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46
한편, 이 무렵 동굴 밖에는 네 갈래 빛이 떠 있었다. 그중 한 결단기 수준 수련자가 동굴을 바라보며 호통치듯 말했다.
“제치수, 천뇌종 사람들이 왔는데 속히 나와 맞이하지 않고 무얼 하느냐!”
천둥처럼 왕왕 울리는 목소리가 동굴 안에까지 전해졌다.
원영기 수준 노인은 동굴 밖의 금제를 살피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제치수는 원영기에 이른 자. 결코 얕잡아봐서는 안 된다. 저 금제만 봐도 결코 만만치 않아.”
한제에게는 하찮았지만 이 원영기 수준의 노인에게는 무척 정교한 금제였던 것이다.
“제 도우, 난 천뇌종 4대 장로 중 한 명인 구덕해라 하네. 우리 종주께서 섬뇌 순위표에 이르시도록 제 도우가 도왔으면 해서 이곳에 왔네만.”
그는 음침한 목소리에 원영기 중기의 수준까지 실어 동굴 안으로 흘려보냈다.
그때, 동굴 대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제치수였다.
“그자를 찾으러 왔나?”
갑작스러운 광경에 놀랄 틈도 없이 냉랭한 목소리가 동굴에서 흘러나오자 네 명의 수련자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잠시 후, 한제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나타났다. 그에게서는 은근한 위압감이 풍겨 나왔다.
“너, 너는 우비!”
세 명의 결단기 수련자 중 하나가 곧장 우비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상대에게서 풍겨 나오는 위압감에 체내의 금단이 진동했다.
원영기 수준의 노인은 한제를 노려보았으나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원영은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에 서 있었는 저 우비라는 자를 신식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에게 이런 느낌을 준 것은 종주 외에는 저자가 처음이었다. 허나 종주조차도 저자의 존재를 감지할 수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저런 위압감이라니…
식은땀이 배어 나오는 걸 느끼며, 구덕해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뒤로 물러나 포권을 했다.
“오해일세. 제치수와 아는 사이는 아니라네. 한데 도우가 먼저 왔군. 난 이만 가보겠네.”
그는 원영의 떨림을 애써 억누르며 물러섰다. 그의 예상으로 우비는 절대로 자신이 대항할 수 없는 강자였다. 우선은 물러나 천뇌종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무렵, 세 명의 결단기 수련자도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러났다. 당장 이곳을 떠날 참이었다.
“이렇게 그냥 가려는가?”
한제는 미묘한 표정으로 네 사람을 슥 훑어보며 물었다.
그 시선에 구덕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곧장 두 손으로 허공을 후려쳐 세 명의 결단기 수련자를 방어막으로 삼았다. 동시에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순간이동을 통해 도망칠 생각이었다.
한제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세 결단기 수련자의 낙인이 무너져 내리면서 법보를 쏟아냈다. 한제는 소매를 휘둘러 그것들을 거두고는 두둥실 떠올랐다.
결단기 수련자들은 피를 토하며 하나둘 바닥으로 추락했다. 체내의 금단이 붕괴한 그들은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수준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상태였다.
한편, 막 순간이동을 하던 구덕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다음 순간 그가 모습을 드러낸 곳은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장 다시 한번 순간이동을 했고 이어서 몇 차례나 이동을 이어나갔다. 영력의 소모가 컸지만 멈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단약을 삼켜가며 연달아 열 번이 넘도록 순간이동을 했고 10만 리 이상을 움직였다. 또한 도중에 종파의 구명 옥패를 부수어 주위의 같은 종파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강적
구덕해가 몇 번째인지 모를 순간이동으로 어딘가에 나타났을 때였다. 전방에서 빛이 번득이더니 푸른 옷을 입은 중년 사내 하나가 나타났다.
“구 장로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구명 옥패까지 부순 건가!”
구덕해는 상대를 보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질문에 답하는 대신 곧장 뒤를 돌아보며 신식으로 살폈다. 그렇게 주위를 탐색한 뒤에도 한제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자 그는 그제야 웃으며 중년 사내를 바라보았다.
한데 그 순간, 구덕해를 혼비백산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롱은 이제 끝인가?”
구덕해는 머리가 쭈뼛 섰고 두 눈동자는 바짝 졸아들었다. 그는 중년 사내와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곧장 다시 도망치기 시작했다.
중년 사내 역시 흠칫 놀란 상태였다.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체내의 원영이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피를 뿜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구덕해를 따라 도망쳤다.
“둘이 흩어진다면 둘 모두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을 떨어뜨려 주겠다.”
한제의 엄포에 두 사람은 흩어질 생각도 하지 못하고 쉴 새 없이 도망쳤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반복하다 보니 영력의 소모가 컸다.
“구덕해, 저런 자를 화나게 했다면 대가를 치르는 것이 옳을터! 한데 나까지 끌어들이다니!”
중년 사내는 도망치는 와중에도 구덕해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구덕해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막 대답을 하려는 순간, 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계속 신호를 보내 너희 천뇌종의 모든 원영기 수련자를 불러 모으고 나를 천뇌종으로 안내하라. 그러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수준을 떨어뜨려주지.”
중년 사내는 구명 옥패를 꺼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부수었다.
한 시진 뒤, 섬뇌족 수련성에 한쪽에서는 네 명의 원영기 수련자가 다급히 질주하고 있었다. 그중 세 명의 얼굴에는 공포와 깊은 원망의 빛이 동시에 어려 있었다.
구덕해와 중년 남자의 구조 요청을 받고 동참한 두 명의 장로까지 총 네 명의 원영기 수련자로 이들은 한제가 시키는 대로 천뇌종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한제는 느긋하게 그들을 뒤쫓았다.
저 멀리 전방에 대지와 산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봉우리는 높지 않았지만 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있었고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다.
꼭대기에는 누각과 건물들이 보였다. 척 보기만 해도 종파임이 분명했다.
“서, 선배님⋯⋯ 이, 이곳이 천뇌종입니다.”
구덕해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까지 쉬지 않고 질주하느라 이들은 영력이 거의 고갈되어 있었다. 거기다 짙은 두려움까지 더해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한제는 산봉우리를 힐긋 보더니 오른손을 휘둘렀다. 순간 한 줄기 광풍이 네 명의 원영기 수련자를 감쌌고 곧장 그들의 번개 낙인이 폭발했다.
한제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그들의 미간에서 쏟아져 나온 법보를 수거했다. 광풍에 휩쓸린 네 수련자의 몸은 곧장 산봉우리로 날아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천뇌종의 광장에 떨어졌다.
천뇌종 광장에서 좌선 중이던, 수준이 높지 않은 수련자들은 멍한 얼굴로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네 장로를 바라보았다.
“선배님, 선배님! 드디어 오셨군요!”
이 고요를 깨고 천뇌종 대전에서 비쩍 마른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화신기 초기에 이른 그는 격앙된 감정이 가득한 눈으로 하늘의 한제를 올려다보았다.
“선배님을 뵌 순간부터 제 마음은 평화를 찾지 못했습니다. 한 번 뵀을 뿐이지만 천만 년 동안 윤회를 거듭하면서 여러 번 뵌 듯한 느낌입니다. 한 번 뵐 때마다 제 영력은 수많은 도과를 한 번에 삼킨 것처럼 높아질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서 그토록 강한 신통력을 가진 사람은 선배님뿐일 겁니다. 섬뇌족의 내로라하는 장로나 족장도 선배님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겠지요.”
비쩍 마른 사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선배님,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그저 제가 모아온 모든 법보를 선배님께 바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남은 삶 동안 선배님 곁에서 함께하며 가르침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선배님의 길잡이가 앞길에 놓인 가시덤불을 자르는 칼이 되고 싶습니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선배님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게 해주십시오!”
좀처럼 당황하는 법이 없는 그는 한제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상대에게서는 허이국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천뇌종 수련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첫째는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자신들의 종주였기 때문이고 둘째는 항상 위엄 넘치던 종주가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편, 한제는 입술이 비틀리는가 싶더니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상대에게서는 거짓된 느낌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상대를 공격해 수준을 망가뜨리자니 퍽 곤란했다.
‘꾀를 낸 것이로군.’
천뇌종 종주는 자신이 한제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알고는 이렇게 진심을 다한 충성의 맹세를 한 것이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한제는 허공에서 내려와 버들잎처럼 가뿐하게 천뇌종 광장에 섰다.
“종대홍이라 합니다. 제 남은 평생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그저 선배님을 위해 살고 선배님을 위해 죽⋯⋯.”
한제는 손을 휘둘러 한없이 이어지려는 종대홍의 말을 막았다.
“좋다. 네가 그동안 모아온 모든 뇌정, 그리고 뇌정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내놓아라.”
종대홍은 무척 침착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조용히 좌선을 하고 있다가 광장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신식으로 살펴보니 네 명의 장로가 수준이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그 순간 엄청난 분노를 느꼈으나, 한제를 본 순간 분노는 씻은 듯 사라졌다. 화신기 초기에 불과한 그는 계내 수련자들과 같이 경지를 깨닫지는 않았지만 미간의 낙인은 3할 정도 활성화된 상태였다.
그는 한제를 보자마자 심장이 터질 듯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충격. 과거에 문정기 수련자와 접촉해본 적도 있었지만 그때보다 몇 배는 더 큰 충격이었다. 이에 그는 아첨술을 떠올리고는 상대를 숭배하는 찬사를 늘어놓은 것이다.
그가 아첨술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첫 번째는 축기기였던 시절 위기에 처해서였고 두 번째는 원영기 수준이었던 시절 문정기 수련자를 마주쳤을 때였다. 앞선 두 번은 큰 이득을 얻은 바 있다.
종대홍은 한제의 말을 들은 순간 결인을 그린 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간에서 어스름한 빛이 번득이더니 뇌정으로 바꿀 수 있는 대량의 물건들이 튀어나와 작은 언덕처럼 쌓였다.
“선배님, 이것들은 지난 몇 년간 제가 모아온 것들입니다. 특별히 가치 있는 물건들은 아니나 양은 꽤 되지요. 적어도 뇌정 5만 개 정도의 가치는 될 겁니다.”
굽실거리며 한제의 표정을 살피던 종대홍은 상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순간 심장이 철렁였다.
“물론 이것만이 아닙니다! 보물들도 드려야지요!”
그는 행여 한제가 화를 낼세라 재빨리 말을 이으며 다시 미간을 두드리더니 세 개의 물건을 꺼냈다.
첫 번째 물건은 전광을 번득이는 팔뚝 굵기의 나뭇가지였고 두 번째 것은 푸르게 빛나는 단약이었으며, 세 번째 보물은 오래된 거울이었다.
“세 개에 불과하나 1만 개의 뇌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보물입니다.”
한제는 말없이 종대홍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종대홍은 머리가 저릿해졌다.
한제는 소매를 휘둘러 종대홍이 꺼낸 것을 모두 거두었다. 동시에 그 자리의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틈에 저물공간을 열고 어떤 명령을 내렸다. 그 순간, 광기 어린 희열의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드디어 제가 생각나셨군요! 그 오랜 시간동안 저는 주인님을 위해 유금표를 교육하고 있었답니다. 덕분에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지요!”
이 광기 어린 목소리는 한제의 저물공간에서 흘러나왔지만 천뇌종 사람들에게서는 허공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허이국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종대홍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생애 최대의 강적을 만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주인님, 유금표 그자에게는 주인님의 분부대로 내내 고통을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고 훌륭하신 우리 주인님을 건드리다니, 불쌍한 녀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