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09
말을 마친 그는 곧장 돌아서더니 한 걸음 내딛었고 반짝이는 빛으로 부서지며 사라졌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그때, 남몽도존 역시 묘한 눈길로 먼 곳을 내다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2대 주작에게 포권을 했다.
“상황이 좀 묘하군. 어쨌든 나 역시 가봐야겠네.”
말을 마친 그는 곁에 있는 이천매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소매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부녀는 남색 빛으로 뒤덮이더니 사라졌다.
태황상인도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더니 바늘로 봉해져 있는 입술을 뒤틀다가 말없이 2대 주작에게 포권을 했다. 뒤이어 손으로 툭 후려치자 도마뱀이 길게 울부짖으며 날아올랐고 광풍을 일으키며 질주했다.
사묵자와 시선을 주고받던 운락 역시 포권을 하며 작별을 고하려 했다. 한데 그때, 세 번째 향에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세 번째 향에 불이 붙었다!”
“이렇게 빨리 불이 붙다니!”
모든 수련자의 시선이 향에 고정됐다. 떠나려던 운락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 향에서 피어오른 연기는 곧 하늘을 뒤덮었고 향은 빠르게 타들어 갔다.
하나, 둘, 셋…
배신자 3대 주작
천의 환계. 한제는 거대한 조각상의 손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그 손바닥 위에 나타난 아홉 빛깔의 화염은 마치 하나의 공 같았다.
화염은 나타나자마자 끔찍한 힘을 발산했다. 고작 셋을 세는 데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폭발한 열기는 한제로서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마치 자기 자신이 단로에 담긴 채 누군가에게 제련되는 법보가 된 것만 같았고 심지어 그 느낌은 점점 강렬해졌다.
화염은 한순간에 아홉 번씩 전환되었고 하나를 셀 시간이면 그 위력이 훨씬 증폭되었다.
셋, 단지 셋을 셌을 뿐인데 한제의 육신은 거의 무너져 내릴 듯했다.
‘이것은 시험이 아니라 제련이다.’
한제는 자신이 주작을 네 번째로 각성시킴으로써 허상의 화염을 탄생시키지 않았더라면 이미 영혼조차 이 화염에 완전히 불살라졌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편, 대제성에서는 한제의 육신이 덜덜 떨기 시작했고 온몸에서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솟아났다. 그러나 이 땀은 열기에 의해 곧장 증발되면서 안개로 변했다.
지금 그의 육신은 뜨겁게 달아오른 금속 같았고 이 열기는 육신을 완전히 망가뜨릴 것만 같았다.
천의 환계에서 버티고 있는 한제의 얼굴은 창백했고 표정도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크아아아!”
하늘을 향해 포효한 그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크게 휘둘렀고 왼쪽 눈에서 아홉 빛깔의 화염을 드러냈다. 손짓에 따라 밖으로 튀어나온 화염은 그의 몸을 에워싼 채 조각상의 손바닥에서 나타난 화염에 대항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거대한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넷, 다섯…
한제는 모르고 있었지만 대제성에 있는 그의 몸을 에워쌌던 부연 안개가 쾅 하고 흩어져 버리더니 세 번째 향은 절반 정도 타들어간 상태에서 멈췄다.
“태고 성신에는 이미 주작족이 있는데 어째서 화작족이 존재하는 겁니까?”
천의 환계에서 한제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배신자 3대 주작이 나의 보물을 훔쳐 달아나 화작족을 만들었다. 나는 이곳에 봉인되어 있어 그를 제때 처리하지 못했지. 더구나 화작족의 존재는 내게 이득이 되기도 하니까.”
짧게 답을 마친 목소리는 다시 침묵했다.
그 사이 한제를 불사르던, 1대 주작으로부터 기인한 화염의 힘은 또 한 번 증폭하더니 급기야 폭풍을 형성해 달려들었다.
콰르릉!
폭풍에 강타당한 순간, 한제가 소환한 화염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쿨럭!”
한제는 영혼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는 영혼의 기운을 한 움큼 토해내기까지 했다. 그의 안색은 죽은 사람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
혼백이 이럴 정도이니 육신이라고 무사할 리가 없었다. 대제성에서는 한제의 육신이 격렬하게 경련했고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이 피는 흐르기도 전에 열기에 의해 안개로 증발하거나 검은 재가 되어 흩날렸다.
이를 본 2대 주작의 눈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삼라염으로 시험을 하다니, 1대 주작님의 정신이 흐려지신 것인가? 천의 환계에서의 시험은 당사자에게 행운을 주는 것이 목적인데…?’
그때, 사묵자와 운락이 눈을 맞추었다. 운락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해보려 했으나, 좀 전에 본 한제의 눈빛이 떠오르자 심신이 떨려와 감히 그럴 수도 없었다.
여섯, 일곱, 여덟…
한제는 계속해서 피를 토해냈고 피부도 말라가면서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영혼에서 기인한 열기에 온몸의 피가 증발하는 듯했다.
천의 환계에서는 한제의 영혼이 이를 악문 채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1대 주작의 화염으로 형성된 폭풍은 더 이상 아홉 빛깔이 아니라 모두가 한데 섞여 있었으며, 그 안의 열기는 한제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치에 이른 상태였다.
끔찍할 정도의 작열감 아래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앞선 두 개의 시험보다 수천수만 배는 더 어렵고 힘겨웠다.
“이게 시험입니까?”
고개를 번쩍 쳐든 한제는 1대 주작의 조각상을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두 눈에서는 분노의 화염이 이글거렸고 결인을 그리자 오른쪽 눈에서 번개 문양이 드러났다.
콰쾅!
순식간에 천의 환계가 천둥번개로 가득 찼다. 이 천둥번개들은 단숨에 한제의 오른쪽 눈으로 몰려들었고 동시에 그의 눈에 나타난 번개 문양이 튀어나왔다.
사방에서 몰려든 천둥번개와 오른쪽 눈에서 튀어나온 번개 문양 속에서 한제는 아홉을 넘어 열을 셀 때까지 무사히 버텨낼 수 있었다.
한제를 감쌌던 번개 문양이 강한 빛을 번득였다. 그 안에는 한제가 네 번째로 각성시킨 주작의 화염이 들어 있었다.
“원고 선존과 원고 선황, 그 둘은 무슨 관계입니까?”
“너희 시대에 선황이라 부르는 존재가 내 시대에는 선존이라 불렸지.”
1대 주작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어떤 감정의 파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진 순간, 한제가 가부좌를 튼 손바닥 안의 화염이 한층 더 거세졌다. 동시에 그 안에서는 거대한 주작이 나타났다. 상당히 노쇠해 보이는 주작은 음산한 눈빛으로 하늘을 향해 울부짖더니 한제에게 맹렬히 달려들었다.
열하나…
한제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결인을 그려 번개 문양에 담긴 화염을 사방으로 마구 확산시켰다. 그리고 주작이 달려든 순간, 그는 벌떡 일어나면서 화염을 위로 떠밀었다.
콰쾅!
눈 깜짝할 사이 번개 문양과 주작이 충돌하면서 강력한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강력한 충격에 휩쓸린 그의 몸은 절반이 터져나갔고 힘이 흩어져 사라졌다.
대제성의 육신 역시 심하게 경련했고 피를 토해내며 휘청거렸다. 얼굴은 죽은 사람처럼 잿빛이 되었고 피가 뿜어져 나오더니 안개가 되어 증발해 버렸다.
이 광경에 대제성의 수련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2대 주작 역시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세 번째 향으로 다가가 손을 얹고는 식신을 불어 넣었다.
천의 환계에 2대 주작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조상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그는 우리 주작족이 아닙니까?”
“내게 계획이 있으니 너는 물러가라!”
낮게 울린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한 줄기 힘이 되어 2대 주작의 신식에 떨어졌고 그러자 그의 신식은 그대로 천의 환계 밖으로 밀려났다.
열둘…
번개 문양은 무너져 내리며 산산조각이 나 밀려나더니 한제의 오른쪽 눈동자 안으로 돌아왔다. 허나 온몸에서 이글거리던 화염이 우뚝 멈춘 늙은 주작도 곳곳이 무너져 내리면서 수백 척을 물러났다.
한제가 오른손을 휘둘러 저물공간을 소환하자 핏빛이 번득이더니 붉은 검이 튀어나와 곧장 주작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한제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려 하늘을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내 천둥번개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다시금 번개 문양을 응집시켜 태고의 뇌계를 열어라!”
열셋…
한제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온 세상을 뒤흔들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
콰쾅!
순식간에 왜곡되기 시작한 하늘에 길이가 1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그 안에서는 무시무시한 포효가 들려왔고 거대한 태고의 뇌룡 여러 마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도 어렴풋이 보였다.
태고의 뇌계를 여는 것은 오직 섬뇌족 대장로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한제는 그에게 수혼술을 펼쳤을 뿐만 아니라 천둥번개의 본원까지 가진 덕분에 이제 그도 태고의 뇌계를 열 수 있게 됐다.
뇌룡들이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균열에서 튀어나오려 했다. 한데 그때, 1대 주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작인!”
냉랭한 목소리가 떨어지자 하늘에 있던 늙은 주작이 길게 울며 균열을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녀석의 몸에서는 놀라울 정도의 화염이 들끓더니 하늘에 나타난 균열을 봉인했다. 마치 주작 자체가 거대한 봉인이 되어 태고의 뇌계를 그대로 막아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쿠오오오!”
균열을 통해 나오려던 태고의 뇌룡들은 포효를 내지르며 몸을 뒤틀었지만 주작인을 뚫지는 못했다.
열넷!
한제는 몸을 바르르 떨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을 가르며 나아가던 붉은 검이 곧장 방향을 틀어 조각상을 향해 돌진했다.
그때, 내내 감겨 있던 조각상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그 눈이 뜨인 순간, 붉은 검은 형태 없는 한힘에 둘러싸인 채 조각상의 미간쯤에 붙들려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 검을 네가 갖고 있었구나!”
1대 주작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놀란 기색이 담겼다.
대제성에서는 2대 주작이 어두운 얼굴로 한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1대 주작이 대체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그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열넷! 열넷까지 버텨냈어!”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나 한제는 육신이 거의 무너진 상태라 모두 이게 그의 한계일 거라 생각했다.
사묵자는 차가운 눈으로 2대 주작의 어두운 표정을 살피며 속으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