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59
“신진!”
온 우주가 진동했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 허상의 주먹은 겹겹이 싸인 빛의 장막에 떨어졌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빛의 장막이 휘황찬란하게 번득이더니 이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허상의 주먹은 무너지는 빛의 장막을 파고들어 상고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진을 파괴했다.
꽈르릉!
부서진 장막 너머로 회오리와 그 안의 수련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오리와 장막의 조각들이 충돌하면서 수련성들이 무너질 듯 균열을 일으켰다.
하지만 7성급 고신이 도고의 유산을 계승해 얻게 된 신진의 강력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성급 고신은 육신의 힘만으로도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와 능히 맞설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콰쾅!
우렁찬 소리와 함께 허상의 주먹이 강타하자 동림성 바깥의 회오리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동시에 그 회오리를 형성한 수십 개의 수련성도 바르르 진동했고 결국 열 개 이상의 수련성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 수련성에 있던 수련자들은 물론이고 각 수련성에 배치된 진의 눈에 있던 노인들 역시 곧장 숨을 거두었다.
허상의 주먹은 그러고도 멈추지 않고 가장 깊은 곳, 동림성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남은 열 개 이상의 수련성들도 역시 분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때, 동림성 북쪽의 여가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더니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던 1만여 명의 노인들이 피를 토해냈는데 이 피는 중앙에 모여 있는 수십 명의 노인들에게로 몰려들었다.
이 수십 명 노인들의 몸은 피로 이루어진 공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옷이 찢겨나갔고 피부 아래로 혈관이 드러나 보였다.
“피를 바쳐 진의 영혼을 응집한다!”
외침과 함께 노인들의 몸이 터져 나가면서 짙은 피 안개를 형성했다. 중앙에 응집된 피 안개 속에서는 짙은 붉은 빛이 발산됐고 그 빛에서는 우렁찬 고함과 함께 붉은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다소 흐릿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 붉은 그림자에게서는 다양한 금제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 무렵 한제가 소환한 주먹이 하늘을 뒤덮으며 다가왔다. 주먹에 모든 빛이 가려져 동림성 북쪽 하늘이 매우 어두워졌다.
“끼야아아!”
피 안개 속에서 나타난 붉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달려들며 찢어질 듯한 비명을 내질렀고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주먹이 맞부딪히며 생겨난 격렬한 소리가 동림성 전역에 울려 퍼졌고 나아가 나천성역 동쪽 구역을 뒤덮었다.
이 거대한 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붉은 그림자의 주먹은 그대로 터져버렸고 수많은 핏방울이 되어 사방으로 튀었다.
한데 이 핏방울들이 동림성에 떨어지기도 전에 한제가 소환한 도고의 주먹이 동림성 북쪽의 대지를 강타했다.
꽝!
터져나갈 듯한 굉음과 함께 동림성은 크게 진동했고 북쪽의 대지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지면에 가부좌를 틀고 있던 만여 명의 수련자가 순식간에 숨을 거두었고 그와 동시에 지면에는 폭이 수십만 척에 달하는 구멍이 생겨났다. 그 깊이만 해도 동림성 지름의 6할에 달할 정도였다. 시커먼 구멍에서는 짙은 피비린내가 풍겼다.
동림성은 강한 위력에도 폭발은 면했으나 바다에서는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이 거대한 구멍 또한 이내 바닷물로 가득 채워졌다. 하늘에서 내려다본다면 진흙 반죽을 주먹으로 내리쳤을 때 나타난 구멍 같은 모양이라 여겼을 터였다.
한데 한제의 주먹질이 빛의 장막을 무너뜨리고 작은 수련성들을 폭발시킨 뒤, 동림성 북쪽의 여가를 소멸시키고 거대한 구멍을 만들어낼 때까지 단 여덟을 셀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에 노부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눈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노부자는 잠시 숨을 쉬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지금 그의 눈에 비친 한제는 이미 자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자였다.
동림성 전역이 바닷물로 뒤덮였다. 쏴아아 쏟아진 바닷물이 개울을 이루고 강을 이루면서 퍼져 나갔다.
주먹질 한 번에 동림성의 모든 산봉우리는 파괴됐고 지면에 수많은 균열을 일으키며 바닷물이 흐르는 길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남쪽 지역의 허가 수련자와 동쪽 지역의 유가 수련자들은 심신이 바르르 떨려왔다. 그들의 두 눈은 전에 없는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물들었다. 주먹의 위력은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나 돼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이건 대체 무슨 힘이란 말인가!”
“상고 시대의 진을 뚫은 것으로도 모자라 모든 수련성을 무너뜨리고 만 년이 넘도록 존재해온 동림성에 이런 타격을 입히다니!”
“동림성이 과연 이런 공격을 한 번 더 견뎌낼 수 있을까?”
한편 동림성 서쪽 끝, 향가 사람들은 일제히 선조가 폐관수련하는 곳을 에워싼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영혼마저 진동시킬 정도의 두려움이 일어났다.
유가와 허가 사람들의 시선 역시 서쪽 끝, 향가의 선조가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모두가 선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싸울 것인가 투항할 것인가.
그때, 하늘에서는 눈처럼 하얀 옷을 입은 자가 나타났다.
방어 수단을 잃은 동림성으로 홀연히 걸어 들어온 한제는 전광이 번득이는 눈으로 서쪽 끝 지역을 훑어보았다.
“아직도 그 관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냐!”
한제의 덤덤한 목소리가 동림성 모든 수련자들의 귀에 떨어졌다. 이에 모든 수련자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끝까지 싸운다!”
짙은 광기와 함께 두려움이 어린 향가 선조의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 향가의 모든 사람이 눈을 벌겋게 뜬 채 포효하며 하늘로 솟구쳐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이성을 잃고 살기만을 품게 된 듯한 모습이었다.
허가 수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동쪽 지역의 유가에서는 1만여 명의 수련자들이 각자 거대한 법보를 활성화했다. 법보에서 번득이는 강한 빛은 하얀 뱀처럼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혈규술!”
1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동시에 외는 주문이 하늘에 울려 퍼졌고 뒤이어 그들의 몸에서는 기이한 꽃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거대한 해바라기 한 송이가 허상으로 나타났다.
꽃잎은 황금색이었고 가운데는 씨앗이 빽빽했다. 이는 사실 가부좌를 튼 수련자들의 머리였다.
“크아아아!”
이들의 격렬한 포효가 하늘을 울리더니 이내 머리들이 일제히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잘린 목에서 뿜어져 나온 대량의 피는 그들의 주문과 합쳐져 강력한 힘을 형성했다.
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해바라기는 이제 금색과 핏빛이 교차한 기이한 모습으로 지면에서 튀어나와 한제를 향해 돌진했다.
파멸적인 힘을 내뿜는 빛기둥에서는 머리가 없는 무언가의 허상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갑옷을 입고 손에는 긴 창을 든 그 허상이었다.
그 힘은 다섯 번째 천쇠에 이른 수련자가 낼 수 있는 힘을 훌쩍 뛰어넘었다. 마치 세 번째 단계 수련자가 향불의 힘을 이용해 펼친 신통술과 같은 위력이었다. 거의 공열기 초기 수준 수련자의 일격과 비견할 만했다.
“오라!”
한제는 피하지 않고 눈을 번득이며 빛기둥 안의 허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 빛기둥은 눈 깜짝할 사이 한제로부터 30척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르렀다.
그 순간, 한제는 오른손을 힘껏 앞으로 뻗었다.
콰쾅!
거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동시에 빛기둥 안의 머리 없는 사람은 창으로 한제의 손바닥을 찔렀다.
콰콰콰!
한제의 머리와 옷이 뒤로 마구 나부꼈다.
하지만 몸만큼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저 손바닥 하나로 공열기 수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신 장로
한제 아래쪽의 대지에서는 거대한 균열이 하나가 생겨나더니 점점 벌어지며 동림성 동쪽 지역을 아예 분리해버렸다.
거대한 배와 같은 동쪽 지역은 혈규술을 발휘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수련자들의 시체를 싣고 밀려나가 망망한 우주로 흘러갔다.
콰르릉!
불완전해진 동림성이 대대적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빛기둥이 사라짐에 따라 머리 없는 인영 역시 흩어져 사라진 상태였다.
한제는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서 빛기둥이 사라지고 난 뒤에야 손을 거두었다.
‘이런 신통술을 파괴해야 하다니, 조금 아깝군.’
한편, 빛기둥이 사라지고 동림성에서 동쪽 지역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간 순간, 향가와 허가 수련자들이 한제에게로 돌진해왔다. 마치 철천지원수라도 마주친 듯한 모습이었다.
“나 이한제는 평생 수많은 이들을 죽여 왔다. 죽고 싶어 환장을 한 것이라면 원대로 해주마!”
한제는 싸늘한 얼굴로 수만 명의 수련자를 향해 손을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 한제의 왼쪽 눈에서 아홉 색깔의 화염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튀어나가 사방을 휩쓸었다. 허상의 화염은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데 그 무엇보다 적합한 방법이었다.
“끄아아아!”
“크아악!”
간단한 손짓 한 번에 수만 명의 수련자들의 체내에서는 허상의 화염이 일어났고 곳곳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한제의 타오르는 화염에 달려들던 수련자들은 불나방이 된 것만 같았다.
한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게 동림성 서쪽 끝으로 향했다. 오래 전, 자신의 생기를 억지로 앗아갔던 향가 선조가 폐관수련을 하고 있는 곳으로…
그러는 동안에도 찢어질 듯한 비명은 계속해서 울렸고 수만 명의 수련자가 불타오르며 재로 변해 흩어졌다. 누구도 한제의 걸음을 막지 못했다.
곧 한제는 서쪽 끝 지역에 이르렀다. 암적색 대지에는 향가 선조의 관이 있는 공간으로 연결된 거대한 균열이 있었다.
한제는 성큼 나아가 그 균열에 발을 들였다.
그 순간, 땅속의 관 안에서 우렁찬 포효와 함께 대량의 황토색 점액이 분출됐다. 썩어 들어가는 듯한 악취와 짙은 죽음의 기운이 섞인 이 점액은 폭풍을 형성해 한제에게 달려들었다.
한제는 마치 파리를 쫓듯 가볍게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폭풍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그 안의 누런 액체가 사방으로 튀며 주위의 흙과 바위 등에 떨어져 마치 염산처럼 그것들을 녹여버렸다.
그때, 관에서 비쩍 마른 손이 뻗어 나와 관의 옆판을 움켜쥐었고 숨을 헐떡거리는 듯한 거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고의 선포가 있었다. 동림성을 파괴하는 자 9대가 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