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7
맹타자는 얼굴에 난 농양을 만지작거리며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육욕마군, 단목극, 이번에는 사람이 많으니 금제를 푸는 건 문제없을 것 같긴 한데 그 금제를 풀었을 때 얻게 되는 것들은 어떻게 나누지?”
육욕마군이 왕청월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에 손에 넣은 자가 가지는 것으로 하지. 그렇게 해야 영변단도 각자의 능력에 맞춰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자 단목극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이르지 않은가? 금제를 파괴한 다음에 다시 얘기해도 될 것 같은데?”
주변을 훑어보던 맹타자는 육욕마군을 따라온 젊은 청년을 보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 자는 우리가 금제를 없애는 데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육욕마군은 한제를 힐끗 바라보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자와 마찬가지로 세 번째 관문에서 쓸 데가 있을 걸세. 이 녀석은 3성 수련국의 천축 수련자로 귀신술(鬼神術)에 능하지. 세 번째 관문에 있는 그 생물들에게 효과를 낼 수 있을 거야. 몇 년 만에 겨우 찾아낸 수련자지.”
“그랬군. 흐흐, 저번에는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세 번째 관문도 이번에는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겠어!”
맹타자가 기괴하게 웃으며 한제와 그 청년을 훑어보았다.
그때 빛의 고리 밖에 있던 고왕이 두 손을 휘두르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고 검은색 기운은 마치 가는 비처럼 변했다. 점점 표정이 진지해지던 그는 두 손을 붙여 앞으로 밀었다.
순간 수많은 검은색 기운이 빛의 고리 안에서 발산되어 검은 용으로 변했다. 그 용은 한차례 포효한 뒤 곧장 줄어들어 고왕의 손바닥에 내려앉았다.
“됐다, 들어가자!”
고왕이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저물대를 두드려 그 검은 용을 챙겨 넣은 뒤 두 개의 옥팔찌를 꺼냈다. 이 옥팔찌는 크기가 약간 달랐는데 큰 것은 불그스름했고 작은 것은 회색빛이 돌았다.
고왕은 발을 살짝 굴러 빛의 고리 안으로 진입했고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육욕마군이 청년을 붙잡고 몸을 훌쩍 날려 뒤를 따랐고 뒤이어 왕청월도 입술을 핥은 뒤 뛰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단목극과 맹타자는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한제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날린 한제는 빛의 고리 밖에서 잠깐 멈춘 채 고개를 돌려 단목극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뻗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약속을 지키셔야지요.”
단목극이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급하게 굴지 말거라. 세 번째 관문을 열면 줄 터이니.”
한제는 냉랭한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맹타자는 한참 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음흉하게 웃으며 단목극을 지나쳐 곧장 빛의 고리 안으로 향했다.
단목극은 말없이 한제를 바라보다가 저물대에서 두 개의 단약을 꺼내 던졌다.
“가져가거라!”
한제를 그것을 받아들고 자세히 살폈다. 모완이 말한 그 약이 분명했다. 약간 작은 것은 화지단, 다른 하나는 입영단이었다.
단약들을 잘 챙겨 넣은 한제는 거침없이 빛의 고리로 뛰어들었다. 순간, 한제는 한 층의 얇은 막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한제는 숨을 들이마신 채 명하니 그 자리에 섰다.
이곳은 이전에 있었던 소멸의 공간과 놀랄 만큼 닮아 있었다. 시커먼 허무의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곳에는 원추형의 거대한 돌이 매우 많다는 점이었다. 이 거대한 돌들은 어떤 힘에 떠받쳐진 듯 허공에 뜬 채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한제가 서 있는 곳은 그중 폭이 약 3백 척쯤 되는 원추형 돌이었다. 돌 아래쪽으로는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한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빛이라고는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뿐이었다. 모두가 한제처럼 원추형의 돌 위에 홀로 서 있었다.
이미 이곳에 와본 적이 있는 네 사람은 표정에 변화가 없었으나, 왕청월은 다소 고민하는 표정으로 돌 가장자리까지 다가가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한편 육욕마군이 데려온 청년은 자리에 주저앉아 잔뜩 놀란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신식을 천천히 펼쳤다. 이곳에는 신식을 막는 어떤 금제도 없었다. 하지만 사방에 무시무시한 노인들이 있으니 자신이 서 있는 돌을 감쌀 정도로만 펼쳤다.
그때 육욕마군의 말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위험하지 않아. 그저 통로일 뿐이다. 편하게 앉아도 돼.”
한제는 그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한참 후, 그는 누구도 자신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오른손을 품에 넣어 화분맹 동굴에서 훔쳐 온 저물대를 만지작거렸다.
신식을 저물대 안으로 슬쩍 집어넣었지만 어떤 반응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제는 흠칫 놀라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으나, 지금은 좋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거두고 사방을 관찰했다.
그때, 줄곧 돌 가장자리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던 왕청월이 소리쳤다.
“저게 뭐지?”
아래 가득한 어둠에서 갑자기 두 개의 등불이 켜졌다. 수십 척에 달할 듯한 크기였다. 신식으로 그것을 훑은 한제는 심장이 덜컥했다. 그것은 등이 아니라 한 쌍의 눈이었다.
그 두 개의 눈은 갑자기 사라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다시 나타났다. 하지만 다시 나타났을 때 그 크기는 더욱 커져 있었다. 맹타자가 돌의 가장자리로 와 그늘진 얼굴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푸른색 가루가 떨어졌는데 어스름한 빛을 밝히며 천천히 떨어지던 이 가루는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밝아졌다. 그 가루가 두 개의 눈이 있는 곳에 이르자 모든 사람은 숨이 멎을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거대한 뱀 같은 생물이었는데 그 크기를 감히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어스름한 빛으로 밝혀진 부분만 봐도 족히 수만 척은 될 것 같았으며 그 굵기는 수천 척에 달했다. 자홍색 비늘로 가득 덮인 녀석의 몸은 어스름한 빛 속에서 기괴하게 번득거렸다.
거대한 머리에는 아홉 개의 거대한 뿔이 달려 있었고 빽빽하게 솟은 날카로운 이빨은 서늘하게 빛났다.
맹타자는 얼굴을 구기며 오른손을 거두었다. 그러자 어스름한 빛은 곧장 사라졌고 아래쪽은 다시 끝없는 어둠으로 뒤덮였다.
맹타자는 한참이나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황수(荒獸)야. 꽉 채운 화신기 수련자의 수준에 버금가지!”
육욕마군이 그늘진 얼굴로 침착하게 말했다.
“성질 돋우지 마. 저번에 이곳에 왔을 때도 그냥 둔 걸 보면 이번에도 건드리지만 않으면 그냥 둘 거야.”
“으아아악!”
그의 말이 막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아래쪽에서 낮은 포효가 들려왔다. 뒤이어 거대한 한 쌍의 눈동자가 점점 더 커지면서 짙은 비린내가 풍겨 올라왔다.
모든 사람은 순간 그 자리에 멈췄다. 맹타자는 다급하게 저물대를 두드려 몇 개의 단약을 꺼내더니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입에 물고 있으면 독을 막아줄 거야!”
육욕마군은 자신이 데려온 청년을 붙들고 멀리 달아났다. 단목극도 한제를 바라보았다. 허나 한제의 표정이 침착한 것을 확인하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따라와!”
그리고 그도 먼 곳으로 달아났다.
한제는 한손에 맹타자가 준 단약을 곧장 복용하지 않고 옆 사람들을 살폈다. 다른 사람이 모두 그 약을 먹고 몸을 훌쩍 날리자 그제야 약을 입에 넣었다.
모든 사람들은 원추형 돌을 디딤돌 삼아 뛰어올랐다. 이 돌들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한제가 단목극의 뒤를 따라잡았을 때, 아래에서 들려오던 포효는 점점 더 강렬해졌고 사방의 돌들이 그 포효에 진동했다.
바로 그때, 그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돌 하나가 갑자기 가루로 변해버렸다. 거대한 뱀의 머리는 그것을 뚫고 올라오더니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진한 비린내가 뒤쪽에서 훅 끼쳐왔다. 한제는 입에 단약을 문 채 재빨리 다른 사람들을 따라갔다. 뒤에서는 종종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으나 육욕마군이 데려온 청년 외에는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일행 중 가장 빠른 사람은 오행의 토둔술로 이름난 왕청월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호를 그리며 도망치는 것과 달리 반투명한 형체로 변한 그는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앞이 가로막히면 몸을 투명하게 변화시켜 곧장 그것을 관통했다.
“으아아악!”
뱀 황수는 사람들을 뒤쫓으면서 연이어 포효했다. 그러더니 순간 수만 척 길이의 몸을 드러내며 몸을 훌쩍 날렸다가 수련자들을 향해 아래쪽으로 맹렬하게 압박해왔다.
일행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미친 듯한 바람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왔다. 한제는 두 말 않고 저물대를 두드려 방어용 옥패를 꺼내들었다. 그에게는 사람들을 죽이고 저물대를 빼앗으면서 얻은 옥패와 법부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휘이익
옥패들은 각각 빛의 장막을 만들어내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한제의 몸을 감쌌다. 한제는 차분하게 옆으로 움직이다가 미친 듯한 기세의 바람이 끼쳐오는 순간 튀어 올랐다.
그와 동시에 고왕과 육욕마군은 자리에 멈추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왕은 진지한 얼굴로 저물대에서 오래된 종을 하나 꺼냈다.
땡땡
이 종은 나오자마자 커지더니 살살 흔들리며 종소리를 울렸다. 그 종소리에 따라 보이지 않는 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 파문에 닿은 돌들은 쩌저적 갈라졌다.
어느덧 가까이 다가온 뱀은 막 몸을 틀어 방향을 바꾸려던 중 종소리의 파문에 가격 당하고는 낮게 포효하며 입에서 검은 안개를 뿜어냈다. 그 안개의 위력은 굉장해, 주위의 돌들이 닿자마자 재로 변해 흩어져 버렸다.
맹타자가 만지작거리던 얼굴의 농양 중 하나를 비틀자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양한 악취와 함께 검은색 액체가 그 농포로부터 흘러나왔다. 동시에 맹타자의 몸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고 다시 나타났을 때는 이미 검은색 안개 앞에 당도해 있었다.
그가 입을 크게 벌려 숨을 들이마시자 검은색 안개는 빠르게 그의 입 속으로 흡수됐다. 안개를 흡수할수록 그의 등에 달린 혹은 검은 점점 커졌고 안개를 완전히 흡수했을 때는 작은 산만 한 크기가 되어 있었다.
비틀거리며 옆에 있는 돌 위에 선 그는 눈빛을 번득이며 거대한 뱀을 주시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방금 터졌던 그의 농양 안에서는 검은색 기체가 발산되었고 어깨에 올라 앉아 있던 두꺼비가 그 기체를 전부 흡수했다.
교룡
육욕마군은 고왕이 거대한 종을 꺼낸 순간 두 손으로 기이한 결인을 그으며 주문을 중얼중얼 외웠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이 한제에게 향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곧장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원영급 법보 옥패를 내던지며 입으로 수정 빛을 토해냈다. 반짝이는 수정 빛은 그의 앞에 나타나 육욕마군을 향해 번득이는 날을 세웠다.
육욕마군은 흠칫 놀라는 듯하더니 이번에는 그가 데려온 그 젊은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청년은 놀란 얼굴로 거대한 뱀을 바라보며 몸을 벌벌 떨었다.
“공(恐)!”
육욕마군은 두 눈을 번득이며 한 마디 외쳤다.
그 젊은 청년의 몸이 순간 진동하더니 코와 입으로부터 검은색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은 응결되어 하나의 검은색 검이 되더니 청년을 떠나 육욕마군의 앞을 막고 섰다.
청년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섰으나, 두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오른손으로 검은색 검을 가리킨 육욕마군이 복잡한 소리를 중얼중얼 외자 검이 점점 커지더니 결국 하늘을 찌를 듯 거대하게 변했다.
이 모든 것은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대한 종이 일으킨 파문을 뚫은 거대한 뱀이 입으로 검은색 안개를 뿜어내려던 그때, 육욕마군이 소리쳤다.
“가라!”
그의 앞에 있었던 검은색 검이 날아가더니 검은색 뱀의 머리를 베었다. 허나 거대한 뱀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바람에 검은 저 멀리로 날아갔다.
그러자 육욕마군의 곁에 있던 그 청년은 코와 입에서 피를 쏟아내며 허약하게 스러졌다. 그의 두 눈은 전보다 더 흐리멍덩해져 있었다.
고왕이 오른손을 휘두르자 거대한 종이 회전하기 시작했고 그 소리는 점점 더 묵직해졌다. 끝없이 일어나는 파문이 계속해서 뱀을 향해 쏘아졌다.
검은색 검에 베여 몸부림치던 뱀은 이어 거대한 종소리의 파문에 가격 당하자 몸을 크게 떨었고 분노가 어린 눈으로 포효하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작은 언덕만 한 입이 벌어진 순간, 한 줄기의 그림자가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을 본 고왕의 얼굴이 굳어버렸고 거대한 종도 사라져버렸다.
줄곧 거대한 뱀에 신식을 고정시켜둔 채 그것을 자세히 살피던 한제는 그것이 입을 벌린 순간, 입 안에서 다른 뱀의 머리가 나온 것을 확인했다. 비교적 작은 그 뱀의 머리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거대한 종을 물고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