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3
퍼펑! 펑! 펑!
천 개에 가까운 문양들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자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발산되더니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와 충돌했다.
콰르릉!
거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고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우뚝 멈춰 섰다.
“크헉!”
섬뇌족 대장로가 피를 토하며 한 발 물러섰다. 허나 그의 두 눈은 한층 더 짙어진 광기로 물들었다.
한제는 회오리가 멈춘 틈을 타 앞으로 나섰다. 지금 섬뇌족 대장로를 죽이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게 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키자 두 마리의 사슴 허상이 나타나 천만 개의 검기를 발산했다. 검기들은 곧장 전방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제는 이어서 결인을 그린 왼손을 휘두르는 한편 온몸으로 밝은 빛을 발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빛이 나타나 그에게 응집하더니 거대한 빛 덩어리를 형성했다.
뿐만 아니라 칠백만 천지의 모든 생령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산된 빛 역시 허공을 가르며 한제에게로 몰려와 응집되면서 빛 덩어리는 몇 배로 증폭됐다.
그 사이 천만 개의 검기는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에 떨어지면서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고 어느새 성큼 다가온 회오리는 한제가 소환한 빛 덩어리와 충돌했다.
꽝!
“큭!”
충돌의 순간, 한제는 피를 울컥 토해냈다. 빛 덩어리는 격렬하게 진동하면서 무너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빛 덩어리가 반사시킨 천둥번개의 힘이 대장로의 몸으로 떨어졌다.
“크아악!”
엄청난 충격에 대장로는 피를 토해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산령상인 역시 이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앞으로 나서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그의 온몸에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이글거리는 화염이 일었다. 체내의 모든 원력을 불태워 힘으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그 상태로 산령상인은 허공을 두드려 수많은 폭풍을 형성하더니 섬뢰족 대장로에게 쏘아 보냈다.
섬뢰족 대장로는 맹렬하게 몸을 돌리며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를 떠밀어 한제를 공격했고 다른 손으로는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팔이 나타나 산령상인을 공격했다.
하지만 한제도 산령상인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대장로는 이미 상당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승부를 가리기는 쉽지 않았다.
“한 번, 딱 한 번만 제대로 공격한다면 죽일 수 있어!”
산령상인이 포효하듯 외쳤다.
한제는 두 눈을 번득였다. 광영순이 무너져 내려 방어막이 사라진 상태였으나 그는 결심을 내리고는 단호한 얼굴로 풍우계를 불러냈다.
“한 번만 더 믿어보도록 하지!”
단호한 눈빛의 한제가 외쳤다. 섬뇌족 대장로는 너무도 강력했다. 혼자서 한제와 산령상인 두 사람을 거뜬히 대적해내고 있었고 수명과 생기를 바침으로써 어마어마한 신통력도 발휘할 수 있었다.
‘향불을 쓰는 수밖에 없다. 향불에는 독이 있다. 내게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독이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거야!’
생각을 정리한 한제는 풍우계를 열어 그 안의 존재들에게 명했다.
“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여, 모든 향불을 바쳐라!”
한제의 명령이 울려 퍼지자 풍우계의 모든 혼백들이 가부좌를 튼 채 정수리를 통해 흘러넘칠 듯한 향불의 힘을 뿜어냈다. 적지 않은 혼백이 무너져 내렸다.
수준이 높은 혼백들이 뿜어내는 향불의 힘은 훨씬 짙었고 양도 많았다. 특히 원고 선비의 분신인 백의의 여인이 압도적이었다. 그녀에게서 나오는 향불이 나머지 혼백들이 내놓은 것 전체와 맞먹을 정도였다.
한제는 이 향불의 힘을 거두어 허공에 나선형으로 피어오르는 작은 공 하나를 형성해냈다. 그 안에서 향불의 힘이 회전하면서 무궁무진한 위압감을 발산했다.
그 순간, 섬뇌족 대장로의 두 눈이 바짝 졸아들었다. 지금껏 한제에게 여러 차례 충격을 받았지만 저 나선형으로 피어오르는 기운을 품은 공만큼 큰 충격을 준 것은 없었다.
“햐… 향불까지 가지고 있다니!”
시간이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한제는 향불의 힘을 응집시킨 순간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고 세차게 휘둘렀다. 이에 작은 공이 곧장 돌진하면서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와 충돌했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향불의 힘은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만이 통제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런 힘이 무너져 내리자 온 세상이 진동하면서 우주가 층층이 무너졌고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도 크게 경련했다.
향불이 절반 정도 흩어졌을 때, 풍우계에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멸혼(滅魂)!”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짐에 따라 풍우계 내에서 대량의 혼백이 붕괴해 소멸했고 그 대가로 발산된 짙은 향불이 대장로에게 달려들었다.
콰쾅!
여섯 종류의 천둥번개로 이루어진 회오리는 그대로 무너져 내리면서 뒤로 밀려났고 아직 남은 향불이 대장로를 휩쓸었다. 그 순간 산령상인이 맹렬한 공격을 가해왔다.
콰쾅! 펑!
요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와중 섬뇌족 대장로는 연신 피를 토해냈다. 한데 어느새 푸른빛을 번득이는 갑옷이 그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수명과 생기를 바치겠나이다. 불멸의 번개시여, 이곳 칠백만 천지에 강림하여 모든 생령을 징벌해주옵소서!”
그의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칠백만 천지 밖 섬뇌족 성지 중앙의 사당에서 불멸의 번개가 움직였다.
번개는 성지를 완전히 벗어나 허공을 가르며 칠백만 천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제 내가 7할의 성공률을 보장했던 이유를 보여주지!”
산령상인은 숨을 깊이 들게 마시며 가부좌를 틀었다. 그러더니 슬프면서도 단호하게, 진중한 목소리로 외쳤다.
“칠백만 천지의 생령진(生靈陣)!”
산령상인의 눈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이 진을 활성화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방법이 없었다. 그는 그 누구에게도 강압하지 않았다. 그저 오랜 세월, 일반인과 수련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 힘썼을 뿐이다.
“이 세상은 거짓이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지극히 존귀한 선계 또한 거짓이다! 진실을 알고 싶다면 이곳을 깨치고 나가 진정한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 산령상인의 도다!”
칠백만 천지에는 수많은 생령진이 있는데 각각은 이 세상 생령들의 목숨을 근본으로 삼았다.
산령상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각 수련성에서 수많은 일반인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집 밖으로 나와 가부좌를 틀었다.
그들은 신통력을 사용할 수 없지만 한 가지 생각, 이 세상을 타파하고야 말겠다는 결심이 정신을 지배했다.
“우리는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미물도 네놈들이 키우는 가축도 아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깨고 밖으로 나가 선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생명을 바쳐서라도 후손들에게 빛나는 미래를 선사할 것이다!”
동시에 칠백만 천지의 모든 수련자들도 묵묵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없이 가부좌를 틀었다. 그들에게서는 더욱 강력한 의지가 발산되었다.
“우리는 네놈들이 마음대로 천벌을 내려 파멸시킬 수 있는 수련자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피가 있고 살이 있으며, 슬픔도 기쁨도 느낄 수 있다. 대도를 깨치도록 수련을 해온 것은 선계로 올라가기 위함이다. 한데 그 선계가 거짓이라면 우리가 그 선계를 파멸시켜 스스로 선인이 되겠다!”
뒤이어 까마득히 오랜 세월 산령상인의 도움 아래 수준을 억눌러 천벌을 야기하지 않았던 화신기 절정의 수련자들도 폐관수련을 하던 곳에서 나왔다. 이들 역시 독기와 원망이 어린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었다.
“우리는 멋대로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가축이 아니다! 우리는 수련자지 선계에서 영의 천둥번개를 거두기 위해 키우는 존재가 아니다! 선계를 붕괴시켜 세상을 열고 이곳에서 나갈 것이다!”
모든 생령이 품은 의지가 발광하듯 일어나 하나하나 응집해 폭풍을 형성했다.
이 폭풍은 오랜 세월 우리에 갇혀 우매한 삶을 살아온 칠백만 천지에서 발산하는 반항의 의지였다. 그 어떤 견고한 벽이라도 부술 수 있을 법한 힘이었다.
천도조차 진동할 것 같은 그 힘에 한제도 심신이 떨려왔다.
“우리 칠백만 천지 생령들의 피와 살로 만들어진 봉인진으로 그 어떤 외부의 힘도 진입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산령상인의 목소리가 칠백만 천지 저 끝까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폭풍에 담긴 힘은 갈수록 강해졌다. 한제로서도 지금껏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한 폭풍이었다. 폭풍에 담긴 힘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신식으로 살핀다면 태양이라도 단숨에 붕괴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거대한 폭풍은 칠백만 천지를 완전히 뒤덮고 하나의 거대한 폭풍 낙인이 됐다. 세상 어떤 힘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은 장황하지만 실제로는 찰나의 순간 벌어진 일이었다.
그때, 섬뇌족 성지 사당에서 튀어나온 불멸의 번개가 허공을 가르면서 달려들었다. 폭풍을 뚫고 들어가려는 듯했다.
천산(天山)을 가르는 일곱 번의 검광 (2)
콰쾅!
우렁찬 소리가 터져 나왔고 칠백만 천지가 격렬하게 진동했다.
허나 폭풍 안에서는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포효가 울려 퍼졌다.
칠백만 천지의 까마득히 많은 수련자와 일반인들의 포효는 그 자체로도 천도에 맞설 수 있을 정도였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한제의 영혼마저 이 우렁찬 소리에 공명했다. 심지어 그는 마음속의 확신이 점점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
불멸의 번개는 폭풍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폭풍은 더욱 두꺼워졌고 더욱 요란하게 회전했다. 그 안에서 터져 나온 포효가 수많은 메아리로 울렸다.
한층 더 강력해진 폭풍의 힘 아래 불멸의 번개는 수천 척이나 밀려났다.
하지만 불멸의 번개는 마치 이 세상에서 나타난 것처럼 다시 한번 강림해왔다. 실로 두려운 광경이었다.
섬뇌족 대장로도 두려움에 떨었다. 칠백만 천지에서 이토록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탓이다.
“미쳤군. 다들 미쳤어! 이곳은 수련자도 일반인도 전부 미친 게야!”
그때, 불멸의 번개가 다시 한번 폭풍으로 달려들었다.
콰쾅!
그 충격에 폭풍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진동했고 동시에 수많은 일반인들이 피를 토하며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더 많은 일반인들이 걸어 나와 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쓰러진 이들을 대신했다.
그러는 사이 쓰러졌던 일반인들도 일어나 몸을 추슬렀고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조금이나마 더 힘을 보태려 했다.
수련자들의 피해는 더 컸다. 그들의 의지와 힘은 일반인을 훨씬 능가했기에 반발로 인한 타격도 더 심한 것이다.
이에 몇몇 수련자는 육신이 그대로 터져 나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포기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
죽음을 불사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사실 그들에게는 물러설 곳도 없었다.
산령상인은 슬픈 눈으로 이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흩어지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칠백만 천지와 융합되어 이 세상의 일부가 된 것처럼.
그러자 강렬한 빛이 산령상인의 체내에서 발산됐고 폭풍은 그를 중심으로 한층 더 강력해졌다. 마치 진이 영혼을 갖게 된 듯한 모습이었다.
뒤이어 빛으로 번쩍이는 허상의 검이 폭풍에서 솟아 오르더니 산령상인의 머리 위로 떠올랐다. 길이는 7척, 폭은 3촌 정도 되는 이 허상의 검은 빛을 내뿜으며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우, 나는 칠백만 천지 생령의 목숨과 각 대륙을 근본으로 이 진을 배치했네. 이 세상을 봉인하고 하늘을 가르는 참천검(斬天劍)을 응집하는 진이지. 이 검으로 섬뇌족 대장로를 죽이게. 이게 바로 내가 7할의 성공률을 보장했던 이유일세!”
참천검이 번득이며 다가오자 한제는 손을 뻗어 꽉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 안에 흐르는,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가 느껴졌다. 동시에 극강의 반항심과 파괴의 의지가 가득했다. 마치 검이 아니라 칠백만 천지 모든 생령의 희망과 소망, 반항심과 의지가 응집된 존재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