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6
한제는 군말 없이 몸을 날렸다. 오른쪽 눈에서는 전광이 번득이면서 한 줄기 천둥번개가 됐다.
본체를 되찾은 한제가 섬뇌족에서 두려워할 만한 자는 대장로 밖에 없었다. 섬뇌족에는 네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도 둘이나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천둥번개를 익힌 이들이다. 그러니 한제가 그들을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천둥번개에 대한 통제력이 강하니까.
한제는 여덟 마리의 태고 뇌룡을 삼킨 데다가 영의 천둥번개도 만 개 이상 가지고 있었다. 아직 제련 전이지만 그의 천둥번개의 본원은 워낙 강해 그에게 천둥번개로 대적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이는 네 번째 천쇠에 이른 두 수련자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대장로가 죽은 이상 섬뇌족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 다를 바 없다!’
한제는 어머어마한 속도로 이동했고 천둥번개를 내리쳐 열여섯 개 수련성으로 이루어진 보호진으로 쏘아 보냈다.
‘싸움은 최대한 빨리 끝내고 불멸의 번개를 삼킨 뒤 곧장 떠난다!’
한제가 나아가는 동안 우주에서 수많은 천둥번개가 나타나더니 일제히 그에게로 응집되면서 주위를 에워쌌다. 이때의 한제는 천군만마와 함께하고 있는 듯했다.
이 천둥번개들은 한제의 천둥번개 본원이 지나치게 강한 탓에 자연스레 끌어당겨진 것으로 갈수록 응집된 천둥번개는 늘어났다.
눈 깜짝할 사이 한제의 주위로 모여든 천둥번개는 번개의 연못을 이룬 듯 사방을 뒤덮었다. 천벌조차 이 휘황찬한란 위용을 뛰어넘지는 못할 듯했다.
오래된 전설 중에는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가는 것들이 있다.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가 되는 길과 관련한 전설도 그중 하나였다.
알려지기로는 향불의 힘을 통해 끊임없이 본원을 자양해야 하늘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문을 통해 환골탈태하면서 세 번째 단계에 이를 수 있다.
허나 극소수의 강자들을 제외하면 알지 못하는 전설 중에는 향불의 힘이 없어도 세 번째 단계에 이를 수가 있다. 스스로의 깨달음을 통해,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본원을 완성함으로써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한제는 이 전설을 부활시켜가는 중이었다.
천둥번개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한제를 중심으로 한 번개의 연못이 그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산령상인 또한 이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섬뇌족 대장로와의 전투를 통해 한제의 강력함과 놀라운 신통력을 봤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정작 한제는 덤덤했다.
그렇게 얼마나 더 이동했을까? 드디어 섬뇌족 성역의 열여섯 개 수련성으로 이루어진 보호진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한데 이 사방을 뒤덮은 원형의 푸른 빛은 한제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쩌적 소리를 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 실체를 갖추었다. 마치 푸른색 달걀 껍데기가 섬뇌족 성역을 에워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 달걀 껍데기 같은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면 섬뇌족 성역이 드러날 터였다.
한제는 보호진으로부터 1만 척 정도 떨어진 곳에 우뚝 멈춰 서더니 두 손을 펼쳐 허공을 움켜쥐고는 천천히 들어 올렸다.
콰쾅!
천지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둥번개는 포효하면서 격렬하게 진동했고 기우뚱 기울어졌다.
한제의 미간에서는 고신의 반점이 회전했고 두 팔에는 힘줄이 툭툭 돋아났다. 그가 낮게 기합을 넣으며 두 팔을 완전히 들어 올리자 콰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번개의 연못은 완전히 기울어져 수직으로 세워졌다.
거울이, 해수면이 수직으로 선 듯한 모습이었다.
“…”
산령상인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다가 멈췄다.
이들이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나와 있던 섬뇌족의 강력한 수련자들도 멍하니 한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한제가 나타난 순간 심신이 요란하게 진동하며 표정이 급변했다.
한제를 뒤쫓아 갔던 대장로는 어디가고 저자만 돌아왔단 말인가!
섬뇌족 사람들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상할 수 있었지만 믿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저기 옆에 있는 자의 도움으로 대장로님을 잠시 따돌린 거겠지. 당황하지 말고 저자를 막아라! 대장로님은 반드시 돌아오실 거다!”
“하… 하지만… 불멸의 번개도 갑자기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상당히 약해진 상태였잖아. 보호진도 제멋대로 활성화됐고. 혹시⋯⋯?”
섬뇌족 사람들은 불안한 얼굴로 이런저런 추측을 했지만 결국 대장로에게 별다른 일은 없을 거라고 반드시 곧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한제는 수직으로 선 거대한 번개의 연못을 떠받치듯 두 팔을 들어 올린 채 기이한 눈빛을 번득이며 입을 열었다.
“나의 원신을 녹여낸 태고 뇌룡의 혼백이여, 나 이한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합쳐져라! 내 원신의 뇌룡을 더한 아홉 마리의 용을 하나로 합쳐 저 진을 파괴하라!”
한제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의 온몸에서 눈부신 전광이 번득였다. 이렇게 천둥번개로 휩싸인 채로 그는 수직으로 세워진 번개의 연못 안으로 뛰어들었다.
콰쾅!
거울 같은 번개 연못의 표면에서 흐르는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울렸다. 동시에 거대한 용의 머리가 그 안에서 쑤욱 튀어나왔다.
“캬오오오!”
용의 머리는 푸른 비늘로 가득 뒤덮여 있어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온 세상을 다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사악한 모습이었고 머리 길이만 해도 수만 척에 달할 법했다.
거대한 용의 몸통까지 빠져나옴에 따라 번개의 연못은 점점 줄어들었고 용이 꼬리까지 빠져나온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길이가 1백만 척에 달하는 뇌룡이 드디어 온전한 모습을 내보였다. 한제가 삼킨 여덟 마리의 태고 뇌룡 혼백을 원신에 녹여내어 허상으로 만들어낸 용이었다.
허상에 불과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천둥번개의 힘이 있어, 그 거대한 몸을 신식으로 살피면 뇌룡 아홉 마리의 혼백이 서로를 거칠게 물어뜯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홉 마리의 용 중 강한 한 마리 뇌룡이 모두를 완벽하게 제압할 터였다.
“크오오오!”
거대한 용이 포효하자 머리에서 천둥번개가 교차하더니 한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냉랭한 얼굴로 용의 머리를 밟고 선 채 앞을 가리켰다.
그의 손짓에 용이 몸을 날렸다. 엄청난 기세를 몰아 섬뇌족의 보호진을 그대로 들이받으려는 듯했다.
콰쾅!
그 거대한 몸과 보호진이 충돌한 순간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펑! 펑!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줄기줄기 균열이 생겨났다. 달걀 껍데기 같던 진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다.
“이럴 수가!”
“말도 안 돼! 보호진이…”
진 안에서는 섬뇌족 수련자들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입을 쩍 벌리고는 이 모습을 바라보았다.
“너희 대장로의 육신은 사라졌고 원신은 내게 사로잡혔다. 심지어 너희가 모시는 불멸의 번개도 중상을 입고 도망쳤지. 한데 고작 이런 보호진으로 나를 막겠다는 것이냐?”
한제의 냉랭한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렸고 덕분에 섬뇌족은 그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우리의 심신을 흔들려는 거짓말이다!”
“거짓말도 적당히 해라!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수련자가 아닌 이상 대장로님을 이길 수는 없다!”
“심지어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라 해도 대장로님의 수많은 신통술과 법보 앞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섬뢰족이 소란스레 자신을 비난했으나, 한제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때, 뇌룡이 다시 한번 보호진과 충돌했다.
콰르릉!
보호진에는 순식간에 더 많은 균열이 일어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뇌룡은 틈을 두지 않고 곧장 꼬리를 휘둘렀다.
꽝!
그 엄청난 기세를 품은 공격에 진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크오오오!”
뇌룡은 포효하며 그 구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 상태로 몸을 뒤틀자 진은 계속해서 파괴됐고 화들짝 놀란 섬뇌족 수련자들은 재빨리 후퇴했다.
산령상인은 뇌룡의 뒤를 따라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며 질주해 나갔다.
“저자의 수준은 고작 쇄열기에 불과한데 어떻게 저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다 같이 동시에 공격해 속히 처리하세!”
“저 네 번째 천쇠 수준의 수련자야말로 진짜 강적이다! 어서 막아!”
섬뇌족 수련자 중 천쇠에 이른 수련자는 총 열한 명으로 그중 일곱 명이 산령상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네 번째 천쇠에 이른 섬뇌족 수련자는 두 명인데 그들은 각각 산령상인과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너희는 나를 막지 못한다!”
한제는 싸늘하게 외쳤다. 그는 시간을 허비할 마음이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불멸의 번개를 삼키고 싶을 뿐이었다.
그를 태운 뇌룡은 섬뇌족 성역 안으로 들어선 뒤 힘껏 튀어나갔다. 그 엄청난 기세에 한제에게 달려들던 섬뇌족 수련자들이 급변한 얼굴로 황급히 물러났다.
“대장로님은 곧 돌아오실 것이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막아!”
곳곳에서 터져 나온 외침에 고무됐는지 뒤로 밀려났던 이들도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고 부족의 낙인까지 폭발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대장로가 곧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대장로가 있는 한 자신들에게 위기란 없다는 믿음.
대장로는 그들에게 정신적 지주였다.
“결국 그렇게 나오는군!”
한제는 냉소하며 곤극 채찍을 소환했다. 금빛을 번득이는 채찍의 끝에는 눈을 감은 원신 하나가 휘말려 있었다. 그마저도 온전치 못해 한 가닥으로 겨우 남아 있는 그 원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섬뇌족 대장로였다.
내려와라!
눈부신 금빛이 번득이면서 섬뇌족 수련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 금빛 채찍 끝에 닿은 순간, 섬뇌족 수련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대장로!”
“이건 불가능해… 대장로님이 어찌 저런 자에게…?”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제의 말에 콧방귀를 뀌던 그들도 약해질 대로 약해진 대장로의 원신을 직접 보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장로는 섬뇌족의 정신적 지주이자 살아 있는 신이었다. 그런 대장로를 이긴 자에게 감히 어떻게 맞설 수 있겠는가.
한제는 계외의 수련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대장로를 사로잡았다고 해봐야 섬뇌족 사람들이 믿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나 오히려 이를 이용하기로 했다. 섬뇌족의 보호진을 파괴하면서 두려움과 혼란을 안긴 후 대장로의 원신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입힌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섬뇌족 수련자들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