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073
“저 문을 열어라!”
두 손을 들어 올린 한제는 그대로 거대한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 문을 열면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될 터였다.
멀리서 봤을 때의 한제는 이미 그 자신이 한 줄기 번개였다. 그의 원신과 의지를 비롯한 모든 것이 하늘에 저항하는 천둥번개가 되어 있었다.
공의 문을 향해 달려드는 번개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수만 명의 수련자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눈빛은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심신은 바들바들 떨렸다.
콰쾅!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리고 우주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한제는 문과 충돌했다.
그러자마자 번개가 된 한제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으나, 한제가 가진 천둥번개의 본원과 하늘, 땅, 원신, 자성, 도 그리고 영의 천둥번개까지 품은 힘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이 힘에는 한제가 만들어낸 극의 경계의 천둥번개와 혈맥의 천둥번개, 마지막으로 거역의 천둥번개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너져 내린 천둥번개 안에서 튀어나온 한제는 피를 왈칵 토해냈고 바들바들 떨리는 몸은 쾅 하고 대지에 처박혔다.
그러나 공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벌떡 일어난 한제는 이를 갈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번개 문양을 다시 소환하며 튀어나갔다. 모든 천둥번개의 힘을 쏟아부어 구현해낸 수만 척 길이의 문양이 공의 문을 향해 돌진했다.
“열려라!”
한제의 목소리가 수련성 전역에 울려 퍼졌다. 이미 잔뜩 겁을 먹은 수련자들은 멍하니 바라볼 뿐, 감히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자신들이라면 저럴 용기를 내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콰쾅! 쾅!
요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번개 문양은 또 한 번 무너져 내렸고 이번에도 한제는 피를 뿜어대며 쓰러졌다. 그러나 공의 문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문이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했다.
“안 돼!”
한제의 붉어진 눈에 어린 광기가 번득였다.
거대한 문이 사라지려던 찰나, 다시 한번 솟구쳐 오른 한제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바깥쪽으로 휘둘렀고 이에 하늘과 땅에서 천둥번개가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천둥번개의 주인인 내가 명한다. 이 우주의 모든 천둥번개여, 모여라!”
한제의 명령에 이 수련성은 물론이고 반경 1천만 리의 우주에서도 천둥번개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천둥번개는 번개의 연못을 형성해 일제히 한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한제는 거대한 회오리가 된 듯 몰려드는 모든 천둥번개를 흡수해 체내에 녹여 넣은 뒤 길이가 수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 문양을 형성했다.
이렇게 나타난 번개 문양은 한제의 의지를 품고 있었다.
“열려라!”
한제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세 번째로 달려들어 막 사라지려는 공의 문과 충돌했다.
콰쾅!
충돌과 동시에 한제의 몸은 격렬하게 경련했고 번개 문양은 폭발해버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이 사방을 휩쓸었다. 피를 토하던 한제는 온몸의 피와 살이 터져 나가며 그 충격에 휩쓸려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 꿈쩍도 않던 문이 미세한 틈처럼 조금 열렸다.
아주 작은 틈이었지만 열린 것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는 한제에게 희망을 주었다.
문은 이내 흩어져 사라졌고 한제는 쾅 하고 대지에 떨어졌다.
짧은 적막이 이어진 뒤, 주위를 둘러싼 수만 명의 수련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함을 지르며 한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자는 아직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중상을 입었다! 지금이라면 죽일 수 있어!”
“만만치 않은 자니 회복의 기회를 줘서는 안 돼! 당장 죽이자!”
살기 가득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사이 수만 명의 수련자가 각종 신통술과 법보를 이용해 한제에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그때, 한제의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이기는 했지만 치밀한 그가 아무런 대비도 없이 일을 벌였을 리가 없었다.
한제가 두 손으로 대지를 꾹 누르자 주위의 10만 개의 산이 요란하게 흔들렸고 전광이 흘렀다.
그리고 한제가 몸을 일으키자 10만 개의 산 역시 지면에서부터 하늘로 솟아올랐다.
산에 머물던 수많은 흉수들은 당황한 듯 도망쳤고 수많은 바위와 나무가 쓰러지고 구르며 짙은 먼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광경에 수련자들은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무려 10만 개의 산을 들어올리다니…
산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맴돌던 전광은 한제의 손짓 아래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며 사방을 매섭게 휩쓸었다.
그에게 쏘아져 오던 법보와 신통술들은 전광과 충돌하자마자 흩어졌고 이를 피하지 못한 수많은 수련자 역시 피를 토하며 무너져 내렸다.
전광에 휩쓸린 수련자들은 심지어 원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하지만 한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부상을 입은 상태라고는 해도 세 번째 단계의 관문에 다다른 그는 쇄열기 절정에 이르러 있었고 그런 그에게 이곳에 모여든 수련자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10만 개의 산이여, 내 천둥번개로 저들을 막아라!”
한제는 싸늘한 얼굴로 크게 손을 휘두르는 한편 무궁무진한 천둥번개를 흡수해 10만 개의 산에 녹여냈다.
쾅!
짧지만 강렬한 소리와 함께 산은 하강하며 이곳에 모여든 수만 명의 수련자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이에 수련자들은 화들짝 놀라 흩어지려 했지만 전광이 흐르는 산은 이미 그들의 사방을 뒤덮은 상태였다. 누구도 도망칠 수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수련자들의 수준은 각기 달랐고 한제 혼자로서 그들 전부를 압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련자들은 천둥번개의 압박을 받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그 아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다. 이에 10만 개의 산은 바들바들 떨었고 몇몇 산은 금방이라도 압박하고 있던 수련자들를 놓칠 것만 같았다.
한제는 차게 웃으며 오른쪽 눈으로 전광을 번득여 번개 문양을 또 한 번 형성했다.
문양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사방의 천둥번개를 끌어들이더니 한제의 손짓에 따라 떨어져 내렸다. 그러는 동안 10만 개로 나누어진 문양은 각각의 산 위에 떨어졌다.
번개 문양이 강림하자 산들은 떨림을 멈추고 더욱 강하게 수련자들을 압박했다.
산 아래에서 분노에 찬 수련자들의 포효가 들려왔지만 그들은 무슨 수를 써도 짧은 시간 안에 그 압박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한제의 얼굴은 약간 창백해져 있었다. 공의 문을 여느라 부상을 입은 데다가 수만 명의 수련자들을 압박하는 데 적지 않은 힘을 들인 탓이다.
‘태고 성신의 움직임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 더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한제는 몸을 훌쩍 날리며 축지성촌을 발휘해 사라졌다.
‘천둥번개의 본원을 완성했는데도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하다니⋯⋯.’
다음 순간 우주 어딘가에 모습을 드러낸 한제는 곧장 또 한 번 축지성촌을 발휘했다.
‘허나 하나의 본원으로 부족하다면 두 번째 본원을 완성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다섯 개의 본원을 완성해주마. 그럼 공의 문을 열지 못할 리가 없어! 다섯 개의 본원을 가진 채로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된다면 같은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 중 나를 당할 자는 없을 것이다!’
한제는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제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때, 진언족 수련성의 전광이 흐르는 10만 개의 산에 짓눌린 수련자들의 포효는 갈수록 약해졌다. 거대한 산에 완전히 봉인되어 더 이상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듯했다.
각 산에 찍힌 번개 문양은 어스름한 빛을 발하며 묵직한 위엄을 뿜어대고 있었다.
한참 뒤, 10만 개의 산 위쪽 허공에서 파문이 일더니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푸른 옷을 입은 중년 사내로 그는 바짝 졸아든 눈으로 대지 위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방금 이곳에⋯⋯ 공의 문이 나타났군! 그래, 이건 분명 공의 문의 기운이야!’
그는 어두운 얼굴로 무언가를 찾듯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허나 공의 문이 열리지는 않은 모양이군. 그게 열렸다면 곧장 알아챘을 거야. 어쨌든 공의 문을 소환할 수 있는 수련자가 나타났다니, 흥미롭군. 과연 장로회를 긴장시키고 6품 도령을 보상으로 내걸게 만든 자다워!’
중년 사내는 다름 아닌 사묵자의 분신이었다.
사실 그는 이 일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허나 이 순간, 이 임무는 무엇보다 중요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를 한층 더 신중하게 했다.
하늘에서 시선을 거둔 사묵자는 고개를 숙여 대지를 압박하고 있는 산들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동자는 다시 한 번 바짝 졸아들었다. 각 산에 찍힌 번개 문양을 살피면서 그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졌다.
‘천둥번개를 다루는 수련자로군! 그 힘을 이용해 세 번째 단계에 이르려 했어! 분명 천둥번개의 수련자로서 세 번째 단계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그래서 섬뇌족에는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자가 여태 단 한 명뿐이었지. 그마저도 공열기 초기에 발이 묶였으나, 그럼에도 공열기 중기 수련자조차 그를 두려워했지. 그래, 섬뇌족을 멸망시키려 한 이유가 있었군. 이자의 목적은 처음부터 섬뇌족의 불멸의 번개였어. 불멸의 번개를 삼켜 그 힘으로 공의 문을 소환해 낸 거야!’
사묵자는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자는 공의 문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고 천둥번개의 힘을 산에 융합시켜 수만 명의 수련자를 제압했다. 결코 만만한 자가 아니야. 일찍이 다 계획을 세워뒀던 것이 분명해!’
사묵자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두 눈은 한제에 대한 흥미로 기이하게 번득였다.
‘고신을 사냥하는 것도 흥미로웠는데 이자에게도 흥미가 생기는군. 좋아, 아주 좋아!’
사묵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 곧장 그곳을 떠나려 했다.
한데 그때, 그는 멈칫하더니 서서히 고개를 돌려 공의 문이 나타났던 허공을 다시 한번 자세히 살폈다.
“뭔가 이상하군.”
그의 표정이 점차 충격과 짙은 의혹으로 물들었다.
‘향불의 기운이… 없다!’
그는 한동안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오른손을 휘둘러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광풍은 멀리까지 퍼져 나가 한 폭의 거대한 화면을 형성했다.
사묵자는 이 화면을 통해 공의 문을 열기 위해 애를 쓰다가 10만 개의 산으로 수만 명의 수련자를 묶어두는 한제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가만히 이를 들여다보던 사묵자의 얼굴이 점차 창백해졌다.
‘이자는… 향불의 힘을 쓰지 않았어! 심지어 몸에서도 향불의 기운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본원의 힘만으로 공의 문을 소환하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심지어 아주 약간이기는 하나 공의 문을 열기까지 했잖아! 말도 안 돼! 향불의 힘도 없이 본원을 완성하고 공의 문을 소환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사묵자의 눈에 담긴 충격의 빛이 점차 사라졌다. 그는 곧 전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한제의 흔적을 따라 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사람을 잘못 봤구나
한편, 한제가 천둥번개의 본원을 완성해 공의 문을 소환한 그때, 태고 성신 내 남사족의 남산 위에서 칠현금을 쓰다듬던 남몽도존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고개를 들고 소매를 휘둘러 곧장 밖으로 나섰다.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이천매는 자신의 아버지를 힐끗 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멍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없이 또렷해진 상태였다. 이미 많은 것들을 떠올려낸 것 같았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남몽도존은 방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하늘을 뒤덮듯 나타난 남색 빛은 급속도로 응집되면서 하나하나의 화면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