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59
그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밝은 빛을 뿜어내면서 법보가 쥐어져 있었다. 푸른색의 오래된 거울이었다.
뒷면에는 불멸의 번개와 똑같이 생긴 번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뇌살경(雷殺鏡), 모든 것을 타파하라!”
노인이 낮게 외치며 앞을 가리키자 오래된 거울은 콰쾅 소리와 함께 거대하게 불어나 순식간에 10만 척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졌다.
한제가 소환한 천둥번개의 주먹이 다다랐을 때, 전광이 흐르는 거대한 거울에는 똑같은 주먹의 상이 비쳤다.
한제가 소환한 주먹과 크기부터 번득이는 천둥번개가 흐르는 흔적까지, 조금의 차이도 없이 똑같았다.
섬뇌족 보물 중 하나인 뇌살경은 세 번째 단계 이하 수준의 모든 신통술을 복사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복사해낸 위력 역시 원래의 것에 전혀 뒤지지 않아 그대로 반격이 가능했다.
2품 차공열 법보인 이 보물은 공(空)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보기 드문 열(涅)급 법보에 가까웠다.
복제된 거대한 주먹이 콰쾅 하는 소리와 함께 거울 안에서 뻗어 나왔다. 거인이 거울 안에서 숨어 주먹을 휘두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콰쾅!
두 개의 거대한 주먹이 충돌했다. 동시에 격렬한 소리와 가공할 기세가 사방을 휩쓸었다. 두 주먹이 충돌하는 소리는 섬뇌족 성역 너머까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두 주먹은 흩어지지 않은 채 거울 밖에서 힘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제는 분노한 듯 이를 악물고 다시 몸을 날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거대한 주먹이 더 큰 힘을 발했지만 그건 복제된 주먹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서져라!”
한제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몸을 날렸다. 이어서 고신의 힘을 응집시켰다. 미간의 반점이 어찌나 빨리 회전하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그 상태로 그는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한편, 뇌살경이 복제한 주먹은 모든 신통력을 흉내 낼 수 있지만 고신의 힘까지 복제해내지는 못했다.
고신은 태고의 생령이자 만물의 선신(仙神). 법보 따위로는 복제할 수 없는 법이었다.
한제가 전진할수록 복제된 주먹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한제가 온몸을 뒤틀며 주먹을 휘둘렀다.
“헛!”
섬뇌족 대장로는 화들짝 놀라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신통술을 발휘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한제가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동시에 휘둘렀다.
콰쾅!
실로 거대한 소리였다. 그 소리가 울린 순간, 복제된 주먹은 무너져 내렸다. 그 틈을 타 한제가 토해낸 붉은 검이 사방을 붉게 물들이며 튀어 나가 거대한 뇌살경에 꽂혔다.
쩌적!
맑은 소리와 함께 뇌살경에는 큰 금이 갔고 다음 순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붉은 검은 일견 허탈해 하는 섬뇌족 대장로를 뒤로 하고 한제에게 되돌아갔다.
그때, 한제가 아직 남아 있는 거대한 주먹을 날려 보냈다. 조각난 거울을 깨부순 주먹은 곧장 섬뇌족 대장로에게 돌진했다.
콰쾅!
“크아아아!”
섬뇌족 대장로는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강렬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 기운과 주먹이 충돌하면서 우주를 뒤흔들었다.
그 어마어마한 충격에 한제는 바르르 떨면서 뒤로 몇 걸음 밀려났고 천둥번개의 주먹은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섬뇌족의 대장로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 역시 뒤로 나가떨어졌고 옷자락은 갈기갈기 찢겨나갔으며, 체내에서는 펑, 펑 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한 수가 있었구나. 허나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네 번째 천쇠의 수준을 발휘하는 건 오랜만이로군. 네놈에게 그 위력을 똑똑히 보여주마!”
대장로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슥 그었다. 그러자 부족의 낙인이 격렬하게 번득였다. 한 줄기 봉인이 제거된 것으로 그 순간 그의 몸에서는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콰르릉!
우주 전체가 바르르 진동했고 사방의 천둥번개도 물러났다.
“취령인!”
봉인을 풀어 네 번째 천쇠의 수준을 모두 발휘한 섬뇌족 대장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은 위압감을 드러냈다. 그 위압감에 우주가 기우뚱 일그러지더니 여기저기 균열이 생겨났다.
대장로가 가볍게 손을 움켜쥐자 사방으로 밀려났던 번개가 그 손에 응집되더니 이내 거대한 공이 되었다.
사방에서 천둥번개가 끊임없이 응집되면서 번개공이 눈 깜짝할 새 수십만 척으로 늘어났다. 그 안에서는 번개가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급속도로 회전했다.
“모여라!”
대장로의 외침에 손 위에 떠 있던 번개공 안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공이 압축되기 시작했다.
허나 크기는 급속도로 압축되었음에도 그 공이 발산하는 빛은 점점 밝아져 사방을 뒤덮었다.
심지어 대장로의 몸조차 빛에 잠겨버렸다. 마치 모든 빛과 소리가 그 번개공에 응집되고 다시 압축되는 것만 같았다.
이 섬뜩한 광경에 한제는 심신이 떨려왔다.
그는 저 신통력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도 배우기까지 했다.
“취령인!”
한제가 하늘을 떠받치듯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 순간, 대장로가 응집시켰던 천둥번개가 바르르 진동했다. 동시에 한제의 오른쪽 눈동자에 번개 문양이 떠올랐고 그 옆에는 염뇌가 나타나 맴돌았다. 이에 한제의 오른쪽 눈은 요사스럽게 빛났다.
우주에 가득한 천둥번개의 힘이 둘로 나뉘어 반은 한제의 오른손으로 응집되더니 또 하나의 거대한 번개공을 형성했다.
섬뇌족 대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았으나 번개공을 압축시키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한제의 손에 들린 번개공은 순식간에 3백만 배로 압축되었다. 안에서 발산되는 무시무시한 힘은 온 세상을 파멸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이는 보통의 번개공이 아니라 멸세(滅世)의 천둥번개로 스스로의 힘으로 얻어낸 천둥번개의 본원이었다.
한 걸음씩 나아가며 태고의 뇌룡 반쪽으로 끌어들였다.
깊이를 따진다면 불멸의 번개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본원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같은 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무렵, 섬뇌족 대장로의 손에 들린 번개공은 5백만 배로 압축된 상태였다. 그의 번개공은 것은 아주 오래 전, 이 세상이 열리던 날 강림한, 본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불멸의 번개였다.
두 사람이 번개공을 압축해감에 따라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갈라져 양쪽으로 찢어지는 듯했다. 서로 다른 두 갈래 천둥번개의 힘이 그 갈라진 공간으로부터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섬뇌족 대장로가 한제를 매섭게 노려보며 몸을 훌쩍 날리더니 번개공을 힘껏 던졌다.
“죽어라!”
한제 역시 거의 동시에 몸을 훌쩍 날리며 3백만 배로 압축한 천둥번개를 쏘아 보냈다.
“나 이한제의 본원으로 명한다. 세상 모든 천둥번개여, 내 앞에 다시 응집하라!”
한제의 손에 들려 있던 번개공은 콰쾅 하고 울리더니 다시 압축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4백만 배 이상 압축되었는데 여기가 한제의 한계였다.
섬뇌 전쟁 (3)
두 사람이 번개공을 압축함에 따라 분리된 공간에서 천둥번개의 전쟁이 일어났다.
천둥번개를 다루는 데 뛰어난 두 수련자의 천둥번개를 이용한 전쟁. 결국 누가 더 천둥번개에 대한 통제력이 강한지, 천둥번개의 충성심이 누구에게로 향하는지를 다투는 싸움이었다.
두 사람 모두 천둥번개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 어지간한 천둥번개로는 해를 입지 않았다.
허나 지금 그들이 통제하고 있는 천둥번개에는 각자의 의지가 어려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도 있었다.
콰쾅!
두 천둥번개가 충돌한 순간, 강력한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우주는 무너져 내렸고 공간의 균열조차 찢겨나갔으며, 번개의 연못은 격렬하게 진동했다.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친 충격에 천둥번개는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여파는 결국 섬뇌족의 열여섯 수련성에까지 미쳤다.
콰르릉!
“크아악!”
“살려…”
순식간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동시에 섬뇌족 성역을 에워싼 번개의 연못이 들끓으면서 순식간에 1백 배 이상 확장되었다. 이에 섬뇌족 성역에서 멀지 않은 곳의 수련성들도 그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쯤 되자 태고의 성신 곳곳의 강자들, 특히 세 번째 수준에 이른 수련자들은 발생한 엄청난 변화를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한편, 강력한 충돌의 결과로 한제의 번개공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한제는 한 움큼 피를 토해냈는데 피에는 내장 조각이 섞여 나왔다.
온몸의 뼈도 조각난 듯했고 밀물처럼 밀려드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광풍에 휘말리듯 날아갔다.
허나 이는 첫 번째 충격에 불과했다. 한제가 밀려가는 와중에 두 번째 충격이 몰아쳤다. 여기에는 세상 모든 생령을 다 소멸시킬 수 있을 법한 기세가 어려 있었다.
허나 한제는 그 순간에도 피할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섬뇌족 대장로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는 상대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중상을 입었음이 분명하다 생각했다.
“덤벼라!”
한제의 두 눈이 광기로 번득였다. 그는 위험한 상황일수록 더욱 대담해졌고 그때마다 정확한 계산과 심계로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들을 이겨냈다.
두 번째 충격이 닥쳐온 순간,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린 뒤 전방을 가리켰다. 순간 화려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그중에는 천둥의 빛도 번개의 빛도 우주의 빛도 파멸의 빛은 물론, 수없이 많은 공간의 균열에서 발산된 형태 없는 빛도 심지어는 섬뇌족 수련성과 수많은 섬뇌족 수련자의 빛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은 칠백만 천지 부적의 빛이었다.
수많은 빛들은 찰나의 순간 한데 응집돼 한제의 온몸을 뒤덮으면서 거대한 빛 덩어리가 되었다.
남몽도존의 방어용 신통술, 광영순이었다.
콰쾅!
두 번째 충격과 충돌하자 빛 덩어리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이어서 더 강렬한 빛을 발산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혔다. 동시에 빛 덩어리가 무너져 내리려 했다.
그 순간, 한제가 빛 덩어리에 피를 뿜어냈다. 그러자 빛 덩어리는 핏빛으로 물들면서 세 번째 충격과 네 번째 충격까지 반사해냈다.
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