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1178
“아우우우!”
때를 같이 해 어디선가 늑대 울음소리가 울렸고 어느새 나타난 주진은 10만 척에 달하는 붉은 늑대의 허상과 함께 허상의 주판알을 향해 돌진했다.
“군랑배월!”
그의 서늘한 외침에 검은 하늘에 붉은 달이 떠오르더니 대지를 뒤덮었다.
콰르릉!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지더니 흑의의 노인, 주덕은 영동상인의 신통술에 강타당했다. 신식으로 이루어진 허상일 뿐인 주덕은 향불의 위력에 대적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원신의 기운을 한 움큼 토해낸 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급히 뒤로 물러났다.
“넌 누구냐?”
“난 주인님의 노예, 영동이다!”
영동상인은 짧게 대답하고는 주덕을 뒤쫓았고 이내 두 사람은 다시 맞붙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주진이 발휘한 신통술로 인해 떠오른 붉은 달이 순식간에 내리 떨어져 주판알을 강타했다.
펑! 펑!
주판알이 순식간에 터져나가자 하늘에서 왜곡이 일더니 놀란 표정의 중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사내는 본체로 이곳에 나타났으나 피를 왈칵 토해내고는 다급히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주진 역시 뒤로 몇 걸음 물러난 상태였지만 신색에 여유가 있었고 곧장 다시 돌진해갔다. 그와 동시에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리자 붉은 늑대의 허상이 포효하며 입을 쩍 벌린 채 중년 사내를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그 무렵, 한제는 수도자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수도자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음양 제자!”
수도자의 뒤에서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더니 무궁무진한 음양의 제자들이 튀어나왔다. 이들은 수도자의 손짓 아래 한 자루 거대한 창이 되어 곧장 한제를 찔러 들어갔다.
수도자의 수준과 향불의 위력이 합쳐진 창에 온 세상은 진동했고 수련성은 금방이라도 파괴될 듯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수도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공열기 초기 수준이었으나 신통술의 위력이 그때보다 약해진 것으로 보아 아직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듯했다.
‘저런 상태의 수도자를 죽이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한제는 피식 웃더니 수도자가 향불로 만들어낸 창에 주먹을 날렸다.
“이것은 봉계의 지존을 대신해 노예의 본분을 배반한 네게 날리는 주먹이다!”
매우 단순한 주먹질이었지만 그 안에서는 하늘을 뒤흔들 듯 강한 자신감이 발산됐다. 마치 한제는 온 세상의 생사를 관장하는 생사의 신처럼 느껴졌다.
그의 주먹이 수도자의 창과 충돌한 순간,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했다. 동시에 창끝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창끝에서 시작된 균열은 순식간에 전체로 퍼져 나갔고 긴 창이 그대로 소멸하면서 수많은 향불의 혼들이 내지른 비명이 길게 메아리쳤다.
“쿨럭!”
수도자는 한 움큼 피를 토해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한제를 노려보며 무려 아홉 걸음이나 밀려났다. 동시에 체내에서는 펑, 펑 소리가 울려 퍼졌고 거대한 반작용이 육신을 파괴했다. 동자의 모습에서 어느새 한참 늙어버린 상태였다. 이어서 그의 몸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다섯 개의 산봉우리 중 하나의 중턱에 처박혔다.
콰쾅!
수도자가 처박힌 산봉우리는 바르르 진동했고 그 위로는 거미줄 같은 균열들이 쩌적 하고 일더니 이내 그대로 무너졌다.
금색 방울
한제는 개미 같은 미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수도자를 내려다보며 다가갔다.
그 무렵, 저 멀리서는 영동상인과 뒤얽힌 채 끊임없이 밀려나던 주덕이 속으로 비명을 삼켰다.
‘저자는 대체 누구기에 세 번째 단계의 수련자를 노예로 삼았단 말인가! 저런 자와 대적하게 되다니, 전부 수도자 탓이야!’
한편 주진과 맞서고 있던 중년 사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그와 주진의 힘은 대등했으나 향불은 양은 주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중년 사내는 뒤로 물러나야 했고 그러는 와중에도 아까운 법보들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수지가 안 맞잖아! 정신술 하나 얻자고 저런 자에게 미움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운봉자가 너무 밑지는 장사라고!’
그러는 사이 한제는 덤덤한 얼굴로 살기를 번득이며 수도자에게 다가가 또다시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 수도자는 파멸종 종주를 이용해 한제의 도심을 파괴하게 하려는 생각을 포기했다. 또한 귀종에서는 그의 제안에 응할 기색이 없어 보였다. 이에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태아라!”
수도자가 외친 순간 누군가의 한숨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동시에 격렬한 전투로 이미 왜곡되고 무너진 하늘로부터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흐릿한 모습에 맨발인 그에게서 원력의 파동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외에도 그의 출현에는 기이한 점이 있었다. 마치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맨발의 사내는 수도자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한제에게 포권을 했다.
“변신 수련자 태아라, 현임 봉계의 지존을 뵙습니다.”
우뚝 멈춰서 상대를 바라본 한제의 두 눈동자가 미세하게 졸아들었다. 사내의 출현은 그에게도 너무나 기이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덕이나 운봉자의 경우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지만 태아라라는 자의 존재는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변신 수련자⋯⋯.’
한제는 말없이 태아라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의도치 않게 봉계의 지존을 적으로 돌릴 뻔했습니다. 만약 봉계의 지존께서 제 봉인을 풀어주신다면 저는 운해성역 균열에 있는 모든 흉수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신다면 저자라도 얼마든지⋯⋯.”
태아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반대로 수도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도록 하지.”
말을 마친 한제는 다시 수도자에게 다가갔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가 또 한 번의 주먹을 날렸다.
“이것은 봉계의 진을 대신해 네 육신을 파괴하기 위한 주먹이다!”
강력한 기세가 담긴 주먹에 온 세상이 울렸고 광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한제의 뒤에 허상으로 나타난 도고의 머리가 그 주먹에 녹아들어 거대한 손으로 변해 달려들었다.
“본원의 힘, 음양선룡(陰陽仙龍)!”
죽음을 직감한 수도자는 다급히 외치며 두 손으로 결인을 그렸다. 순간 본원의 힘이 한데 교차된 두 마리의 거대한 흑백 용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캬오오오!”
두 마리 용은 포효를 내지르며 한제에게 곧장 달려들었고 그 순간 수도자는 한 움큼 피를 토해내며 소매를 휘둘렀다. 그러자 주위에 미세한 균열들이 일어났다. 이 미세한 균열들 역시 흑과 백으로 빽빽하고도 큰 그물을 이루더니 파멸적인 기운을 가득 품은 채 수도자의 손짓에 따라 한제에게 날아들었다.
뒤이어 수도자는 저물공간에서 대량의 법보를 꺼냈다. 이 법보들은 저마다 갖가지 색을 번득이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이 모든 것은 한제가 소환한 허상의 주먹과 충돌했다. 그리고 그 순간…
콰쾅!
우렁차고도 요란한 소리가 운해성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두 마리 용은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거대한 그물은 바르르 진동하다가 갈가리 찢겨 나갔다. 동시에 수많은 법보로 형성된 폭풍 또한 견뎌내지 못하고 남김없이 파괴되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을 소멸시킨 한제의 주먹은 허공으로 날아오른 수도자를 그대로 덮쳐들었다.
쾅!
짧은 충돌음에 이어 수도자는 가슴팍이 터져나갔고 대량의 피를 뿌리며 대지에 그대로 처박혔다. 수련성의 땅이 바르르 진동했다.
폴폴 일어난 먼지 사이로 힘겹게 일어선 수도자는 두 팔로 한제의 거대한 주먹에 저항하고 있었다. 울컥 솟구쳐 오르는 피에 그의 옷섶은 붉게 물들었다.
“으아아아! 죽여주마!”
이를 악물고 있던 수도자는 광기로 눈이 번득이는 듯하더니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입에서 금빛을 토해냈다. 그 금빛 안에는 방울이 하나 들어 있었다.
순수한 선기가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사이, 청아한 소리를 울리는 방울이 한제의 주먹과 충돌한 순간, 금빛 기운이 그 안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꽝!
원고 선역의 도술을 품은 금빛 기운이 이 수련성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사방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운해성역과 연맹성역, 소하성역, 나천성역은 찰나의 순간 금빛에 완전히 뒤덮였다.
계내를 봉쇄하고 있던 거대한 진 역시 이 금빛 기운 아래 수만 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운해성역에서는 금빛 기운이 눈 깜짝할 사이 짙은 안개를 뒤덮으면서 저 멀리서 우주 아래의 거대한 진을 드러냈다.
소하성역에서는 수많은 수련자들이 전쟁 준비에 한창이던 이때 금빛 파문이 전해져와 모든 수련자들의 심신을 진동시켰다. 이들은 우주를 한 꺼풀 벗겨내는 듯한 금빛 기운과 그로 인해 아래쪽에 드러난 봉계의 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천성역에서는 수련성을 옮기고 있던 수련자들이 자신들을 덮쳐 든 금빛 기운과 아래쪽에 드러난 봉계의 진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연맹성역에서도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고 있던 여러 세력들이 잠시 모든 행동을 멈추고 금빛 파문 아래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그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내 전체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순간, 4대 성역의 모든 수련자들은 계내를 아우르고 있던 거대한 봉계의 진을 처음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촘촘한 그물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난생처음 봉계의 진을 목격한 대부분의 수련자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봉계의 진… 이건 봉계의 진이야!”
“계내를 수만 년간 봉쇄해왔던,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봉계의 진!”
“운해성역의 말대로 우리가 살아왔던 우주가 누군가에게 봉인된 땅이었다니!”
그때, 운해 1급 성역에서는 홍삼자가 표정이 급변하더니 벌떡 일어나 한 걸음에 우주를 가르며 신종을 향해 나아갔다.
“빌어먹을 원고 선역의 기운이야. 수도자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해!”
연맹성역 시음종에서도 충격에 빠진 듯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원고 선역의 물건이다! 봉계의 진과 융합시키기 전에 훼손되어서는 안 돼!”
그와 동시에 허상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역시 신종을 향해 돌진했다.
수도자가 원고 선역의 선인을 소환해 금색 방울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봉계의 지존이 준 거북이 등껍질을 통해 비술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가 소환한 원고 선역의 기운을 감지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방울을 꺼내 한제의 주먹에 저항하리라는 것을 예측한 사람 역시 아무도 없었다.
홍삼자 등이 그를 막을 수 없었던 것도 바로 그래서였다.
한제의 눈빛 또한 싸늘하게 변했다. 이 짙고도 순수한 선기가 퍼져 나가며 봉계의 진을 드러낸 지금 그는 더욱 신중해졌다. 그로서는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의 파악은 할 수 있었다.
이 중요한 순간, 한제는 주먹을 회수해 금색 방울과의 충돌을 피했다.