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53
그는 더 많은 유산을 얻고 싶었다. 그래야만 세 번째 층에서 박동하는 심장으로부터 기인하는 기운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방법은 하나뿐.’
한제는 결심을 하고는 자신의 신식을 오래된 무덤의 의지로부터 단절시켰다.
그 순간, 세 번째 층에서 심장이 박동하면서 엄청난 기운을 의자로 흘려보냈다.
한제는 6성급 고신보다 훨씬 강력한 7성급 고신의 몸을 의자에 고정시킨 채 저항했다. 그리고 아까처럼 빌려온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온몸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주동적으로 의자에서 흐르는 유산의 기운을 빨아들였다.
2천 년간의 수련을 통해 한제는 마침내 7성급 고신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다.
7성급 고신의 육신은 매우 강력해 고신손겁을 거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두 번째 단계의 수련자로서는 쉽게 상처를 입힐 수가 없다. 당시 선계에서처럼 수많은 선인이 둘러싸고 며칠간 공격을 퍼부어도 겨우 죽일 수 있을까 말까 한 존재였다. 완전한 7성급 고신의 육신은 심지어 세 번째 단계 공열기 초기의 수련자와도 충분히 맞붙을 수 있을 만큼 강했다.
특히 7성급 고신은 빠른 속도로 성년이 되어가는 상태라는 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 시기에 고신의 육신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강력해진다.
고신은 반점을 총 아홉 개까지 가질 수 있는데 그 수가 다섯에 이른 후로는 하나를 늘리는 데 엄청난 어려움이 따랐다. 대신 반점을 하나 늘리는 데 성공할 때마다 그 힘은 몇 배로 증가했다.
본래 한제는 수련자의 신통술에 천둥 번개의 본원과 화염의 본원, 여기에 각종 도술까지 있어 두 번째 단계의 수련자임에도 불구하고 공열기 초기에 이른 수련자와도 충분히 맞붙어 이길 수도 있었다. 하물며 7성급 고신이 됐으니 그 옛날 서사가 7성급 고신이었을 때보다 훨씬 강한 셈이었다.
이제 공열기 중기의 수련자와도 싸울 수 있었다. 물론 이기기야 힘들겠지만 상대 또한 한제를 죽이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세 번째 단계의 공열, 공령, 공현, 공겁은 두 번째 단계와 마찬가지로 초기, 중기, 후기, 그리고 절정이라는 네 개의 급으로 나뉘어 있다. 다만 각 급 간의 차이는 정열기와 쇄열기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엽막의 의자에서는 전처럼 강력한 힘이 발휘됐지만 이전에는 순식간에 한제를 무너뜨릴 정도로 어마어마했던 그 힘도 지금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열아홉에서 멈추었던 한제와 의자의 싸움은 다시 이어져 스물을 거쳐 스물하나에 이르렀다.
그 짧은 시간에 한층 강해진 힘은 한제를 뒤덮고 짙은 유산의 기운을 풍겼다.
한제는 그 유산의 기운을 흡수했다. 동시에 고마의 시체에 얹은 손을 통해 그 기운을 고마의 시체와 나누었다.
스물셋, 스물넷!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의자에서 뿜어져 나온 힘은 7성급 고신의 몸으로도 견디기 힘들었다. 한제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육신은 무너져 내릴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7성급 고신의 육신은 특유의 회복력을 통해 빠르게 회복됐다.
그러는 사이 한제의 미간에서는 일곱 번째 반점 옆에 흐릿하고 미약한 회오리가 하나 나타났다.
이 회오리는 여덟 번째 반점의 기반으로 만약 온전한 반점이 생기면 한제는 8성급 고신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8성급 고신은 온 우주를 통틀어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존재다.
다만 8성급 고신이 되는 데에는 이전의 일곱 개 반점을 모으는 데 따랐던 모든 어려움을 더한 것보다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지금도 회오리가 나타났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도 없을 정도로 미약한 정도였다. 게다가 만약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진다면 이 회오리는 순간 흩어져 사라져 버릴 터였다.
한편 한제 앞에 놓인 고마의 시체에서는 강력한 마기가 강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제의 오른쪽 눈동자에 나타났던, 완전하지 않은 고마의 반점까지도 고마의 시체로 흘러들었다.
그 순간, 돌처럼 굳어져 있던 고마의 육신이 조금씩 회복되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눈에 가득했던 새카만 어둠 속에서는 어스름한 빛이 반짝이더니 고마의 반점이 되어 점점 또렷해졌다.
그때, 탁삼의 육신은 8할 정도 회복된 상태였다.
탁삼의 육신은 서사의 것으로 서사는 당시 9성급 고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8성급 절정에 아주 오랫동안 머물면서 그 한계에 이르러 있기도 했다.
9성급 고신이 되기 위해 서사는 고신족의 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 묵류분신술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이로 인해 그의 마념인 탁삼이 나타난 것이다.
그 육신을 차지한 탁삼의 회복력은 한제의 회복력보다 훨씬 더 강했다. 하지만 8할까지 회복하는 것이 그의 한계였다. 나머지 2할은 육신의 부상이 아니라 포효의 위력으로 인해 무너진 심신의 부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폐관수련을 하면서 요양해야 하므로 짧은 시간에 치유가 불가능했다.
고개를 번쩍 치켜든 탁삼은 미간의 반점들을 빠르게 회전시키며 복잡한 시선으로 한제를 응시했다.
그는 세상에서 한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단기 수련자에 불과했던 한제가 일대종사의 위력과 능력을 가지고 자신이 회복하도록 기다려줄 정도의 존재로 성장해 있었다.
“나와 싸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응해주마! 봉계의 진에서 치렀던 전투로는 나 역시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 이곳 오래된 무덤에서 다시 한번 겨뤄보자!”
탁삼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고식엽으로 봉인된 틈을 꿰뚫고는 단박에 궁전 안에 들어섰다.
한편 한제는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탁삼의 말투를 통해 그가 자신을 처음으로 고신으로서 인정했음을 알 수 있었다.
탁삼은 이제껏 한제를 고신으로 여긴 적이 없었다. 주작성에서 빠져나온 뒤에도 상대를 그저 자신의 것이었어야 할 기억의 유산을 훔쳐 간 수련자 정도로만 여겼다. 6성급 고신이 된 한제와 맞붙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제는 고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허나 지금, 그는 7성급 고신이 된 한제에게서 흘러넘치는 듯한 고신의 힘을 느꼈고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계승을 받으려 하는 그의 의지를 확인했으며, 자신에게 회복할 여유를 주며 존엄성을 지키는 모습을 보았다. 이제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제는 자신과 같은 고신이었다.
“이 전투는 우리 둘의 운명을 건 전투, 계승을 위한 전투다!”
탁삼은 짧게 외치며 궁전이 진동할 정도로 발을 세게 굴렀고 급속도로 몸을 부풀렸다. 눈 깜짝할 사이 키가 1만 척에 이른 그는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고신의 육신은 의지에 따라 크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한제는 여태 그 방법을 완벽하게 깨닫지 못했지만 7성급 고신이 된 순간 이 사실을 어렴풋이 직감했다.
탁삼이 궁전에 이른 순간 한제의 두 눈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늘을 뒤덮을 듯 짙은 전의를 드러낸 그의 미간에서는 일곱 개의 반점이 빠르게 회전했다.
탁삼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든 그때, 한제 또한 주먹을 휘둘렀다.
오래된 무덤의 궁전에서 펼쳐지는, 서사의 유산을 나눠 가진 두 고신의 운명을 건 두 번째 전투였다.
강력한 폭풍이 궁전을 휩쓸었다.
심한 중상을 입고 멀리서 가부좌를 튼 채 회복에 전념하던 영동상인과 주진은 이 폭풍에 뒤로 밀려났다. 덤덤한 얼굴로 전투 결과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호흡에 집중하는 영동상인과 달리 주진의 표정은 복잡했다. 그는 한제가 오래된 무덤에 들어온 뒤 짧은 시간에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이에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진 느낌이었다.
한편, 그때 탁삼의 뒤로 거대한 허상이 하나 떠올랐다. 그러자 궁전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격렬하게 진동했다. 하늘을 떠받칠 듯 거대한 허상은 더없이 오만한 기색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다름 아닌 서사의 허상이었다.
8성급 왕족 고신 서사!
탁삼은 서사의 마념으로 태어나 결국 그 주인을 삼킨 자였으나 영혼을 비롯한 모든 것은 서사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서사의 허상은 탁삼과 마찬가지로 한제를 향해 오른쪽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한제의 뒤에서도 하늘을 떠받칠 듯 거대한 허상이 하나 나타났다. 이 역시 서사의 허상이었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두 존재는 그 크기부터 피부를 채운 미세한 주름까지 빼다 박은 듯 똑같았다.
허나 탁삼이 소환한 서사에 비하면 한제가 소환한 서사는 거칠어 보이기보다는 지혜로운 존재로 보였다.
한제의 주먹질에 따라 한제가 소환한 서사의 허상 역시 힘차게 주먹을 휘둘렀다.
운명적인 장면이었다.
탁삼과 한제는 갈수록 가까워졌다.
순간, 석대(石臺)에 이른 탁삼의 주먹과 한제의 주먹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쾅!
한데 두 사람의 운명적인 전투가 시작된 이때, 멀리 떨어진 허공의 그물 밖으로 누군가의 인영이 나타났다. 원고 팔비 중 넷째인 분홍 옷의 여인이었다.
한제와 탁삼의 주먹이 충돌한 순간 그들의 뒤에 소환된 서사의 허상도 서로 주먹을 맞부딪혔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신의 두 허상의 충돌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을 일으켰고 궁전 허공에는 쩌적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탁삼 뒤에 나타난 서사는 온몸을 바르르 떨었고 이내 오른팔이 무너져 내리더니 뒤로 밀려났다.
포악하고 거친 서사의 허상은 한 걸음에 1만 척씩 네 걸음을 물러나더니 그대로 붕괴해버렸다.
한제의 뒤에 나타난 지혜로운 모습의 서사 역시 경련과 함께 왼팔이 터져나갔고 뒤로 밀려났다. 세 걸음 뒤로 물러난 그의 온몸에는 순간 수없이 많은 미세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결국 산산조각으로 폭발해버렸다.
뒤이어 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탁삼과 한제의 주먹 역시 충돌했다. 둘 다 오로지 힘으로 맞부딪혔을 뿐 어떠한 신통술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주먹 사이에는 수없이 많은 파문이 일었는데 각 파문에는 무서울 정도의 힘이 배어 있었다.
사실 탁삼은 주먹이 부딪힌 순간 아흔아홉 번의 연타를 날렸다. 이 아흔아홉 번의 주먹질은 결국 하나로 합쳐져 한 번의 주먹질로 보였다. 이것이 바로 하늘이라도 깨부술 수 있는 탁삼의 힘이었다.
주먹질 한 번으로 이길 수 없다면 더 많은 주먹질로 상대한다는 단순한 방법이었다. 막강한 상대라도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주먹질에는 어쩌지 못할 터였다.
운명을 건 전투 (2)
한편, 한제의 주먹에는 대제성에서 2대 주작으로부터 배운 현무의 술법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그의 주먹에 가해진 힘은 그대로 반사됐고 여기에 그의 주먹에 실린 힘까지 더해져 더욱 강력해졌다. 즉, 한제는 탁삼에게서 빌려온 힘에 자신의 힘까지 더해 탁삼을 공격한 셈이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한제가 8급 고신인 탁삼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마지막 한 수는 바로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에서 뿜어져 나온 힘이었다. 자신을 공격하는 이 힘이 자신의 육신을 타고 주먹으로 흘러들어 탁삼의 주먹과 충돌했다.
콰쾅!
그야말로 세상이 모조리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한제는 피를 토해냈고 그가 앉아 있던 의자 또한 쩌적 소리와 함께 세 갈래 균열이 생겨났다.
펑! 퍼펑!
의자에 균열이 나타난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석대(石臺)가 아래쪽부터 절반 이상 산산조각 나 무너져 버렸다.
탁삼도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 역시 피를 토해냈고 허공의 그물 근처까지 밀려났다.
“통쾌하군! 이한제, 그 힘만으로도 네게는 고신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크하하!”
한편, 육신을 새로이 응집시킨 요염한 여인은 그물 너머에서 둘의 싸움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탁삼이 밀리는 듯하자 급변한 얼굴로 한제를 공격하려 했다.
한데 그때, 탁삼이 몸을 홱 돌리더니 그물 밖에 있는 여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물러서라! 고신 간의 싸움이다. 네게는 끼어들 자격이 없어!”
탁삼이 자신을 공격해올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여인은 재빨리 결인을 그려 비단 천을 소환해 몸을 감쌌다. 그러나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던 그녀는 탁삼의 주먹에 실린 힘을 완전히 막아내지 못해 피를 토하며 몇 걸음을 밀려났다.
여인의 얼굴에서 요염한 기색이 씻은 듯 사라지고 거칠고 날카로운 빛이 드러났다.
“탁삼, 네가 감히 이 원고 선비의 뜻을 거스르려 하느냐!”
그녀의 말에 탁삼은 차게 웃으며 서늘한 눈빛을 번득이더니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한 줄기 폭풍이 나타나 순식간에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고신을 우습게 보는군. 만약 네 힘을 빌려 상처를 치료해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네 뜻에 따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 나를 통제할 자격을 가진 자는 없다! 하물며 선존의 노리개 주제에 감히 나를 마음대로 통제하려 하다니! 썩 꺼져라!”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탁삼의 주먹이 일으킨 폭풍은 이미 중상을 입은 선비를 더욱 멀리 밀어냈다.
“꺄아악!”
선비는 비명과 함께 수만 척이나 밀려났고 그 틈을 타 탁삼은 두 손으로 그물을 움켜쥐어 잡아당기더니 고신의 힘을 녹여내 봉쇄했다. 선비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순식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한 탁삼은 다시 몸을 돌려 한제를 바라보았다.
“이제 누구도 우리의 결투를 방해할 수 없다! 승부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