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67
“캬오오오!”
한제가 살기를 번득이자 그를 태운 뇌룡이 포효를 내지르며 돌진했다.
한제는 붉은 검을 꺼내 자신에게 달려들던 네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에게 휘둘렀다. 이는 일종의 덫이었다.
붉은 검이 빛을 발하며 놀라운 속도로 쏘아져 나가자 상대는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미간을 꿰뚫렸다.
“끄아아!”
찢어질 듯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진 순간, 섬뇌족 수련자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의 대가는 너무도 컸다.
미간에 구멍이 뚫린, 네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의 육신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원신은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붉은 검을 따돌리기에는 무리였고 결국 눈 깜짝할 사이 따라잡힌 원신 역시 붉은 검에 관통당하고 말았다.
사실 지금 한제의 수준으로는 네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와 맞붙기에는 약간 벅찼다. 허나 앞서 쳐둔 덫으로 인해 상대가 혼란스러운 상태였기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처리할 수 있었다.
이에 섬뇌족 사람들은 앞선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 한 번 큰 충격을 받았다.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붉은 검을 거둔 뒤 거대한 뇌룡을 탄 채 앞으로 나섰다. 섬뇌족 수련자들은 감히 막아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기겁하며 물러났다.
“지금 저들은 혼란에 빠져 있네. 자네 수준이라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게야!”
한제는 섬뇌족 수련자들을 지나쳐 성지로 향하며 산령상인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윽고 섬뇌족 성역 열여섯 수련성 중앙 성지 근처에 이르렀다.
그는 묵직한 표정으로 뇌룡의 머리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뒤이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이내 뇌룡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합쳐졌다.
한제의 두 눈에 살기가 담기면서 뇌룡은 요란하게 포효했다.
“캬오오오!”
성지 근처에는 적지 않은 섬뇌족 수련자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거대한 뇌룡이 접근해오자 경악하며 뿔뿔이 도망쳤다.
뇌룡은 곧장 성지로 돌진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성지를 둘러싼 보호진이 격렬하게 흔들리다가 이내 산산조각이 나며 터져나갔다. 대륙이 강하게 진동했고 불규칙한 형태의 가장자리는 수많은 돌조각으로 흩어졌다. 지면에서는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균열이 줄기줄기 생겨났다. 심지어 성지 중앙의 사당도 심하게 흔들렸다.
그때, 무척 약해진 상태로 사당에 머물고 있던 불멸의 번개가 강력한 힘을 폭발시켰다. 그 힘에 사당은 가루가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불멸의 번개는 수축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불멸의 번개가 향한 저 멀리 우주에는 전광이 흐르며 맹렬히 회전하는 회오리가 있었다.
한제는 뇌룡 위에서 벌떡 몸을 일으키며 곧장 불멸의 번개를 추격했고 단 세 걸음 만에 거대한 회오리 아래에 이르렀다. 그 무렵 불멸의 번개는 절반쯤 회오리 중앙으로 파고든 상태였다.
한제는 곧장 낮은 기합을 넣으며 두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더니 힘껏 잡아당겼다.
“내려와라!”
꽈릉!
우렁찬 소리와 함께 회오리 안에서 강력한 힘이 쏘아져 나왔다. 이에 한제는 왈칵 피를 토하면서도 피하지 않고 맞섰다.
불멸의 번개는 회오리의 도움에 힘입어 다시 그 안으로 쑤욱 들어갔다. 이제 남은 부분은 수백 척에 불과했다. 심지어 한제까지 그 힘에 따라 회오리 안으로 빨려 들어갈 듯했다.
한제의 표정은 차갑게 변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섬뇌족 대장로와 맞붙은 것은 이 불멸의 번개를 삼키기 위해서였다. 한데 불멸의 번개는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도 없는 회오리로 달려들었다. 그 너머에서 전해지는 기운은 매우 낯설고 두려웠다. 선계라 칭했던 곳을 처음 본 산령상인이 받은 충격이 이랬으리라.
“이 불멸의 번개는 내가 점찍어둔 것이다! 누구도 내게서 앗아갈 수 없어! 설령 신이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한제는 이를 악물며 포효하듯 외쳤다. 뒤이어 그의 미간에서 고신의 반점이 회전했고 육신은 부풀어 올라 눈 깜짝할 사이 1만 척에 달하는 고신이 됐다.
고신의 반점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폭풍이 일었고 육신에서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고신의 힘이 돌았다.
한제는 두 팔에 온 힘을 모았다. 온몸에 힘줄이 툭 튀어나온 순간, 그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불멸의 번개를 확 잡아당기며 외쳤다.
“내려와라!”
콰쾅!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한제의 두 손에 잡혀 있던 불멸의 번개가 회오리에서 1천 척 정도 빠져나왔다.
위기를 느낀 것인지 회오리에서는 다시 한번 어마어마한 힘이 발산돼 엄청난 힘으로 불멸의 번개를 끌어당겼다.
“내 것을 빼앗으려 하다니, 용납하지 않겠다!”
한제의 몸 곳곳이 바들바들 떨렸고 미간의 반점은 신식으로도 또렷하게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회전했다.
그때, 한제는 강력한 고신의 힘을 체내로부터 폭발시키며 다시 한번 불멸의 번개를 잡아당겼다.
콰쾅!
굉음과 함께 거대한 회오리에서는 분노에 찬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고 불멸의 번개는 다시 수천 척 정도 빠져나왔다. 그때…
“이 번개는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매하게 굴다가는 네가 파멸될 것이다!”
회오리 안에서 먹먹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에 태고 성신 전체가 바르르 흔들리는 듯했다. 태고 성신의 수많은 수련자들은 모두 그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남사족 남산 위에 있던 이천매와 남몽도존 역시 이 소리를 들었다.
그 순간, 이천매의 두 눈에는 멍한 빛과 갈등하는 빛이 반복해서 나타났다.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러나 잃어버린 기억이 소생하려는 듯했다.
그녀를 지켜보던 남몽도존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칠현금을 쓰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한데 그때, 표정이 급변한 그는 벌떡 일어나 우주 공간으로 순간이동을 하더니 서늘한 눈으로 저 먼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눈빛은 마치 허공을 꿰뚫을 듯했다.
“원고 선비가 말한 징조가 다시 나타났다!”
이 순간, 남몽도존만이 아니라 태고 성신의 거의 모든 세 번째 단계 수련자는 어둡게 가라앉은 얼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고 성신 안에는 분열된 원고 선역의 일부가 남아 있었지만 그 위치를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한데 그 원고 선역에서 폐관수련을 하던 몇몇 여인 또한 두 눈을 번쩍 뜨더니 고개를 돌렸다.
한편, 태고 성신의 어느 황량한 성역을 거대한 존재가 질주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놀라운 기세를 품은 이 존재는 다름 아닌 탁삼이었다. 그는 자신의 미간을 연신 두드렸고 그때마다 쾅 하는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이 몸을 노예로 부리려 하다니, 꿈도 크구나! 나 탁삼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다. 한데 고작 일개 수련자 따위가 네가 감히 내 혼백을 강탈하고 나를 노예로 부리겠다고? 가당치 않다! 꺼져라!”
탁삼의 두 눈은 광기로 번들거렸고 포효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한데 그때, 탁삼이 돌연 우뚝 멈추더니 고개를 홱 들어 시뻘게진 두 눈으로 죽일 듯이 허공을 노려보았다.
“동족의 기운! 매우 익숙하다. 아니, 서사가 알고 있는 기운이야!”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한제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한제는 여전히 불멸의 번개를 단단히 쥐고 있었고 두 손에 한층 더 힘을 주었다.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네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이 불멸의 번개는 내 것이다! 나를 방해한다면 네놈도 가만두지 않겠다!”
한제는 탁삼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회오리에서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
그 오만한 말에 신비의 존재가 분노한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회오리가 급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강력한 기운을 쏘아 보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제는 그 분노를 똑똑히 느꼈으나, 눈빛은 오히려 한층 싸늘해졌다.
“분노! 만약 내 화염의 본원이 완성된 상태였다면 너의 이 분노만으로도 난 너를 불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차게 외친 한제는 다시 고신의 힘을 발동해 불멸의 번개를 잡아당겼다. 회오리로 들어가려던 번개는 금방이라도 다시 끌려 나올 것만 같았다.
회오리 너머에서 울려 퍼지는 포효가 더욱 강력해지며 불멸의 번개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고신의 힘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공멸도(空滅道)의 배반자! 천벌을 받은 고신족 후손의 잔당! 네 몸에 흐르는 익숙한 기운 때문에 살려주려 했건만 그렇게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마!”
하늘의 위엄이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거대한 회오리의 중심에서 번개가 무너져 내리더니 검은 기운이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이 검은 기운은 두 개의 거대한 손바닥을 형성하더니 회오리를 양쪽으로 찢어발겼다.
회전하던 회오리에는 순식간에 한 줄기 틈이 생겨났다. 틈 너머는 조금도 들여다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지만 그 어두운 공간에서 거친 팔 하나 불쑥 나타났다.
그 순간, 마치 세상이 그 팔을 감당할 수 없는 것처럼 우주가 무너져 내렸다. 동시에 한제는 번개에 맞은 것처럼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저 팔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까마득한 오래 전, 1천 년도 더 전에 본 적이 있는 팔이었다. 심지어 저 팔을 상대로 싸우기까지 했으니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당시의 그는 계내와 계외의 존재와 그 비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평범한 수련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수많은 일을 겪었고 1천 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오면서 그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심신이 진동해왔다.
한제의 마음 깊은 곳에서 분노와 함께 광기가 터져 나왔다.
그는 그 거대한 팔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외쳤다.
“너희들이구나! 주작성에서 모완의 혼백을 강탈해 간 천도의 사자!”
한제로서는 드물게 보이는 광기와 분노였다.
그때, 회오리 안에서 차디찬 코웃음이 흘러나왔고 동시에 거대한 팔이 곧장 한제를 향해 다가왔다. 팔은 그 자체로 천둥번개라도 되는 것처럼 전광을 번득이며 순식간에 접근해 와 한제를 움켜쥐려 했다.
한제는 전에 없이 분노했다. 평생을 통틀어 그의 유일한 역린은 이모완이었다. 항상 냉철한 그였지만 그녀와 관련된 일 앞에서는 결코 그럴 수 없었다.
한제는 불멸의 번개에서 두 손을 떼더니 거대한 팔에게 달려들었다. 온몸에서 고신의 힘이 폭발했고 체내의 수준은 미친 듯 타올랐다. 동시에 그의 뒤로 거대한 고신의 허상이 나타나 하늘과 땅을 뒤흔들 듯한 위압감을 발산했다.
“저, 저건⋯⋯ 서사!”
회오리 안에서 경악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천둥번개를 제련하다
“화염!”
무궁무진한 광기를 번득이며 한제는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왼쪽 눈동자에서 푸른 화염이 이글거리며 피어올라 온몸을 뒤덮었고 뒤이어 남색 주작의 허상이 나타나 날카롭게 울었다.
“키야아앗!”
주작의 울음소리에 따라 화염은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번개의 연못은 순식간에 남색 화염으로 뒤덮였다.
“천둥번개!”
이번에는 오른쪽 눈동자가 전광을 번득이더니 본원의 낙인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허공을 배회하던 거대한 뇌룡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포효하고는 다가와 남색 주작과 뒤얽혔고 이어서 놀라운 기세를 형성했다.
“가라!”
한제가 크게 외친 순간, 그의 온몸에서 붉은 빛이 번득였다. 어느새 소환된 붉은 검은 순식간에 커지더니 1천 척에 이르렀고 한제의 손에 쥐어 졌다.
그 순간, 한제의 뒤에 나타난 고신의 허상도 오른손을 들어 올렸고 그 손에서도 붉은 빛이 번득이더니 수만 척의 붉은 검 허상이 되었다.
한제의 온몸에서 흐르던 고신의 힘이 오른손을 타고 붉은 검으로 몰려들었다. 온몸을 두르고 있던 푸른 불바다 역시 순식간에 수축해 붉은 검으로 흘러들었고 남색 주작마저 붉은 검의 일부가 됐다.
동시에 거대한 뇌룡 역시 한제의 체내로 들어가더니 이내 붉은 검으로 녹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