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1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둥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파멸적인 천둥번개의 폭풍이 되었다. 여덟 개의 폭풍은 온 세상의 생령을 소멸시키기에 충분할 정도의 힘으로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큭!”
한제는 곤극 채찍을 마구 휘둘렀지만 너무도 강력한 폭풍의 기세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곤극 채찍 또한 견뎌내지 못하고 대량의 균열이 일면서 펑, 펑 하는 소리가 울렸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한제의 온몸이 수많은 타격과 충격으로 짓이겨지는 것을 보면서 섬뇌족 대장로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저 채찍이 자신이 두려워한 그 법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제는 여덟 마리의 뇌룡으로 형성된 폭풍 속에서 몸부림을 쳤다. 이미 고신의 육신은 거의 무너져 내릴 듯했고 원신은 위축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다섯 번째 천쇠를 겪은 자를 상대할 수 없는 듯했다. 결국 그는 부적을 활성화해 칠백만 천지로 피신하려 했다.
그 순간, 안정을 되찾은 섬뇌족 대장로가 다시금 살기를 드러내며 앞으로 나서더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죽어라!”
한데 섬뇌족 대장로가 허공을 내리치려던 그 순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무너져 내리던 곤극 채찍에서 한 줄기 금빛이 번득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더 많은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풍겨 나오자 폭풍이 된 태고의 뇌룡들이 우뚝 멈춰버렸다.
뇌룡들만이 아니었다. 온 세상 모든 것들이 정신술에 걸린 듯 정지했다. 심지어 소리조차 멈춰버렸다. 세상에는 오로지 곤극 채찍에서 흘러나오는 금빛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운만 남은 듯했다.
금빛으로 뒤덮인 곤극 채찍은 빠르게 줄어들면서 껍질이 떨어져 나갔고 그럴수록 더욱 강렬한 금빛을 발산했다.
순식간에 1백 척도 안 되는 크기로 줄어들며 마지막 한 겹의 껍질이 떨어져 나온 순간, 채찍의 형태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채찍이 아니라 한 줄기 빛이었다. 한 줄기의 금빛!
누군가가 세상에서 단 한 줄기의 빛만을 뽑아내 막대한 신통술을 통해 금색으로 제련한 듯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이 발산됐다.
이를 지켜보던 한제는 심신이 진동했고 눈앞은 이지러졌다. 그는 이 빛이 수만 생령의 혼백 같다고 느꼈다.
혼백과 빛이 기이한 신통술에 의해 하나로 융합해 원신과 혼백에게 전문적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곤극 채찍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는 그 순간 어떤 깨달음을 어렴풋이 얻게 됐고 곧장 이 금색 빛을 사방으로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금빛은 순식간에 끝도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빛은 주위를 휩쓸면서 여덟 개의 폭풍을 그대로 관통했다. 그 순간 폭풍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붕괴하는 폭풍 속에서 혼백으로 나타났다가 반으로 갈라져 버린 태고의 뇌룡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흩어져 사라졌다. 다시금 세월에 휩쓸려 태고의 뇌계로 돌아가려는 듯했다.
한편, 섬뇌족 대장로 역시 사방을 휩쓴 금빛의 여파에 피를 토하며 밀려났다. 그의 두 눈은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었고 심지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만계봉혼(萬界封魂) 채찍은 당시 그가 가져갔어! 다시는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없단 말이다! 넌 대체 누구냐! 어디에서 왔기에 당시 선조를 도왔던 자들의 우두머리가 가지고 있던 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
섬뇌족 대장로는 옛 기억 속의 채찍을 마주하고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의 선조가 아직 살아 있던 시절, 화신기 수련자에 불과했던 그는 한 수련자 무리의 우두머리가 저 채찍으로 세상을 무너뜨리고 세월을 거꾸로 흐르게 하고 아무것도 없던 곳에 칠백만 천지를 만들어내던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또한 그 수련자가 두 번째로 채찍질을 해 허공을 가르더니 균열 안의 무궁무진한 어둠 속에서 수많은 생령을 휘감아 꺼내 칠백만 천지의 원주민으로 삼는 것도 보았다.
그자가 균열로부터 생령들을 휘감아 꺼냈을 때 그 균열 안에서 분노에 찬 포효와 함께 끔찍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던 것도 더불어 흐릿한 허상이 튀어나왔던 것도 그 허상이 수련자의 채찍질에 그대로 무너져 내린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채찍을 가지고 떠났다. 한데 어째서 저자의 손에 들린 채 나타난단 말인가! 혹시… 이것은 하늘의 뜻인가? 그래, 저자를 통해 만계봉혼 채찍을 내게 전달하게 하려는 선조의 뜻인지도 모른다!’
섬뇌족 대장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한제는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는 태고의 뇌계로 돌아가는 뇌룡들의 혼백을 응시했다.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저 뇌룡의 혼백들이 완전히 흩어져 사라지고 나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기에 한제는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러자 미간에서 원신이 튀어나왔다.
태고의 뇌룡 형태였던 원신은 곧장 한 덩어리 안개로 변하더니 끝없이 퍼져나갔다.
한제의 원신이 당시 반 마리의 뇌룡을 삼킬 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주작성에 있었을 때 그가 탄혼이 되었기 때문이다. 탄혼은 세상 모든 혼백과 원신을 삼킬 수 있으니까.
“뇌룡의 혼백들을 삼켜 나의 천둥번개의 힘을 증폭시키겠다!”
한제는 원신을 확장시키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사라져가던 뇌룡의 혼백 중 일부가 바르르 떨더니 한제의 원신에게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원신이 증폭되고 동시에 한제는 전에 없이 강해진 천둥번개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이 광경을 본 섬뇌족 대장로는 한제를 기습하려던 계획도 잊고 입을 쩍 벌린 채 반쯤 넋이 나가버렸다. 감히 태고의 뇌룡을 삼키다니, 그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갈기갈기 찢겨 빠르게 흩어지고 있던 뇌룡의 혼백 중 3할 이상이 한제의 들숨에 빨려 들어가 그의 원신으로 흡수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한제의 원신에서는 천둥번개가 번득이며 전광이 거칠게 흘렀다.
이어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천둥번개의 위엄이 원신으로부터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더니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쾅!
세상의 모든 천둥과 번개,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까지 한제의 심신에서 형성되었다. 한제는 그중 일부는 어렴풋이 파악했지만 일부는 흐릿한 채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다.
그의 원신에 숨겨져 있던 천둥번개의 본원 역시 불어나더니 심장처럼 박동했다. 한 번 박동할 때마다 본원이 증폭되고 더 많은 본원의 힘을 생성해냈다.
한제의 원신에는 매우 격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이는 진정한 천둥번개를 향한 끊임없는 진화였다. 태고 뇌룡의 혼백은 그의 원신을 점차 완벽한 상태로 만들어갔다.
이전까지 그의 원신은 섬뇌족의 불멸의 번개와 동급이라고는 해도 그 위력에서는 분명 손색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위력마저도 차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거친 포효와 함께 다시 탄혼이 된 한제의 원신은 입을 쩍 벌린 채 또 한 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하면서 우주에 수많은 균열이 일어났다. 이어서 남은 뇌룡의 혼백들도 그의 원신에 흡수되어 버렸다.
한제의 원신은 또 한 번 경련을 일으키며 빠르게 한곳으로 응집했다.
그때, 끔찍한 천둥의 기운 한 줄기가 그의 원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기운이 퍼져나가자 섬뇌족 성역을 두른 번개 연못이 일제히 뒤로 물러났고 번개는 바들바들 떨었으며, 천둥은 굴복했다.
그리고 섬뇌족 성지의 사당에 있던 불멸의 번개는 처음으로 콰쾅 하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
태고로부터 전해져온 것 같은 그 소리에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
한제는 원신을 수축시키면서 천둥번개의 본원을 확산시켰고 이에 눈부신 빛이 퍼져나갔다. 끊임없이 압축되던 원신은 거대한 번개 모양의 도안이 되었다.
이 도안이 나타난 순간, 불멸의 번개보다 결코 약하지 않은 위압감이 발산되었다. 하늘과 땅은 바르르 떨렸고 우주는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번개 모양의 도안 바깥으로는 영의 천둥번개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설명은 장황했지만 실제로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섬뇌족 대장로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허나 강렬한 위기감이 심신으로부터 솟구쳤고 그가 묘한 불안감을 느낀 순간 성지 사당에서 불멸의 번개가 대장로를 재촉하듯 포효했다.
‘어서 저자를 막아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엄청난 재난을 당할 것이다!’
상황 파악을 마친 대장로는 곧장 한제에게 돌진했다.
그때, 한제의 원신이 형성한 도안이 곧장 뒤로 물러났다. 이어서 한제의 미간을 통해 체내로 녹아들었다.
콰르릉!
원신이 제자리를 찾은 순간 한제의 근육 하나하나, 뼈 하나하나, 심지어는 오장육부조차 천둥번개의 힘으로 가득 찼다. 이제 그 자체가 천둥번개인 셈이었다.
오른쪽 눈에는 이전보다 열 배 이상 강해진 본원의 문양이 떠올랐다.
한제는 한 손을 들어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미세한 그물망이 그의 주위에 나타났다.
한제의 뜻을 품은 이 그물망은 매우 질겨 천둥번개의 본원으로 한제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뚫을 수가 없었다.
섬뇌 전쟁 (5)
한제가 손을 휘두를 때마다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그물망은 점점 많아져 눈 깜짝할 사이 무려 7만 겹에 이르렀다.
이때 코앞으로 다가온 섬뇌족 대장로는 다섯 번째 천쇠의 힘을 발휘해 그물망을 찢어내려 했다. 하지만 찢겨 나간 1만여 겹의 그물은 눈 깜짝할 새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이제 안전한 곳에서 폐관수련을 통해 그간의 깨달음을 소화해야겠군.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한제는 결정을 내리고는 몸을 물리며 왼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 칠백만 천지로 진입하게 하는 부적이 나타났다.
‘절대 도망치게 둬서는 안 된다!’
한제가 사라지려 하자 다급해진 섬뇌족 대장로는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피는 핏빛 번개가 되었다. 동시에 대장로의 미간에서 부족의 낙인이 번득이더니 빛을 내뿜었다. 빛이 더해진 핏빛 번개가 그물망에 떨어졌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6만여 겹의 그물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대장로가 앞으로 달려들려는 순간 붕괴한 그물망이 회복됐다.
대장로의 모든 힘은 천둥번개에 근간을 두고 있다. 그렇기에 교전 초기와 달리 한제의 본원이 증폭함에 따라 점차 대적하기 어려워졌다. 만약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다른 수련자였다면 한제는 위험했을 터였다. 허나 둘 모두 천둥번개의 수련자였기에 서로를 상대하기가 더 어려웠다.
한제가 점점 빠르게 뒤로 물러나자 대장로는 다급해졌고 이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인 그에게는 아직 남은 수단이 있었다. 바로 생명 신통술이었다.
자신의 수명을 희생시키고 생기를 발산해야 발휘할 수 있는 생명 신통술은 세 번째 단계의 기운도 어렴풋이 품고 있다. 이것은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가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수련자 중 가장 강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대장로는 한 번도 이 신통술을 써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수명과 생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수준마저 봉인해둔 그였다. 그렇게라도 버텨야만 세 번째 단계에 이를 기회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허나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살기 어린 눈빛을 번득이며 결인을 그린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에 바칩니다! 불멸의 번개의 노예인 제가 5백 년의 수명과 생기를 바쳐 성체(聖體)를 얻고자 합니다. 성스러운 천둥번개시여, 제 몸에 내려와 혼돈과 불멸의 천둥번개가 되어 주십시오!”
장엄하게 외친 순간, 그의 미간에서 눈부신 빛이 번득였고 뒤이어 거대한 나침반이 나타났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나침반은 심지어 섬뇌족 성역 밖에서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였다.
나침반은 매우 오래된 기운을 발산했고 크고 작은 전투를 겪어온 듯 곳곳에 손상된 흔적도 보였으며,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뿜어냈다.
그 위압감에 한제는 흠칫 놀라 신중한 눈으로 나침반을 살폈다. 더불어 부적을 움켜쥔 손이 살짝 느슨해졌다.
저 나침반이 대체 무엇인지,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의 신통술이 대체 얼마나 강한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나침반은 반 바퀴 정도를 회전했다. 그러자 아주 오랜 세월이 순식간에 흐르는 듯했다.
섬뇌족 대장로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고 혼백의 일부분이 잘려나간 것처럼 죽음의 기운이 드리웠다가 곧 흩어져 사라졌다. 수명과 생기를 나침반에 흡수시키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그 순간, 섬뇌족 성지 사당에서 불멸의 천둥번개가 한 줄기 천둥번개를 갈라내 이쪽으로 쏘아 보냈다.
“가라!”
이렇게 갈라져 나온 불멸의 천둥번개는 섬뇌족 대장로의 낮은 기합에 따라 한제를 두른 7만 겹의 그물망에 떨어졌다.
펑! 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