성촌을 몇 차례나 거쳐야만 했다.
이곳은 계내의 우주와 달랐다. 계내의 우주는 별빛이 반짝일 때라도 한 겹의 옅은 안개로 감싸인 듯 흐릿하게 느껴졌다. 마치 어떤 우리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계외 수련자들은 계내를 치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왔다. 일곱 가지 색깔의 도과 선계의 붕괴, 몰래 심어놓은 간자도 계내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계내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매우 힘들지만 계외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장존도 당시 청림을 기습했던 고요나 고마도 모두 계외의 존재로 이들은 봉계의 진을 통과할 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계외의 원고 선역에서 하사한 특수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한제는 봉계의 주인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또한 그는 봉계의 진이 계내의 생명뿐만 아니라 원력까지 막고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됐다.
계내의 원력은 무한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세월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반면 계외의 원력은 무궁무진했다.
더욱이 봉계의 진은 원력을 가둘 뿐만 아니라 계내에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의 수를 제한하는 역할까지 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를 자질이 충분한 이가 점점 많아지는 것이 당연한데도 본원을 완성하는 계내 수련자가 적었다.
모든 것은 향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향불은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려는 수련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내에서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라 해도 본원이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휴면을 해야만 했다.
그게 다 봉계의 진 때문에 계내에 향불의 힘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누군가 애써 만들어낸다 해도 순식간에 봉계의 진에 흡수되어 버렸다.
그러니 본원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향불을 얻으려면 계외로 나가거나 수도자처럼 계외의 첩자가 되어야 했다.
세 번째 단계 수련자의 수준인 공열, 공령, 공현, 공겁 중 공열까지는 그나마 낫지만 공령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공현의 수준에 이르는 것이 얼마나 아득하고 요원한 일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당시 계내에 강림했던 봉계의 주인은 가장 먼저 향불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4대 선계를 정리함으로써 향불의 힘을 끝없이 흡수하려 하는 봉계의 진에 저항하게 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봉계의 주인은 엄청난 신통력과 지혜를 가지고 있었고 모든 계획은 착착 진행됐다.
향불의 힘도 봉계의 진에 흡수되려다가 4대 선계에 의해 단단히 저지됐다.
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계외 사람들이 이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재난이 닥치기 전, 봉계의 지존은 수도자의 기습을 받은 뒤 장존과 나머지 지존들, 계외에서 온 원고 선역의 배신자들에 의해 거의 죽음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백범은 미쳐 날뛰었고 청림은 장존의 딸에 의해 심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겪었으며, 후에 고요와 고마에게 쫓기게 됐다.
운의 선계와 섬의 선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재난은 계내 수련자들을 우리 안에 가두고 진정한 세상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에 봉계의 진을 뚫고 나가려는 시도들도 이어졌다.
계외 태고 성신에서는 계내를 향해 전쟁을 일으킨 적은 없다. 그저 계내의 힘을 끊임없이 약화시켜 반격조차 불가능해지면 최후의 일격을 날리기 위한 준비만을 이어가고 있었다.
때가 되면 진을 뚫고 계내로 들어가 모든 것을 파괴하고 하늘로 통하는 문을 찾아 계내 원고 선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그날이 머지않았다. 계내는 이미 취약해진 상태였다.
봉계의 주인이 한제를 도경으로 들여보내고 계내를 떠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바로 이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한제가 계외에서 최대한 많은 향불의 힘을 얻고 수준을 높여 세 번째 단계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한제의 몸에 자리한 다섯 갈래 본원도 확인한 상태였다. 이에 그는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따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한제를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정한 것인데 여기에는 다섯 갈래 본원의 역할이 컸다.
봉계의 주인은 한제가 계내를 이끌고 계외에 대항하기를 나아가 계외를 휩쓸어 버리기를 바란 것이다.
그가 봉계의 진에 녹아든 이유 또한 자신의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 진을 계내의 것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계내에서 전열을 다듬을 때는 계외의 침략을 막고 계내 수련자들이 반격을 하려 할 때는 진을 활짝 열어줄 생각이었다.
“이곳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난⋯⋯계내의 수련자다.”
저 먼 우주를 바라보던 한제의 눈빛이 점차 굳건해졌다.
그 순간, 한제는 표정이 급변해 맹렬히 몸을 돌려 뒤쪽을 바라보더니 우주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거의 동시에 콰르릉 하는 괴성과 함께 한 줄기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두 눈이 벌게진 탁삼이 튀어나왔다. 그의 뒤로는 여전히 세 갈래 빛이 따라붙었다.
“크아아! 이한제! 네놈을 갈기갈기 찢어주겠다!”
탁삼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는 오만하긴 해도 멍청하지는 않았다. 그는 세 명의 수련자가 자신을 추격하는 데에는 어떤 목적이 있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흥, 그 목적이 무엇이건 저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이한제를 따라잡는다 해도 완벽하게 처리하기 힘들 터!”
탁삼은 한제가 사라진 쪽을 노려보다가 몸을 홱 돌렸다. 순간 수백 수천 배로 불어난 그는 우주를 가득 채울 법한 위압감을 풍기는 고신이 됐다.
“너희 셋은 나를 10년 동안 쫓아왔다. 네놈들을 죽여줄 때까지 기다려온 것이냐? 그렇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마!”
탁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우주가 진동했다. 동시에 한 걸음 내딛은 탁삼은 자신을 쫓아 균열 밖으로 나온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숨을 건 첫 번째 전투 (1)
수련성 하나를 그대로 으스러뜨릴 듯한 기세의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