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
말을 마친 그는 붉은 옷을 입은 남자에게 뭔가 속삭였다. 그의 말을 듣던 육욕마군은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한제를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네가 정말 세 번째 관문을 연다면 이 서이청이 널 안전하게 보호해주겠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뒤에 서있던 젊은 남자가 굳은 얼굴로 한제를 노려보았다.
한제는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붉은 옷의 남자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거두고 단목극에게 천천히 말했다.
“맹타자만 남았군. 3백 년 전 4성 수련국 거마족의 미움을 사 쫓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겠어.”
“타자 그 자라면 죽더라도 분명 온 거마족 녀석들을 다 끌어안고 죽었겠지!”
거친 목소리가 하늘 끄트머리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키가 수백 척에 이르는 거대한 청록색 두꺼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르릉
그 두꺼비가 착지하자 땅이 진동했다.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제는 그 떨림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뒤이어 뒷다리를 박차고 펄쩍 뛰어오른 두꺼비의 그 거대한 몸은 단번에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다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땅에 내려선 두꺼비는 너무나 커서 마치 작은 언덕처럼 보였다.
한제일행에게서 약 1백 척 정도 떨어진 곳에 착지한 두꺼비에게서 피어오른 짙은 안개가 먼 곳까지 퍼져나갔다.
안개가 사라진 뒤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두꺼비의 등에는 매우 많은 혹이 솟아있었는데 그 혹들이 천천히 줄어들더니 그 안에서 은은한 영력의 파동을 일으켰다.
두꺼비의 등에는 한 사람이 올라타 있었다. 초록색 옷을 입고 키가 작은 그 사람은 마치 낙타처럼 등이 볼록 솟아 있었다.
세모난 눈과 짧은 턱, 뾰족한 입과 원숭이 볼… 두 눈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번득였고 얼굴을 가득 뒤덮은 두꺼비의 혹 같은 농양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풍겼다. 정말이지 끔찍한 몰골이었다.
그는 고름이 가득 찬 얼굴의 농양을 건드리며 거칠게 웃었다.
“거마족의 그 죽지도 않는 늙은이들은 이 타자를 3백 년 동안 추격하다가 나에게 하나하나 독살 당했지. 이곳이 다시 열릴 때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난 거마족의 본거지로 쳐들어가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었을 거야.”
그가 말을 마치자 두꺼비는 영리하게도 징그러운 붉은색 혀를 내밀어 땅에 붙였고 타자는 그의 혀를 타고 천천히 내려왔다. 콜록거리며 느릿하게 내려온 그는 마침내 땅에 발을 디뎠다.
쉬익
그러자 그 순간, 그의 반경 3척 안의 땅에서는 검은색 기체가 피어올랐다.
꽥꽥.
두꺼비는 어느덧 손바닥만 하게 줄어 그의 어깨로 뛰어올라 징그러운 소리를 냈다.
한제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그를 관찰했다. 독을 잘 다루는 자인 듯해 더욱 경계심이 생겨났다.
육욕마군 서이청은 미간을 찌푸리며 타자를 힐긋 보고 말했다.
“1천 년 만에 보는데 자네의 그 악취는 어찌 갈수록 진해지는군!”
타자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육욕.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난 자네가 하나도 두렵지 않아. 1천 년 전에는 승부를 보지 못했으니 오늘이라도 다시 붙어볼 텐가!”
말을 마친 그는 어깨에 앉아 있는 두꺼비를 쓰다듬으며 껄껄 웃었다.
육욕마군은 냉랭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영력의 파동이 일었다.
하지만 곧 둘은 방향을 틀며 영력을 거두었다.
바로 그때, 줄곧 저 먼 곳을 보고 있던 고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모였군. 이번에 나는 4성 수련국에서 빙풍(氷風) 덮개를 빼앗아왔으니 첫 번째 관문은 이미 반 쯤 통과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
육욕마군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 관문의 뒷부분은 내가 맡지.”
맹타자는 얼굴의 농양을 만지작거리며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번째 관문은 이 타자가 맡겠네!”
극목단은 돌조각 지대에 있는 왕청월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저자는 왕청월이네. 오행의 토둔술에 아주 뛰어나니 우리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야. 또한 이 녀석은 사주술을 다룰 줄 아니 세 번째 관문의 신식 공격은 이 녀석에게 맡기도록 하지.”
맹타자는 어두운 눈빛으로 한제를 훑어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육욕마군은 전송진으로 향하며 두 손으로 이상한 결인을 하여 여러 갈래의 빛을 냈다.
우르릉.
그러자 전송진은 거대한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부터 바깥쪽까지 갈라지더니 그 안에서 푸른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가 더는 피어오르지 않을 때까지 전송진은 계속해서 붕괴됐다. 뒤이어 한동안 집중하던 그는 몸을 훌쩍 날려 그 진 안으로 향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는 바닥에 영력의 빛을 내리 찍었고 그 빛에 따라 그의 몸은 더욱 빠르게 이동했다. 영력의 빛은 점점 더 많아졌으며, 이제 그의 몸은 잔영을 남기면서 움직여 심지어 여러 개의 분신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잔영이 사라지고 진의 중앙에 서 있는 본체만이 남았다. 두 손을 휘둘러 저물대에서 대량의 진귀한 재료들을 꺼낸 그는 한 덩어리의 보랏빛 화염을 입에서 뿜어냈다.
스르르.
이 화염은 타오르면서 꺼냈던 재료들을 순간 액체로 녹여버렸다. 육욕마군은 두 손을 연이어 움직이며 이 알록달록한 액체를 진 안에 흘려 넣었다.
마지막 액체를 진 안에 쏟아 부었을 때, 전송진은 다시 우르릉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전의 전송진과 다른 진 하나가 갑자기 여러 사람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 진 안의 부호들은 이전의 진에 적힌 부호들의 배에 달할 정도로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열 갈래의 빛기둥이 진 안에서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올랐다.
빛기둥 안에서는 영혼처럼 생긴 생물들이 나타나더니 빛기둥을 감싸고 빠르게 돌며 끊임없이 소리쳤다. 육욕마군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가 크게 외쳤다.
“진이 열릴 때가 다가왔다. 얼른 최상급 영석을 가져가라. 당초 약속했던 대로 이번에는 네 개의 영석을 준비했다.”
말을 마친 그는 저물대에서 마름모형 영석 네 개를 꺼냈다. 이 네 개의 영석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가듯 네 개의 빛기둥을 향해 둥둥 떠가더니 그 빛기둥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머물렀다.
이 기이한 변화는 돌조각 지대 안에서 자신의 분신과 분투하고 있던 왕청월의 주의를 끌었다. 그는 이미 열세에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분신의 끊임없는 공격에 잘못했다가는 정말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돌조각 지대의 핍박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의 두 눈에 깃든 피에 굶주린 듯한 기색은 더욱 짙어졌다.
그러다 진 쪽에서 발생한 변화에 잠시 망설이던 그는 얼른 뒤로 물러나 억지로 돌조각 지대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곧장 단목극 옆으로 다가온 그는 진 안의 빛기둥 중 네 개의 빛기둥이 품고 있는 최상급 영석을 보고 탐욕스러운 눈빛을 번득였다.
그가 돌조각 지대를 빠져나간 뒤 그 안에 있던 그의 분신은 천천히 흩어져 다시 몇 조각의 돌로 변했다. 그리고 돌조각이 이루고 있는 고리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한제 역시 최상급 영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수마해가 얼마나 넓은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오래된 전송진을 통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가는 데만 해도 너무 긴 시간이 필요했고 곳곳에 위험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런 오래된 전송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상급 영석이 필요했다. 그러나 최상급 영석은 너무도 희귀했기 때문에 상고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오래된 진들은 평소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버려진 폐허와 다름없었다.
이때 고왕이 저물대를 두드려 두 개의 최고급 영석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잠깐 살피다가 앞으로 내던졌다. 그 두 개의 최고급 영석 또한 두 개의 빛기둥 안으로 들어가 이전의 영석들과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꿈쩍도 않고 머물렀다.
단목극도 이를 악물고 저물대에서 두 개의 최고급 영석을 꺼내 던졌고 이제 열 개중 여덟 개의 빛기둥이 최고급 영석을 하나씩 품게 됐다.
마지막으로 나선 것은 맹타자였다. 그가 어깨 위의 두꺼비를 두드리자 두꺼비의 배가 불룩해지더니 입을 쩍 벌리고 두 갈래의 빛을 쏘아냈다. 그리고 그 빛은 남은 두 개의 빛기둥으로 향했다.
열 개의 빛기둥이 모두 최고급 영석을 품게 된 순간, 빛기둥이 어두워졌다가 영석 안으로 응집됐다. 이 열 개의 영석은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다가 천천히 전송진 위에 내려앉았다.
우르릉-!
그 순간, 전송진이 진동하더니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육욕마군은 흥분한 기색을 드러내며 낮게 외쳤다.
“1천 년 전 거의 1백 명이나 이 안으로 들어갔지만 진정한 의미의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바깥의 금제를 처리하는 데에만 갖은 고생을 했었지. 그러다가 세 번째 관문 앞에서 돌아오고 말았어.
그렇게 살아 돌아온 사람은 우리 넷뿐이었지만 1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수준은 전보다 훨씬 높아졌으니 이번에는 전보다 더 확실하게 진입할 수 있을 거야!”
고왕 역시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진 안으로 들어섰다.
그 후 맹타자 단목극과 육욕마군을 따라온 청년 셋이 들어갔다. 왕청월은 한참 침묵하고 있다가 역시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 한제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번득이며 안으로 향했다.
일곱 명의 사람들이 모두 진 안으로 들어오자 육욕마군은 낮게 기합을 넣었다. 그러자 격렬하게 움직이던 진 안의 최고급 영석들이 하나하나 폭발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영력의 파동이 사방으로 몰아쳤고 사방에 가득하던 골짜기는 이 강력한 기세에 회색 재로 변해버렸다. 심지어 돌조각 지대도 이 거센 기세를 막지 못했다.
한참 뒤, 영력의 파동이 천천히 흩어졌고 전송진은 전과 달리 다시 사용하지 못할 것처럼 완전히 부서진 상태였다.
★ ★ ★
쇄성란 안에는 평원이 하나 있고 이 평원 상공에는 타원형 빛의 고리가 있었다. 빛의 고리 안은 시커멓게 어두워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 빛의 고리 아래쪽에는 전송진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이때 진은 번쩍거리며 일곱 개의 인영을 내보였다.
가장 먼저 나와 고개를 들고 타원형의 빛의 고리를 확인한 고왕이 눈을 번득이며 몸을 훌쩍 날렸다. 순식간에 타원형 빛의 고리에 이른 그는 그 안을 몇 바퀴 돈 후 외쳤다.
“1천 년 동안 그 누구도 여기에 오지 않은 모양이로군. 우리가 당시 남겨놓은 봉인이 그대로 있는 걸 보면 말이야.”
한제는 단목극, 육욕마군 그리고 맹타자 세 사람이 그 말을 듣고 한시름 놓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대 신의 땅
고왕이 두 손을 펼치자 타원형 빛의 고리가 흔들렸고 그 밖에서 피어오른 검은색 기운이 그의 손에서 사라져버렸다.
한제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쇄성란 내부의 평원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었고 하늘은 어두웠다. 강력한 금제가 걸려 있는 듯했다.
허나 평원 안은 적막했다. 어떤 이상한 점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육욕마군이 왕청월과 한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쇄성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몇 가지 알려주지. 이 빛의 고리를 통과하면 신비로운 공간이 나오는데 우리가 찾아낸 전리품에는 그곳에 고대 신의 시체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대 신의 힘의 근원인 그 몸은 매우 커서, 가장 약한 고대 신조차도 그 몸이 주작성만 하다고 한다. 말해두건대, 이곳의 고대 신은 성년으로 그 크기는 주작성의 몇 배에 달한다.”
신비로운 이야기에 한제는 귀를 기울였다.
“고대 신은 죽었지만 신식은 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는 보물이 많다. 만약 그 몸에 들어가 기억을 얻어낼 수 있다면 신통한 공법까지 손에 넣을 수 있겠지. 게다가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수많은 법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 신은 저물대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그들의 몸에 법보를 보관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그토록 강력한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귀한 단약 덕이기도 한데 아직 채 소화되지 않은 단약이 경맥에 남아 있는 경우도 있지. 우리의 이번 목표는 영변단(昤變丹)이다.”
왕청월은 눈을 빛내며 입꼬리를 슬며시 올린 채, 허공에 떠 있는 빛의 고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