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51
“이한제!”
궁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알 수 없었던 탁삼은 힘겹게 금제를 억지로 찢고 몸을 들이는 순간 거대한 고신의 육신에 강타당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피할 수가 없었다. 8성급 고신의 강한 육신으로 버텨내려 했지만 체내로 전해진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쾅!
그 와중에도 기민하게 오른팔을 들어 막았지만 그의 팔은 순식간에 부러졌다. 탁삼은 뒤로 밀려나는 와중에도 궁전을 살폈고 석대(石臺) 위의 의자에 앉아 있는 한제를 보았다. 동시에 한제의 미간에서 막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려 하는 일곱 번째 반점도 확인했다.
그 순간, 탁삼은 모든 것을 파악했다.
“내 기억의 유산을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도고의 유산까지 앗아가려 하는 게냐!”
탁삼은 눈에 핏발이 선 채 곧장 달려들어 이미 찢어놓은 그물 앞에 다다랐다.
열여덟!
의자의 힘은 한제의 허리까지 무너뜨리며 온몸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 가슴팍까지 확산돼 모든 살점을 찢고 뼈를 부수었다. 심지어 유일하게 멀쩡했던 왼팔에서도 펑, 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제는 왼손으로 미간을 두드려 스무 개의 고식엽을 소환하더니 어딘가를 가리켰다. 스무 개의 고식엽은 검은 빛이 되어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들었다.
“봉인!”
그 순간, 마치 그 일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라도 됐다는 듯 한제의 왼팔은 피범벅이 되어 살점으로 흩어졌다. 동시에 한제는 신식으로 주진과 영동에게 명령을 내렸다.
‘영동, 주진! 저자를 막아라!’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스무 개의 고식엽은 찢어진 그물을 봉인하고 일부는 탁삼에게로 향했다. 허나 봉계의 진도 막아내지 못한 탁삼이다. 그는 빠드득 이를 갈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세 개의 고식엽이 가루가 됐다. 탁삼은 그렇게 생겨난 틈으로 손을 쑥 내밀어 그물을 봉인한 고식엽을 찢어내려 했다.
그때, 영동상인이 부상당한 몸을 날리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그러자 무궁무진한 향불의 혼을 품은 보라색 바다가 나타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들었다.
주진 역시 몸을 날리며 두 손을 크게 휘둘렀다.
“군랑배월!”
궁전의 하늘에 붉은 달이 떠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 수십만 마리의 늑대 허상이 나타나 사방을 빽빽하게 채웠다. 이 늑대들은 동시에 하늘을 향해 울부짖더니 줄기줄기 연기가 되어 붉은 달에 녹아들었다.
수십만 갈래의 연기를 흡수한 붉은 달은 곧장 탁삼의 주먹을 향해 달려들었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 둘이 동시에 발휘한 가장 강력한 신통술이 탁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콰쾅!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영동상인이 소환한 향불의 바다와 붉은 달이 떨어지자 탁삼은 주먹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렇게 생겨난 찰나의 순간, 탁삼은 그물의 틈으로 머리를 집어넣더니 고신의 포효를 내질렀다.
“쿠오오오!”
우레와 같은 포효와 그 안에 담긴 고신의 힘은 거대한 폭풍을 형성해 사방을 거칠게 휩쓸었다.
영동은 또다시 피를 토해내며 나가떨어졌다. 그가 소환한 보라색 바다도 무너져 내렸다.
주진이 소환한 붉은 달 역시 휘우뚱 기울더니 그 안에 연기로 녹아들었던 늑대들이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고 이내 붉은 달은 조각조각 와해됐다. 혈색을 잃은 주진 또한 피를 토하며 튕겨나가 어딘가에 처박혔다.
고신의 포효로 형성된 폭풍은 궁전 안까지 휩쓸며 대열을 이룬 수련자들의 육신을 무너뜨렸다. 그들의 시체는 재가 되어 날렸고 심지어는 여덟 마리의 용마저 부서져 버렸다.
허나 고족의 시체 중 절반은 그 폭풍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다.
이때, 탁삼은 짙은 광기와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응당 자신의 것이 되었어야 할 기억의 유산으로도 부족해 도고의 유산마저 한제가 차지하려 하니 그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영동상인과 주진을 물리친 탁삼은 고식엽으로 이루어진 봉인의 틈으로 두 팔을 넣어 힘껏 찢었고 이제 안으로 들어서려 했다.
설명하기에는 장황하지만 실제로는 이 모든 것이 눈 한 번 깜빡일 시간도 걸리지 않을 만큼 짧은, 그야말로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무렵, 한제의 가슴팍과 왼쪽 팔은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공중에 뜬 머리뿐이었지만 그의 두 눈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허나 붕괴는 끝나지 않았다. 머리에서도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아래턱, 이어서 두 입술과 코, 눈, 그 모든 것이 뒤따라 사라졌다.
이제 남은 것은 미간의 반점들뿐이었다. 이 반점들은 여전히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자의 힘은 한제가 원신에 숨겨 놓았던 고신의 반점까지 소멸시키려는 듯 계속해서 압박해왔다.
이 반점들까지 완전히 사라지려는 찰나.
열아홉!
일곱 번째 반점에서 눈부신 빛이 번득이더니 흘러넘칠 듯한 고신의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일곱 번째 반점이 순식간에 실체화되면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일곱 개의 반점이 한 바퀴 회전을 했다. 그러자 여섯 개의 반점이 회전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고신의 힘이 발산되며 사라져갔던 한제의 머리와 두 눈, 코, 입술, 아래턱이 차례대로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곱 개의 반점이 두 번째 회전을 마쳤다. 그러자 한제의 목과 가슴, 배, 두 팔을 비롯해 상반신이 다시 응집됐다. 뼈대가 먼저 나타나고 그 위로 살과 근육이 붙더니 내장이 채워졌다. 작은 뼛조각 하나, 근육 한 줄기에도 짙은 고신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반점이 세 번째로 회전했을 때, 하반신도 새롭게 응집되었다. 이때 한제의 키는 1만 척에 이르러 있었다.
7성급 고신!
한제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일곱 개의 반점은 점점 빠르게 회전했고 그 안에서 발산되는 고신의 힘이 온몸으로 녹아드는 사이 한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진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그는 대제성에 있던 2대 주작이 현무로부터 전수받아 자신에게 알려주었던 가장 강력한 공격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7성급 고신이 된 덕일까? 이제 그의 신식과 이 의자 사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계가 생겨났다. 너무도 기이한 연계인 까닭에 한제로서는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그 순간, 의자에서는 하나하나의 신통술이 흘러와 곧장 한제의 기억에 깊게 새겨졌다.
이어서 그의 신식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만 배 확대되면서 오래된 무덤 안의 어떤 의지를 감지했다. 도고 엽막이 남겨놓은 의지였다.
한제의 신식은 끊임없이 확대되면서 이 의지와 융합해 궁전 바깥으로 뻗어 나갔다.
이 신식과 가장 먼저 접촉한 탁삼은 그 순간 내지르던 포효를 멈추더니 몸을 바르르 떨었다. 두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 ★ ★
아홉 번째 지도의 지역에 남은 분홍 옷의 요염한 여인은 어두운 얼굴로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이 통제하던 탁삼의 금제가 느슨해져 잔뜩 불안해진 상태였다.
“그 녀석이 먼저 들어갈 줄이야. 허나 내게는 탁삼이 있으니 아직 기회는 있지. 한데… 어째서 금제가 느슨해진 걸까?”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아가던 그녀가 우뚝 멈춰 섰다. 전방에 수많은 공간의 균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흘러나온 광풍이 스쳐갈 때, 그녀는 한 줄기 신식에 오싹함을 느끼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너무도 강한 신식의 기운에 심신이 울렸다.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의 눈에는 충격의 빛이 어려 있었다.
“이, 이건 대체 누구의 신식이지? 도고 엽막은 분명 선존의 손에 죽었을 텐데…?”
한편 아홉 번째 지도에 표시된 지역에 남아 있던 구천마존의 분신은 암석 조각을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한제에게 선수를 빼앗기긴 했지만 자신의 본체가 오래된 무덤에 들어와 있으니 별다른 걱정은 되지 않았다.
“마음대로 해보거라! 그래봐야 너는 이곳에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 흐흐흐.”
구천마존은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며 중얼거렸다.
한데 그때, 돌연 어디선가 포효가 들려왔고 혼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찰나의 순간, 신식 한 줄기가 달려들어 구천마존 분신의 체내를 훑더니 눈 깜짝할 사이 저 멀리 뻗어 나갔다.
허나 그 짧은 접촉에도 구천마존의 분신은 기겁했다. 심신이 떨려오며 표정이 급변한 그는 방금 신식이 스쳐간 순간 마치 온몸이 벌거벗겨진 채 상대의 눈앞에 낱낱이 까발려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머리가 저릿했다.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가 된 이후로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느낌이었다.
“누구지? 대체 누구의 신식이란 말인가!”
얼굴에 핏기가 가신 구천마존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었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오래된 무덤 안의 모든 수련자는 모두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이 신식은 마치 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우 거칠고 포악하면서도 오만한 느낌이었다.
한 번의 포효
일곱 번째 지도로 그려진 구역에는 삼베옷을 입은 한 노인이 있었다. 두 입술이 세 개의 바늘로 꿰어져 봉인된 노인의 눈빛은 매우 잔인했다.
본체의 몸으로 오래된 무덤에 들어온 대황상인은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다섯 걸음 만에 조각의 다음 범위로 넘어갈 만큼 빠른 속도였다. 공현기 수준에 이른 그의 앞을 막을 자는 없었기에 거리낄 것도 없었다.
한데 어느 순간, 그는 돌연 우뚝 멈춰 서더니 두 눈이 번득였다.
한제와 오래된 무덤의 의지가 융합되면서 형성된 신식이 대황상인 자신을 스쳐간 순간, 그는 결인을 그린 두 손을 뻗어 허공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을 놀라게 한 그 신식을 잡아채기 위해서였다.
허나 그의 손이 닿은 순간, 신식에서는 강력한 반동이 전해져왔다.
“헛!”
콰르릉!
대황상인은 뒤로 밀려났고 반쯤 넋이 나간 채 심신이 바르르 진동했다.
“누구십니까!”
다급히 존대까지 해가며 물었지만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신식은 그저 가던 길을 가듯 계속해서 뻗어 나갔다.
여섯 번째 지도로 표시된 지역. 구천마존과 묘음도존이 함께 이동 중이었다. 이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한 걸음에 엄청난 거리를 뛰어넘었다.
한데 갑자기 구천마존의 표정이 변했다.
“내 분신이…”
그는 말을 끝맺지 못한 채 멈춰 섰다. 조금 전 분신이 느꼈던 신식이 그와 묘음도존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묘음도존의 두 눈도 바짝 졸아들었다. 심신이 바르르 진동한 그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구천마존 역시 놀란 눈으로 마주보았다.
“아주 강력하군!”
한편, 여덟 선비 중 세 번째인 백의의 여인은 더 나아가지 않고 오히려 첫 번째 지도 조각에 표시된 부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무엇을 얻는 것을 포기하고 떠날 생각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알 수 없는 불길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떠나지 않으면 영원히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한데 쉬지 않고 질주하던 그녀 역시 강력한 신식에 휩쓸린 순간 우뚝 멈춰 섰다. 순식간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느새 그녀에게 다가온 신식이 전신을 휘감더니 온몸 구석구석을 꿰뚫어보듯 훑었다. 이에 그녀는 두려움과 동시에 수치심까지 느끼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