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5
뒤에서 여러 회오리바람들이 자신을 뒤쫓고 있었지만 한제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속으로 셈을 하더니 쫓아오고 있는 회오리바람들 중 속도가 빠른 몇몇을 주시했다. 이윽고 그는 입을 벌려 번쩍이는 빛을 토해냈고 그 안에서 나온 비검은 한제를 뒤쫓던 회오리바람 쪽으로 향했다.
이 비검에는 극의 신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제의 목표는 병사들에 불과한 작은 마수가 아니라 중앙에 자리한 이족의 지휘자였다.
극의 신식의 작용 아래 수정 비검의 예리한 날이 번쩍 빛을 발하자 한제가 노린 몇몇 회오리바람 중 하나가 갑자기 붕괴하며 회전을 멈추었고 그 회오리바람을 이루고 있던 작은 마수들은 일시에 흩어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어려 있었다.
탁탁.
한제는 멈추지 않고 두 손을 두드렸다. 그러자 수정 비검은 계속해서 한제를 뒤쫓고 있는 회오리바람 무리 속에서 번쩍번쩍 빛을 발하며 움직였고 그때마다 한제가 노린 회오리바람들은 곧장 반 토막이 나버렸다.
이때 한제는 자신을 뒤쫓는 회오리바람에서 신식을 응집시키려 하는 기척을 느끼고 오른손을 흔들었다. 수정 비검은 곧장 번쩍이며 한제에게로 돌아왔다. 더 이상 적들을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공격을 했다가는 비검이 공격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는 맹타자처럼 자신과 영혼으로 연결된 이 법보를 둘로 쪼개버리는 실수를 범하기는 싫었다.
한제는 비검을 거두고 계속해서 도망쳤다. 한제와 회오리바람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벌어졌다. 한제가 미리 골라 제거한 회오리바람은 비교적 덩치가 큰 녀석들이었으며 속도도 빨랐다.
이 모든 상황은 사실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발생한 일들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리가 벌어지자 작은 마수들은 신식을 응집시켜 번개를 만들어냈다. 허나 한제는 여전히 침착했다. 응집된 신식이 공격을 가한 순간, 그는 마음속으로 두 번째 마혼에게 명령을 내렸다.
“으아아악!”
그러자 두 번째 마혼이 통제하고 있던 작은 마수들은 분분히 뒤쪽을 향해 날카로운 소리를 내지르며 음파 공격을 펼쳤다.
음파 공격이 공기를 가르며 쏘아져 나가자 그 기세로 한제를 감싼 회오리바람은 더욱 빠르게 앞으로 튕겨 나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응집된 신식으로 만들어진 번개는 허공을 때렸다. 작은 마수들이 다시 준비를 마치고 공격했을 때, 한제의 회오리바람은 이미 저만치 더 멀리 떨어진 상태였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시야에 확연히 들어왔다. 한제는 눈을 번득였다. 사실 맹타자의 저물대를 빼앗을 계획만 하지 않았더라도 벌써 두 번째 관문에 들어가고도 남았을 터였다.
만약 지금 회오리바람에서 벗어나 홀로 움직인다면 소용돌이로 안전하게 진입할 가능성은 8할 이상이었다. 하지만 한제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는 두 번째 관문에 대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알지 못했다. 혼자 냅다 들어가 버리면 첫 번째 관문에서처럼 운 좋게 자신을 대신해 길을 열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뒤를 쫓고 있는 회오리바람으로 시선을 돌렸다. 만약 그 회오리바람을 데리고 두 번째 관문으로 들어간다면 두 번째 관문에서도 큰 무기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 소용돌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는 회오리바람을 자세히 살피더니, 이를 악물고 신식을 통해 두 번째 마혼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순간 그를 감싼 회오리바람의 속도가 느려졌다.
순식간에 뒤에서 쫓고 있던 회오리바람들과의 거리가 5백 척 정도로 좁혀졌다. 그와 동시에 각종 신식과 음파를 통한 공격이 쏟아졌다.
이때 한제의 몸을 감싼 회오리바람과 거대한 소용돌이 사이의 거리도 5백 척 정도였다. 회오리바람이 전력을 다해 움직이면 숨 한 번 들이쉴 시간 안에 이를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다면 뒤쪽에서 쫓아오고 있는 회오리바람은 소용돌이까지 숨을 두 번 들이쉴 시간에 도착할 터였다.
첫 번째 숨을 들이쉬는 사이, 한제는 저물대에서 물건을 하나 꺼냈다. 회오리바람 뒤쪽에서 응집된 신식의 공격이 전해져오는데도 그는 전혀 속도를 내지 않고 오히려 그 자리에 서서 회오리바람 안의 작은 마수들의 신식을 통해 그것에 대항했다.
단 한 번의 숨을 쉬는 사이, 한제를 감싸고 있던 회오리바람은 반쯤 죽어버렸다. 허나 한제의 눈빛은 여전히 침착했다. 이때 그와 뒤쪽에 있는 회오리바람과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두 번째 숨을 들이쉬는 사이, 한제의 몸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과감하게 회오리바람을 뚫고 나갔다.
휘휘.
뒤쪽에 있던 회오리바람들은 사납게 몰아치며 음파 공격을 퍼부어댔다. 날카로운 소리가 하늘을 뒤덮을 듯했다.
한제를 품고 있던 회오리바람은 한제가 떠난 순간 두 번째 마혼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어버렸다.
이때, 한제의 몸은 이미 소용돌이 속에 서 있었다. 그의 뒤를 쫓아온 회오리바람 역시 소용돌이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 회오리바람들은 소용돌이 앞에서 멈추었다가 얼른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한제가 이를 그냥 둘 리 없었다.
그는 40개 정도 되는 회오리바람을 노려보며 좀 전에 저물대에서 꺼낸 물건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순간 고리 형태의 빛이 그를 중심으로 발산되어 사방의 회오리바람을 감쌌다.
그러더니 청룡의 그림자가 옥패에서 나타났다. 청룡은 한제의 통제에 따라 빛 고리 안을 맴돌았고 순간 소용돌이 안은 보라색으로 번쩍였다. 이 빛은 한제와 그의 방어용 진으로 에워싸인 모든 것들을 함께 끌어당겼다.
눈 깜짝할 사이, 빛의 고리에 둘러싸인 40여 개의 회오리바람이 모두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 천천히 사라졌다.
이때, 그 뒤에서 일직선을 이룬 채 쫓아오던 나머지 회오리바람 역시 소용돌이 쪽으로 달려들었으나 소용돌이에 닿자마자 산산이 흩어졌다. 그 앞에 모여든 회오리바람은 점점 많아졌지만 몇 번을 시도해도 소용돌이 안으로 진입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은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첫 번째 관문인 토행의 땅은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다만 어느 한쪽 구석에서 맹타자의 몸은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멍했으며 그의 앞에는 키가 30척에 달하는 마수가 있었다. 그 마수의 이마에 달려 있던 금빛 손가락뼈가 반짝거리며 천천히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손가락뼈가 맹타자의 미간을 두드렸다.
한편 한제는 소용돌이에서 나온 순간 곧장 신식을 펼쳐 사방을 경계한 뒤 저도 모르게 넋을 놓았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뿌옇고 흐릿한 세상이었다. 검은색 돌로 이루어진 아치형의 긴 다리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제는 신식을 거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청룡 방어진은 건재했고 그 안에 들어 있는 40여 개의 회오리바람은 맹렬하게 회전하며 빛 고리를 벗어나려 야단이었다. 회오리바람이 부딪힐 때마다 빛 고리는 조금씩 어두워졌다.
한제는 방어진을 거두었다. 그러자 빛 고리와 청룡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40여 개의 회오리바람은 곧장 휘휘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퍼졌다.
이후 한제가 오른손을 까딱하자 두 번째 마혼은 곧장 그 회오리바람들을 향해 포효했다.
“으아아아아!”
그 포효에 우뚝 멈춘 회오리바람 중 하나에서 작은 마수 한 마리가 나오더니 두 번째 마혼과 한 데 엉켰다. 한제는 여유롭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는 그의 계획 중 하나였다.
첫 번째 관문에서 두 번째 마혼으로 하여금 싸우지 않게 한 것은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회오리바람이 많아서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더 많은 회오리바람이 몰려올 것이었고 그렇게 되면 두 번째 마혼이 패배하는 순간 도망을 치려고 해도 도망칠 길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회오리바람은 40여 개에 불과했다. 그러니 상황도 이전과는 당연히 달랐다.
사흘 뒤, 한제는 검은 돌로 만들어진 다리에 서서 먼 곳을 내다보았다. 그의 뒤에는 42개의 회오리바람이 회전을 하며 빽빽하게 서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은 중간에 있는 하나의 회오리바람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붉은색 빛이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었다.
이 회오리바람의 지휘자는 이미 두 번째 마혼과 완전히 하나로 융합된 상태였다. 다만 그 융합된 신식들은 한제에 의해 분리되어 영혼의 깃발 안에 봉인됐다.
한제는 그 신식으로 더 많은 마혼들을 만들 생각이었다. 또한 이런 조치를 통해 두 번째 마혼이 지나치게 많은 신식과 융합하여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었다.
명결
한제는 번득이는 눈빛으로 검은색 돌다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지난 사흘 동안 그는 줄곧 돌계단을 관찰했지만 단 한 번도 그 다리에 발을 올린 적은 없었다.
한제는 한참 후에 오른손을 뒤쪽으로 휘둘렀다. 순간 42개의 회오리바람이 빠르게 흩어지면서 회전을 멈추었다. 그리고 수만 마리의 작은 마수들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한제는 두 눈을 살짝 감고 두 번째 마혼과의 연결을 통해 작은 마수들을 감지했다. 수많은 작은 마수들은 사방으로 흩어지며 날아갔다.
휙휙
그렇게 날아가는 소리는 멀리에서 들려오다가 곧 작아지더니, 결국에는 그 소리마저 사라져갔다.
한참 뒤, 그는 눈을 번쩍 뜨더니 몸을 훌쩍 날려 서북쪽 방향으로 날아갔다. 곧 사방팔방에서 날아온 작은 마수들이 그의 주위로 몰려들어 회오리바람을 이루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제는 우뚝 멈추었다. 그의 눈앞에는 3백 척 높이의 돌로 된 비석이 서 있었다. 약간 붉은색을 띈 비석에서는 요사스러운 기운이 풍겼다.
웅웅 .
몇 마리의 작은 마수들은 그 비석 위에 올라앉은 채 날개를 퍼덕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제가 온 것을 본 그 마수들은 곧장 날아올라 그를 에워싼 회오리바람에 섞여 들어갔다. 한제는 비석을 살폈다. 그 위에는 「불귀로(不歸路)」라고 쓰여 있었다.
이 글자에서는 침착하고 착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풍겼다. 한제는 그 글자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비석의 우측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을 또 한참이나 의심스럽게 살피던 그는 오른손을 흔들어 강한 바람을 일으켜 비석의 석회를 날려버렸고 그러자 그가 응시하고 있던 곳에 한 줄의 작은 글씨들이 드러났다.
난 토행의 땅을 지나 그곳의 가장 큰 마수를 굴복시키고 이 죽음으로 가는 길에 이르렀다. 이곳은 꽤 흥미롭다. 이에 글을 남긴다. 만약 이곳에 이른 후대의 사람이 있거든 ‘불귀(不歸)’라는 그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라.
한제는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내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글자는 그가 막 토행의 땅에 들어가자마자 검은 탑 안에서 보았던 그 글자와 같은 필체였기 때문이었다.
글의 뜻을 더듬어 보면 이 사람은 토행의 땅을 간단하게 넘어온 모양이었다. 그 거대한 회오리바람 속에 있던 마수도 굴복시켰다고 했다.
얼른 정신을 차린 한제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만약 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마수는 왜 아직도 토행의 땅에 있는 것일까? 이 글이 거짓인 걸까?’
물론 이 사람이 정말로 그 마수를 굴복시켰으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또 하나의 마수가 태어난 것일 수도 있었다.
한제는 이 글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리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한제의 시선은 다시 ‘불귀로’이라는 글자에 머물렀고 그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한참 뒤, 그는 검은 돌다리로 돌아갔다. 회오리바람도 그를 쫓아왔다.
돌다리 옆에 도착한 한제가 저물대를 두드리자 허이국 마혼이 곧장 튀어나왔다. 그는 질투심 어린 눈빛으로 회오리바람을 노려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작은 마혼 녀석은 수가 많은 것뿐인데 뭐 대단하다고 여기까지 데려온 거람!’
한제가 돌다리를 가리키자 허이국 마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번에 그는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회오리바람을 힐긋 바라보았다.
‘봤냐? 이 주인 녀석은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이런 일에 날 쓰려고 하지도 않겠지!’
그는 한제를 향해 비굴한 웃음을 지어보인 뒤 두 말 않고 돌다리 위로 날아갔다. 한참 멀리 날아갔는데도 어떤 위험한 기색도 없었다. 마혼은 그 위에서 몇 바퀴를 돌다가 돌아왔다.
한제는 미간을 살짝 구긴 채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회오리바람에서 작은 마수 한 마리가 날아와 그의 손바닥에 올랐다. 그리고 작은 눈으로 한제를 주시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그 작은 마수는 검은 돌다리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3보 정도 날아간 작은 마수는 그 자리에 멈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한제는 진중한 시선으로 그 마수를 주시했다.
몸을 덜덜 떨던 작은 마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때, 그 녀석이 밟고 있던 돌다리에 소용돌이 하나가 나타나더니 단숨에 그 작은 마수를 집어삼킨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갔다.
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이 돌다리는 불귀로를 통과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다시 몇 마리의 작은 마수들을 돌다리 쪽으로 보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다만 여러 마리를 함께 보냈을 때는 첫 번째 마수가 삼켜지고 난 후에야 남은 마수들도 순서대로 삼켜진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불귀(不歸), 가면 돌아올 수 없다는 뜻인데.”
그는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 다리로는 향하지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품에서 두 개의 저물대를 꺼냈다. 그 중 검은색 천에 금색 실로 자수가 놓인 저물대는 신도술을 익히기 위해 들어갔던 전신전 동굴에서 미심쩍은 시체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저물대의 저항력 때문에 한제의 신식은 안으로 진입할 수도 열 수도 없었다. 이 안에 상대의 신식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신식을 지워야만 저물대를 열 수 있을 터였다.
허나 이 저물대에 심어진 신식은 너무나 강력해서 한제는 몇 번이나 저물대를 열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한 상태였다. 자신의 신식으로 그 신식을 덮어 이 신식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지 않도록 해보기도 했지만 신식 주인과의 감응을 깰 수는 없었다.
또 다른 저물대는 맹타자에게서 빼앗은 것으로 이 저물대에 심어져 있던 신식은 이미 지워진 상태였다. 이를 통해 한제는 그가 이미 죽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맹타자의 저물대를 연 한제의 눈이 번쩍 빛났다. 과연 화신기 수준의 수련자답게 이 저물대에는 그가 지난 수천 년간 모은 물건들이 가득했으며, 영석만 해도 상급 영석으로만 삼십만 개가 넘었다.
한제가 가장 놀란 것은 이 저물대에 얌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반짝이는 마름모형 돌 두 개였다. 이는 정말 희귀한 최상급 영석이었다.
한제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최상급 영석 두 개만 해도 이 모험에서 얻은 수확으로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갖가지 병도 여러 개였지만 반으로 조각난 초록색의 작은 솥을 제외하면 다른 법보는 없었다.
잠시 그것들을 살피던 한제는 맹타자가 검은 탑에 갇혀 있던 동안 가지고 있던 법보들을 모두 써버렸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원래 맹타자가 가지고 있던 법보는 결코 적지 않았고 모두 원영급 이상의 법보였다.
대신 맹타자의 저물대에는 적지 않은 옥패가 들어 있었다. 한제는 그 옥패들을 하나씩 꺼내 이마에 얹은 뒤 살펴보았다. 옥패를 살피면 살필수록 한제의 표정을 밝아졌다. 각종 단약을 만드는 방법이나 법보를 제련하는 방법, 그리고 영수들에 대한 설명 등이 기록되어 있는 옥패가 대부분이었다.
이 물건들은 한제에게 무척 쓸모가 있었다. 최소한 이전처럼 진귀한 재료들을 보고도 그게 뭔지 모르는 상황은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