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4
하지만 지금 맹타자의 눈빛은 결연했다. 그는 두꺼비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순간 이동을 쓸 수 있는 곳이었다면 이렇게 곤란하지도 않았을 텐데. 이천, 이번에는 너에게 부탁을 좀 해야겠다.”
말을 마친 그는 오른손을 뻗어 두꺼비의 입에 집어넣었다. 두꺼비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바르르 떨었지만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그저 얌전히 눈앞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두 눈을 꼭 감았던 맹타자가 이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무정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천, 미안하다.”
오른손을 꽉 움켜쥔 그가 손을 홱 뺐다. 그의 손에는 주먹만 한 검은색 원단(元丹)이 들려 있었다. 그 원단에서는 강력한 영력의 파동이 발산되고 있었다.
곧 이천 두꺼비의 몸이 푹 쓰러졌다. 미약한 소리를 흘리던 녀석의 등에 난 돌기가 하나씩 터지기 시작했다. 터진 돌기에서는 악취를 풍기는 검은색 액체가 흘러 곧 그의 온몸을 적셨다.
꽥꽥.
울음소리에서는 더는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천 두꺼비의 원단을 쥔 맹타자는 두 말 않고 그것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러자 그의 몸은 경련을 일으켰고 얼굴에서는 검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곧이어 그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얼굴의 농양이 순간 모두 터지면서 그 안에 들어있던 독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 독이 닿은 사방의 벽에서도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영수의 몸 안에 들어있는 내단(內丹)은 여러 종류로 나뉘었으며 영수의 단계에 이르러야 체내에는 진정한 단이 생겼다. 몇몇 이수(異獸)의 체내에도 단이 맺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단이 아니었다. 오직 체내의 영력이 응결되어야만 그 안에 영력을 저장할 수 있는 단이 만들어졌다.
진정한 내단은 영수 체내에서 모든 신통력의 근간과도 같은 존재로 그 효과는 엄청났다. 하급 영수에 이르면 그 내단은 결단기 수련자의 단(丹)과 비슷한 지단(地丹)이 되었지만 진정한 결단기 수준의 수련자에 비하면 분명 달랐다.
중급 영수가 되면 지단은 천단(天丹)이 되며, 상급 영수가 되면 그 천단은 원단이 된다. 이 원단을 맺은 영수는 황수가 되기 직전의 단계였다.
황수의 단계에 이르면 내단은 원신(元神)이 되는데 그 후부터는 비할 데 없이 강렬한 마수로 거듭났다.
맹타자의 얼굴에서 피어오르는 검은색 기운이 더욱 진해졌다. 그는 바닥에 엎드린 채 오른손으로 이천 두꺼비를 쥐었다. 그리고 낮은 신음을 흘리며 그 두꺼비를 자신의 이마에 대었다.
두꺼비의 등에 돋은 돌기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는 갈수록 많아졌다. 이 액체는 맹타자의 얼굴에 난 농양을 따라 천천히 그에게 흡수되어 가더니, 결국 검은색 액체로 변해 완전히 흡수되었다.
맹타자의 등에 솟은 혹이 갑자기 불쑥 커지더니 수많은 낟알 형태의 돌기가 솟아올랐다. 이 돌기들은 빠르게 그의 등 전체로 퍼져 나갔다. 맹타자는 마치 이천 두꺼비와 흡사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두 눈을 살짝 감은 맹타자의 얼굴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천천히 미간에 응집되어 하나의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잠시 후 그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삼각형 모양으로 바뀐 그의 동공에는 무정한 빛이 번득였다.
맹타자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후두둑.
그 순간 검은색 번개가 그의 손바닥에서 나타났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고 시대의 마공(魔功)은 역시 신기하군. 상급 영수인 이천 두꺼비의 힘을 빌려 내 수준을 단기간 내에 꽉 찬 화신기 수준까지 올려주다니. 이번에는 정말 저 밖을 뚫고 나갈 수 있겠어. 다만 대가가 너무 크군. 어쩔 수 없는 상황만 아니었다면.”
말을 마친 그는 천천히 탑 밖으로 나갔다.
콰쾅!
그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응집된 신식이 만들어낸 번개가 갑자기 내리쳤다. 맹타자는 잔인한 표정으로 입에서 초록색 연기를 분출했다. 신식 번개는 이 초록색 연기에 닿자 눈에 띄게 느려졌다. 그 기회를 틈타 몸을 훌쩍 날린 맹타자는 한 회오리바람을 꿰뚫었다.
순간 그 회오리바람은 회전을 멈추었고 그 안에 모여 있던 작은 마수들은 흩어졌다. 하지만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자폭하듯 터져 죽은 그들의 피가 사방으로 퍼졌다.
맹타자는 무정한 눈으로 곧장 다음 회오리바람에 뛰어들었다.
곧이어 수억 마리의 작은 마수들이 융합한 신식이 번개와 같은 빛을 번득이는 긴 창 모양을 이루었다. 하늘에서 조용히 나타난 그 창은 허공을 쪼갤 듯한 기세로 빠르게 내리쳤고 긴 잔영을 남기며 맹타자의 앞에 이르렀다.
우르릉!
그러자 토행의 땅에 드리운 금제에 부딪히면서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제가 있는 회오리바람은 그로부터 비교적 먼 곳에 있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그는 맹타자의 사람도 귀신도 아닌 듯한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특히 맹타자의 허리춤에 매인 저물대에 집중했다.
신식으로 이루어진 긴 창을 힐끗 본 맹타자는 즉각 두 손으로 결인을 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의 입이 크게 벌어진 순간, 그 안에서 진한 초록색 연기를 내뿜는 작은 솥이 튀어나왔다.
챙-
그 솥은 곧장 초록색 연기를 내뿜었고 긴 창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그 솥에 적중했다.
솥과 창이 부딪힌 순간, 하늘을 뒤흔들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1백 척 굵기의 고리형 파문이 사방을 휩쓸었다. 회오리바람들도 그 기세에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그 파문을 제때 피하지 못한 작은 마수들은 그 자리에서 재로 변해 버렸다.
한제는 다른 회오리바람을 따라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맹타자에게, 정확히는 그의 저물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파팍
허공에 떠 있던 초록색 작은 솥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둘로 나뉘더니 공중에서 뚝 떨어졌다. 그 솥을 공격한 긴 창은 끝에서부터 초록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전체가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이어 부르르 진동하던 긴 창은 여러 개의 신식으로 나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흩어진 신식에도 초록색 빛이 감돌았다.
맹타자는 초록색 솥이 쪼개진 순간 몸을 웅크리며 몇 움큼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의 영혼과 연결되어 있는 법보인 초록색 솥은 화신기 후기에 이른 그의 주문으로 수억 마리의 신식을 감당하느라 결국 쪼개지고 말았다.
맹타자는 쪼개진 법보에 가슴 아파 할 틈도 없이 새빨개진 두 눈으로 하늘을 뒤덮은 초록색 신식들을 주시하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내 영혼으로 이어진 법보를 대가로 치른 만큼 너희들도 모두 함께 매장해주겠다. 터져라, 터져라, 터져라!”
초록색 빛으로 물든 신식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터진 신식은 연기로 변해 사방으로 흩어졌고 신식을 잃은 작은 마수들의 몸뚱어리가 허공에서 뚝뚝 떨어졌다.
신식이 터지면서 사방의 회오리바람은 거의 반으로 줄었고 작은 마수를 잃은 회오리바람들은 회전을 멈추어버렸다.
맹타자는 오른손을 꽉 쥐어 둘로 쪼개진 초록색 솥을 자신의 저물대에 챙겨 넣은 뒤 이 기회를 틈타 먼 곳으로 달아났다. 그가 향한 방향은 공교롭게도 한제를 중심으로 한 회오리바람이 있는 곳이었다.
우르릉-!
이때 하늘을 뒤집을 듯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격렬한 소리를 내며 진동하더니 회전을 멈추었다. 그러자 그 중심에 있던 30척 정도의 거대한 새 형태의 마수가 드러났다.
회오리바람을 이루는 작은 마수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통로에서 보았던 교룡보다는 훨씬 작은 그 마수는 분노에 찬 비명을 내지르더니 몸을 훌쩍 날렸다.
녀석의 길고 날카로운 부리에서 파문이 발산되었는데 그 파문이 닿은 곳마다 쩍쩍 갈라지는 것으로 보아 그 위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아직 흩어지지 않은 사방의 회오리바람들도 모두 맹타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특히 그가 막 지나쳐 간 곳에 있던 회오리바람들은 신식과 음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격했다.
하지만 맹타자를 가로막는 회오리바람들은 산산이 흩어졌고 무수히 많은 작은 마수들이 죽어나갔다.
그러나 회오리바람을 뚫고 질주할 때마다 맹타자의 미간에 자리한 검은색 소용돌이는 점점 옅어졌다. 그 역시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는 이천 두꺼비를 통해 높였던 자신의 수준이 원래대로 돌아올 시간이 머지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이런 때에 멈춘다면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거대한 마수의 음파에 당할 것이 분명했기에 절대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한제는 예리한 눈초리로 그 새 형태의 마수가 음파를 발산하는 순간 머리 부분에 금색 빛이 반짝 스쳐가며 그 안쪽에 자리한 금색 손가락뼈를 비추는 것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자세히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맹타자는 부쩍 가까워져 있었다.
한제는 저물대를 두드려 교룡의 힘줄을 꺼냈다.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그 교룡의 힘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데 얽혀 더욱 두꺼워졌다.
맹타자가 가까워진 순간, 한제가 숨어 있는 회오리바람은 빠르게 옆으로 비켰다. 그리고 맹타자가 그 회오리바람 옆을 지나가던 그 순간, 교룡의 힘줄이 뻗어 나갔다.
다른 회오리바람에 부딪힌 순간, 맹타자는 사방에 가득한 영력의 파동 중 약간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이 자리에 자신 외에 다른 수련자가 있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오른쪽 다리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끌려갔고 그 순간 맹타자의 얼굴은 충격으로 굳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오른발을 휘감고 있는 것이 어느 마수의 힘줄로 만들어진 법보이며, 이런 법보를 사용하는 것은 작은 마수가 아니라 다른 수련자임을 단박에 파악했다.
이런 등급의 마수 힘줄로 만들어진 법보 정도야 이전의 맹타자였다면 신경 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영력을 한 번 발산하기만 하면 산산조각이 날 것이었으며, 독을 쓴다면 이 법보를 다룬 사람까지 독살시킬 수 있을 터였다.
허나 지금은 수많은 회오리바람이 그의 사방을 가로막고 신식과 음파로 끊임없이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공격에 대항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지금 그는 영기를 이용해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법보마저 망가진 상태였으니 상고 시대의 마공으로 이천 두꺼비를 흡수하지 않았다면 벌써 죽어버렸을지도 몰랐다.
이 중요한 순간, 평소였다면 눈에 차지도 않았을 교룡의 힘줄은 목숨을 빼앗아가는 부적처럼 그의 몸에 낙인을 찍은 셈이었다.
저 교룡의 힘줄을 부숴버리는 것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러려면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고 그랬다가는…
“으윽!”
뒤에서 닥쳐온 음파가 몸에 적중한 순간, 맹타자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다시 앞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그의 곁을 스쳐간 회오리바람에서 손 하나가 불쑥 나와 그의 허리에 매여 있는 저물대를 가로챈 뒤 다시 회오리바람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맹타자는 그 회오리바람 속에서 한제의 차가운 웃음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극도로 분노한 그는 다시 한 움큼의 피를 토해냈다. 그 선혈은 아찔한 기운을 풍기며 한제가 들어있는 회오리바람을 뒤쫓았다.
저물대를 손에 넣은 한제는 곧장 두 번째 마혼을 통제하여 재빨리 두 번째 관문으로 진입하는 입구인 소용돌이로 향했다.
바람을 탈취하다
한제를 뒤쫓던 선혈에는 치명적인 독이 함유되어 있었다. 한제는 자신의 회오리바람이 공격당한 순간 몸을 훌쩍 날려 회오리바람에서 빠져나왔다. 그의 뒤를 마혼 두 마리가 바짝 다르고 있었다.
한제는 땅에 착지하자마자 토둔술을 펼쳐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 회오리바람을 이루고 있던 작은 마수들은 선혈에 모두 죽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눈 깜짝할 짧은 순간에 발생한 일들이었다. 맹타자의 허리에 매여 있던 저물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맹타자는 새 형태의 마수가 발산한 음파 속에서 온몸의 뼈와 살이 분리되었고 그의 등에 돋아난 수많은 돌기들은 분분히 터져 악취를 풍기는 검은 액체를 사방으로 튀겼다. 그 액체에 닿은 작은 마수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죽어갔다.
그는 선혈을 통한 공격이 회오리바람에 가로막힌 것과 한제가 자신의 저물대를 챙겨 유유히 달아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순간, 한제에게 강력한 살의를 느꼈다. 만약 한제가 아니었다면 벌써 회오리바람 사이를 빠져나가 어쩌면 두 번째 관문에 진입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한제의 등장으로 인해 바뀌어버렸다. 맹타자는 그제야 자신이 지금껏 한제를 위해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저 녀석의 수준으로 안전하게 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겠는가!
맹타자의 몸은 하늘을 뒤흔들 듯한 기세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다. 가슴 속에 한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한제의 몸은 연기가 되어 눈 깜짝할 사이에 회오리바람 무리를 벗어났다. 그의 사방에 있던 회오리바람 몇 개가 달려들었다.
허나 한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그 순간 하나의 회오리바람이 빠른 속도로 다가와 그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다른 회오리바람들을 밀어낸 후 유유히 떠나갔다.
한제는 회오리바람 속에 숨어든 채 빠른 속도로 먼 허공에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여러 회오리바람들이 달려든 순간 두 번째 마혼을 보내 근처에 있는 회오리바람들을 흡수했다.
회오리바람에 숨어든 한제는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다음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하늘을 뒤흔들 듯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지금 냉랭한 시선으로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바로 한제가 숨어든 그 회오리바람이었다.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갑자기 포효했고 그러자 주변에 있던 회오리바람들이 일제히 한제를 뒤쫓았다.
그리고 그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기괴한 눈빛으로 자신이 사로잡은 맹타자를 바라보며 그를 데리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한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던 거대한 회오리바람은 천천히 사라졌다.
한제를 뒤쫓기 시작한 회오리바람의 속도는 저마다 달랐다. 작은 마수의 수가 많을수록 속도가 더 빨랐다.
그들은 자연히 거의 일직선을 이룬 채 한제를 추격했다. 한제를 감싸고 있는 회오리바람 안에 있는 작은 마수들의 수는 적지 않아 제법 빠른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