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45
그 순간, 상대의 눈에 자신의 모든 것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허나 그보다 두려운 것은 마치 천둥에 적중당한 듯한 느낌과 함께 체내의 금단이 멎어버리더니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수많은 균열이 생기기까지 했다는 사실이었다.
두렵고 놀라기는 두 여인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한제를 보던 두 여인은 두려움에 숨을 쉬는 것조차 잊었다. 만약 상대가 원하기만 한다면 자신들은 곧장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만 같았다.
주위는 기이할 정도로 고요했다.
한제는 가늘게 떨고 있는 세 수련자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개미만도 못한 수련자들에게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다시 돌아서서 멀어져갔다.
“우웩!”
한제가 한참 멀리 떠나간 뒤에야 백의의 사내와 두 여인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균열로 뒤덮인 체내의 금단은 녹아내릴 조짐을 보였다. 특히 두 여인은 수준이 축기기까지 떨어져 내렸다.
백의의 청년은 멍하니 한제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이… 이게 대체…?”
세 사람은 넋이 나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한편, 한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비의 기억 속 동굴 앞에 섰다. 영맥 옆에 터를 잡은, 제법 괜찮은 동굴이었다. 또한 이 산골짜기에는 맑고 짙은 영기를 풍기는 작은 강도 한 줄기 흘렀다.
동굴 밖은 여러 금제로 보호되고 있었지만 한제의 눈에는 조잡해 보일 뿐이었다.
그는 뒷짐을 진 채 한 걸음 만에 동굴 밖의 진 앞에 이르렀다. 그가 무슨 신통력을 발휘했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 동굴을 지키던 보호막들이 무너져 내렸다.
한제가 망설임 없이 동굴로 들어서자 주위에서는 폭발음과 함께 오색찬란한 빛이 쉴 새 없이 번득였다. 모든 금제가 동시에 활성화된 것이다.
물론 한제는 신경도 쓰지 않고 더욱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1백 척 앞, 푸른 옷을 입은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노인은 입을 쩍 벌린 채 멍한 눈으로 한제를 보고 있었다.
섬뇌 순위
노인은 상대가 들어설 때까지 동굴의 문과 보호막이 열리고 뚫리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런 놀라운 일을 벌인 자가 무척 낯익은 사람이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그 익숙한 인영은 금제와 진이 번득이는 와중에도 느긋하게 다가왔다.
노인은 머리가 저릿했다. 특히 서늘하면서도 모든 것을 꿰뚫어볼 것만 같은 상대의 눈빛에 닿았을 때, 노인의 원영은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듯 고통스러웠다.
그 눈빛은 실체를 갖춘 것처럼 노인의 몸을 관통했다. 심지어 원신도 그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형태 없는 압박이 원영을 짓밟는 듯했다.
노인은 안색이 창백해져 몸을 바르르 떨더니 피를 토해냈고 다급하게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도망칠 힘도 여유도 없었다.
“우, 우비!”
한제는 원영기 노인을 힐끗 보더니 시선을 돌려 동굴을 살폈다.
작지 않은 동굴에는 석실이 총 여섯 개나 있었다. 골짜기를 관통한 동굴이라 골짜기로 통하는 작은 길도 있었다.
어디선가 어렴풋이, 강물이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지 않은 약초가 심어져 있는지 싱그러운 향기도 났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말끔한 동굴이었다. 사방의 돌벽은 매끈해 동경(銅鏡)처럼 모습을 비출 정도였고 천장은 거대한 진법 도안이 새겨진 채 회전하고 있었다. 진이 활성화되면 천장이 투명해지면서 바깥의 하늘을 볼 수 있을 터였다.
한편, 노인은 감히 몸을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경악한 눈으로 우비, 정확히는 한제를 보고 있었다.
한제는 천장의 진을 살폈다. 무척 조악한 와중에 정교한 부분도 있는 진이었다.
한제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한 순간, 노인은 재빨리 순간이동으로 그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러더니 입을 쩍 벌려 한 줄기 녹색 빛을 토해냈다. 한 줄기의 번개와 수많은 원혼이 담긴 녹색 빛이 한제의 등을 향해 날아갔다.
이어서 노인은 공격의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몸을 돌려 구명 법보를 꺼내 다시 순간이동을 하려 했다. 당장 이 동굴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허나 그 순간, 노인은 그대로 허공에 멈춰버린 채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온 상대가 냉랭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가도 좋다고 한 적 없다.”
상대의 두 손가락 사이에는 노인이 토해낸 녹색 빛이 끼워져 있었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는 채 노인은 뒤로 밀려나면서 피를 토해냈다.
쿵!
벽과 충돌한 뒤에야 멈춰선 노인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었다.
“대… 대체 어떻게…”
한제는 살짝 힘을 줘 두 손가락 사이의 녹색 빛을 흩어버렸다.
이 광경에 노인은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체내의 원신이 비쩍 말라 갔고 입에서는 검은 피를 토해냈다.
“넌 나를 죽이지 못 한다! 동족 간의 살인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어! 나를 죽인다면 장로께 분명⋯⋯.”
허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한제가 신식으로 거대한 손바닥을 만들어 노인의 정수리에 얹더니 수혼술을 행했다. 그 강력한 힘에 노인은 저항조차 할 수 없었고 덜덜 떨다가 잠시 후 쓰러졌다.
한제는 태고 성신에서 죽인 섬뇌족 사람의 기억에 눈앞의 노인으로부터 얻은 기억까지 합쳐 이제 섬뇌족에 대해 나름 상세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방목을 통해 부족 사람들이 각개전투와 약육강식의 논리를 익히게 함과 동시에 전투력까지 키우는 것이로군.’
한제가 파악한 바, 섬뇌족의 열여섯 개 수련성 중 규모가 작은 열세 개 수련성은 세 모성들의 시험장일 뿐이었다. 1백 년에 단 한 명만 성지 진입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데 열세 개 수련성의 모든 수련자는 그 한 명이 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인다.
‘성지에 진입하면 직접 불멸의 번개와 접촉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부족의 낙인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다음 쟁탈전까지는 아직 7년이 남았군. 한데 이들의 쟁탈 방식이 꽤나 흥미로운데? 수준이나 전투 결과가 아니라 뇌정(雷晶)을 얼마나 지녔는지를 따지다니.’
정리하자면 7년 후의 쟁탈전에서 가장 많은 뇌정을 가진 단 한 사람이 성지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원영기 노인의 번개 낙인이 바르르 떨리더니 그 안에서 어스름한 빛을 번득이는 옥패가 나타났다.
태고 성신에는 저물대를 가진 자가 드물었다. 대부분은 미간의 낙인에 마련된 저물공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한제는 옥패의 낙인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 안의 내용을 살폈다.
옥패에는 언제나 활성화되어 있는 진이 하나 있었다. 세상과 어렴풋이 융합된 채 수시로 변하고 있는 이 진은 하나의 순위표였다.
순위표에는 총 8백 명에 달하는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 있었고 각각의 이름 뒤에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뇌정의 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섬뇌족 사람들의 수가 8백 명일 리는 없으니 8백 명만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일 터.
“19억 7천만⋯⋯.”
그중 1위인 운삼자가 가진 뇌정의 수였다.
“13억 9천만⋯⋯.”
2위의 이름은 부용이었다.
한제는 명단을 대충 슥 훑어보았다. 꼴찌인 800등조차도 뇌정이 40여만 개였다. 눈앞의 원영기 노인의 뇌정은 7만여 개에 불과했다.
뇌정은 실질적인 물건이 아닌데 획득 방법은 다양했다. 그중 가장 빠른 방법은 공헌이다. 공법, 신통술, 단약, 법보, 연기와 연단에 필요한 재료, 심지어는 향불이라도 섬뇌족에 공헌한다면 뇌정을 얻을 수 있다. 그중 향불의 가치가 가장 높았다.
낯선 일은 아니었다. 처음 요령의 땅에 진입한 방법도 이와 비슷했다. 그곳에서는 전공으로 계산한 반면 이곳은 뇌정으로 계산한다는 것만 다를 뿐. 이런 방법으로 모든 부족원들로부터 끌어모은 것들로 섬뇌족 사람들은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자원도 축적했다.
“재미있군!”
한제는 다시 손으로 허공을 두드려 원영기 노인의 낙인을 활짝 열더니 그 안의 법보와 단약을 모두 거두었다.
의식을 잃은 노인을 내버려둔 채, 한제는 동굴 안쪽의 길로 향했다. 그 통로를 통해 산골짜기 안에 진입하자 물 흐르는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저 앞에 멀지 않은 곳에 작은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강의 양쪽에는 수많은 약초가 자라고 있었는데 그중 한제의 눈길을 단박에 끈 것은 미약한 번개의 힘을 발산하고 있는 뇌과지였다.
산골짜기의 절벽에 붙어 자라난 뇌과지는 밖으로 드러난 부분의 길이만 해도 7척에 이르렀고 그 위에는 주먹만 한 푸른색 열매 여섯 개가 달려 있었다.
한제가 뇌과를 관찰하고 있으려니 동굴로부터 1천 리 떨어진 곳에서 네 갈래의 검광이 달려들었다. 그 위에는 네 명의 노인이 서서 형형한 눈빛을 번득이고 있었는데 수준이 제법 강력해 보였다.
그중 원영기 중기의 노인이 오만한 표정으로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의 뒤를 따르던 세 노인 중 하나가 전방을 가리키며 공손하게 말했다.
“저게 제치수의 동굴입니다. 그자는 반경 10만 리내에서는 유일한 원영기 초기 수련자로 오랜 시간 수많은 보물들을 강탈해왔습니다.”
원영기 중기의 노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말했다.
“좋다. 너희 셋에게는 천뇌종(天雷宗)으로부터 큰 보상이 있을 것이다.”
세 명의 결단기 수련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활짝 웃었다.
잠시 후, 그중 한 노인이 웃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
“족숙(族叔), 제치수를 처리하시면 그가 가지고 있던 보물들을 뇌정으로 바꾸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천뇌종에서 족숙의 지위도 높아지겠지요.”
원영기 중기의 노인은 상대를 돌아보며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취한 물건이라 해도 멋대로 처리할 수는 없다. 종주께 바칠 것이다. 우리 천뇌종의 종주는 곧 섬뇌 순위표에 오르실 수 있을 테니까.”
★ ★ ★
동굴 안쪽 길을 따라 걸은 후 다다른 산골짜기 안. 뇌과지에 열린 뇌과 주위로는 미세한 번개가 가득 퍼진 채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뇌과인가?”
한제가 허공을 움켜쥐자 뇌과 하나가 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그의 손에 떨어졌다.
푸른 과실 안에는 미세한 천둥번개의 힘이 담겨 있어 천둥번개 신통술을 발휘하기에 더욱 적합한 체질로 개선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제치수와 우비의 기억에 따르면 하나의 뇌과는 하나의 뇌정으로 바꿀 수 있었다.”
한제는 뇌과를 꽉 움켜쥐었다. 부서진 뇌과로부터 미세한 번개가 줄기줄기 튀어나오더니 오른손을 타고 체내로 들어가 원신에 의해 흡수됐다.
한제는 눈을 감은 채 원신을 통해 뇌과에 담겨 있던 천둥번개의 힘을 묵묵히 관찰했다.
잠시 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더니 세상 모든 것을 관철할 듯한 눈빛으로 동굴 밖, 산골짜기를 바라보았다.
“강탈할 필요도 없이 알아서 찾아와주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