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7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다시 여유롭고 침착하게 앞으로 향했다.
스르륵, 스르륵.
그의 사방으로 날름거리는 혀는 점점 더 빨라졌고 등 뒤에서 들려오는 포효에 심지어 그의 옷깃이 떨릴 지경이었다. 피에 굶주린 듯한 살기가 분명히 느껴졌다.
금제의 산
한제는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옷깃을 보고 피식 웃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특히 오른쪽 어깨에 흐른 침을 봤을 때만 해도 그것이 환각임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등 뒤에 있는 게 무엇이든 환상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등 뒤에 있는 것이 정말 황수였다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숨을 내뱉었을 때 고작 옷깃이 떨리는 게 아니라 그의 몸까지 저 멀리 날아갔어야 했다.
다시금 굳은 의지를 다진 한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등 뒤에서 어떤 기척이 느껴져도 주저함이 없었다.
붉은 교룡이 격렬한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드는 듯한 기운이 느껴져도 한제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 나갔다.
막 달려든 교룡이 한제를 삼킨 순간, 그 교룡의 몸은 회색 안개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한제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에취!”
그렇게 9백 척 정도 걸어와 이제 1백 척 정도 남은 바로 그때, 등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 기침 소리는 미약했지만 한제의 귀에는 마치 천둥소리만큼이나 명확하게 들려왔다.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 한제의 몸이 약간 경련을 일으켰고 그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흘렀다.
“에취, 에취!”
기침 소리는 계속됐다. 한제는 이 모든 것이 환각이며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개를 돌려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한제야, 돌아서 이 애비를 좀 봐라.”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주먹을 움켜쥔 한제가 두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그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앞으로 향했다.
“한제야, 이 어미가 우리 아들 얼굴 좀 보고 싶구나. 어찌 그렇게 모질어?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한제는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이내 눈을 떴을 때,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묵묵히 걸어 나갔다.
다리의 끝에 이르는 1백 척의 거리를 걷는 동안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다리의 끝에 이른 순간,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는 사라졌고 회오리바람의 휘휘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두 번째 마혼과의 감응도 다시 느껴졌다.
한제는 끝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소용돌이의 앞에서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모완이 준 옥패를 꺼내 활성화시켜 회오리바람들을 감싸 안은 후 소용돌이로 향했다. 보라색 번개가 번쩍거리며 그를 끌어당겼고 한제는 그 소용돌이 안으로 사라졌다.
소용돌이 밖으로 나갔을 때 눈앞에 펼쳐진 것은 구름을 뚫을 듯 높이 솟은 산봉우리였다. 이 산봉우리는 구름에 둘러싸여 있어 그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 아래에 선 한제의 몸은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다.
산봉우리를 본 순간, 한제는 방금 그가 건너왔던 불귀로가 두 번째 관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에 고왕과 단목극 등의 사람들이 했던 말에 따르면 세 번째 관문에서 한제의 사주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곳은 사주술과 전혀 연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공간에서는 어떤 신식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았다. 산봉우리를 바라보던 한제는 어쩌면 이곳이 두 번째 관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보던 한제는 흠칫 놀라더니 산 아래를 주시했다. 금제가 파괴된 한곳에서 붉은 빛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제는 산봉우리 쪽을 향해 걸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좀 전에 보았던 금제가 걸린 곳에 이르렀다. 누군가에 의해 파괴된 듯, 한 사람이 지날 수 있는 통로가 나 있었다. 그리고 길 양쪽으로는 붉은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신중하게 그곳과 산봉우리를 살핀 한제는 누군가가 이곳에 그보다 먼저 도착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두 번째 관문의 사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 이 산봉우리로 향해야만 했고 통하는 길 역시 하나뿐이었다. 이곳을 통해야만 꼭대기로 오를 수 있었다.
이렇게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보통 사람에게는 불가능하겠지만 수련자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제는 경험상 이 산에도 분명 비행 금제가 걸려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저 두 발로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한제가 오른손을 휘두르자 40여 개의 회오리바람이 곧장 융합해 점점 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됐다. 한제가 몸을 훌쩍 날리자 회오리바람은 마치 그를 맞이하듯 길을 터주며 그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한제는 회오리바람을 앞쪽으로 이동시켰다. 막 금제가 걸려 있던 곳 안쪽으로 들어선 한제는 신식을 통해 그 금제가 천천히 회복되며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한제는 심장이 덜컥했다. 만약 이 금제가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이라면 그는 첫 번째 관문과 달리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 길을 열 수가 없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그때, 회오리바람을 이루고 있는 작은 마수 수만 마리의 신식이 갑자기 한 데 응집됐다. 그러더니 두 번째 마혼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신식들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한제는 조심스럽게 이 신식을 통제하여 아래쪽에서부터 위쪽으로 탐색을 시작했다. 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이곳은 거의 전체적으로 금제가 걸려 있었다. 눈앞의 산은 금제의 산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자칫하면 산을 오르기는커녕 뼈도 추리지 못할 터였다.
그 사이, 파괴되었던 금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원상태로 회복됐다.
신식을 거두고 회오리바람 밖으로 나온 한제는 저물대를 꺼내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등 뒤의 회오리바람과 두 번째 마혼이 모두 저물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저물대는 법보를 넣을 수는 없었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를 산 채로 보관할 수 있었다.
저물대를 허리춤에 맨 한제는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신식으로 사방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아까 작은 마수들의 신식으로 사방을 훑어본 한제는 금제 사이에 아주 가늘고 작은 통로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 통로는 너무 작아 회오리바람은 들어갈 수가 없었고 사방에 걸려 있는 금제에 부딪히기라도 했다가는 화를 입기 십상이었다. 때문에 회오리바람을 타고 산봉우리로 향하려던 그는 계획을 바꿔야 했다.
최상급 영석을 손에 넣었을 때 곧장 다시 돌아갈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첫 번째 관문에서의 상황은 너무나 급박해 다시 거슬러 돌아갈 수는 없었다. 이는 한제가 태생적으로 신중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1천 년 전 맹타자를 비롯한 네 사람이 결국 되돌아왔으니, 적어도 그들이 이르렀던 곳에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전송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 네 사람은 결코 이곳에 다시 들어올 생각은 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맹타자가 남긴 것 중 이곳에 대한 설명이 담긴 옥패는 없었다. 또한 그들이 손에 넣었다던 전수품도 맹타자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한제는 만약 그 전수품을 손에 넣는다면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방을 자세히 살핀 후 걷기 시작한 한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뚝 멈춰 서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돌 하나를 바라보았다. 그 돌에서는 영력의 파동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제는 그 돌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옆으로 향했다.
하늘이 어두웠다. 한제의 시선이 닿은 돌에는 사람의 마음을 짓누르는 힘이 있는 듯했다. 한제는 옆에 있는 두 개의 금제 사이에 난 틈으로 조심스럽게 건넌 뒤에야 겨우 한시름 놓았다.
겨우 3백 척도 안 되는 거리를 움직이는 데 몇 시진을 들였다. 매 걸음마다 착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한 걸음을 옮겼다.
다시 위를 올려다보니 끝을 모르고 솟아있는 산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만약 이런 속도를 유지한다면 몇 년이 걸려야 산꼭대기에 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던 것이 운 덕분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관문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헤치고 나가야 했다. 한제의 얼굴은 약간 어두워졌다. 현재 겨우 결단기 수준인 그에게 이곳은 너무나 위험했다. 하지만 뒤로 물러난다고 해도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무작정 앞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눈을 번득이며 한동안 고민하던 한제는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방금 건너온 그 두 금제 사이를 조심스럽게 빠져나가 그대로 산봉우리 아래로 내려갔다.
산봉우리 가장 아래쪽에도 방금 막 금제가 나타난 곳이 있었다. 그 자리에 멈춘 한제는 쪼그려 앉은 채 그곳의 금제를 자세히 살폈다.
이곳은 잡초가 가득 자라 있는 수백 척 정도의 풀숲이었다. 산 아랫자락에는 이런 풀숲이 많았지만 위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언뜻 보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곳이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무질서해 보이기는 해도 모종의 특이한 규칙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제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눈앞에 가득한 잡초 하나하나를 한참이나 살폈다. 그리고 하나의 잡초를 다 살필 때마다 옥패 하나를 꺼내어 그 안에 기록했다.
그렇게 한제는 사흘 동안 하나하나의 잡초를 살펴보며 각각의 특징을 전부 기록했다. 그는 이 잡초들에 분명 금제를 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제는 그냥 금제 안에 뛰어 들어갔다가는 절대 산봉우리에 오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 산봉우리는 위로 갈수록 그 금제의 위력이 강해졌으며, 그 사이에 난 통로는 갈수록 적었다. 중간에 길이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결과는 뻔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이 산봉우리의 금제를 파악해야만 했다. 산에 대한 이해와 연구가 깊어질수록 살아서 이 난관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한제는 맨 아래의 첫 번째 금제부터 자세히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금제는 진과 달랐다. 진은 특정한 수단과 방식으로 위력이 각각 다른 법술을 조성하는 것으로 그 안에서 영향을 미치는 대상은 굉장히 잡다해 평생을 바쳐 연구를 해도 기초적인 수준에만 맴돌게 되기 마련이다.
반면 금제는 진의 일종이지만 더욱 유연한 법술을 구비한 존재로 그 제한을 거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화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금제는 개개인의 성향과 생각에 더 많이 좌우됐다.
그 제한을 설치한 사람의 신식만 살아 있다면 그가 마음먹은 대로 수천 년이 지나도 제한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금제는 제작자가 죽어도 그 안의 신념이 스스로 새로운 의사를 만들어내 금지 작용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또한 금제는 변화무쌍한 존재라 제작자가 아니라면 그 금제를 완전히 꿰뚫어 보고 파괴할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었다. 간단한 방법은 강제로 파괴하는 것인데 이 방법을 쓰려면 매우 강력한 자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연구를 통해 해당 금제의 제작 원리와 규칙을 파악하여 파괴하는 것이다.
한제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후자였다.
한제는 첫 번째 금제에 대한 정보를 옥패에 각인시켜 놓은 뒤 연구했다. 이전에 탄혼으로 살았을 때 기초 진법 연구를 통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열흘 후, 한제가 오른손을 안쪽으로 움켜쥐자 사방의 풀숲이 흔들렸다. 그 순간, 한제도 그런 변화가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했던 것처럼 동시에 흔들렸다.
스르르.
그가 왼쪽으로 흔들렸다가 오른쪽으로 흔들리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앞뒤의 금제도 이에 동참했다.
언뜻 보면 그의 오른손은 규칙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와 풀숲의 흔들림은 박자가 완전히 똑같았다.
금제를 배우다
몇 초 만에 한제의 오른손은 일정 경계를 넘어 극한의 빈도로 흔들렸다. 그의 오른손이 무수히 많은 분신을 만들어낸 것처럼 잔영들이 나타났다. 하나의 잔영이 나타나면 다른 잔영은 또 재빨리 사라지는 식이었다.
10초 후, 한제의 이마에 점점 땀이 맺혔다. 그가 오른손을 얼른 회수하자 순간 풀숲에 붉은색 빛이 번득이며 피어오르더니 한제의 오른손을 쫓아왔다.
한제의 오른손이 회수되던 그 순간, 흔들림은 다시 시작되었고 그 흔들림에 따라 그 붉은 빛은 갈수록 미약해지다가 결국에는 사라졌다.
한제가 오른손을 회수했을 때 그는 이미 그 손에 대한 지각을 잃은 상태였다. 한제는 눈빛을 번득이며 잡초를 응시했다. 이때 잡초 풀숲은 이미 원래 상태를 회복해 어떤 이상한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곳의 금제는 아주 강력하여 일단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곧장 죽음에 이르게 됐다. 만약 일정 수준의 수련자가 그에 대항하여 금제를 뚫고 들어가려고 한다면 붉은빛이 튀어나와 죽을 때까지 달려들었다.
한제는 며칠 동안 연구한 끝에 이곳의 금제에 대해 이미 이해를 마쳤고 방금은 일종의 실험을 해본 것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같은 실험을 열 차례 넘게 진행한 상태였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3초도 버티지 못하고 손을 회수했고 붉은 빛에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10초나 버틸 수 있었고 붉은 빛의 추격도 피할 수 있었다.
이는 그가 지금 당장 완전히 금제 안으로 들어선다면 그것을 완벽하게 파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안에서 10초 동안은 안전하게 버틸 수 있다는 의미였다. 또한 만약 그 10초 안에 금제를 빠져나갈 수 있다면 그 붉은색 빛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도 그를 막지는 못할 터였다.
한제는 그답지 않게 살짝 흥분한 기색이었다. 물론 이것은 산봉우리 전체로 봤을 때 가장 아래에 있는, 가장 간단한 금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맞는 길이라면 그리고 그 길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만 한다면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또한 그가 금제를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이곳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 외에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연구를 이어갈수록 금제의 기묘함이 계속해서 그의 흥미를 끌었다. 그가 정말로 완벽하게 이 금제에 대한 연구를 끝내면 같은 금제를 직접 걸 수도 있을 것이다.
한제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금제 연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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