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32
콰쾅! 쾅! 펑!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곱 수련성의 혼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격렬하게 진동했다. 세상 어떤 힘도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그를 막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수련성의 혼 하나가 무너져 내려 회오리가 되더니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이 성역의 달빛도 반짝이는 빛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너를 흡수하면 난 유산의 법칙을 깨고 고신족의 신통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세상에 고신족이 다시 강림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항복하지 않을 셈이냐!”
탁삼은 광기 어린 모습으로 다시 두 수련성의 혼을 터뜨려버렸다.
“기억의 유산은 네게 아무런 소용도 없다. 네게는 고신족의 신통력을 발휘할 힘이 없어! 그 신통력을 사용할 자격은 오직 이 탁삼에게만 있다!”
탁삼이 격하게 외치며 유성처럼 날아들었고 남은 수련성의 혼들은 그 충격에 무너져 내렸다.
“넌 6성급 고신이 됐다고는 하나 힘의 유산을 얻지도 못했고 그 힘의 본원도 깨닫지 못했다. 한데 무엇을 믿고 나와 싸우고자 하느냐. 세상에서 고신의 유산을 차지할 자격이 있는 것도 진정한 고신도 오직 나뿐이다!”
탁삼은 토해내듯 내뱉으며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목숨을 건 첫 번째 전투 (2)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왼쪽 주먹을 날렸다.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던 그의 몸에서 모든 원력과 고신의 힘이 흘러나와 주먹으로 몰려들었다. 뒤이어 하늘을 떠받칠 듯 거대한 손바닥이 나타나더니 육합팔황의 원력을 빨아들였다.
손바닥은 눈 깜짝할 사이 실체를 갖추더니 우렁찬 소리와 함께 탁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서사의 마념에 불과한 존재가 감히 신을 자칭하려 드느냐!”
한제가 낮게 소리쳤다.
거대한 손바닥과 충돌한 순간, 탁삼은 포효를 내지르며 두 주먹을 매섭게 휘둘렀다.
콰르릉! 쾅! 펑!
우렁찬 소리가 이어지며 온 우주가 진동했다. 공간 자체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거대한 손바닥은 탁삼의 주먹질을 따라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둘로 갈라져 버렸다.
허나 한제도 역령인이 탁삼을 막아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탁삼이 역령인을 두들기는 동안 당시의 노부자처럼 미리 들고 있던 왼손으로 탁삼의 오른팔을 꾹 눌렀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왼손의 손등을 연타했다. 사방에서 무궁무진한 원력을 취하고 우주의 힘을 온몸에 녹여 넣어 탁삼을 정면으로 막으려는 생각이었다.
허나 그때…
콰쾅!
거대한 소리에 이어 한제가 피를 토하며 밀려났다. 온몸의 뼈에서는 펑 하는 소리도 이어졌다.
한참을 뒤로 밀려난 끝에 또 다른 고신의 조각상과 충돌한 후에야 멈출 수 있었다. 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조각상에서 흘러나온 고신의 기운을 흡수했다.
그 무렵, 탁삼 또한 한제의 공격에 멎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곧장 움직임을 회복하더니 입을 쩍 벌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고신의 조각상에서 흘러나오는 고신의 기운 중 절반이 그의 입으로 흘러들었다.
“정말로 약하구나! 이한제, 2천 년의 시간을 주었는데도 고작 이 정도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탁삼은 고신의 조각상이 서 있는 대지에 착지했다. 그가 내려서자 대지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탁삼은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한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는 한제를 생포할 생각이었다.
그때, 고신의 기운을 흡수한 한제의 미간에서 어렴풋한 일곱 번째 반점이 급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잡을 것만 같았다.
이 땅에 존재하는 고신의 기운은 두 갈래로 나뉜 상태였는데 한제가 흡수한 고신의 기운보다 탁삼이 흡수한 기운이 훨씬 많았다.
한제는 분노로 이를 갈며 두 팔을 들어 올리더니 고신의 기운을 발산했다.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간 그는 다시 붉은 검을 소환했다. 붉은 검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핏빛이 뿜어져 나왔다.
“고신, 신권(神拳)!”
한제가 외쳤다.
그가 고신의 신통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이는 고신의 힘의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고신으로서의 삶이 2천 년도 되지 않는 그로서는 서사가 모아온 고신의 힘에 대적하기란 불가능했다. 허나 지금, 사방에는 짙은 고신의 힘이 가득했기에 고신의 신통력을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신권.
붉은 검을 감싸 쥔 한제는 한 줄기 회오리가 되어 탁삼의 오른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근처에서는 고신의 허상이 나타나 포효를 내지르며 탁삼의 오른손과 충돌했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세상을 무너뜨릴 듯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주먹이 나타났다.
덜덜 떨리던 탁삼의 오른손은 어마어마한 충격에 위로 들어 올려졌다. 한제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착지했다.
“죽어라!”
탁삼은 오른손이 저릿했고 심신이 떨려왔다. 그 짧은 순간에 한제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때 그의 미간에서 여섯 개의 반점이 급속도로 번득이면서 튀어나가 한제를 휘감았다. 자신을 추격하던 세 수련자 중 여인을 삼켜버린 것처럼 한제도 삼켜버릴 생각이었다.
그 순간, 한제의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지금이 바로 그가 기다려왔던 것은 순간이었다.
“탁삼, 넌 서사가 정말로 죽었다고 생각하느냐!”
“무슨 소리냐?”
탁삼은 의아한 듯 묻더니 이내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변의 시작이었다.
“서사가 정말 죽었다고 생각하느냐 물었다!”
한제의 목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을 가르는 천둥처럼 탁삼의 심신에 내리꽂혔다.
평생 오만하게 살아온 탁삼이 두려워하는 존재는 오직 하나, 서사였다. 그 자신이 서사의 한 줄기 마념에서 비롯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서사의 육신을 통제하고 있긴 했으나 그 자신도 지난 수만 년간 수도 없이 고민해왔다.
서사는 정말 죽었을까?
모든 정황은 서사가 이미 묵류분신술에 아래 철저히 소멸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
“나를 삼키고 싶은가? 그리 해보라. 내가 죽는 순간 서사는 깨어날 것이다. 그리 되면 탁삼 너 또한 소멸할 터!”
천둥 같은 한제의 목소리가 울리면서 탁삼의 심신이 진동했다. 회전하던 반점들도 우뚝 멈췄고 그의 눈에는 망설임이 맺혔다.
그 순간, 월노족 성역에서 놀라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사방의 무너져 내린 달빛 속에서 쉭, 쉭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고 동시에 소름 끼칠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폭풍처럼 몰려들어 월노족의 성역을 뒤덮었다.
“열려라, 봉신진(封神陣)!”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광기와 흥분, 두려움이 어린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고요했던 월노족 성역에 어스름한 그림자가 하나둘 나타났다.
월노족 사람들이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그들의 미간에는 번쩍이는 초승달 낙인이 찍혀 있었다.
월노족 사람의 수는 1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사방을 빽빽하게 두른 그들은 신, 그중에서도 고신을 봉인하는 봉신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만이 아니라 모든 수련성 또한 이 거대한 진의 일부였다.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공간 자체가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달빛에 의해 모든 것이 대체됐다.
한쪽에는 거대한 달이 뜬 채 무궁무진한 빛으로 사방을 뒤덮었다.
주위에는 1백 개 이상의 수련성이 있었고 각 수련성에는 월노족 노인이 하나씩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성성한 백발 사이로 낙인이 보이는 이들은 온힘을 다해 달빛의 진을 더욱 공고히 했다.
월노족에게 살아 있는 고신은 죽은 고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유혹적인 존재였다. 왕족 고신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살아 있는 왕족 고신을 봉인해 자신들의 노예로 삼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월노족은 한 번 더 굴기할 수 있을 터. 그 생각만으로도 월노족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그들은 이날을 위해 오랜 세월 준비해왔다.
탁삼이 계외에 왔을 때, 이들은 두려움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더불어 대대로 전해 내려온 진을 가동하고 탁삼이 오기를 기다렸다. 언젠가 자신들을 살피러 올 것임을 알고 있었고 무려 10년을 기다렸다.
이 달빛 세상은 월노족 선조들이 오랜 세월 준비한 허상의 공간으로 고신이 이 안에 봉인되면 빠져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탁삼은 한제의 말에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월노족의 봉신진까지 나타나자 조급해졌다. 그는 손짓을 해 여섯 개의 반점을 되찾더니 곧장 오른손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콰쾅!
세상을 뒤덮은 달빛이 비단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무너져 내리는 대신 끊임없이 일렁이며 수많은 실로 변하더니 탁삼과 한제를 휘감을 듯 달려들었다. 어찌나 빠른지, 눈 깜짝할 사이 한제와 탁삼의 몸은 수많은 비단실에 얽혀버렸다.
“네놈들이 감히!”
분노에 가득 찬 탁삼의 포효가 하늘을 갈랐다. 고신의 포효는 온 세상을 무너뜨릴 것처럼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소리에 달빛이 다시 일렁이더니 더 많은 실로 갈라져 두 사람에게로 달려들었다.
“고신의 육신을 죽여라!”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모든 실이 별안간 증폭되더니 줄기줄기 예리한 칼날처럼 쏘아져 나갔다.
탁삼은 이리저리 몸부림을 치며 적지 않은 실을 무너뜨렸지만 그때마다 무너진 실은 더 많은 실로 나뉘었다.
“월노족의 보물, 신멸선(神滅扇)!”
노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한제와 탁삼을 단단히 옭아맨 실은 한데 응집되더니 1천 척에 달하는 달빛 부채를 형성했다.
콰쾅!
부채가 허공에서 가볍게 흔들리자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강렬한 폭풍이 일어났다. 무궁무진한 달빛을 담은 폭풍은 곧장 탁삼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감히!”
탁삼은 낮게 외치며 손을 들어 올려 수많은 실들을 붕괴시킨 뒤 폭풍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한편, 한제 또한 붉은 검이 회오리로 모든 실을 흩어버렸으나 실들은 더 많은 양으로 불어났다. 끝이 없었다.
이때 신멸선이 춤을 추듯 흔들려 일으킨 폭풍이 한제에게도 달려들었다. 한제는 광풍에 휩쓸려 뒤로 밀려났다. 동시에 무궁무진한 달빛이 폭풍에서 뿜어져 나와 예리한 검처럼 한제에게로 돌진했다.
이 달빛 검에는 봉계의 진에서 나타난 도끼와 같은 기운이 어려 있었다. 고신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기운이었다.
그때, 탁삼의 주먹에 무너져 내린 폭풍이 수없이 많은 검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곧장 날아들어 탁삼의 몸을 관통하고는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노예 주제에 감히 내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죽여주마!”
탁삼의 분노는 극에 치달았다. 같은 고신인 한제와 달리 저들은 탁삼에게 있어 미물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런 존재들에게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