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38
“흠!”
검은 손바닥의 속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에 묘음도존은 표정이 급변해 한제를 뒤쫓으려던 것을 포기하고 몸을 돌려 결인을 그린 두 손을 휘두르며 입으로 보라색 안개를 분출했다. 그러자 안개 속에서 아주 오래되고 질박해 보이는 방패가 튀어나와 앞을 막아섰다.
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시커먼 손이 방패에 떨어졌다. 그러자 방패에는 수많은 균열이 일어났으나 끝내 부서지지 않았다. 다만 엄청난 충격에 뒤로 밀려나며 묘음도존과 충돌했다.
“큭!”
묘음도존은 피를 토해내며 다급하게 물러났다.
한데 그 순간, 한제의 표정에서 위축된 기색이 싹 사라졌다. 대신 두 눈 가득 살기를 번득이며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짙은 붉은 빛과 함께 핏빛 검이 나타나 묘음도존에게 돌진했다.
“전 저자의 모든 향불을 원합니다!”
한제가 앞으로 달려들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좋지. 난 저자의 몸에 내 영혼을 녹여 넣기를 원한다!”
늙고 음산한 목소리가 대답하듯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방패로 거대한 손바닥을 저지하던 묘음도존의 두 눈에 분노가 이글거렸다.
“대황! 약속을 어겼구나!”
“웃기는 소리! 난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그러나 한 번 내 법보를 훔쳐 간 네가 똑같은 짓을 또다시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 하하하!”
긴 웃음소리가 시커먼 손바닥 안에서 울려 퍼지더니 그 안에서 대황상인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게다가 저 녀석은 2대 주작의 후배다. 평생을 통틀어 나의 유일한 벗의 후배를 두고 어찌 떠나겠느냐! 네 몸은 내가 갖겠다!”
말을 마친 대황상인은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하고 시커먼 손바닥의 손톱 다섯 개가 곧장 검은 기운을 발산하며 튀어나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묘음도존에게 달려들었다.
다급하게 뒤로 물러나던 묘음도존의 뒤로는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붉은 빛이 나타나 있었다. 허나 그는 한제와 붉은 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한제가 자신에게 끼칠 수 있는 피해라고 해봐야 사소할 테니 지금 두려운 것은 대황상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다섯 개의 손톱을 목격한 순간 묘음도존의 방패에서 무궁무진한 보라색 안개가 분출됐다.
“기다려라, 이한제. 너는 천천히 처리해주마!”
묘음도존은 뒤로 뻗은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짙은 보라색 안개 속에서 흐릿한 허상이 나타났다. 보라색 갑옷을 입은 거대한 허상은 두 눈을 번득이며 붉은 검과 한제를 향해 삼지창을 휘둘렀다.
만약 대제성에서 그리 다급하게 떠나지 않고 한제와 사묵자가 싸우는 광경을 좀 더 지켜보았더라면 묘음도존은 이렇게까지 한제를 얕잡아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번개처럼 돌진한 붉은 검과 거대한 허상의 삼지창이 충돌했다.
콰쾅!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그 결과 붉은 검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곧장 삼지창을 꿰뚫고 거대한 허상마저 관통하더니 묘음도존에게 돌진했다.
“흡!”
이 갑작스러운 변고에 묘음도존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앞에서는 대황상인이 소환한 다섯 개의 손톱이 달려들고 있으니 피할 여유도 공간도 없었다.
위기의 순간, 묘음도존은 이를 갈며 두 손을 휘둘러 수많은 보라색 비늘을 소환했다. 비늘들은 요사스러운 보라색 빛을 발산하면서 눈 깜짝할 사이 그의 몸을 완전히 뒤덮었다.
꽈르릉!
우렁찬 소리와 함께 다섯 개의 손톱이 묘음도존의 방패를 산산조각 냈고 그대로 묘음도존에게 향했다. 붉은 검 역시 거의 동시에 달려들었다.
콰르르릉!
온 세상을 뒤흔들 듯 요란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격렬한 충격에 하늘의 균열들을 통해 안개가 쏟아져 들어왔다.
“크흑!”
묘음도존은 피를 토하며 밀려났다. 피범벅이 된 그의 주위로는 짙은 독기가 가득했고 몸을 뒤덮었던 보라색 비늘도 절반 정도는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그의 가슴을 꿰뚫은 붉은 검은 호를 그리며 한제에게 돌아갔다.
“소리의 본원, 물의 본원… 음랑멸도(音浪滅道)!”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묘음도존은 옆으로 다급히 몸을 피하며 외쳤다. 그는 자신이 한제를 얕잡아봤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허나 그는 한제가 지금까지보다 더욱 강력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과거 묘음도존은 소리의 본원으로 공의 문을 열어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태고 천성해(千星海)를 제련하는 동안 운 좋게도 물의 본원을 얻었다. 아직 완성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 둘을 융합했을 때의 위력은 막강했다. 그가 태고 5존 중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피범벅이 된 끔찍한 몰골로 그는 달아나며 날카롭게 외쳤다.
“대황! 네 맹세를 담은 문양이 내 손에 있다! 향불로써 한 맹세에 어찌 대응할 것이냐!”
묘음도존이 뒤로 물러나며 오른손을 휘두르자 그의 손에 대황상인이 향불로 맹세한 문양이 나타났다. 묘음도존은 곧장 주먹을 꽉 움켜쥐었고 그러자 문양은 쾅 하고 빛으로 무너져 내려 흩어졌다.
“흠!”
그를 쫓던 검은 손바닥 안의 대황상인은 창백한 얼굴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하지만 이내 거칠게 웃었다.
“크하핫! 내 공법은 네 공법과는 다르다. 난 하늘로부터 행운을 훔쳐낸 사람이야. 겨우 향불로 한 맹세로는 내게 중상을 입히지 못한다!”
대황상인은 손을 크게 휘둘러 하늘을 뒤덮을 듯한 검은 바람을 일으켰고 검은 손바닥으로 묘음도존을 바짝 뒤쫓았다. 동시에 거대한 손바닥의 다섯 손가락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지는 길이가 1천 척에 달하는 시커먼 지네로 변했다. 긴 촉수를 가진 지네가 몸을 꿈틀거리며 내는 쉭쉭 소리는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나머지 네 개의 손가락은 동시에 빛을 번득이며 각각 머리에 뿔이 하나 달린 거대한 검은 뱀과 거미, 전갈로 변했다. 특히 전갈의 꼬리는 공간마저 깨부술 정도로 강력해 보이는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엄지는 흉측한 두꺼비로 변했다. 등을 뒤덮은 혹에는 두려울 정도의 독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각 흉수들이 내뿜은 다섯 가지 독이 짙은 비린내를 풍기며 묘음도존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그들의 가운데 선 대황상인은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독을 품은 기운을 뿜어냈다.
한데 이 기운은 묘음도존이 아니라 대황상인 자신의 얼굴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그의 혼을 녹여 넣은 육신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썩어 들어가는 것처럼 누렇고 검게 물들더니 끔찍한 악취를 풍겼고 기이하게 꿈틀거렸다.
잠시 후, 그 육신은 대황상인의 본체와 똑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고 두 입술은 세 개의 바늘로 봉해져 있었으며 머리는 헝클어진 채였다. 허나 두 눈에서는 서늘한 빛이 번득였다.
“난 4만 년 전 세 명의 선인을 바늘로 만들어 나의 입을 봉했다. 오늘 그 이유를 알려주마. 대신 네 목숨을 거두어가겠다. 삼선, 봉인 해제!”
대황상인이 낮게 외치자 입술의 바늘 세 개가 곧장 뚫고 나와 각각 검은 빛이 되어 묘음도존에게 돌진했다. 동시에 대황상인의 두 입술이 벌어졌다.
묘음도존은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 두 팔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격렬한 폭발음에 세상 모든 소리가 뒤덮였다.
뒤이어 보라색 바다가 묘음도존 앞에 나타나 거대한 파도를 쳤다. 소리의 본원과 물의 본원이 합쳐져 형성된 바다로 그 파도에 봉인된 땅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또한 봉인된 땅으로 밀려들어온 대량의 안개가 묘음도존의 바다로 녹아들었다.
“크아악!”
지면에 있던 수련자들은 미처 피하지 못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하나둘 무너져 내렸다.
한제는 묘음도존이 신통술을 발휘한 순간 소매를 휘둘러 모든 흡혈마수를 거두고 앞으로 나섰다. 대황상인과 함께 묘음도존을 사이에 두고 협공을 퍼붓기 위해서였다. 또한 그는 광영순과 타오르는 번개 문양을 이용해 파도의 힘을 상쇄시켰다.
“열려라, 바다의 세계!”
묘음도존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포효했다. 그러자 그의 뒤로 무너져 내린 세상에서 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균열 안에는 우주가 있었다. 허나 그 우주에는 수많은 생령을 품은 보라색 바다만이 존재할 뿐 수련성은 없었다. 이 바닷속의 생령은 모두 묘음도존에게 향불을 바치는 존재들이었다.
묘음도존은 두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균열이 더욱 크게 벌어져 열 배 이상 늘어났다. 이제 끝이 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난 균열은 빠르게 무너져 내리는 봉인된 땅을 뒤덮다시피 했다.
거대한 균열 안에서 파도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10만 척이나 치솟은 보라색 바닷물 속 억만 개의 향불은 균열을 뚫고 들어와 대황상인에게 홍수처럼 밀려들었다.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마어마한 기세로 덮쳐 든 보라색 바다의 파도와 대황상인이 소환한 다섯 종류의 독이 충돌했다.
콰쾅! 콰르릉!
요란한 소리가 퍼져 나가면서 봉인된 땅은 완전히 산산조각 나 주위를 둘러싼 안개에 뒤덮였고 그 충격에 안개는 사방으로 끝없이 밀려났다.
한데 대황상인이 보라색 바다에 그대로 뒤덮이려던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갈래 검은 빛이 그의 두 입술 사이에서 번득이며 튀어나왔다.
그것은 혀였다.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커먼 혀가 바닷물과 충돌한 순간, 대황상인은 신음했고 튕겨 나온 기이한 혀에 강타당했다.
“크아악!”
대황상인은 피를 토해냈고 육신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한 줄기 분혼이 육신에서 튀어나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바닷물 역시 무사하지는 못했다. 바닷물은 대황상인의 기이한 혀와 닿자 보라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었고 끔찍하리만치 짙은 비린내를 풍겼다. 향불의 바다가 독의 바다로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만 같았다.
다시 나타난 거대한 손
파도와 충돌한 다섯 종류의 독은 거의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다섯 갈래의 검은 기운이 되어 비린내를 풍기는 바닷물에 녹아들더니 묘음도존에게 달려들었다.
“큭!”
묘음도존은 피를 토하며 다급하게 물러났다. 그의 미간에는 세 개의 바늘이 반 정도 꽂혀 있었다. 바늘들에서는 대량의 검은 기운이 풍겼고 다섯 갈래의 검은 기운이 회전하면서 묘음도존의 뭉그러진 가슴을 통해 체내로 깊이 파고들었다.
향불의 바다는 오염되었고 그의 육신은 기이한 독에 중독됐다. 물론 대황상인은 육신이 파괴되어 겨우 분혼 한 줄기만 남았으니 이 싸움은 따지고보면 묘음도존의 힘겨운 승리였다.
허나 아직 한제가 남아 있었다.
눈을 번득이며 기회를 노리고 있던 한제는 곧장 돌진했다. 눈 깜짝할 사이 두 사람의 거리는 수백 척으로 좁혀졌다.
묘음도존은 끊임없이 피를 토해내면서 고개를 번쩍 쳐들고는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오른팔이 몸에서 떨어져 나와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자폭했고 살점과 뼛가루로 흩어지면서 광풍이 되어 한제를 휩쓸었다.
그 광풍에는 묘음도존의 살의가 어려 있었다. 풍전등화의 상황에 몰린 그는 한제를 죽여야만 자신이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꺼져라!”
붉은 검에 기습을 당했지만 묘음도존은 여전히 한제를 세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한 미물로 여겼다.
그때, 우뚝 멈춰선 한제는 광풍이 달려들던 순간 오른손으로 미간을 두드렸다. 그러자 미간에서 나타난 고신의 반점 중 첫 번째 반점에서 천황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상의 천황로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실체를 갖춘 듯 또렷해지더니 광풍과 충돌했다.
콰쾅!
거대한 소리와 함께 진동하던 천황로는 묘음도존을 향해 매우 오랜 세월 숨겨두었던 것 같은 살기를 폭발시켰다. 그리고는 천황로에서 인영이 빠르게 튀어나와 광풍으로 돌진했다.
동시에 거대한 검은 조각상도 나타났다. 마신과 같은 조각상은 단단히 팔짱을 끼고 있다가 낮게 포효하며 두 팔을 풀었다. 그러자 파멸적인 힘 한 줄기가 묘음도존을 향해 발산됐다.
절묘하고도 적절한 순간이었다. 묘음도존은 중상을 입은 상태라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의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물과 다를 자 없는 한제가 이런 강력한 공격을 해올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