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58
섬뇌족 성역의 열여섯 수련성을 감싸고 있는 번개의 연못이 그에게 호응하듯 요란한 소리를 냈다.
당당한 체구의 중년 사내는 눈동자가 바짝 졸아든 채 한제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천둥번개의 위엄을 느끼며 이를 갈았다.
“넌 섬뇌족 사람이 아니로구나!”
그때, 불멸의 번개에서 나타난 거대한 얼굴이 낮게 외쳤다.
“겨우 그 정도 수준으로 우리 부족을 소멸하겠다니, 우습구나! 하하하!”
거대한 얼굴이 차게 비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무궁무진한 번개의 연못이 몰려드는 소리를 완전히 압도했다.
허공에 뜬 채 번득이는 한제의 원신은 용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는 섬뇌족 대장로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가볍게 그 거대한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을 뿐이다.
“너 따위가 감히 천둥번개를 두고 나와 다투려는 것이냐!”
어차피 그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은 싸우기 위해서였다.
이전까지 해온 모든 일도 이를 위해서였고 우비의 육신을 버리고 원신으로 나타나 섬뇌족 대장로의 눈길을 끈 것도 그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대장로도 자신의 원신에서 뭔가 다른 점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자신을 완전히 드러냈다.
그래야 상대가 자신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을 터였다.
즉, 그는 스스로를 미끼삼아 섬뇌족 대장로와 붙어볼 생각이었다.
한제는 한 줄기 번개가 되어 질주했다.
당당한 체구의 중년 사내가 눈을 번득이며 한제를 추격하려 했다. 성지의 사당에서도 아홉 갈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한제를 노렸다. 모두 천쇠에 이른 수련자가 발산한 기운들이었다.
그때, 불멸의 번개에 나타났던 거대한 얼굴이 빛을 번득이더니 인영으로 변하여 천둥번개에 휩싸인 채 성지 밖으로 나왔다.
마흔 가량 되어 보이는 그의 두 눈에는 기쁨도 슬픔도 드러나지 않았고 입술도 얇아 퍽 까다롭고 고집이 세어 보였다.
“대장로님을 뵙습니다!”
당당한 체구의 중년 사내가 얼른 허리를 굽히자 다른 섬뇌족들도 곧장 존경심 가득한 눈으로 허리를 굽혔다.
대장로는 섬뇌족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수많은 부족원들의 경외와 숭배를 받았다. 그들의 눈에 대장로는 하늘이요 신이었다.
성지에서 튀어나와 한제를 겨누고 있던 아홉 갈래의 기운도 아홉 명의 수련자로 변하더니 대장로에게 허리를 굽혔다.
“무척 비밀스러운 자로군. 쓸모가 있겠어. 어쩌면 배후가 있을지도 모른다. 너희는 이곳을 지키고 있어라. 내가 가서 저자에게 어떤 능력이 있는지 보고 오겠다.”
대장로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한 뒤 뒷짐을 진 채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걸음은 빠르지 않았지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엄청난 거리를 뛰어넘었다. 온 세상이 그의 앞에서는 한없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멀어져가던 한제가 몸을 홱 돌렸다. 섬뇌족 대장로와는 1천 척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으나, 섬뇌족 성지에서는 이미 한참 멀어진 상태였다.
우렁찬 천둥소리만이 울릴 뿐, 주위에 다른 생령은 없었다.
“겁의 천둥번개, 영의 천둥번개, 그리고 우리 섬뇌족이 가진 것과 비슷한 불멸의 천둥번개까지⋯⋯. 흥미롭구나. 나를 끌어내려 한 것이었다면 성공한 셈이다!”
긴 세월을 살아온 자답게 대장로는 한제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했다.
“허나 넌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배후를 밝혀라!”
대장로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깊은 심연처럼 덤덤하고 잠잠한 모습.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졌다. 더구나 그는 말을 뱉으면서 오른손을 가볍게 휘둘렀는데 이에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나 포효하듯 요란한 소리를 냈다.
회오리 안에서는 뇌룡이 연달아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999마리의 뇌룡이 나타났다.
각각의 몸길이가 10만 척에 이르는 녀석들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강력한 천둥번개를 응집시키며 한제에게 곧장 튀어나갔다.
한제의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그로서는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자를 상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에게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 바로 아래 수준이었다. 손짓 한 번으로 999마리의 뇌룡을 소환하는 것은 이미 도술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뇌룡들의 요란한 포효에 한제는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다급히 뒤로 물러나며 결인을 그려 앞을 가리켰다.
순간 그의 원신에서 빛이 번득이더니 고리 모양의 전광이 나타나 주위를 둘렀다.
이 순간,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뜨며 서늘한 목소리로 외쳤다.
“세상 천둥번개여, 내 명령에 따라 하늘과 땅을 뒤집고 무너뜨려라!”
명령과 함께 두 손을 밖으로 크게 휘두르자 원신 밖에 드리운 빛의 고리가 바깥쪽으로 확장되었다. 포효하며 달려들던 뇌룡들은 그 고리에 닿자마자 바르르 떨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제는 다시 한 번 오른손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의 손끝이 향한 뇌룡이 곧장 몸을 틀어 대장로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의 신통술이 혼란스러워졌음에도 대장로는 당황한 기색 없이 두 눈을 번득이며 냉소했다.
“흥미롭군! 정말 흥미로워!”
이어서 그는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말했다.
“성스러운 번개의 노예인 섬뇌족 대장로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세상 천둥번개여, 내 명령에 따라 이 세상을 붕괴시켜라!”
그의 말이 떨어진 순간, 한제의 주위를 맴돌던 999마리의 뇌룡이 더 강한 전광을 번득이더니 미친 듯이 포효하며 다시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에게 통제당하던 녀석도 몸부림을 치더니 다시 대장로의 뜻에 따르기 시작했다.
콰콰쾅!
끊임없이 달려드는 뇌룡들 때문에 한제의 원신은 붕괴할 지경에 놓였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는 그는 거의 투명해진 상태였다.
더구나 뇌룡들은 하나하나가 대장로의 의지를 품은 채였고 충돌할 때마다 원신을 공격하는 한편 그 의지를 주입했다. 대장로는 그런 방식으로 한제의 원신을 통제하려는 듯했다.
한제로서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다. 심신의 진동을 느낀 그는 끊임없이 가해지는 충격 아래 더욱 빠르게 후퇴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제는 수만 척이나 후퇴한 후, 표정이 급변하더니 한 움큼 정기를 토해내며 앞으로 나섰다. 원신이 바들바들 떨리면서 급속도로 수축한 순간, 그는 방향을 틀어 자리를 떴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그가 있었던 곳에 파문이 일더니 커다란 손이 쑥 빠져나와 매섭게 후려쳤다.
한제는 용케 공격을 피했지만 그 손에서 발산된 강력한 바람에 휩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원신은 더욱 격하게 경련했고 얼굴은 창백해졌다.
섬뇌 전쟁 (2)
“잘도 피하는구나! 허나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섬뇌족 대장로가 파문 속에서 걸어 나오며 덤덤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불멸의 번개를 거두고 섬뇌족을 소멸시키겠다고? 네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한제는 말없이 뒤로 물러나며 몸을 길게 늘이더니 태고의 뇌룡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장 몸을 날렸다.
섬뇌족 대장로는 냉소하며 오른손을 뒤집었다. 그러자 사방에 남아 있던 수백 마리 뇌룡이 한제를 추격했다.
원신으로 형성된 태고의 뇌룡이 수백 마리의 뇌룡에 의해 쫓기고 있었고 그 뒤로는 뒷짐을 진 중년 사내가 느긋한 걸음으로 따르고 있었다. 두려운 광경이었다.
“필시 번개의 연못으로 가는 것일 터. 그곳의 천둥번개로 내게 대적하려 하겠지. 허나 세상 모든 천둥번개는 내 뜻에 따른다. 넌 아무것도 하지 못해!”
섬뇌족 대장로의 덤덤한 목소리는 요란한 천둥소리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한제는 최대한의 속도로 나아갔다. 그의 원신이 연못 가까이 이르자 무궁무진한 천둥번개로 가득한 번개의 연못은 순간 요란하게 포효했다. 동시에 번개의 연못 깊은 곳, 길이가 1만 척 정도 되는 번개공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한제의 본체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왔구나, 늙은이!”
그가 눈을 뜬 순간, 열여섯 개의 수련성을 둘러싸고 있던 섬뇌족 성역의 번개 연못이 들끓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들의 황제가 깨어난 것을 환영하려는 듯 엄청난 천둥번개의 힘이 발휘되었다.
한제의 본체가 깨어난 순간 섬뇌족 대장로가 소환한 수백 마리의 뇌룡은 바르르 경련을 일으켰고 일부는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남은 뇌룡들도 번개 연못에서 발산된 강력한 압박감에 감히 접근하지는 못했다.
덤덤한 얼굴로 한제를 뒤쫓던 섬뇌족 대장로는 흠칫 멈춰 섰다. 지금까지보다 한층 신중한 모습이었다.
태고의 뇌룡으로 변한 한제의 원신은 번개의 연못에 진입하더니 몸을 홱 틀어 섬뇌족 장로를 노려보았고 금세 사람의 형태로 돌아왔다.
“나 이한제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불멸의 번개를 거두고 너희 섬뇌족을 소멸시키기 위함이다!”
이전에 했던 말을 한 번 더 반복한 한제의 원신은 뒤로 물러나며 번개의 연못에 녹아들었다.
섬뇌족 대장로가 눈을 번득이며 한제를 뒤쫓아 번개의 연못에 들어선 순간, 연못은 더욱 요란하게 요동쳤다. 허나 대장로의 몸에서 발산된 형태 없는 위압감에 즉각 안정을 되찾았다.
섬뇌족 대장로가 펼친 신식에 닿은 천둥번개는 곧장 얌전해지며 주인을 모시듯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네놈이 어떻게 우리 섬뇌족을 멸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구나!”
섬뇌족 대장로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한데 그때, 어디선가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여주지!”
그 목소리는 수만 개의 천둥이 울려 퍼지는 것과도 같은 요란한 기세로 번개의 연못에 몰아쳤다. 동시에 섬뇌족 대장로의 앞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맹렬하게 전해져왔다.
섬뇌족의 대장로는 굳은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서 천둥과 번개는 서로 춤을 추듯 뒤섞였고 쾅, 쾅 소리는 빠르게 다가왔다.
한제는 아주 멀리서부터 대장로에게 곧장 돌진하는 중이었다. 오른쪽 주먹으로는 끊임없이 허공을 후려쳤는데 그때마다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듯한 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한 그때마다 번개의 연못에서 천둥과 번개가 응집해 허공에 거대한 주먹의 허상을 점차 형성해갔다.
처음에는 길이가 약 1백 척에 불과했던 주먹은 점점 많은 천둥번개를 흡수하면서 1천 척, 1만 척, 10만 척으로 커졌다. 오로지 천둥번개만으로 이루어진 10만 척 길이의 거대한 주먹은 보기만 해도 두려울 정도였다.
한편, 이제 섬뇌족 성역 열여섯 개 수련성의 수련자들도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그 우렁찬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섬뇌족 대장로의 표정이 한층 진중해졌다. 상대가 자신을 이쪽으로 꾀어온 것은 분명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힘에 자부심이 있었던 데다가 이곳은 섬뇌족 성역이었기에 피하지 않았다.
허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거대한 주먹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그는 심신을 바르르 떨었다.
“저… 저것은… 천둥번개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분명 다른 신통력도 섞여 있어!”
그러는 동안 한제는 더 많은 천둥번개를 응집시켰고 이에 허공의 주먹은 어느덧 20만 척 이상으로 늘어났다.
하늘을 뒤덮을 듯 거대해진 주먹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섬뇌족 대장로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바로 이렇게 너희를 섬멸할 것이다!”
한제는 마지막 주먹을 휘둘렀다. 동시에 미간에서 반점을 회전시켜 흘러넘칠 듯한 고신의 힘을 일으키더니 그 힘을 주먹에 실었다. 여기에 그의 모든 수준과 세상 모든 천둥번개를 통제하는 기세까지 더해지자 그 위력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했다.
20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주먹은 파멸적인 힘을 품은 채 섬뇌족 대장로에게로 향했다.
“훌륭한 공격이구나. 네놈과 싸워주겠다!”
섬뇌족 대장로는 감탄한 듯 외치더니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부족의 낙인을 두드렸다.
순간 그의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마구 나부꼈고 두 눈에서는 번득이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