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37
세상의 원력은 끊임없이 그의 체내에 녹아들어 응집되었고 부상이 거의 회복되면서 수준도 완벽히 되찾게 됐다.
그때, 한제가 자리한 산봉우리 위의 하늘에서 무궁무진한 남색 빛이 나타났다. 부드러운 남색 빛은 온 세상을 뒤덮은 듯 퍼져 나가더니 이내 그 안에서 흐릿한 인영 하나가 떠올라 빛 밖으로 걸어 나왔고 점차 실체를 갖추어갔다. 남몽도존이었다.
한제는 침착한 눈으로 남몽도존을 바라보았다.
“내게 아홉 개의 신통력이 있다. 배워볼 테냐?”
남몽도존은 한 걸음 만에 산봉우리 꼭대기에 이르렀다. 뒷짐을 진 채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는 한제의 답을 기다렸다. 부드러운 위압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가 산꼭대기에 서니 산꼭대기가 눈앞에서 사라졌고 그가 수련성에 이르니 수련성의 기운이 자취를 감췄으며, 그가 이 세상에 나타나니 이 세상 역시 왜소해졌다.
모든 것이 남몽도존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심지어 별빛마저 그를 피했다. 그가 있는 곳에서는 그가 곧 산이고 하늘이며, 별이었다.
“난 지금껏 아홉 개의 신통술과 여섯 개의 선법(仙法), 세 개의 도술, 그리고 하나의 생사 술법을 만들었다. 그 모두를 네게 전수해주고자 하는데 배우겠느냐?”
한제는 여전히 답을 하지 않았다.
“또한 나는 2천억 개에 이르는 제자들의 향불도 가지고 있으며, 공의 경계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원하느냐?”
한제의 호흡이 약간 가빠졌다. 허나 여전히 입은 열지 않았다.
“내게는 외계의 운석을 제련해 만든 다섯 개의 도기도 있다. 때문에 장존조차 나를 두려워하지. 다섯 개의 도기를 꺼내 그 위력을 발휘하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다. 원하느냐?”
눈빛을 번득이는 한제의 숨이 더욱 거칠어졌다.
“내게는 세 번째 단계의 도통(道統)도 있다. 여태 누구에게도 전수한 적 없지. 또한 나는 너를 데리고 태고를 유람할 수도 있다. 나머지 네 명의 지존에게서 도령을 취해 네게 더 많고 강력한 신통력을 선사할 수 있지!”
남몽도존의 말은 계속됐다.
“허공을 깨뜨리고 전설 속 고족의 묘지에 너를 데려갈 수도 있다. 그럼 그곳에서 넌 고혼을 흡수해 고신으로서의 육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겠지. 네 체내에는 다섯 갈래의 본원이 있더구나. 놀랄 만한 자질이다. 다섯 갈래의 본원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난 너의 그 본원들이 다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돕고 내 도통을 계승하여 총 일곱 개의 본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한제는 남몽도존의 침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모든 것들을 너는 원하느냐?”
한제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남몽도존을 응시했다. 상대의 말에 담긴 유혹은 너무도 강력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몽도존이 말한 그 모든 것이 너무도 탐났다.
“남사족 성역 밖의 위기를 이미 감지했겠지. 그 여인의 내력은 대단하다. 만약 네가 도통의 계승자가 된다면 네가 무사할 수 있도록 돕겠다. 그러니 잘 생각해봐라.”
“⋯⋯조건이 뭡니까?”
한제의 거칠게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남몽도존은 변함없는 얼굴로 한제를 마주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두 가지뿐이다. 첫째, 그 순간부터 너는 더 이상 계내의 사람이 아니라 우리 태고 성신 남사족의 소종주가 되어야 한다. 망심과(忘心果)를 먹고 본원을 건 채 맹세를 해 계내에서 빠져나와야 하지. 계내와 계외의 전쟁에 참여할 수는 있으나 계내를 돕지는 못한다!”
남몽도존의 말은 칼날이 되어 한제의 체내로 파고들었다.
“둘째, 네가 계내의 사람들과 맺었던 모든 인연을 정리하고 평생 내 딸의 곁에 머물러야 한다!”
한제는 두 눈을 감았다. 남몽도존의 제안은 그가 여태 마주했던 그 모든 유혹보다도 컸다. 허나 남몽도존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는 계내에서 나고 자란 계내 사람이었다. 계는 하나의 나라에 비교할 수 없는 범위이자 공간이었다. 그가 만약 첫 번째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그야말로 배신자가 되는 셈이다.
봉계의 진 안에서 죽어간 선인들의 포효와 비명이 여태 귓가에 맴돌았다. 봉계의 진이 스스로의 희생을 무릅쓰고 자신을 도왔던 것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첫 번째 조건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고 두 번째 조건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모완을 포기하라니, 이것은 그에게 도를 포기하고 일생동안 추구했던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두 가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이었다.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뜬 그는 평온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남몽도존은 차가운 눈으로 한제를 응시했다.
한제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우의 선계 청림 역시 이런 엄청난 유혹 앞에 섰다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때 청림을 유혹했던 자는 장존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선배님께 묻겠습니다. 선배님은 평생을 통틀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이 있습니까?”
“있다!”
남몽도존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렇다면 선배님은 힘의 대가로 그 사람을 포기하라는 제안을 받는다면 받아들이시겠습니까?”
남몽도존은 답하지 않았다.
“또한 선배님께 남사족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남몽도존은 조용히 한제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세 번째 단계의 수준은 공사경(空四境)이라 한다. 처음 이르게 되는 것은 공열, 그다음은 공령, 이어서 공현, 마지막으로 공겁이 있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공겁의 절정에 이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지만 그 이후까지 나아간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네 번째 단계는 전설에나 존재할 뿐, 실제로 거기에 이른 사람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원고 선역의 팔비(八妃)조차!”
남몽도존은 한제에게로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저 멀리 떨어진 하늘 끄트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체내에는 두 갈래의 본원이 있다. 그중 하나는 공현의 중기에 이르렀고 내가 봉인한 다른 하나의 본원은 공겁 초기에 아주 가까워져 있지. 두 갈래의 본원을 융합하면 공현 중기에 달하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데 나 같은 사람이 계외에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
남몽도존이 덤덤하게 물었다. 답을 원하는 질문은 아니었기에 한제는 답하지 않았다.
“원고 팔비 외에도 최소한 일곱 명이다! 허나 계내에는 향불도 없을 뿐더러 봉계의 진에 의해 오랜 세월 갇혀 있었다. 게다가 장존이 심어놓은 첩자들이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란 말이다!”
남몽도존의 말에 한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들어 남몽도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의 말씀이 맞을지도 모르지요. 허나 그렇다면 계외에서는 어째서 계내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고 세월의 힘에만 기대 와해시키려 하는 겁니까? 계내에 두려운 존재라도 있는 겁니까?”
남몽도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런 존재가 있지. 당시 내지른 고함만으로도 장존이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다는군.”
자신의 추측이 옳았음을 확인한 한제는 심신이 바르르 떨렸다.
“결정했다면 강권하지는 않겠다. 딸을 이곳까지 데려다주었으니, 대가가 있어야겠지. 비록 도총 향불은 줄 수 없지만 세 가지 신통술을 알려주마. 네 것으로 만드는 건 너의 깨달음에 달려 있다.”
남몽도존은 한제가 퍽 마음에 들었으나 억지로 붙들어 맬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더구나 태고 성신 오존의 하나이자 손꼽히는 강력한 수련자로서 상대에게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융합
“잘 보아라. 이것이 내 첫 번째 신통술이다!”
남몽도존은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순간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구름과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짙은 남색으로 뒤덮인 세상에 거대한 회오리가 어렴풋이 나타났다.
회오리는 사방팔방에서 원력을 응집시키기 시작했고 이렇게 응집된 원력은 거대한 인장이 되었다. 도존의 원기로 이루어진 인장은 마치 황제의 옥쇄와도 같았다.
이내 인장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온 세상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뒤이어 세상이 뒤집히면서 눈 깜짝할 사이 하늘이 땅으로 땅이 하늘로 변했다.
한제가 있던 산봉우리도 순간 뒤집혔다. 대지는 하늘이 되고 산봉우리는 거대한 고깔이 되었지만 기이하게도 이렇게 뒤집힌 산봉우리에는 어떤 돌도 굴러 떨어지지 않았다.
한제는 그저 온 세상에 퍼져나가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에 심신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을 뿐이다.
구름과 태양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뒤집힌 그곳에 오직 남몽도존 한 사람만이 우뚝 서 있었다.
“번천인(飜天印)이다. 번천이란 뒤집힌 하늘을 의미하지. 하늘이 된 땅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한 인장이 된다.”
남몽도존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하늘이 된 땅은 아래쪽의 하늘을 짓누르려는 듯 하강하기 시작했다.
한제의 심신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의 두 눈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강한 신통력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우주에서 이 신통력을 발휘한다면 수많은 영혼을 단숨에 소멸시킬 수 있을 터였다.
“우주에서 발휘하려 한다면 마음으로 이 세상을 품어야 하지!”
한제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남몽도존이 툭 내뱉으며 오른손을 들어 휘둘렀다. 그러자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하늘과 땅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은 무엇일까? 사람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며, 신통력도 아니다. 원기도 아니지. 그것은 빛이다. 빛은 어디에나 존재하지. 번천인이 공격을 위한 신통술이라면 두 번째는 방어를 신통술이다.”
남몽도존은 곧장 오른손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세상의 풀과 나무, 생명, 집을 비롯한 모든 것들이 무궁무진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늘 너머 우주에서도 반짝이는 빛이 나타났다.
이 무궁무진한 빛은 곧장 남몽도존의 주위를 에워쌌다. 순간 남몽도존은 세상 모든 빛의 근원이 된 듯했다.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을 정도의 빛이었다.
뒤이어 하늘을 떠받칠 듯 거대한 허상이 남몽도존 근처에 나타났다.
“이것은 도술은 아니지만 난 공령기에 이 신통술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네가 이것을 익힐 수 있다면 태고 성신에서도 충분히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 신통술은 공령기 절정에 깨달은 것으로 나의 3대 도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남몽도존이 전수해준 첫 번째 신통술 번천인의 위력은 매우 강력했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신통술 광영순(光影盾)은 방어의 절정이었다.
“세 번째 신통술은 도술 융변(融變)이다! 공격용도 방어용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신통술을 본원과 융합시켜 일종의 독특한 도술을 형성하는 것이지. 이 술법을 익힌다면 네 모든 기술을 섞어 다양한 술법을 부릴 수도 있고 반대로 하나로 합칠 수도 있다!”
남몽도존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며 오른손으로 기이한 결인을 그리더니 허공을 두드렸다.
그 순간, 하늘에서 휘말려 나가며 흩어졌던 구름이 순간 몰려들어 남몽도존의 손가락 끝을 맴돌았고 이내 안개로 이루어진 공을 형성했다.
공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끊임없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회전은 점점 빨라졌고 이에 따라 공은 흩어져 사라지면서 하얀 수증기가 되어 퍼져나갔다.
이렇게 나타난 수증기 역시 회전하면서 하나의 회오리가 되어 사방을 휩쓸었다.
하지만 곧 회오리는 또다시 변하기 시작하더니 반짝이는 물방울이 되었다. 물방울은 남몽도존의 손가락 끝에 떠올라 매우 빠르게 회전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제는 어렴풋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 물방울이 다시 변화를 일으키면서 쩌적 소리와 함께 얼어붙었다.
얼음이 하나로 응집하면서 쩌적 하는 소리가 갈수록 격렬해졌다.
천둥소리에 비할 수 있을 만큼 요란한 소리와 함께, 얼음은 남몽도존의 손가락 끝에서 한 자루 빙검(氷劍)으로 변했다.
길이는 7척, 폭은 3촌 정도 되는 검은 무궁무진한 한기를 발산했으며, 햇빛 아래 오색찬란한 광채를 번득였다.
구름이 안개로 물로 얼음으로 변하다가 마침내 본원을 변화시켜 빙검이 되어가는 동안 한제는 뭔가를 어렴풋이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