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57
중년 사내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그때, 마치 보이지 않는 칼날처럼 한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바로 그 녀석의 주인이다!”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중년 사내의 얼굴에 내내 걸려 있던 온화한 표정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이제 놀라움이 들어찼다. 내내 신식을 펼치고 있었음에도 그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누군가의 존재도 감지해내지 못했다.
그때 천둥번개가 내리쳤다. 동시에 하늘이 천둥번개로 가득 채워졌다. 섬뇌족 성역 가장자리 번개의 연못을 통째로 가져온 것만 같았다.
이어서 하늘을 채운 천둥번개 속에서부터 한제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주인님! 주인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허이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제를 반기며 비굴한 얼굴로 날아갔다.
허이국에게 쌓인 게 많았던 청의의 노인이 손을 들어 이를 막으려 했다.
한데 그 순간, 한제가 소매를 휘둘러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노인의 앞에서 나타났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상대의 미간을 톡 두드렸다. 무척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결과는 가볍지 않았다.
청의의 노인이 눈을 홉뜨더니, 미처 다른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소멸해버린 것이다.
남색 도포의 중년 사내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그는 오싹한 느낌에 곧장 뒤로 물러나 여인과 함께 도망치려 했다.
“계외의 쇄열기 수련자는 죽어야 한다.”
중년 사내와 여인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한제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두 눈을 번득였다. 그러자 극의 경계로 이루어진 붉은 번개가 튀어나갔다.
불안에 떨며 다급하게 도망치던 중년 사내는 계속해서 신통력을 발휘하는 한편 대량의 법보로 붉은 번개에 저항했다. 허나 모든 신통력과 법보는 붉은 번개에 닿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저 번개는 대체 뭐란 말인가!”
어느덧 눈앞까지 다가온 붉은 번개를 보며 경악하던 중년 사내는 손에 들고 있던 수양딸마저 방패로 삼았다.
쾅!
여인은 무슨 반응을 보일 틈도 없이 붉은 번개에 직격당하더니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중년 사내는 그 틈에 허공을 가르고 그 안으로 한 발을 들였다. 허나 완전히 들어서기 직전, 결국 붉은 번개에 등 복판을 얻어맞고 말았다.
“크악!”
사내는 몸을 바르르 떨며 터져 나갔고 원신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한제가 나타나 세 명의 수련자를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사실 한제는 여인까지 죽일 마음은 없었다.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약자였기 때문이다.
한편, 한제의 강력함을 다시 실감한 허이국은 아첨하듯 살랑살랑 웃으며 다가왔다. 허나 그 순간, 한제가 그를 붙잡아 저물공간에 넣어버렸다. 허이국이 무슨 반응을 할 틈도 없었다.
“이제 섬뇌족을 처리하러 가야겠군!”
서늘한 눈을 번득인 한제는 속도를 높여 이동했다.
잠시 후 그는 이 수련성의 가장 바깥쪽, 거센 바람이 부는 층을 뚫고 올라가 우주에 진입했다. 저 멀리 번개의 연못에서 천둥소리가 울렸다.
한제는 번개에 휩싸인 채 요란한 소리를 울리며 이동했다. 번개를 밟으며 천둥과 더불어 섬뇌족의 성지로 향했다.
그가 섬뇌족 성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 중심 사당에서 불멸의 번개가 우렁차게 울렸다. 마치 한제에게 대항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성지에서 묵직한 위엄이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름 받지 않은 자는 섬뇌족 성지에 들어올 수 없다. 속히 물러나라!”
허나 한제는 그 목소리를 무시한 채 오른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순간 그의 근처에 셀 수 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나타나 섬뇌족의 성지를 강타하려는 듯 일렁였다.
천둥번개가 내려친 순간, 성지 주위로 번득이는 푸른 빛이 나타났다. 번개와 충돌한 푸른 빛 위에는 대량의 파문이 생겨났다.
“감히 성지에 쳐들어오다니! 죽여주마!”
분노에 찬 목소리와 함께 성지에서 한 사람이 튀어나왔다. 쇄열기 수준에 이른 노인은 위엄 어린 눈으로 한제를 노려보더니 한달음에 튀어나와 손을 크게 휘둘렀다.
“흥! 마음대로 해보시지!”
한제는 차게 웃더니 앞으로 나섰고 눈 깜짝할 사이 노인의 앞에 이르렀다. 깜짝 놀란 노인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한제가 그의 오른손을 꽉 움켜쥔 채 그대로 들어 올렸다. 동시에 체내의 원력을 노인에게 침투시켰다.
펑! 펑!
체내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고 노인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한제는 마치 쓰레기를 버리듯 노인의 시체를 내던졌다. 노인의 시신은 성지의 보호막에 충돌해 폭발해 버렸다.
섬뇌 전쟁 (1)
한편, 노인이 죽음을 맞이한 순간, 모든 섬뇌족의 옥패가 진동하면서 눈부신 붉은 빛을 번득였다. 이는 누군가가 성지에 난입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한제의 옥패 역시 붉게 번득였다. 그는 옥패를 움켜쥐어 부숴버리고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온 세상에 진동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수많은 천둥번개가 나타나 성지의 방어막을 강타했다.
콰쾅!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열여섯 개의 수련성에서 수백 명의 수련자가 튀어나와 한제에게 돌진해왔다.
대부분 음의나 양의, 규열기 수준으로 이들은 성지 근처에 이르기도 전에 신통술과 법보를 발휘해 공격을 쏟아부었다.
“가소롭군! 세상 모든 천둥번개여, 내 명에 따르라!”
한제는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수백 명의 수련자들은 모두 몸을 바르르 떨었고 표정이 급변했다. 체내의 천둥번개가 통제를 벗어나 격렬하게 진동한 것이다.
“응집!”
“크아악!”
“흐윽!”
이어진 한제의 호령에 수백 명의 수련자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체내로부터 천둥번개가 튀어나와 전부 한제에게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응집된 천둥번개는 높이가 1천 척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공이 되었다. 한제는 번개공을 움켜쥐더니 성지의 보호막으로 툭 내던졌다.
퍼펑!
짧지만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성지의 보호막이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만방자한 놈! 세상 모든 천둥번개를 통제하려 하다니!”
음산한 목소리가 성지에서 흘러나오더니 검은 옷을 입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에게서 첫 번째 천쇠를 겪은 수련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열여섯 개의 수련성에서 수천 수만 명의 수련자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네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보자!”
노인은 코웃음을 치더니 살기를 드러내며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미간에서 부족의 낙인이 빛나더니 길이가 10만 척에 달하는 뇌룡이 되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또한, 뇌룡의 머리 위에 선 노인이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자 전광이 번득이는 장검이 나타났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노인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주제를 모르는 늙은이로군.”
말을 마친 한제의 두 눈이 번득이더니 극의 경계가 뇌룡을 강타했다.
콰쾅!
“캬아아아!”
짧은 굉음에 이어 뇌룡이 몸을 바르르 떨며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 위에 서 있던 노인은 기겁하며 오른손을 휘둘러 검을 소환하더니 붉은 번개에 대항했다.
펑! 펑!
한 번의 폭발음이 들릴 때마다 노인의 검이 쪼개져 나갔다. 노인은 재빨리 물러섰으나 붉은 번개를 피하기에는 무리였다.
“이런!”
잔뜩 겁에 질려 경악하는 노인의 미간이 붉은 번개에 꿰뚫리려는 순간.
“멈춰라!”
사당에서 고함이 울려 퍼지더니 체구가 당당한 중년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보호막을 그대로 뚫고 나와 눈 깜짝할 사이 노인의 곁에 이르렀다. 허나 이미 한 발 늦은 상태로 그가 가까이 다다른 순간 붉은 번개는 노인의 미간을 뚫고 뒤통수로 튀어나왔다.
“크으으…”
노인은 낮은 신음과 함께 눈빛이 흐릿해졌고 이내 육신이 무너져 내렸다. 비록 원신은 살아남았으나 중상을 입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한제는 낮게 혀를 찼다. 본체가 아니다 보니 극의 경계를 모두 발휘할 수 없었던 탓에 노인을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히 부족을 배신하다니!”
중년 사내는 노인의 원신을 쥔 채 살기를 내뿜었다. 그의 몸에서는 세 번째 천쇠를 겪은 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우주에까지 파문을 일으켰다.
한제는 말없이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정수리 위에서 천둥이 한 번 울리더니 그의 원신이 우비의 몸에서부터 떠올랐다.
전광을 번득이는 원신 주위로는 번개가 흘렀다.
“세상 모든 천둥번개여, 내 명령에 따라 나를 소멸시켜라!”
한제의 신식이 울려 퍼진 순간 섬뇌족 성역을 둘러싼 번개의 연못에서 거대한 파도가 일더니 중앙 대륙의 한제를 향해 몰려들었다.
이 엄청난 경관에 수련자들의 얼굴이 급변했다. 덩치 큰 중년 사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순간, 성지 중앙 사당의 불멸의 번개 안에서 낮은 포효가 터져 나왔다.
“넌 누구냐!”
불멸의 번개에서 폐관수련을 하고 있던,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섬뇌족 대장로의 목소리였다.
뒤이어 불멸의 번개 속에서 커다란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의 미간에서는 부족의 낙인이 눈부신 빛을 번득여 사방을 비췄다.
“난 이한제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불멸의 번개를 거두고 너희 섬뇌족을 멸하기 위해서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 자리한 모인 모든 섬뇌족 수련자 앞에서 전광을 번득이고 있는 한제의 원신은 마치 하늘에서 강림한 번개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