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2
눈 깜짝할 사이에 7만 겹의 그물망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짧은 순간에도 회복되었다가도 금세 와해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위협적인 기운이 피어오르자 한제는 망설임 없이 손에 쥐고 있던 부적을 깼다.
순간 회오리 하나가 나타났고 한제는 그 중앙의 검은 구멍으로 곧장 뛰어들어 사라졌다.
불멸의 천둥번개가 전광을 번득이며 그를 뒤따랐다. 이어서 잠시 망설이던 섬뇌족 대장로조차 회오리가 사라지기 직전에 몸을 날려 구멍 안으로 빠져들었다.
한제가 칠백만 천지에 진입한 순간, 빛으로 이루어진 그물망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번득이는 그물의 보호 덕에 한제가 더욱 빠르게 후퇴할 수 있었다.
그를 뒤쫓아 온 불멸의 번개가 빛의 그물망에 떨어졌다.
콰쾅!
격렬한 소리가 칠백만 천지에 울려 퍼지는 동안 빛으로 이루어진 그물은 급속도로 번득이며 바르르 떨더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칠백만 천지의 섬뇌족 수만 명이 칠규에서 피를 흘렸고 온몸에서 천둥번개가 흐르더니 터지듯 소멸되어 버렸다.
산령상인은 한제가 떠난 뒤 칠백만 천지 안의 모든 섬뇌족 사람을 붙잡아두었다. 죽이지는 않고 봉인해두었다가 빛의 그물망이 받을 타격을 그들의 육체에 부담시켰다. 빛의 그물이 무너져 내린 순간 그들이 피를 쏟아내며 숨을 거둔 것은 그 때문이었다.
한편, 빛의 그물의 강력한 방어력 덕분에 불멸의 번개 역시 적지 않게 흩어져 사라진 상태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제를 뒤쫓았다.
한데 그때, 저 멀리 우주에서 어떤 허상 하나가 빠른 속도로 깜빡이며 나타났다. 이내 그 허상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산령상인은 손을 들어 올리더니 불멸의 번개를 움켜쥐었다.
콰쾅!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산령상인의 옷자락이 마구 펄럭였고 몸 여기저기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그의 손에 꽉 쥐어진 불멸의 번개 또한 빠른 속도로 흩어져갔다.
그럼에도 불멸의 번개가 끝내 무너져 내리지 않자 한제가 몸을 훌쩍 날리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오른쪽 눈에 있던 천둥번개의 본원도 한 줄기 전광이 되어 퍼져나갔다.
산령상인은 다시 한 번 힘을 줘 꽉 움켜쥐었고 그러자 불멸의 번개는 적지 않게 흩어졌다. 그리고 그 틈에 천둥번개 본원의 힘이 담긴 한제의 주먹이 불멸의 번개에 꽂혔다.
퍼펑!
두 사람의 협공에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드디어 불멸의 번개는 완전히 와해되었다. 동시에 강력한 충격이 사방을 휩쓸면서 산령상인과 한제는 뒤로 밀려났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섬뇌족 대장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칠백만 천지!”
뒤이어 산령상인을 목격한 그의 두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날 아직 기억하느냐!”
산령상인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섬뇌족 대장로의 표정은 무거웠다. 그는 순식간에 지금의 상황을 간파했다. 분명 저 이한제라는 수련자는 자신이 의심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중요한 순간에 이곳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대장로 입장에서는 그를 쫓을 수밖에 없도록. 즉, 이곳은 자신을 잡기 위해 설치해둔 죽음의 덫이라 할 수 있었다.
허나 그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이들 중 가장 강한 존재였다. 덫임을 눈치챘다 해도 두렵지는 않았다.
“그때 그 애송이로군. 그때 내가 놓아주지 않았더라면 천벌 아래 진즉 숨을 거뒀겠지!”
대장로는 덤덤한 표정이었으나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칠백만 천지 안에서 저토록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섬뇌족의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단 말인가!
‘지금이라도 숨을 거두어주지.’
산령상인은 짙은 원한이 담긴 눈으로 섬뇌족 대장로를 노려보았다.
“내가 여태 살아온 것은 이 세상을 빠져나가 너희 세상을 파괴하고 섬뇌족을 말살하기 위해서다!”
섬뇌족 대장로는 그 말에 냉소를 흘리더니 몸을 훌쩍 날리며 손을 크게 휘둘렀다.
“분수를 모르는 놈들이로구나! 네깟 놈들이 손을 잡았다 해도 감히 나를 당해내지는 못한다!”
그의 손짓에 셀 수 없이 많은 천둥번개가 소환되어 수많은 번개공을 형성했다. 번개공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제와 산령상인에게 날아들었다.
산령상인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일견 흥분과 광기가 드러났다.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을 참고 견뎌온, 내내 억눌러왔던 분노와 원한을 터뜨릴 순간이 마침내 온 것이다. 선계와 섬뇌족을 향한, 뼈에 사무칠 정도의 원한이었다.
“오늘 이 산령상인은 섬뇌족의 기만 아래 숨을 거둔 수많은 조상님들을 대신하여 선인을 자처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으하하하!”
그는 길게 웃으며 몸을 날렸고 결인을 그린 손을 크게 휘둘렀다.
“난 수만 년이나 이곳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끝을 맴돌았다. 발길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닌 끝에 얻은 깨달음으로 신통술을 만들어냈지! 칠백만시선인(七百萬弑仙印)!”
산령상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칠백만 천지 전역에 요란하게 울려 퍼지면서 그의 주위로 셀 수 없이 많은 허상의 조각들이 나타났다. 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이 조각들은 칠백만 천지에 퍼진 칠백만 개의 별과 똑같은 형태였다.
이것이 바로 산령상인의 신통술이었다. 천부적인 자질이 매우 뛰어난 그는 신식을 통해 칠백만 천지를 전부 마음속에 복제해놓고 수만 년간 제련해 체내에서 각 세상의 윤곽을 그대로 그려냈다.
한제도 바다나 풍의 선계로 통하는 돌문을 보고는 마음속에 그것들의 낙인을 찍어둔 적이 있으나, 산령상인은 심지어 이 세상의 끝까지 전부 그대로 베껴냈다.
칠백만시선인이 발휘된 순간 세상의 기세가 급변했다. 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7백만 개의 조각이 폭풍을 형성해 섬뇌족 대장로를 에워싸더니 급속도로 융합해 축소된 칠백만 천지로 변했다.
“봉인!”
이어진 산령상인의 외침에 축소된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봉인을 이루었다.
섬뇌족 대장로의 표정이 급변했다. 산령상인 한 사람만 상대해야 한다면 별 신경이 쓰이지 않겠으나 한제의 존재는 신경이 쓰였다. 실제로 한제는 서늘한 두 눈으로 대장로를 관찰하고 있었다.
섬뇌족 대장로는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수준을 발휘해 단숨에 둘 모두 처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은 남은 수명을 아까워 할 때가 아니었다.
결심을 내린 그는 곧장 결인을 그린 두 손을 맹렬하게 뻗었다. 순간 그의 옷자락이 마구 펄럭였고 머리카락이 나부끼면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발산되었다.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자의 진정한 힘을 똑똑히 보여주마! 천 년의 수명과 생기를 바쳐 얻은 뇌운진(雷雲陣)이다!”
미간의 낙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뒤이어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나침반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더니 회전했다.
섬뇌족 대장로는 창백한 얼굴로 거칠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과 땅이 갈라지며 구름이 모여들었다.
뭉게뭉게 피어난 구름에는 대량의 천둥번개가 담겨 있었다. 천둥번개는 구름 안에서 거칠게 포효했다. 이 포효에 담긴 음파와 진동은 수련자의 심신에 영향을 미치고 육신을 무너뜨리며 원신을 소멸하는 작용을 한다.
“큭!”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며 피를 토했고 재빨리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풍우계가 나타나 대장로의 신통술에 대항했다.
산령상인 역시 창백해진 얼굴로 피를 뿜어냈다. 한데 이 피가 칠백만 천지의 허상에 녹아들더니 더욱 빠른 속도로 수축하기 시작했다.
뇌운진의 파문이 점점 격렬하게 퍼져나가면서 칠백만 천지의 허상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콰쾅! 쾅! 우르릉!
요란한 소리가 이어지던 순간, 칠백만 천지의 허상이 무너져 내렸다. 허나 이 붕괴로 인한 충격에 뇌운진의 절반도 무너져 내렸다.
그 순간, 한제가 눈을 번득이며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오른손을 들어 우주를 가리킨 뒤 아래쪽으로 내리쳤다. 그의 두 눈에 비친 세상이 그대로 뒤집혔다.
번천인!
하늘과 땅을 뒤집고 우주와 별을 뒤집는 신통술이었다. 온 우주와 세상이 뒤집혔다.
“헛!”
섬뇌족 대장로는 화들짝 놀라 두 손을 휘둘렀다. 그 손짓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위아래로 퍼져나갔다.
산령상인은 매서운 눈으로 대장로를 향해 곧장 돌진했다. 그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소환한 971개의 문양도 함께였다.
그러는 사이 한제는 이번에는 왼손을 들어 올려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이 나타나 섬뇌족 대장로를 향해 돌진했다.
무궁무진한 기운을 품은 채 달려드는 역령인의 모습에 섬뇌족 대장로의 두 눈동자는 바짝 졸아들었다.
천산(天山)을 가르는 일곱 번의 검광 (1)
산령상인이 두 손을 휘둘러 971개의 문양을 쏘아 보내자 이 문양들은 섬뇌족 대장로를 감싼 구름층에 녹아들었다. 그러자 구름층은 콰쾅 소리를 내며 곧장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붕괴한 순간, 번천인에 의해 뒤집힌 세상이 더욱 큰 압박을 가해와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었다.
섬뇌족 대장로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지만 그럼에도 번천인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더욱 큰 문제는 그가 뒤로 물러난 순간 역령인이 달려든 것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돌진한 그것은 순식간에 섬뇌족 대장로를 강타했다.
콰쾅!
짧지만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산령상인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971개의 문양을 쏘아 보냈다. 그의 두 손을 따라 날아든 문양들은 역령인과 함께 파멸적인 위력을 뿜어냈다.
섬뇌족 대장로는 이 파상적인 협공에 피를 토해냈다. 중상을 입은 그의 머리는 산발이 됐고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크아아! 모두 죽여주마!”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난 그는 격하게 미간의 부족 낙인을 두드렸다.
“하늘, 땅, 원신, 자성, 도 영의 천둥번개여! 모두 나타나라!”
그의 외침에 따라 여섯 갈래의 천둥번개가 낙인으로부터 튀어나왔다. 폭이 1천 척에 달하는 여섯 갈래의 천둥번개는 하늘과 땅을 이을 듯 거대했다.
하늘의 천둥번개는 하나의 수련성이었다. 이 수련성에는 섬뇌족의 비밀스러운 술법도 섞여 있었다.
땅의 천둥번개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먼지였다. 무너져 내린 수련성의 조각들이 융합되어 천둥번개를 형성했다.
원신의 천둥번개는 세상의 원력을 응집한 수련자의 원신이 깨지면서 죽음을 맞이한 순간 무한한 흡입력을 통해 만들어낸다.
자성의 천둥번개는 조금 복잡하다. 우주 곳곳에는 자성이 있는 구역이 몇 군데 있는데 이곳에서는 모든 법보와 신통술이 효력을 잃는다. 섬뇌족 사람들은 그런 구역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을 통해 3천 년에 한 번씩 한 줄기의 번개를 탄생시킨다. 그게 바로 자성의 천둥번개였다.
도의 천둥번개는 섬뇌족 선조가 일찍이 계내에 진입했을 때 그곳에서 수련자들이 깨달은 도를 본따 제련해낸 것으로 태고 성신에서는 매우 드물다.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를 소환해 주위에 두른 섬뇌족 대장로는 두 손을 휘두르며 다가왔다. 그의 손짓에 거대한 회오리가 생겨났다.
역령인은 회오리와 충돌한 순간 바르르 진동하더니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산령상인이 소환한 971개의 문양도 마찬가지로 단숨에 밀려났다.
“섬뇌족이 대대로 수집하고 응집해온 여섯 갈래의 천둥번개로 네놈들을 죽이고 칠백만 천지 모든 생령의 피로 이곳을 물들이리라!”
섬뇌족 대장로는 광기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를 떠밀었다.
한제는 끊임없이 뒤로 밀려나던 중 산령상인에게 외치듯 물었다.
“7할의 성공률을 보장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산령상인은 어두운 얼굴로 우뚝 멈춰 서더니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뒤이어 그의 눈빛이 어스름하게 빛났다.
“971개의 분신이여 무너져라! 분신붕멸술(分身崩滅術)!”
그 말이 떨어진 순간 971개의 문양이 뒤로 물러나며 엄청난 빛을 발했다. 동시에 파멸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하나하나 폭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