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73
콰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반경 1만 척이 천둥번개의 연못으로 변해버렸다.
“크게, 더 크게!”
한제는 광분하며 체내로부터 천둥번개의 본원을 뿜어냈다. 그러자 번개 문양은 본원에 힘입어 바르르 진동하며 확장되기 시작했다.
번개 문양이 순식간에 반경 1천만을 뒤덮은 순간, 한제는 이를 갈더니 미간을 두드려 고신의 힘을 발산했다.
“더 크게!”
번개 문양은 다시 확장되기 시작했다.
3천만 척, 5천만 척, 8천만 척⋯⋯ 1억 척!
미간에서 천황로가 허상으로 튀어나오더니 그의 손짓에 따라 번개 문양에 녹아들었다.
“더! 더 크게!”
콰르릉! 콰쾅!
천황로에 힘입어 번개 문양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다시 증폭했다.
2억 척, 3억 척, 5억 척⋯⋯ 8억 척!
이제 천둥번개는 마치 성역 전체를 뒤덮은 듯했다.
“어디 숨어 보거라! 이 천둥번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안에 담긴 먼지 한 톨까지 제련해서라도 널 찾아내겠다!”
비록 지하마수가 허화개자를 발휘해 모습을 감춘 채 빠른 속도로 도망치고 있긴 했지만 한제는 녀석이 아직 천둥번개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했음을 알았다. 자신이 새겨둔 봉인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나 그 봉인은 급속도로 흩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봉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시는 녀석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가라!”
한제의 외침에 왼쪽 눈동자에서는 아홉 빛깔의 화염이 이글이글 타오르며 튀어나왔고 동시에 주작의 허상이 나타났다.
주작은 날카롭게 울부짖으며 아홉 색깔의 화염 폭풍과 융합해 몸을 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 반경 8억 척은 불바다로 뒤덮였다. 화염과 천둥번개, 천황로의 기운이 반경 8억 척의 모든 것을 제련하고 있었다.
“제련!”
한제는 두 팔을 휘두르며 광기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반경 8억 척 내의 성역은 엄청난 속도로 제련되기 시작했다.
반쯤 정신이 나간 한제는 두 손으로 끊임없이 결인을 그려 하나하나의 금제를 소환해 제련되고 있는 성역에 쏘아 보냈다. 그러자 제련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사실 반경 8억 척은 너무도 넓어 짧은 시간에 그 안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련하기란 불가능했다.
‘녀석과의 연계가 한층 약해졌다!’
지하마수를 볼 수는 없었지만 녀석의 혼에 남겨둔 두 개의 반점 중 하나가 빛을 잃은 듯했다.
한제는 냉철함을 되찾으려 애쓰며 제련되고 있는 성역을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 동안 제련의 범위는 8억 척에서 7억 척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사라진 부분에서는 빽빽한 그물과 같은 봉계의 진이 드러나 있었다. 타오르는 화염과 천둥번개에 이미 제련된 부분은 아마 나천성역에 영원한 구멍으로 남게 되리라.
한제는 말없이 손을 크게 휘둘러 수십만 개의 금제를 소환했다. 그리고 반대 손으로는 잔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수많은 금제를 그려냈다.
그 순간, 성역을 통째로 태워버릴 법한 우산이 나타났다.
“분계고산!”
한제는 우산을 쥐듯 허공을 움켜쥐며 왼손을 앞으로 휘둘렀다.
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진동하던 우산이 1할 정도 펼쳐졌다.
그 순간, 우산 안에서는 안개조차 태워버릴 듯한 짙은 화염이 뿜어져 나와 제련에 힘을 보탰다.
강력한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맹렬한 속도로 제련이 이어졌고 이내 성역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더니 어느새 반경 6천만 척에 이르렀다.
완전히 불살라져 비워진 공간 아래로는 봉계의 진이 드러났다.
“이래도 안 나오겠다 이거냐?”
지하마수가 6천만 척으로 줄어든 성역 안에 남아 있음을 느낀 한제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천둥번개와 화염으로 뒤덮인 그 범위 안에서 천황로가 튀어나왔다. 이어서 한제의 손짓에 따라 천황로에서는 아홉 방울의 독이 흘러나와 천둥번개와 화염에 녹아들었다.
콰콰쾅!
요란한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제련이 이어졌고 성역의 범위는 눈 깜짝할 사이 3천만 척까지 줄어들었다. 남은 성역은 시커먼 독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그때, 독 안개에 뒤덮인 성역 안에서 포효와 함께 지하마수의 거대한 몸이 드러났다.
“우오오오!”
녀석이 나타난 순간 한제는 지하마수에게 달려들어 녀석이 입을 벌리기도 전에 아직 남아 있는 봉인에 손을 얹었다.
꽝!
격렬한 소리와 함께 지하마수가 미처 벌리지도 못한 입안에서 먹먹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이 손바닥에는 한제의 결심이, 어떻게 해서라도 이 지하마수를 자신의 영혼과 연결된 마수로 만들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쾅!
격렬한 소리와 함께 그의 손바닥이 지하마수에게 닿은 순간, 금방이라도 흩어져 사라질 듯했던 봉인에는 새로운 생기와 힘이 주입되면서 밝은 빛을 발했다. 동시에 눈 깜짝할 사이 새롭게 응집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짙고 깊어졌다.
지하마수는 괴로운 듯 몸부림치며 다시 한번 그 거대한 입을 벌리려 했다.
한제는 낮은 기합과 함께 오른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꽈르릉 하는 우렁찬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길이가 수십만 척에 달하는 거대한 채찍이 나타났다. 곤극 채찍이었다.
한제는 길이가 더욱 급속도로 늘어나 어느새 수백만 척에 달하는 채찍을 휘둘렀다.
짝! 짝!
“우으으으!”
채찍에 강타당한 지하마수의 체내로부터 분노에 찬 포효가 먹먹하게 울렸다. 녀석은 몸을 바르르 떨었고 혼과 분리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힘겹게 저항하고 있었다.
한제는 이어서 망설임 없이 연달아 여덟 번이나 곤극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지하마수는 더 이상 견뎌낼 수 없었는지 거대한 몸 위로 혼을 드러냈다. 혼은 아주 약간 드러났을 뿐이지만 녀석도 이것이 자신에게 큰 위기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는지 혼이 더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네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한제는 싸늘한 눈빛으로 차게 외치며 채찍을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휘둘렀다.
짝! 짜작! 짝
한데 눈 깜짝할 사이에 무려 백 번이나 지하마수의 몸을 두드린 곤극 채찍은 금빛을 번득이며 머리 부분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수십 척을 무너져 내린 그때, 그 안에서 폭발적으로 발산된 금빛 덕분에 곤극 채찍은 마치 태양처럼 휘황찬란했다.
그 금빛에 완전히 뒤덮인 지하마수는 더 이상 몸부림조차 치지 못했고 거대한 입으로만 존재하는 녀석의 혼은 몸 위로 완전히 떠오른 채였다.
허나 지하마수의 혼은 모습을 드러내기만 했을 뿐, 온 세상을 단숨에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입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한제는 곧장 혼에 접근하더니 미간에서 급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일곱 개의 반점을 쏘아 보냈다.
콰쾅!
순식간에 날아든 일곱 개의 반점은 곧장 지하마수의 혼을 관통해 그 안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반점을 향해 돌진했다. 지하마수 혼에 남아 있던 봉인은 순식간에 이전과 같은 일곱 개의 반점으로 돌아오더니 빛났다. 혼의 봉인이 다시 완성된 것이다.
허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세 개의 봉인 중 마지막 봉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제는 지하마수의 혼을 꾹 눌러 녀석을 다시 육신 안으로 돌려보냈다.
그와 동시에 아래쪽으로 가라앉은 한제는 제련된 반경 8억 척의 위력을 빌려 지하마수의 닫힌 입 앞에 섰다. 그리고 녀석의 입을 꽉 붙잡더니 낮게 기합을 넣으며 고신의 힘을 전부 힘줄이 불뚝 솟아오른 두 팔에 집중시켰다. 지하마수의 입을 억지로 벌리려 하는 것이다.
지하마수 체내의 세상은 녀석이 직접 입을 열 때만 열릴 뿐 이렇게 억지로 벌려질 때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때는 그저 육신의 내부만 드러날 뿐이다.
한제의 강력한 힘에 지하마수의 거대한 입은 한 줄기 가는 틈을 내며 벌어졌고 동시에 녀석의 체내에서 울리던 먹먹한 포효가 한제에게 쏟아졌다.
한제의 머리가 마구 휘날렸다. 육신 역시 뒤로 밀려날 것만 같았으나 실제로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지하마수의 입을 어느 정도 벌린 한제는 두 손을 빠르게 거두더니 순식간에 수많은 금제를 소환했다. 도고의 힘이 실린 각각의 금제는 마치 폭풍처럼 순식간에 지하마수의 체내로 쏘아져 나갔다.
이렇게 되자 지하마수는 입에서 시작해 내장, 혈관, 뼈 등등의 모든 것들이 한제의 금제에 드러났다. 이 대량의 금제는 녀석의 육신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하나하나를 봉인했고 열을 세기도 전에 완전히 봉인해 버렸다.
모든 작업을 마친 한제는 가쁜 숨을 내쉬며 뒤로 1천 척 정도 물러났다. 이 짧은 순간에 행한 일들은 그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던 것이다.
그는 세 가지 봉인을 모두 마친 한제는 지하마수를 서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7성급 고신이자 도고를 계승한 나는 너를 내 영혼과 연결된 마수로 임명한다! 지하마수, 이 봉인을 받아들여라!”
한제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지하마수를 가리켰다. 그러자 녀석은 몸을 격렬하게 떨기 시작했다.
체내로 스며든 육신의 봉인과 외부의 봉인, 여기에 혼의 봉인까지 동시에 작용하자 어스름한 빛이 사방에서 급속도로 번득였다.
이에 지하마수의 두 눈에 남았던 저항의 빛은 차차 사라지고 평온한 빛으로 대체됐다.
1각 후, 지하마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한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 한제의 마음속에 지하마수와의 연결이 느껴졌다. 말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느낌이었지만 이제 녀석은 한제의 생명 일부가 된 것이다.
흘러넘칠 듯한 생기가 아주 오래된 기운을 품은 채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지하마수의 체내로부터 한제의 심신으로 밀려들었다.
동시에 한제는 자신이 지하마수라도 된 듯 녀석의 기억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키가 1만 척에 달하는 고신의 몸이었던 한제의 육신이 펑,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매우 짙고 강한 지하마수의 생기가 체내로 주입됨에 따라 부풀기 시작한 것으로 한제의 육신은 순식간에 6만 척에 이른 후에야 멈추었다. 그야말로 태고의 거인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한제는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체내에 존재하는 고신의 힘이 빠르게 흐르면서 한제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느꼈다.
‘서사의 기억 속에 그런 말이 있다. 영혼으로 연결된 마수를 가지고 망월을 탄생시킨 뒤에야 진정한 고신이 되는 법이라고⋯⋯. 한데 아직 망월은 탄생시키지 못했고 그저 영혼으로 연결된 마수를 가졌을 뿐인데도 이런 수준에 이르다니!’
한제는 눈을 번득이며 순식간에 일반인 크기로 돌아왔는데 외모 또한 이전과 상당히 달라진 상태였다. 여전히 백발이었으나 본래도 청년 같았던 그의 모습은 한층 더 젊어져 있었다. 심지어 그의 주위로는 어떤 허상이 맴돌고 있었다. 덕분에 세 번째 단계 수련자가 아니라면 그의 모습이 실체를 갖추지 않은, 흐릿한 혼처럼 보일 터였다.
한제는 지하마수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녀석의 모든 기억을 다 파악하고 있었으나 생애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지하마수의 기억은 어딘가 혼란스러웠다. 특히 출생과 관련된 부분의 기억은 더욱 혼란스러워 스스로도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또렷한 기억은 수백 년 전 이곳에 나타난 칠채계와 관련한 기억뿐이었다.
봉멸족의 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