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52
한편, 진 밖의 수련자들은 이들에게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으나 누구도 간섭하지는 않았다. 칠백만 천지 중앙 광장에서는 늘 발생하는 일이기도 했다.
장경운을 포함한 높은 수준의 수련자들은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듯 신입들을 둘러쌌다. 분명 포위하는 것이었으나, 한제는 신경 쓰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장 형, 역시 대단하군. 순위표에 오른 우 도우까지 데려오다니 말일세.”
“허나 조심해야 해. 순위표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라면 분명 특출한 무언가가 있을 테니까. 우리 의도를 들키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겠어.”
“주 형은 너무 소심하다니까. 이제 겨우 문정기 초기에 이른 자가 우리 앞에서 뭘 어쩌겠나? 게다가 조 선배까지 있는데 말일세.”
“그건 그렇군. 조 선배는 양의를 눈앞에 둔 분이니 감히 누가 있어 우리 행사를 방해할 수 있겠어?”
“이번에 저들로부터 영의 천둥번개를 빼앗아 우리가 가진 것들을 다 합치면 완벽한 영의 천둥번개를 응집시킬 수 있을 거야. 그럼 뇌정전에서 네 자루의 선품 비검으로 바꿀 수 있을 테지!”
그들이 신식으로 음흉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진이 점차 빛을 발하며 활성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에 수백 명의 수련자들이 잔뜩 흥분된 얼굴로 진을 바라봤다.
잠시 후, 진에서 콰르릉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진이 열렸군. 다들 얼른 부적을 꺼내게. 우리 다섯 명이 힘을 합쳐 우리끼리 흩어지지 않도록 진을 만들겠네. 칠백만 천지에 진입하면 함께 천도가 되는 것이네! 어찌 즐거운 일이 아니겠나!”
장경운이 흥분한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천도가 되는 느낌을 직접 겪어보면 마음에 들 걸세. 자 얼른 들어가지!”
한제를 비롯한 이들이 모두 부적을 꺼내 든 것을 확인한 장경운은 입을 열었다. 고리 형태의 대열을 이룬 수준 높은 수련자들에 둘러싸인 채 한제와 신입 수련자들이 진으로 돌진했다.
이들이 들어선 순간, 진은 밝은 빛을 번득였고 강력한 폭풍을 형성해 그들을 휘감고 진 안으로 사라졌다.
이것이 천벌인가
콰쾅!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칠백만 천지의 어느 한쪽에 무궁무진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렁찬 천둥과 함께 콩알만 한 빗줄기가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이곳의 일반인 도시들은 깊은 밤인 데다가 퍼붓듯 쏟아져 내리는 비 때문에 인적이 뚝 끊긴 상태였다.
그런 도시의 어느 산봉우리 위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그의 두 눈에서 전광이 번득였다. 꼿꼿하게 선 그에게서 화신기 절정에 이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긴 머리와 푸른 옷자락이 바람에 세차게 휘날렸다.
“나 노영비는 일곱 살에 수련을 시작해 세상의 변화를 깨닫고 바람과 구름을 관찰해온 끝에 삼백칠십이 세에 화신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늘로 오백 년의 수련을 거쳐 마침내 화신기 절정에 등극했다. 이제 나는 천벌에 맞서 선계에 들어가 선인이 되고자 한다!”
혼잣말을 하듯 덤덤하게 중얼거린 그는 고개를 번쩍 쳐들더니 하늘을 향해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실패한다면 환생해 또다시 수련을 할 것이고 성공한다면 선계에서 기다리마!”
노영비는 날카로운 눈빛을 번득이며 소매를 크게 휘둘렀다.
순간 온 세상에서 천둥번개가 내리치며 무릎을 꿇은 채 산봉우리를 에워싼 수천 명의 수련자를 환히 비추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흥분한 모습으로 산봉우리 위에 선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노인의 제자들이었다.
“나 노영비는 오늘로 선인이 되고야 말 것이다! 천벌이 막는다면 그 천벌을 뛰어넘을 것이고 선인이 막는다면 그 선인을 죽일 것이다!”
노영비는 고함을 내지르며 하늘로 돌진했다. 그와 동시에 구름이 응집해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더니 천벌의 구름을 형성했다.
천벌의 구름 위에는 열 명이 넘는 이들의 허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이 허상들은 온몸이 빛으로 번득였고 선기를 풍기고 있었다. 진정한 선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허상 너머 공간의 균열에는 거대한 대륙이 살짝 들여다보였다. 그 위에 우뚝 솟은 여러 누각들도 선기로 둘러싸여 있었고 수많은 학들은 그 주위를 노닐었다.
“선계다! 저건 선계야!”
“열 명이 넘는 선인이 모습을 드러내다니! 이건 길조다, 길조야!”
노영비의 제자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하늘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들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선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더욱 커졌다.
한편, 천벌의 구름이 나타난 순간, 한 줄기 위압감이 강림해 대지를 진동시켰다. 이에 산봉우리 주위의 수련자들은 순식간에 10리 밖으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그들이 본 선인의 허상 중에는 한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던 중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일행들은 매우 흥분한 모습이었다. 천도가 되어 천벌로 강림하는 느낌은 수련자들을 도취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허나 직접 여러 차례의 천벌을 겪은 덕분에 보통 수련자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깨달음까지 얻은 한제에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사실 그가 경험했던 천도는 지금 저 아래 선 노인이 마주한 천벌과 똑같았다. 다만 그 범위가 더 크고 위력이 더 맹렬할 뿐이었다.
한제의 마음 한구석에서 두려움이 솟아올랐다. 이에 그는 다른 수련자들과 달리 마음을 가라앉혔다.
“관례에 따르면 활성화된 진에 진입하기만 하면 천벌을 마주할 사람을 만나게 되지. 이번에는 다투지 말고 내가 먼저 하게 해주게!”
장경운이 흥분한 얼굴로 주위 사람들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좋아, 그럼 장 형이 먼저 나서 보라고!”
일행이 동의하자 장경운은 더욱 흥분한 기색으로 몸을 훌쩍 날려 구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그는 온몸 가득 선기를 풍기고 있어 누구라도 그를 보면 숭배하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아래의 노인을 가리키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하계의 수련자여, 선인으로 승급하라!”
장경운의 목소리가 떨어진 순간, 천벌의 구름에서 우렁찬 소리와 함께 굵은 번개가 쏘아져 나갔다.
한편, 노영비라는 이름의 노인은 멍한 눈으로 천벌의 구름 위에 나타난 허상들을 보고 머리가 저릿해졌다. 이토록 많은 선인이 나타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강한 자부심도 생겼다.
“천벌이여, 오라!”
그는 낮게 포효하며 온몸의 수준을 동원해 번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쾅!
세상을 쪼갤 법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온 세상이 바르르 떨렸다. 하늘에서 내리던 비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흩어졌다.
천둥을 지나친 노영비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가 소환한 법보들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가 가득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결인을 그렸다. 대량의 방어막을 형성한 그는 두 번째 번개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이 광경을 본 한제는 심신이 진동했고 좀처럼 평안을 되찾지 못했다.
그때, 곁에 있던 신입 중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도우 여러분, 어째서 단번에 저자를 죽이지 않고 점점 강한 번개를 쏘아대는 겁니까?”
청년이 질문한 순간, 한제의 두 눈에서 기이한 빛이 번득였다. 그가 겪어왔던 천벌도 그랬기 때문이다. 첫 번째 번개는 그다지 강하지 않았지만 뒤를 이어 떨어져 내리는 번개는 갈수록 강해졌다.
칠백만 천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저 그게 당연한 절차일 거라 생각했을 뿐이다. 한데 지금 그 질문은 폭풍이 되어 그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천도에는 덕이 있어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한 줄기 살길을 남겨두는 법이지. 천벌이 강림하는 이유는 수련자를 고통스럽게 하기 위해서야. 점점 강한 공격을 해야만 수련자의 심신이 파괴될 때 더 큰 고통을 느낄 수 있지. 물론 이는 우리 섬뇌족 내에서 말하는 허울 좋은 이유일 뿐. 실제로는 하계의 수련자가 삶에 대한 집착과 불굴의 의지를 갖게 하기 위해서지. 그래야만 그들의 체내에 영의 천둥번개라는 기이한 힘이 생겨나거든!”
음의의 수련자인 주 씨 성의 노인이 말했다.
한제는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어떤 깨달음을 얻은 듯, 마음속으로 강한 파도가 몰아쳤다.
그러는 동안 장경운은 어느덧 다섯 번째 번개를 아래쪽으로 쏘아 보내고 있었다. 장경운의 표정은 흥분감으로 잔뜩 일그러진 상태였다.
천벌을 마주한 노인은 쏟아져 내리는 엄청난 번개의 위력에 피를 토했고 두 눈은 점차 절망에 잠식되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여섯 번째 번개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쏘아져 나갔다.
여섯 번째 번개가 나타나자 대지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진동했다. 그리고 그 번개에 직격당한 순간, 노영비는 몸부림을 치면서 생애 마지막 고함을 내질렀다.
“난 선인이 될 것이다!”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진 순간, 한제가 감았던 두 눈을 번쩍 떴다.
동시에 노인의 육신은 완전히 소멸되어 버렸다.
천둥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산봉우리로부터 멀리 나가떨어진 수천 명의 수련자들은 슬픈 눈으로 하늘만 올려다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늘에 드리운 천벌의 구름은 점차 흩어져 사라졌고 장경운은 뭔가 아쉬운 듯한 얼굴로 돌아왔다.
“미안하네. 천도가 되어본 지 너무 오래돼서 잠깐 통제력을 잃고 소멸시켜 버렸군. 허나 방금 그 녀석은 수준만 화신기 절정일 뿐, 실제로는 쓰레기와 다름없었어. 영의 천둥번개도 없더군.”
장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다.
“괜찮네.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 영의 천둥번개를 생성해내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일단 신입들부터 처리하도록 하지.”
주 씨 수련자는 서늘한 얼굴로 말을 받으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이어서 그는 냉랭한 눈으로 한제를 비롯한 신입들을 바라보았다. 장경운을 비롯한 나머지 음의의 수련자들도 함께 신입들을 에워쌌다.
“자네들⋯⋯?”
신입 중 하나가 이상한 낌새를 챈 듯 싸늘하게 외쳤다.
“아무 잘못한 것도 없거늘,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것인가!”
“섬뇌족끼리 서로 돕자고 하지 않았나!”
“공격!”
주 씨 수련자는 들은 척도 않고 몸을 날리며 천둥번개를 일으켰다. 천둥번개는 거대한 두 갈래 채찍이 되어 두 명의 신입을 휘감았다.
나머지 세 사람도 동시에 공격을 해왔다. 이들의 공격은 매서웠고 여러 차례 합을 맞춰본 듯 서로 죽이 척척 맞았다.
“크아악!”
“커헉!”
비참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 씨 수련자는 잔혹한 수법으로 이제 막 영변기에 이른 수련자 둘의 목숨을 거두었다.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면서 피비린내가 짙게 풍겼다.
그때, 장경운이 한제 앞으로 나섰다. 그는 천도가 됐을 때의 고양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한 눈으로 결인을 그려 번개를 소환해냈다.
“하계의 미물이여, 영의 천둥번개를 바치고 죽어라!”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가만히 기다리다가 어느 순간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어 움켜쥐었다.
순간 장경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더니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콱 쥐어진 듯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너, 너⋯⋯ 큭… 끄아악!”
심지어 목소리도 바들바들 떨렸고 말조차 끝맺지 못했다. 동시에 경악할 만한 충격이 체내로 파고들었다. 이에 장경운은 온몸을 바르르 떨다가 비참한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이 천도인 줄 알고 천벌을 내리다니.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천도가 되어 너희들에게 천벌을 내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